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행 야간열차 세계문학의 천재들 1
파스칼 메르시어 지음, 전은경 옮김 / 들녘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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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한 호불호는 페소아에 대한 호불호와 이어질 것 같다. 그래도 가끔씩은 정말 모든 것을 때려치우고 기차를 타고 싶은 충동이 누구에게나 있지 않은가. 그 충동에 대한 지적 이해의 시도라는 점에서 이 책은 평가의 가치가 있다. 다만 기차를 타더라도 한반도를 벗어날 수 없음이 안타까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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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 그리스인들
H.D.F. 키토 지음, 박재욱 옮김 / 갈라파고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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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그리스에 대해서는 너무나 많은 문헌들이 넘쳐나기 때문에, 이 분야에 대한 전문가들이 아닌 정말 '순수한' '아마추어' 인문학 애호가라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할 지 난감할 수 있다.. -물론 여기서 아마추어는 지식의 정도가 낮다는 뜻의 비하나 폄훼가 결코 아니다..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고대 그리스야말로 전문가 혹은 전문적 지식보다 삶의 전체성을 추구하는 아마추어적 자세를 무엇보다 높이 평가하던 시대가 아닌가.. 전문가들의 시대는 어쩌면 인간이라는 종족의 위대함이 쪼그라든 시대의 산물인지도 모른다..-

 

사실,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극히 사소한 것이었다..

얼마 전 <일리아스>를 읽으면서, 모든 사건의 원인이 되는 아킬레우스의 '분노', 종잡을 수 없는 고대 그리스 신들의 변덕, 그리고 서사시라는 장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하고 생각하던 차에, 서가에 꽂혀 있는 이 책이 문득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책은 반값 할인의 광채에 눈이 멀어 닥치는대로 쓸어담던, 그 좋았던 시절(belle epoque)의 유물이었다.. 그리고 아마 당시 "1951년 펠리칸 총서로 출판된 후 전 세계에서 수백만 부가 판매된 고대 그리스에 관한 최고의 고전"이라는 출판사의 문구에 낚여 이 책을 샀던 기억이 난다..

 

볼륨이 두텁지 않다는 것.. 상대적으로 평이하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처음부터 읽을 필요 없이 관심이 가는 주제부터 골라서 읽어도 된다는 것이 이 책의 미덕일 듯 싶다.. 당연히 나는 4장 그리스 정신의 정수 <일리아스>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읽다보니 나름 흥미로워서 첫 장으로 돌아가 계속 읽어내려갔다.. 특히 고대 그리스의 정치사, 특히 페르시아전쟁과 펠로폰네소스 전쟁에 관심이 많은 이라면, 5-7장을 먼저 읽어도 무방하다..역자가 말한 것처럼, 1951년에 출간된 책이다보니 시대에 뒤떨어진 장도 있다..

 

이 책을 흥미롭게 읽은 독자라면,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 그리고 만약 헤로도토스와 투키디데스 정도는 읽어보고 싶은 충동이 마음 한 구석에 싹틀지도 모르겠다-여러 문제들이 있다는 말이 들려오긴 하지만 그래도 그리스어 원전의 감성을 어느 정도 읽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천병희 선생의 번역본은 고마운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원전들에 대한 지식 없음이 이 책을 읽는데 커다란 장애가 되거나 하는 그런 일은 없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 책은 꽤 평이하다.. 정말 한 분야에 오랜 기간에 걸쳐 연구를 계속해 온 노교수가-한국대학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존재들이지만-, 일반 대중이나 학부생들을 상대로 하는 개론 강의를 듣는 듯한 느낌이다.. -그러고보니 얼마 전 읽었던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주인공, 문두스(Mundus), 그레고리우스가 강의를 한다면 이런 느낌일까..- 

 

분명 한 때 우리나라 독서계에 돌풍을 일으킨 <로마인이야기>보다는 훨씬 수준이 높은, '고급진' 이야기다.. 하지만 수준이 높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아니다.. 저자의 말처럼, 정말 우리는 그런 점에서는 고대 그리스보다 훨씬 퇴보한 사회에서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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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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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권도 더는 올려둘 수 없는 상태에 이르러서야 내 방의 침대 둘을 합쳐 그 위로 관 뚜껑처럼 닫집 형태의 선반을 짜 넣었고, 거기에 지난 삼십오 년 동안 찾아낸 2톤의 책을 쌓아두었다. 잠이 들면 끔찍한 악몽처럼 나를 짓눌러오는 책들이다..

 

 

요 며칠새, 이사를 위해 방에 있는 책짐들을 정리하고 있다. 그닥 커보이지 않는 우체국 4호박스에 책을 가득 넣으면 26-7kg이 족히 나간다는 사실을 깨닫고 깜짝 놀랐다.. 역시 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옛말이 전혀 틀리지 않다.. 물론 책장 서가의 주제별 분류에 맞춰 박스에 넣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일단 한 박스에 다 채워지는 경우가 드물고-대개 넘친다-, 또 4호박스 안에 여백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는 책의 크기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계산이 한층 복잡해진다..

연 2박 3일 동안 물론 중간에 밥을 먹기도 하고, 또 차를 마시기도 했지만, 풀타임으로 열심히 책짐을 싸다보니, 오늘 저녁 9시 반 기준으로 55개가 생겼다.. 앞으로도 어림잡아 10개 정도쯤이 남아 있는 듯하니, 65개.. 그러고보면 총무게가 2톤에 육박하고 있다..

 

보후밀씨의 말은 거짓이 아니다.. 그 정도 책짐을 싸고 있노라니 한숨과 동시에 왜 스스로 만든 지옥에서 헤매고 있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노마드로 살아야 했건만, 정주민 행세를 하며 살았던 지난날을 후회하며, 고행수련을 하듯 책짐을 싼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 알라딘 계정을 찾아보니 이 책은 2017년 2월에 구입한 책이다.. 책장에서 잠자고 있은지 11개월이 지났다.. 첫 2-3페이지를 읽다가 아.. 책중독자에 대한 책인가보다 하고 덮어버렸던 기억이 난다.. 금요일 밤 이 책을 읽는 이유는, 집으로 오는 길에 아직 박스 안에 들어가지 않은 책들 중에서 가장 얇은 책을 고르다가, 이 책이 손에 잡혔을 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책을 읽다보니, 글귀 한 구절 한 구절이 예사롭지 않았다.. 어쩌면 주인공이 하고 있는 작업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작업과 상당히 유사한 것 같다는 느낌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폐지를 압축하듯, 끊임없이 책들을 박스 안으로 감싸는 이 무의미한 중노동의 피로와 좌절감이 이 책을 계속 읽게 하는 이유인지도..

 

아직, 2장을 읽고 있는 중.. 육체적 피로와 동병상련의 공감, 이 둘 중의 승자가 오늘 밤 읽을 책의 페이지 수를 결정할 듯 싶다..

다만 아직은 후자가 조금 앞서고 있을 뿐..

 

 

나는 삼십오 년째 폐지를 꾸리고 있다. 그런데 이 일을 제대로 하려면 대학 교육을 받았거나 적어도 제대로 된 인문학 교육을 받았어야 하리라. 최적의 조건은 신학 학위가 아닐까 싶지만. 내 직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는 나선과 원이 상응하고, 프로그레수스 아드 푸투룸('근원으로의 전진')과 레그레수스 아드 오리기넴('미래로의 후퇴')이 뒤섞인다. 그 모두를 나는 강렬하게 체험한다.

안 돼, 넌 그럴 수 없어, 단 한 권의 책도 펼쳐볼 권리가 없어, 잔혹한 형리처럼 냉정해져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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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무선본)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 김영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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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의 출현을 다루는 1부와 농업혁명의 허구를 다룬 2부는 탁월하다. 평이한 문체로 대서사를 풀어내는 탁월함에 한 표. 하지만 역사시대를 다루는 3부 이후의 서사는 그다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며, 그래서 1, 2부에 비해 몰입도가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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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국가 느가라 - 19세기 발리의 정치체제를 통해서 본 권력의 본질
클리퍼드 기어츠 지음, 김용진 옮김 / 눌민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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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롭기로 소문난 책을 번역해낸 역자의 노고에 우선 경의를. 이제야 계속 오용되어온 극장국가라는 개념에 대해 조금 더 진지하게 내적으로 검토하면서, 베버적 권력이론에 대한 인류학자 기어츠의 (당대 신선했던?) 비판을 다시금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장이 열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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