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문학에서 ‘여성혐오‘ 라는 말과 가장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작가는 19세기 중엽에 활동하여 현대 시의 선구자가 된 시인 보들레르다. 그는 무엇보다도 자기 고백 형식의 글에서 ‘여성혐오의 철학‘을 이렇게 정식화했다. "여자는 배고프면 먹고 싶어한다. 목마르면 마시고 싶어한다. 발정이 나면 교미하고 싶어한다. 대단한 재능이로다! 여자는 ‘자연 그대로‘ 이다. 다시 말해서 역겹다." 여자에 대한 보들레르의 이 태도는, 같은 시대에 활동했던 다른 작가들에게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지만, 민중에 대한 그의 태도와 비교될 만하다. 그는 1848년 혁명이 발발했을 때 적극적으로 대열에 참여했지만 혁명이 실패했을 때 민중들에게 배반을 당했다고 생각했다. 민중들에게 환상을 품었다가 그 환상이 현실과 다르다고 화를 낸 그는 여자에 대해서도 같은 태도를 보였다. 그는 자주 여자의모습으로 나타나는 시의 신을 상정하고 현실의 여자가 그 여신과 같지 않다고 화를 냈다. - P181
보부아르가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유일하게 높이 평가한 작가는 스탕달이다. 그는 영원한 여인상 같은 것을 말한 적이 없다. 그는 여자에게 현실을 돌려주었다. 여자가 교육을 덜 받을 때, 다시 말해서 여자다워야 한다는 모든 사회적 요청에 덜 노출될 때, 여자는 모든 편견과 모든 부르주아적 가치로부터 자유로워진다고 말했다. - P183
자신의 나쁜 목적을 위해 문학 그 자체를 모독한 경우도 있다. 한 시인은 고등학생인 습작생들에게 성적인 탈선이 문학적 감수성을 기르는 지름길이라고 말하며 그 일탈과 그로 인한 피해 전체를 미학적 실천의 일환으로 여기게 하였다니, 그 글쓰기 교육의 내용뿐만 아니라 가르치는 사람의 자격과 자질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 P187
권력은 늘 부당한 압력을 부를 수 있다. - P189
육사는 뛰어난 진보주의자였다. 진보주의를 삶의 방식으로만 말한다면 불행한 세계에서 행복하게 살기다. 한 사람의 진보주의자가 미래의 삶을 선취하여 이 세상에서 벌써 미래의 초인으로 살지 않는다면 그 미래의 삶에 대한 확신과 미래 세계의 건설 동력을 어디서 얻을 것인가. 그의 존재는 이 불행한 세상에 점처럼 찍혀 있는행복의 해방구와 같다. - P197
을사늑약 뒤에도 당황했던 것은 일본인들이었다는 말이 있다. 왕이 국권을 넘겨주겠다고 도장을 찍었는데 왜 백성들이 의병을 일으킨다는 말인가. 『한국인과 일본인에 따르면, 일본과 관련하여 임진란 때까지 거슬러올라가는 이 의병에 대해 일본의 역사학자 도쿠토미는 이런 말을 했다고도 한다. "한국의 의병이란 파리떼와 같다. 파리 때문에 사람이 죽지는 않지만 아무리 잡아도 계속해서 붙는 파리떼가 있는 곳에서 살 수는 없다." 악의를 눌러 담아 쓴 파리떼라는 말이 귀에 거슬리는 것은 사실이나 성현 소크라테스도 상대를 설복할 때까지 잘못된 논리에 끝까지 따라붙는 자신을 파리나 다름없는 등에라 불렀고, 천재 시인 랭보도 ‘파리떼 웅웅거리는 곳에 진정한 성장이 있다‘는 뜻으로 말하곤 했으니 크게 기분 나쁘게 여길 일은 아니다. 아무튼 철부지 정부가 일본과 무슨 협약을 했건 그건 정부의 일일 뿐이니 한국인들이 자기들의 손으로 세운 소녀상을 철거할 이유는 없다. 그래서 돈부터 건넨 일본 정부는 한국에 사기를 당했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사기는 무슨 사기, 우리가 보기에 일본이 서둘러 꾸려낸 협약은 조카가 가진 땅을 헐값에 사보겠다고 엉뚱하게 팔푼이 삼촌을 꾀어 계약서를 쓴 꼴과 진배없다. - P201
경남 진주의 활동가들이 진주 교육지원청 뜰에 세운 진주평화기림상을 나는 사진으로만 보았지만 그 소녀상은 내가 알고 있는 어떤 소녀상보다도 아름답다. 한 시대의 불행을 딛고 우뚝 서 있는 소녀는 벌써 희생자 이상의 어떤 존재다. 인류의 죄악을 알고 있고 자신의 불행과 함께 모든 여성의 불행을 알고 있기에 그의 표정은 단단하다. 그는 한국 소녀이면서 벌써 한국 소녀가 아니다. 그는 어두운 광장을 온기 약한 촛불로 밝혔던 역사에서만 얻을 수 있는 자신감으로 중국 소녀가 되고 일본 소녀가 되고 베트남 소녀가 된다. 지극히 가녀린 촛불로 바닥을 단단하게 다진 민주주의만이 만국의 민주주의가 된다고 감히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203
나는 지난겨울과 이 봄이 우리의 정치적 무의식을 바꾸는 어떤계기를 나타낸다고 감히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서 그렇게 공고했던 박정희 신화가 그 딸의 손에 의해 무너진 것이 이 계절이었고, 회반죽처럼 단단한 수구 세력이 궤멸 직전에 이른 것도 이 계절이었다. 역사의 간계와 의지 같은 것을 느끼게 한 것도 이 계절이다. 우리는 지금 그래서 이 계절의 마지막 눈을 그리기 위한 선거를 눈앞에 두고 있다. - P208
[내가 지지했던 후보가 당선되지 못했을 때, 이를테면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을 때, 나는 내가 죽인 난초 분들을 생각한다. 이 나라는 내 나라지만 내 의식과 같은 나라는 아니다. 이 나라는 지금도 살아 움직이는 어떤 역사를 살고 있지만,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그 역사의 의지와 같은 의지를 지닌 것이 아니다. 저 알 수 없는 사람들의 마음은 역사의 무의식과 같다. 그 무의식이 늘 투표를 통해 나타나니 어쩌면 행복한 일이기도 하다. 성급한 사람들에게는 투표가 ‘어느 세월에‘라고 한탄하게 하는 영원히 가망 없는 일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마침내 꽃 피는 난초 분들이 있고, 잘자란 아이들이 있다. 마침내 깨어지는 벽이 있다. 그래서 투표는 역사적 무의식이자 그 거울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투표는 저 역사적무의식의 세포를 바꾼다. 확실하다. - P209
그렇다고 해서 프랑스 문학이 ‘남녀평등의 문학‘은 전혀 아니다. 우리가 아는 거의 모든 문학 사조가 프랑스 문학에서 비롯하듯이, 모든 문학적 여혐의 형식도 프랑스의 시와 소설에 그 연원이 있는 것은 아닌지의심스럽기도 하다. - P212
남자다운 세계는 남자답지 않은 세계를 끝없이 생산할 때만 존속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거기에 바로 남자다운 세계의 아이러니가 있다. - P213
그러나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다. 보들레르의 시집 『악의 꽃』에는 살인자의 술」이라는 끔찍한 이야기를 담은 끔찍한 시가 들어 있다. 어느 술꾼이 잔소리하는 아내를 우물 속에 밀어넣어 살해한 뒤 또다시 술집에 앉아, 아내에게서 풀려난 해방감과 아내를 죽인 자의 절망감을 동시에 읊고 있는 시이다. 그는 아내를 진정으로 사랑했기 때문에 죽였다고 말하는데, 이 변명은 좀 평범하게 들린다. 그러나 진정한 사랑에는 늘 범죄와 자살의 유혹, 극심한 불안, 억압과 해방에 대한 갈증이 따라다닌다는 뜻의 말을 덧붙임으로써 자신의 범죄를 극적인 서사로 꾸민다. - P217
의심하는 상태에서 그 의심을 깨치면서 앞을 넓히는 것보다 인간에게 더 즐거운 일도 드물다. - P227
제가 무지 앞에 서 있을 뿐만 아니라 무지에 둘러싸여 있음을 자각하는것이 공부하는 사람의 태도다. - P229
시니시즘은 자기 분열을 통해서만 자기 정신을 복구할 수 있으며, 자기 삶의모든 것을 분해하는 판단은 자기 붕괴의 작용을 자기 자신에게 행사할 때만 가치를 지닌다. - P234
인간은 자기가 얻은 것보다 희망하는 것으로 더 즐거워하며, 행복해지기 전까지만 행복합니다. - P25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