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권 사실과 신화
제3부 신화
1장

월경에 대한 혐오가 이렇게 심한 줄은…
처녀성에 대한 신화
양면적, 대립적?

여자는 반투명한 의식에까지 이른 자연이며, 당연히 순종하는의식이다. 그리고 남자가 흔히 여자에게 갖는 꿈같은 희망이 바로 그것이다. 즉, 남자는 육체적으로 한 존재를 소유함으로써 자기를 존재로서 실현하기를 희망하고, 한 유순한 자유를 통해 자기 자유를 공고히 할 것을 희망한다. 어떤 남자도 여자가 되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남자가 여자들이 있기를 바란다. - P225

시민들이 자기들 인생에 어떤 의미를 부여해야 할지 잘 모르는 부유한 나라에서 여자가 신격화되는것은 이해된다. 미국에서 바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반면에 모든 인간의 동일시를 주장하는 사회주의 이념은 현재와 미래를 위해서 어떤 범주의 인간도 객체나 우상이 되는 것을 거부한다. 마르크스가 예고하는 진정으로 민주적인 사회에서는 타자를 위한 자리가 없다. - P226

모든 신화는 자기의 희망과 두려움을 초월적인 하늘을 향해 투사시키는 주체를 내포하고 있다. 그런데 여자들은 자신들을 주체로 내세우지 않았기 때문에 자기들의 계획이 반영될 남성 신화를 창조하지 못했다. 여자들은 자신에게 속해 있는 종교도, 시詩도 없다. - P226

여자에게 성적이고 육체적인 존재가 남자라는 사실은 한 번도 포고되지 않은 진실이다. 왜냐하면 그 진실을 포고할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세계의 표상은 세계 자체와 마찬가지로 남자들이 만든 것이다. 남자들은 세계를 자기들의 관점에서 묘사하고, 자기들의 관점을 절대 진리와 혼동하고 있다. - P227

내가 전체에 도달하는것은 타자를 통해서이나, 나를 전체에서 분리하는 것도 타자다. 타자는 무한으로가는 문이자 나의 유한성의 척도이기도 하다. - P228

모든 문명에서 그리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여자는 남자에게 혐오감을 준다. 남자는 여자에게 자기 자신의 육체적 우연성에 대한 혐오감을 투사한다. 아직사춘기에 이르지 않은 소녀는 위협적이지 않고, 어떤 금기의 대상도 아니며, 어떤 신성한 성격도 가지고 있지 않다. 많은 원시사회에서는 소녀의 성기조차도순진무구한 것으로 여겨져 유년기부터 소년과 소녀들 사이에 에로틱한 놀이가 허용된다. 여자가 불순해지는 것은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그날부터다. 원시사회에서 초경 중인 어린 소녀에게 행해진 엄격한 금기에 대한 기록은 흔하다. 여자가 특별한 배려를 받았던 이집트에서조차 월경 중인 여자는 내내 갇혀 지낸다. 그 여자를 보아서도 만져서도 안 되기 때문에 흔히 여자를 지붕 위에 올려놓기도 하고 마을 밖에 있는 오두막에 감금하기도 한다. 월경 중인 여자는 자기 손으로 자기 몸을 스쳐서도 안 된다. 머릿니 잡기를 일상적으로 하는 종족들의 경우, 여자에게 작은 막대기를 주고 그것으로 몸을 긁도록 한다. 여자는 손가락으로 먹을 것을 만져서도 안 된다. 때로 그녀에게 먹는 것을 완전히 금지하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는 어머니와 자매가 도구를 사용해 그녀에게 음식을 먹여 주는 것이 허락된다. 월경 기간 동안 그녀의 몸에 닿은 물건은 모두 태워려야만 한다. 이 최초의 시련이 지나가면 월경의 금기는 조금 완화되지만 여전히 견디기 힘들다. - P234

그러나 부권제의 등장 이후로는 여성의 성기에서 흘러나오는 그 수상한 액체에 대해 불길한 영향력밖에 인정하지 않았다. 플리니우스Plinius (24년경~79)는 『박물지』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월경을 하는 여자는 수확물을 망치고, 밭을 황폐화시키며 싹을 죽이고, 열매를 떨어뜨리며 꿀벌을 죽인다. 여자가 포도주에 손을 대면 포도주는 식초가 되고, 우유는 시어진다…………." - P235

공포와 욕망, 통제할 수 없는 힘에 사로잡힌다는 두려움과 그 힘을 휘어잡으려는 의지 사이에서 남자의 망설임은 처녀성에 관한 여러 신화 속에 놀라운 방식으로 반영되어 있다. 남자가 때로는 무서워하고, 때로는 희망하거나 요구하기도하는 처녀성은 여성 신비의 가장 극단적 형태로 나타난다. 그러므로 그것은 가장 불안한 동시에 가장 매혹적인 양상이다. - P241

그러나 처녀성은 젊음과 결합해야만 이런 에로틱한 매력을 지닌다. 그렇지 않으면 처녀성의 신비는 다시 불안한 것이 된다. 오늘날에는 결혼이 너무 늦은 처녀들 앞에서 성적 혐오감을 느끼는 남자들이 많이 있다. ‘노처녀들‘을 신경질적이고 심술궂은 부인네처럼 바라보는 것은 단지 심리적인 이유에서만이 아니다. 저주는 그녀들의 육체 그 자체에 있다. 어떤 주체의 대상도 아니고, 어떤 욕망이 탐내지도 않았으며, 남자들의 세계 속에 자리 하나도 발견하지 못한 채 꽃처럼 피었다가 져 버린 육체, 목적지에서 빗나간 그 육체는 기괴한 대상이 되어, 미친 사람의 소통 불가능한 사고가 사람을 불안하게 하듯이 남자를 불안하게 만든다. 여전히 아름답지만, 처녀라고 추정된 마흔 살의 어떤 여자에 대해서 한 남자가 무례하게 "그 속에는 거미줄이 잔뜩 쳐 있을 거야・・・・・・"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처녀 사 - P244

적이 있다. 사실, 아무도 더는 들어가지 않고, 무엇에도 사용되지 않는 지하실과다락방은 불결한 신비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귀신들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곳이다. 인간에게 버려진 집들은 유령들의 거처가 된다. 여자의 처녀성이 신에게 바쳐지않았다면, 그것이 악마와의 어떤 결합을 내포하고 있다고 믿기 쉽다. 남자가 제압하지 못한 처녀들, 남자의 권력을 피해 간 나이 많은 여자들은 다른 여자들보다 한층 더 마녀로 보이기 쉽다. 왜냐하면 여자의 운명이 다른 자에게 바쳐지기로 되어 있는 까닭에, 만일 여자가 남자의 구속을 감내하지 않는다면 악마의 구속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이기 때문이다. - P245

콜레트sidonic-Gabrielle Colette(1873~1954)는 『암고양이』에서 자기의사랑을 자기 암고양이에게 고정시킨 젊은 남편을 묘사하는데, 그가 그러는 이유는 이 야생적이고 온순한 짐승을 통해서 자기 아내의 인간 육체가 자기에게 주지못하는 감각적인 세계를 정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246

굽 높은 구두, 코르셋, 파니에panier, 고래 뼈의테vertugadin, 페티코트petticoat는 여성 육체의 곡선미를 강조하기보다는 그것의 장애를 증가시키는 데 목적이 있었다. 지방질로 무거워지거나 혹은 반대로 너무파리해서 힘을 쓰지 못하거나, 불편한 옷과 예의범절 의식으로 인해 몸이 굳어지면, 그때 여자의 육체는 남자에게 자기 물건처럼 보인다. - P248

자위에 몰두하는 많은 어린이와 젊은이들은 끔찍한 불안 속에서 그것을 할 수밖에 없다. 고독한 쾌락을 악덕으로 만드는 것은 사회의 간섭이며 특히 부모의 간섭이다. 그러나 최초 사정에서 본능적으로 겁을 먹은 어린 소년들이 적지 않다. 혈액이든 정자이든 자기 실체의 모든 유출이 염려스러웠던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자기의 생명, 자기의 마나가 자기 몸에서빠져나가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 P253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우리는 오줌과 똥의 중간에서 태어난다"라며 혐오감을 가지고 성기와 배설기가 섞여 있다고 강조한다. - P261

남자는 여자가 자기 것이라는 전제하에서 사랑하고, 타자로 머물러 있는 한 여자를 두려워한다. 그러나 남자는 여자가 가공할 타자인 한에서 여자를 더욱더 열렬하게 자기 것으로 만들려 애쓴다. 바로 이것이 여자를 인간의 존엄에까지 끌어올리고 자신의 동류로 인정하도록 남자를 이끈 것이다. - P263

사물의 어둠 속에 파묻힌 이 진실은 하늘에서 빛나기도 한다. 완벽한 내재성인영혼은 동시에 초월자인 관념이다. 도시들과 국가들뿐만 아니라 추상적 실체나 제도도 여성적 특징을 띠고 있다. 즉, 가톨릭교회·유대교회·공화국 인류는 여자들이며, 평화·전쟁·자유·혁명 승리도 그러하다. 남자는 자기 앞에 본질적 타자로서설정하는 이상想을 여성화하는 데, 그 이유는 여자가 타성의 감각적 형상이기 때문이다. 도상집圖像集에서처럼 언어에서도 거의 모든 비유가 여성이다. - P275

남자들은 협력과 투쟁의 관계에 너무 몰두해 있어서 서로에게 관중이 되어 줄 수 없다. - P279

이처럼 남자는 자기를 기부자, 해방자, 속죄자로 꿈꾸면서 여전히여자의 예속을 바라는 것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깨우기 위해서는 그녀가 잠을 자야 하고, 사로잡힌 공주들이 있으려면 식인귀나 괴물용怪物龍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남자는 어려운 기도圖에 대한 취미를 가지면가질수록 여자에게 더욱더 독립을 부여하기를 좋아할 것이다. 정복하기는 해방하는 것이나 주는 것보다 한층 더 매혹적이다. 보통의 서양 남자의 이상형은 남자의 지배를 자유롭게 받아들이고, 토론 없이는 남자의 생각을 수락하지 않으나 남자의 이성에 양보하고, 남자에게 지적으로 저항하다가 마침내 설복당하는 그런 여자다. - P282

여자는 남성 나르시스가 자기를 바라보는 거울이기 때문에 그토록 자주 물에 비교되어 왔다. 그는선의로 또는 악의를 가지고 여자 위에 몸을 숙인다. 그러나 어쨌든 남자는 여자에게 남자의 바깥에서 남자가 자기 내부에서 포착할 수 없는 모든 것이 되어 달라고 요구한다. 왜냐하면 실존자의 내면은 무無일 뿐이고, 자기 자신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자기를 어떤 대상에 투사시키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자는 남자가 자기 육체 속에 타인의 형태로 소유할 수 있는 자기의 극치이기 때문에 남자에게최고의 보상이다. 남자를 위해 세계를 요약해 주고 남자가 자기의 가치와 법칙을 강요했던 그런 존재를 자기 두 팔에 안을 때, 그가 포옹하는 것은 이 ‘비할 바 없는 괴물‘ 즉 자기 자신이다. - P284

남자는 자기가 욕망하는 것, 두려워하는 것, 사랑하는 것과 증오하는 것을 여자 속에 투사한다. 그래서 남자가 여자에대해서 무언가를 말하기가 어려운 것은 여자에게서 자신의 전부를 추구하며, 여자는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단지 여자는 비본질의 양태로 모든 것이다. 즉, 여자는완전히 타자다. 그리고 타자로서 여자는 그녀 자신 외의 다른 것이고, 여자에게서기대되는 것과 다른 것이다. 여자는 모든 것이기 때문에 정확히 그녀가 그래야만 할 이것이 결코 아니다. 여자는 영속적인 빗나감이다. 자기 자신에게 도달하기에도, 존재자들의 전체와 화해하기에도 성공하지 못하는 실존의 빗나감 그 자체다. - P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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