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우리가 욕망하는 방식뿐 아니라, 우리가 세계를 지각하는 방식까지도 변화시킨다. - P26

콘텐츠는 무언가가 가치를 가지기 때문에 그것을 복제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콘텐츠는 밈(meme)적인 방식으로 무언가를 클리셰화함으로써 그것의 가치를 만들어낸다. - P29

벤야민은 일찍이 기술복제시대의 작품 수용방식이 ‘정신 분산적인’ 것임을 역설한 바 있다. 말하자면 "관중은 시험관인데, 정신이 산만한 시험관이다." 1936년 그의 글이 쓰인 이후로 90여 년에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 놀랍게도 우리는 벤야민의 이 문장 속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우리는 어떤 경의도 존중도 없이 손끝으로 이런저런 콘텐츠를 뒤적인다. 이렇듯 정신이 산만한 시험관에게 과연 기대를 걸 수 있을까? - P31

핫플은 무관심을 통해서 쾌적함을 향한다. 핫플 사진은 그것이 런웨이처럼 아무것도 거슬리지 않는 매끄러운 것으로 보일 때 전리품 진열과도 구분된다. 과격하거나 놀라운, 황홀경과 같은 장면은 물론 사소한 것까지 귀중히 보일 때, 색다름은 내가 경험하는 순간 속에서 함몰한다. 매 순간 모든 것이 새로워 보이기 시작할 때, 대상의 성격은 물론 공간이 애초에 보유한 성격은 나에게 상관없어진다. - P43

게리 셔먼과 조너선 하이트는 귀여움을 귀여운 대상과 상호작용하는 사회적 연결을 추동하는 감정으로 분석했다. 귀여움의 대상과 적극적으로 연결되고자 하는 마음은 대상을 하나의 독립적인 존재로 인식하고 도덕적인 고려의 대상(moral circle)에 포함하도록 이끈다는 것이다. - P57

나는 귀여움을 권력관계나 돌봄의 맥락에서 파악하는 기존의 분석이 그 감정이 만들어 내는 일상적인균열과 가능성을 보지 못하게 한다고 생각한다. 귀여움은 강력한 느낌이다. ‘귀엽다‘고 느끼게 되었을 때 내가 그와 맺고 있는 관계의 형태는 달라진다. 귀여움은 무관심의 벽으로 분리되어 있던 세계에 균열을 낸다. 특정한 대상에게 느끼는 복합적인 감정을 전부 언어화할 수 없을 때 사용하는 ‘귀엽다‘는 가볍게 취급하기엔 농도가 짙다.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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