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 - 현대문명이 잃어버린 생각하는 손
리차드 세넷 지음, 김홍식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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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전부터 읽기 시작하여, 오늘 오전까지 꼬박 하루에 걸쳐 <장인>을 읽다.. 

 

"스트라디바리 이야기 하려는 거 아냐."라는 선입견이 있었지만, 꼭 그런 이야기는 아니었던 것 같고..

그럼에도 이 이야기를 왜 (번역본으로) 무려 500페이지에 걸쳐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미국식 사회학 책에서 종종 나타나는 많은 에피소드들의 나열.. 아마 이 역시 '실용주의'적 전통일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등장하는 꽤 흥미로운 사유들이 이제 그만 책을 덮을까 하다가도 계속 읽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개인적으로는 7장 의식을 깨우는 도구들과 8장 저항과 모호가 나름 흥미로웠다는)..

 

흥미로운 것은 서론이 아니라 에필로그에서, 자신의 문제의식을 더욱 분명히 밝히고 있다는 점..  

특히, 아렌트의 "평범한 악"(banality of evil)에 대한 일종의 비판적 주석으로 판도라의 '아름다운 악'이라는 은유를 제시한 것은 무척 인상적이었고.. 그래서, 서론에서 아렌트 여사와의 만남을 굳이 강조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안 좋은 학점을 받았을까, 아니면 그녀의 노이로제에 질려버렸을까)..  

 

어쨌거나, 이 책이 대륙적 사유이자, 정치철학의 전통에 입각한 <인간의 조건>에 대한 미국식 실용주의의 반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문제의식을 제퍼슨적 민주주의의 전통.. 혹은 서부 개척이라는 자신들의 신화가 아닌, 정작 포드주의, 테일러주의의 본고장에서 장인이라는 굉장히 유럽적이어 보이는 집단의 노동에서 찾아내고 있는 것도 흥미로로웠다..

트라디바리 이야기 하려는 거 아냐."라는 선입견이 있었습니다만, 꼭 그런 이야기는 아니었던 것 같고.. 그럼에도 이 이야기를 왜 (번역본으로) 무려 500페이지에 걸쳐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미국식 사회학 책에서 종종 나타나는 많은 에피소드들의 나열.. 아마 이 역시 '실용주의'적 전통일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등장하는 꽤 흥미로운 사유들이 이제 그만 책을 덮을까 하다가도 계속 읽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했는데(개인적으로는 7장 의식을 깨우는 도구들과 8장 저항과 모호가 나름 흥미로웠다는), 역시 에필로그를 읽고나니, 세넷이 왜 이런 문제의식으로 책을 써내려갔는지가 조금 더 분명해졌다는(특이한 귀납적 구성), 그런 점에서 이 책을 추천했던 미독의 동기가 궁금해졌는데(왠지 '인류학적'인 것 같아서요.. 라고 말하면 안 될텐데), 저로서는 한나 아렌트의 "평범한 악"(banamlity of evil)에 대한 일종의 비판적 주석으로 판도라의 '아름다운 악'이라는 은유를 제시한 것이 인상적이었고, 또 어쨌거나 서론에서 아렌트 여사와의 만남을 굳이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안 좋은 학점을 받았을까, 아니면 그녀의 노이로제에 질려버렸을까), 이 책이 대륙적 사유인 <인간의 조건>에 대한 미국식 실용주의의 반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기도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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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7 이쿠미나
헨미 요 지음, 한승동 옮김 / 서커스(서커스출판상회)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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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번역되었다는 사실에 누구보다 기뻐했다. 지인들에게도 꼭 구해서 읽어볼 것을 권했다. 그런데 서문 첫 페이지에서 오타. 일본의 진주만 공습이 1941년 12월 8일이라는 것은 상식. 역주까지 달면서 1942년이라고 표기한 것은 역자의 실수인가, 출판사의 실수인가. 번역을 믿으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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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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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5년 전에 구입했던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을 꺼내어 읽다..

<1984>, <동물농장>, <카탈로니아 찬가>, <버마 시절>, <모든 예술은 프로파간다다>, <나는 왜 쓰는가>.. 책장에 꽂힌 오웰의 책 중에 아직 읽지 않은 두 권의 책 중 한 권..

 

내게, 오웰은 무엇보다 <카탈로니아 찬가>의 저자였다.. 유명세로 따진다면야 <1984>나 <동물농장>이 훨씬 유명하겠지만.. 20대 중반에 켄 로치의 <랜드 앤 프리덤>을 보고나서 한 동안 정신없이 스페인내전에 대한 책들을 골라 읽다가 눈에 띈 <카탈로니아 찬가>는 스페인 내전을 다룬 가장 성실하고 치열한, 그리고 무엇보다 객관적인 내적 기록이었다.. 내전이 한창이던 당시 스페인 사회의 슬라이드 영상을 영국의 노동조합 지부에서 상영하면서 "우리의 투쟁을 당신의 투쟁으로 만들라"면서 영국 노동자들의 동참을 요구하던 붉은 여단 장교, 그리고 참석자들 모두 <노파사란Nopasarán: 너희들(파시스트들)을 결코 통과시키지 않겠다>을 함께 외치며 회의를 마치는 도입부의 강렬한 이미지는 지금까지도 내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 슬라이드 필름들과 함께 흐르던 노래가 20세기 초 <인터내셔널가>보다 더 유명했던 <바리케이트를 향해A las Barricadas>라는 투쟁가였다는 것, 그리고 그 노래가 일제 강점기 우리 항일무장투쟁대원들이 <최후의 결전>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던 곡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한참 나중의 일이었다..

 

그리고나서 한참의 세월이 흐른 것 같다.. 얼마 전 이런저런 일로 규슈의 탄광지대를 돌아보게 되었다.. 이제는 모두 폐광이 되어버린 치쿠호 탄광, 미쓰이 미이케 탄광, 또 크고 작은 탄광들이 있었던 장소들을 걸어다니면서, 이상한 방식으로 기념공간이 되어버린 이 장소들에 다시 과거의 온전한 모습을 되찾아주기 위해서는 역시 이 탄광에서 일했던 광부들의 잊혀진 삶들에 빛을 비출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과거 이들의 삶을 기록했던 논픽션 다큐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역시 120여년이 넘는 탄광 역사를 가진 일본 사회는 그 환경이 가혹했던 만큼이나 당시 광부들의 삶을 추적한 훌륭한 논픽션이나 사진집들이 많이 있었다. 거기에 비한다면, 적어도 노동강도에서는 일본보다 훨씬 고되었을, 한국의 탄광에 대해서는 그런 지적 기록들을 찾아보기 너무 어렵다.. 그 이유는 글쓰는 인간들의 직무유기, 혹은 태만이었을까, 아니면 당대 한국사회에서는 글쓰는 인간들이 해야 할 훨씬 중요한 다른 일들이 많았기 때문일까.. 아무래도 전자일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을 꺼내 읽게 된 것도 그런 작업의 연장선이었다.. 처음 제목만 봤을 때는 부두 하역노동자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읽다보니 탄광이야기였다.. 그것도 실제 오웰 자신이 스스로 탄광촌에 들어가 직접 체험하고 관찰하고, 또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기록한 작품.. 가장 오래 된 탄광 개발 역사를 가진 나라에서, 그리고 가장 강력한 노동계급 문화 전통을 가진 사회에서, 부르주아 지식인계급 출신의 작가가 탄광 노동자들의 마을에 직접 들어가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썼던 한 장의 제목 그대로 "노동계급과 정말 가까워진다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라고 스스로 의심하면서, 일상적으로 그들을 대변하는 척 하는 설익은 좌파 지식인들의 태도를 경계하며, 그는 1936년이라는 비상시국에서 파시즘이라는 공통의 적에 맞서, 이 사회의 여러 세력들이 어떻게 '연합'을 만들어갈 것인가라는 어려운 과제에 착수했던 것이다.. 아마 이 주제는 다른 지면에서 좀 더 길게, 그리고 깊게 고찰해야 할 것 같다..

 

다만, 에피소드로 하나만 기록해두자면..<계급과 냄새>라는 주제에 대한 오웰의 탁월한 통찰이다.. 2020년 다시 화제가 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냄새', 즉 지하의 냄새이자 계급의 냄새에 대한 언급을 떠올리는 이들도 있겠지만, 계급문제라는 오래 된 사회과학적 물음에서 계급과 냄새는 이전부터 중요한 주제로 다루어져 온 듯하다.. 영화를 보면서는 피에르 부르디외의 <계급과 아비투스>를 떠올렸었는데, 직접적으로 계급과 냄새를 연관시키는 통찰은 오웰이 한 수 위인 듯 싶다..

 

여기서 우리는 서구 계급 차별 문제의 진짜 비밀과 맞닥뜨린다. 그것은 요즘에는 차마 발설하진 못하지만 내가 어릴 때만 해도 꽤 자유롭게 쓰곤 하던 섬뜩한 말 한 마디로 요약된다. "아랫것들은 냄새가 나"

그게 우리가 듣고 자란 말이다. "아랫것들은 냄새가 나." 그리고 여기서 우리는 넘을 수 없는 장벽과 마주친다. 어떤 호감도 혐오감도 '몸'으로 느끼는 것만큼 근본적일 수는 없다. 인종적 혐오, 종교적 적개심, 교육이나 기질이나 지성의 차이, 심지어 도덕률의 차이도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신체적인 반감은 극복 불능이다. 살인자나 남색자에겐 호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입냄새가 지지독한(상습적으로 그렇다는 뜻이다) 사람에겐 호감을 가질 수가 없다. ... 아주 어릴 때부터 노동 계급 사람의 신체에는 묘하게 역겨운 데가 있다는 믿음을 습득하게 되는데, 그러고나면 자기도 모르게 자기도 모르게 그런 사람 가까이 다가가기가 어려워진다. 길에서 덩치 큰 건설 인부가 곡괭이를 어깨에 걸치고 땀을 흘리며 걸어오는 모습을 봤다고 하자. 셔츠는 색이 바랬고, 코르덴 바지는 10년 묶은 때로 뻣뻣하다. 기름때 절은 상하 누더기 속에는 벌레가 우글거리고 속옷은 말도 못할 것이며, 맨 마지막에는 씻지 않아 온통 누런 몸뚱이가 베이컨 비슷한 악취를 풍기는 것 같다. 부랑자가 시궁창에서 장화 벗는 꼴을 봤다고 하자. 우욱! 부랑자라고 해서 제 발이 시커먼 걸 딱히 즐기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좀처럼 들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통찰력때문에 오웰의 글이 빛나는 것은 아니다..그런 통찰력은 심지어 섬머셋 모옴이나 혹은 다른 부르주아 작가들의 글에도 종종 엿보이는 것이니까.. 오웰의 태도가 갖는 훌륭함은 바로 그 냄새를.. 정상적인 부르주아라면 질겁을 하고 코를 쥐게 될 그 냄새를.. 부르주아들은 가끔씩 직접 맡아볼 의무가 있다고 지적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결코 문명화된 우리랑 다른 인간들이 아니며, 그들 역시 근대 세계 특유의 산물이라는 것, 그들을 만들어낸 문명을 받아들이면서 그들을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에 오웰은 한 마디 덧붙인다.. "가서 너무 오래 머무르지는 않는 게 낫다."라고..

 

그러고보니 봉준호 감독 역시 사회과학 전공이었으니.. 계급과 냄새라는 이 오래된 학문적 통찰에 어느 정도 빚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 식장에서 조지 오웰에게도 한번쯤 오마주를 바쳤다면, 그의 발언이 훨씬 빛나는 것이 되었을텐데.. 너무 뜬금없는 먹물의 생각일까..

 

 

이제 남은 한 권의 책은 <버마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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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부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6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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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세키의 작품에 별 넷을 주다니.. 하지만 규슈의 탄광들을 거닐다보니, 탄광은 소세키 역시 들어갈 수 없는 장벽이었음을 거듭 실감한다. 교양소설로서의 가치, 또 몇몇 잊을 수 없는 장면들도 있지만, ‘갱부‘의 삶이 갖는 리얼리티는 소세키에게도 버거운 것이었나보다. 물론 그 역시 고백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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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강제연행
도노무라 마사루 지음, 김철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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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위안부>를 낸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라 다소 의아.. 원본이 ‘신서‘라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분량이지만 강제연행에 대한 규정, 그리고 일본 제국주의의 노무정책에 대한 비판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역사의 피해자들에 대해 박유하씨가 이 정도의 공감능력만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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