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레이라가 주장하다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82
안토니오 타부키 지음, 이승수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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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에 이어 읽은 안토니오 타부키의 두번째 소설..

요새는 눈이 쉬이 피곤해져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오랜 시간 책을 보는게 힘들어졌음에도, 이 책은 버스가 목적지에 도착한 2시간 반 동안 내내 내려놓을 수가 없을 만큼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근자에 보았던 가장 훌륭한 정치소설이다.. 그리고 타부키라는 이탈리아의 작가가 리스본이라는 포르투칼의 도시에 얼마나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 거듭 확인한 작품이기도 했다.. 

 

<리스본>이라는 도시에 가본 적이 없는 내가 이 도시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얼마 전 보았던 <리스본행 야간열차>와 예전에 봐서 기억도 가물가물한 <리스본의 미스터리>, 그리고 빔 벤더스의 꽤 흥미로운 작품 <리스본 스토리>에 비친 고색창연하면서도 신비로운 매혹을 지닌 남유럽 도시의 인상뿐이다. 그리고 이 나라의 현대사 역시 우리와 비슷하게 수십 년간의 독재가 이어졌고, 이후 민주화를 이룩했지만 여전히 과거사 청산 등 여러 문제에서 이행기의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 정도.. <페레이라가 주장하다>라는 이 작품이 왠지 친숙하게 다가왔던 것 역시 그런 비슷한 역사적 아픔을 경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한 석간신문의 문화면을 담당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프랑스 문학을 번역하고, 죽은 작가에 대한 추도사를 쓰는 것으로 일상을 살아가는 것만으로는 자신의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 시대에 <지식인>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페레이라라는 주인공을 통해 타부키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아마도 그것이었을 것이다..

 

지식인이라니.. 정말 그 많던 지식인들은 어디로 갔을까.. 아니, 이제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버린 이 호칭에 우리가 여전히 매달려야 하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으로 밥을 먹기 위해 필요한 돈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이 사회를 위해 해야 할 일은 여전히 이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관찰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이 일을 게을리 한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직무유기가 아닌가.. 그것은 예전 '지식인들'이 말했던 것처럼 거창한 사명, 그런 것이 아니라, (베버의 그것과는 성격이 다소 다르지만) <직업으로서의 학문>이 아닌가..

그리고 이런 시대적 분위기에서라면 지식인이라는 말 대신, <책 읽고, 글 쓰는 노동자>라는 말이 더 적합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브레히트가 말한 것처럼, 책은 누구나 읽을 수 있으니까.. 아.. 그러고보니 <하하하>에서 문소리가 그랬던 것 같은데.. 시는 누구나 쓸 수 있다고..

 

문학이 과연 제 기능을 하고 있는지(물론 다른 학문도 마찬가지지만) 의심스러운 사회에 살고 있지만, 문학에 대한 타부키의 최상의 애정 표현에 역시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제발 문학이 진리를 이야기하는 업을 포기하지 말기를..

 

철학은 오직 진리에 관계된 것 같아 보이지만 환상만을 말하는 듯하고, 문학은 오직 환상에 관계된 것 같아 보이지만 진리를 말하는 듯 하다..

박사님은 애도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당신의 지난 삶에 작별을 고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현재를 살아서는 안 됩니다. 그럼 내 기억과 내가 살아온 삶은요? 페레이라가 물었다. 추억일 뿐입니다. ... 추억이 박사님의 현재를 그렇게 강력하게 침범해서는 안 됩니다. 과거와 교제하는 일은 이제 그만 두십시오, 미래와 교제하도록 노력하세요. ... 초자아를 강물에 던져버리고 새로운 지배적 자아에게 자리를 내주십시오. 아마 우린 다시 만날 겁니다. 그리고 박사님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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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 일본과 인류학자 (1884-1952) 민속원 아르케북스 11
사카노 토오루 지음, 박호원 옮김 / 민속원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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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됐건 <제국>을 경영한 역사가 있는 일본의 학계에서 나올 수 있는, 또 학문적으로도 의미 있는 연구임에는 분명. 문제는 책의 가격을 꽤 높게 책정했음에도, 책을 만드는데 <무신경한> 출판사에 있다. 번역의 전문성도 매우 의심스럽지만, 오탈자 정도는 편집부에서 잡아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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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와 분노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3
윌리엄 포크너 지음, 공진호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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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이 끼치도록 무시무시한 책. 퀜틴섹션의 몽환적 서사는 포크너의 천재성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캐디의, 캐디에 의한 캐디를 위한 작품. 포크너의 4부작을 압살롬부터 읽을 것인가, 아니면 이책으로부터 읽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난 이책에서 시작했다. 다음은 내가죽어누워있을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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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앞의 생 (특별판)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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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누군가에게는 베스트가 될 수 있을 작품. <라임오렌지>가 연상되는 것은 공통감각인가 보다. 모모가 제제보다 더 사연이 기구하지만, 어린 시절 빠져 읽었던 탓인지, 난 여전히 제제에 더 끌린다. 후반부를 조금 압축시켰다면 훨씬 좋은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롤라 아줌마라는 인물 설정은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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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암살자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0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 민음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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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러비드에 대한 글을 쓰다가 예전에 읽었던 이 책에 대한 촌평을 잠시 옮겨온다..

 

꼬박 이틀에 걸쳐 <눈먼 암살자The Blind Assasin>(마거릿 애트우드, 민음사, 2010)을 읽다..
솔직히 <압도되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한 여성의 <회고록>, 그리고 액자소설, 그리고 액자소설 속의 또 다른 액자소설(SF)이라는 세 이야기를 교차시켜가면서, 작가는 20세기 캐나다라는 한 사회가 경험했던 두 <전후>를 너무나 인상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압도되었다>기 보다는 <매료되었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특히 주인공(아이리스)이 자신의 과거를 돌이켜보며 풀어내는 기억들의 서술은 무엇인가 거대한 힘에 의해 뒤틀려버린, 그리고 그 무력함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던 한 <젊은>(과거형) 여성의 페이소스가 너무나 강하게 배어 있어, 읽는 내내 가슴 한 구석을 쓸어내리게 하는 독특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분명 문체가 주는 마력만은 아니다.. 그러고보니 그 느낌은 <인간 종말 리포트>를 읽었을 때의 그것과도 닮아 있다.. 세상의 끝에서 홀로 남겨진 스노우맨이 느끼는 고독과 절망.. 하지만 <아이리스>는 그보다는 훨씬 더 강인한 여성이다.. 그녀는 어찌됐건 그 <지저분한 욕망과 속물들의 집>에서 도망쳐 나왔고, 또 자신과 여동생(로라)을 타락시킨 그들에게 자기 나름의 처절한 <복수>를 감행했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장에 가서야 드러나지만) 그녀의 글쓰기는 단지 좌절과 절망의 기록이 아니라, 기념비를 세우는 것, 그리고 <저주받은 가문의 내력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손녀에 대한 희망의 전언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감정을 지금의 나의 언어로 표현하자니 구태연하고 또 부질 없어서 오늘은 그냥 이 느낌을 그대로 묻어두기로 한다..
아마 무엇인가 글을 쓰게 된다면 그것은 <죽은 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아니면 <기념비>를 만드는 것의 의미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공식적으로 로라는 그늘 속에 가려졌다. 몇 년이 더 흐르면 마치 그녀가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될 것이다. 나는 침묵을 맹세해서는 안 된다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나는 무엇을 원했던가? 많은 것을 바란 것은 아니었다. 일종의 기념비 같은 것. 그렇지만 결국 생각해 보면 기념비란 견뎌 낸 상처를 기념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견뎌 내고 혐오한. 기억이 없다면 복수도 없을 것이다.
<우리가 잊지 않도록> <나를 기억해다오> <쇠약한 손으로 네게 던진다> 목마른 유령들의 외침.
죽은 자들을 이해하는 것처럼 어려운 일은 없다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들을 모른 체하는 것보다 더 위험한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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