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평화기림상 나와서 반가운 마음에 찾아봄
경남 진주의 활동가들이 진주 교육지원청 뜰에 세운 진주평화기림상을 나는 사진으로만 보았지만 그 소녀상은 내가 알고 있는 어떤 소녀상보다도 아름답다. 한 시대의 불행을 딛고 우뚝 서 있는 소녀는 벌써 희생자 이상의 어떤 존재다. 인류의 죄악을 알고 있고 자신의 불행과 함께 모든 여성의 불행을 알고 있기에 그의 표정은 단단하다. 그는 한국 소녀이면서 벌써 한국 소녀가 아니다. 그는 어두운 광장을 온기 약한 촛불로 밝혔던 역사에서만 얻을 수 있는 자신감으로 중국 소녀가 되고 일본 소녀가 되고 베트남 소녀가 된다. 지극히 가녀린 촛불로 바닥을 단단하게 다진 민주주의만이 만국의 민주주의가 된다고 감히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 203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