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한 도시를 아는 편리한 방법은 거기서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사랑하며 어떻게 죽는가를 알아보는 것이다. 우리의 이 자그마한 도시에서는 기후의 영향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모든 것이 다 함께, 열광적이면서도 무심하게 이루어진다. 다시 말해서 여기서는 사람들이 권태에 절어 있으며 여러 가지 습관을 붙여 보려고 기를 쓰고 있는 것이다. 우리 시민들은 일을 많이 하지만, 그건 한결같이 부자가 되겠다는 욕심에서 하는 일이다. 그들은 무엇보다도 장사에 관심이있다. 그들 자신의 표현대로 우선 사업을 하는 데 골몰해 있는 것이다. 물론 단순한 즐거움에 대한 취미도 없지 않아서, 여자와 영화와 해수욕을 좋아한다. 그러나 대단한 분별력이 있어서 그런 재미는 토요일과 일요일을 위해 아껴 두고 주중의 다른 날들에는 돈을 많이 벌려고 애를 쓴다. - P12
리유는 언성을 높이지 않은 채, 자기로서는 그런 것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 없으나, 그것은 자신이 몸담아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지쳐 버렸으면서도 동류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있으며, 또 자기 딴에는 불의와의 타협을 거부하기로 결심한 한 인간의 발언이라고 말했다. 랑베르는 목을 움츠리며 의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P23
수위의 죽음은 영문 모를 징조들만 난무하던 한 시기에 종지부를 찍고, 초기의 뜻하지 않은 놀라움이 차츰차츰 뚜렷한 낭패감으로 변해 가는, 상대적으로 더 어려운 다른 한 시기의 시작을 점찍어 놓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시민들은, 이제부터는 차차 깨닫겠지만, 하필이면 우리의 이 자그마한 도시가 쥐들이 밖으로 기어 나와 죽고 수위가 괴상한 병으로 목숨을 잃는 도시로 특별히 지정될 수 있으리라고는 결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 점에 있어서 시민들은 요컨대 착오를 일으킨 셈이어서 그들의 생각은 수정되어야 할 것이었다. - P36
"내게 관심 있는 것은 꼭 한 가지뿐인데." 하고 내가 그에게 말했다. "그건 바로 마음의 평화를 얻는 일이랍니다." 그는 내 마음을 충분히 알겠다고 했다. - P42
쥐들의 사건을 가지고 그렇게 떠들어 대던 신문이 이제는 아무 소리도 없었다. 쥐들은 눈에 띄는 거리에 나와 죽었지만 사람들은 방 안에서 죽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신문은 오직 거리에서 일어나는 일에만 관심이 있었다. 그러나 도청과 시청에서는 의문을 느끼기 시작했다. 의사들이 제각기 기껏 두세 가지 경우 정도만 알고 있을 때에는 누구 하나 움직이려 들지 않았더랬다. 그러나 결국 그 모두를 한데 합해 본다는 데 생각이 미치기만 하면 충분히 깨달을 수가 있는 것이다. 합계는 경악할 만한 것이었다. - P51
"나는 그 결과를 알아요. 분석을 해 볼 필요도 없어요. 나는 한때 중국에서 의사 생활을 한 경험이 있고 파리에서도 몇몇 경우를 겪었어요. 이십여 년 전의 일이죠. 다만 당장에는 그것에다가 감히 병명을 붙일 엄두가 나지 않았을 뿐이었지요. 여론이란 무서운 것이니까 경거망동은 금물이죠. 무엇보다도 경거망동만은 안 돼요. 그리고 어떤 동료 의사 말마따나 ‘있을수 없는 일이다. 서양에서는 그것이 아주 자취를 감추었다는것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이거예요. 그래요. 누구나 다 그것은 알고 있었어요. 죽은 사람만 빼고는 자, 리유, 당신도 나와 마찬가지로 이게 무슨 병인지 잘 알고 있어요."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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