3. 신하영, 혼란스러운 강의실 만들기
벨 훅스, 『벨 훅스, 경계 넘기를 가르치기』
탁선미 외, 장춘익교육실천연구회 엮음, <삶을 바꾼 페미니즘 강의실>

4. 우재형, 노동문제 동아리 활동기

"페미니스트 강의실은 갈등과 긴장의 공간이자 때로는 끊이지 않는 적대감의 공간이 된다. 서로가 가진 차이점을 대면한다는 것은 우리가 어떻게 배울 것인가에 관한 생각을 변화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갈등을 무서워하기보다는 새로운 생각을 위해, 그리고 성장을 위해 갈등을 촉매제로 사용해야 한다." [1]

[1] 벨 훅스, 윤은진 옮김, 『벨 훅스, 경계 넘기를 가르치기』(모티브북,
2008), 138-139쪽 - P59

대학의 위기, 더 정확히는 인문학의 위기 속에 여성주의 관점의 전공 수업을 유지하려 한 투사 같은 교수자들도 있었다. 철학과의 ‘여성주의 철학‘, 사회학과의 ‘젠더사회학‘ 전공 수업은 다양한 분과 학문을 바라보는 세계관으로서의 여성주의를 소개하려는 시도였다.[7]

[7] 전공과목으로 여성주의 철학을 개설한 한림대학교 철학과 고(故)장춘익 교수의 교육 실천은 다음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탁선미 외, 장춘익교육실천연구회 엮음, <삶을 바꾼 페미니즘 강의실>(2022, 곰출판) - P63

20대 초중반의 남녀 대학생들이 성인기로 진입하기 전 준비 단계라는 것을 가정한다면 그 시기의 생각과 주장으로 이들의 정의로움 혹은 선악을 판명해 버린다는 것은 위험한 접근이다. 10대 시절 자신만의 - P67

사고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면 적어도 대학에서 성인으로 잘 살기 위한 기술을 익혀야 한다. 선택의 기준, 세상의 작동방식, 타인과 공존하는 법, 갈등을 해결하는 법 같은 것들 말이다. 후기 청소년기 대학생들이 마주한 넓고 다양한 생각과 현실 앞에서 느끼는 분노와 억울함이 ‘원래 그런 것‘이 아니며 그 마음을설명해 주는 이론과 개념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게 바로 페미니즘과 여성학, 여성주의 관점이라는 것을 나는 알려 주고 싶었다. - P68

내가 특히 놀란 것은 여학생들조차 ‘여자인 나를 자꾸 강조하게 하는‘ 페미니즘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었다는 점이다. 공정함에 민감한 세대의 여학생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보정하는 것조차 공정이라는 문법에서 어긋나는 것으로 여겼다. 낯설고 어쩐지 싫은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가 무엇인지 알려 주기 위한 첫 단계는 친숙함에 호소하는 것이었다. - P70

어찌 보면 황당한 일화이지만 내게는 이러한 갈등과 긴장 하나하나가 사소하지 않다. 이 수업에서 학생들이 느끼는 반발심과 불편함은 그 자체로 교육적 의미가 있다. 페미니즘 교육은 고정된 지식을 전달하는 강 - P71

의가 아니라 세계관을 익히며 연습하는 워크숍에 가깝다. - P72

그럼에도 나는 이 혼돈을 더 버티고자 한다. 여성·학 수업이 대학 공동체에서 멀어진 과거가 남긴 교훈은 여성학이 하나의 세계관으로서 배움의 주체들에게세상을 보는 감각을 깨우고 그 세상과 화해할 자원을제공해야 한다는 점이다. 안전한 공간에서 느끼는 혼란함은 학생들이 성인이 되기 전 다른 관점, 다른 감각을 상상할 수 있는 틈을 허락할 것이다. 아직 성인으로온전히 자리 잡지 못한 후기 청소년기 대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학습과 연습의 기회, 아직은 그래도 되는 공간과 시간이다.

- 신하영, 혼란스러운 강의실 만들기 - P73

내가 이념을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들의 이념이 중요하지 않다거나 그에 대해 알고 싶지 않다는말은 결코 아니다. 단지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스스로 마땅히 따를 만한 정합적인 논증이 마련되지않는 한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섣불리 이야기하지 않을 뿐이다. 나는 아직 노동이 인간의 다른 활동에 비하여 특별한 의미나 우위를 갖는지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다. - P87

이러한 나의 입장에 대해 같은 동아리의 어느 부원은 지나치게 최소주의적이고 보수적인 견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학내의 노동 환경은 ‘최소한의 인권‘마저도 보장하는 데 실패하지 않았던가? 철학자 칼 포퍼는 이렇게 썼다.

추상적인 선의 실현보다는 구체적인 악의 제거에 집중하라.

- 우재형, 노동문제 동아리 활동기 - P9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