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들, 하시죠?
나의 책동무, 글친구 님들...
올 여름에도 어김없이 무더위와 장마가 오는군요.
빗소리를 오랜만에 들어봅니다. 촤르르 자동차 한대가 지나가면서 물소리를 뿌리고 가네요.
저는 요즘 좋은 문장에 대한 압박, 의미 있는 서평, 감동 주는 사연, 적절한 보상과 기쁨,
이런 것들과 아주 멀어진 채, 책과 글과 되도록 멀리 떨어져 살고 있습니다.
몸으로 하는 일에 익숙해진지 꽤 시간이 흐른 듯 합니다. 그래서 각 잡고 글을 쓰는 것도 오랜만이네요.
책이라는 집안에 박혀 나오고 싶지 않았던 세월이 있었는데
그때 알게 된 것들이 있다면 세상에는 내가 읽는 책을 읽었거나 읽는 중이거나 앞으로 읽겠다는 사람들이
참 많더라는 것입니다. 그땐 1년에 단 한권의 책을 사지도 읽지도 않는 사람들은 대체 무엇을 하고 살까 생각이 있는 사람들인가 그런 생각을 하곤 했었습니다. 바로 그때 한심하다 여긴 사람들 중 한사람이 되어 일 년에 거의 손 꼽을 정도의 책을 사서 그중 또 기억나지 않을 만큼의 책만 읽으며
책 같은 건 개나줘라면서 스스로 책과의 이별을 지속시키곤 했습니다.
(다음의 책에 의하면 바빠서 책을 읽지 못하는게 아니라, 책을 읽을 마음이 없기 때문에 바쁘다 말하는거죠)
그러던 중 사람의 마음은 영원할 수 없으므로
갑자기 다시 서점을 기웃거리고 알라딘을 접속하다가 나도 모르게 장바구니를 클릭하고
몇시간 만에 책을 덮고 나서 이 책이 좋다며 지인에게 전달하는 제 모습을 보았어요.
누가 그랬던가. 어떤 여자 집에 갔는데 서재에 책 한권 없는 여자와는 섹스를 하지 말라고 유명한 작가가 그랬다죠.
집안에 책이 너무 많아 이사할 때 알라딘 중고 서점에 한 트럭 갖다주고 엿바꿔 먹듯 룰루랄라 한 게 다시 후회되네요.
그렇게 전달해준 책이 바로
<미움받을 용기>예요.
전에 같으면 밑줄 그은 구절들을 열심히 적어가며
그 문장들을 나름대로 재해석하고 의미 부여를 하고
나만의 또 다른 결론을 내고 하겠지만
글쎄, 이젠 그러고 싶지가 않네요. 그렇게 하고 싶어도 현재 제 수중엔 책이 없습니다.
이 책을 건네 받은 사람과 아까 통화를 했는데
다행히도 읽을 만하다(일년에 책 한권 안보는 사람입니다)는 군요.
이 책에서 가장 와 닿았던 내용은 경험 때문이 아니라 그 경험에 부여한 자신만의 의미가 결국 지금의 행복과 연결되어 있다는 부분입니다. 이 부분에서 저는 자연스레 불교를 떠올렸어요.
우리가 인생을 심각하게 사는 이유는 바로 내 자신, 내 인생에 너무나 큰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잖아요.
토끼나 고양이처럼, 태어났으니까 사는 것에 불과한데 인간만이 생에 의미를 부여하고 왜 사나, 어떻게 사나, 죽을 때까지 고민하는 것. 일은 되도 하는 것이고 안 되면 다른 일을 하면 되는 것인데, 꼭 잘되어야 한다고 집착하는 것.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에 집착하고 앞으로 오지도 않은 미래에 대한 망상으로 오늘을 망치는 일상. 그런 오늘의 반복으로 뭣 때문에 일을 하고 허겁지겁 사람을 만나고 돌아다니는지도 모르는 채 일주일, 한 달, 한 계절, 일 년을 보내고 다음해에 나이 먹었다 한탄하는 습식.
늘 지금, 여기를 살지 못하고 그때 거기나 다음 저기에 사는 우리들, 어쩌면 당신과 나를,
아주 아주 짜릿하게 돌아보게 하더군요.
저는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더불어 스님의 책도 한권 주문했습니다.
그건 오늘 아침에 문자로 전달되어 온 법문 한 구절 때문이었어요.
평온한가요?
지금 마음이 평온한가요?
불편한 마음은 어디서 올까요?
관계에서 불편한 마음이 온다면 내려놓으세요.
나로 말미암아 마음이 불편하다면 미안하다 말하세요.
한걸음 떨어져서 보면 편안해집니다.
넓은 바다를 생각하세요.
나는 강물에 불과합니다. <마음꽃을 줍다> 중에서
흘러가는 강물과 같은 내 마음.
생겨났다 사라지는 그 어떠한 감정도 통과시켜버리면 그만인 것을.
공교롭게도 두 책이 인간관계를 말하고 있어요.
이 이야기는 역으로 우리가 인간이고 나 아닌 인간들과 관계를 맺고 있다면 우리는 죽는 날까지
그로인한 불편함과 싸우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할테죠.
비오는 금요일, 주말을 앞두고 지금 내 마음이 불편한 이유는 무엇인가... 다시금 돌아보게 만드는 책들이네요.
어느 드라마에선 더 미안한 사람을 만나지 말라고 하던데
그건 잘못된 거 아닐까요. 미안하다면 미안하다고 말해야 하는거... 아닐까요.
미안해서 보지 않는 것보다는
미안하니까 얼굴보며 그 미안함 전하는거,
그 쪽이 더 마음 편한 일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