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단한 사람
요즘, 오디션 프로그램이 전성시대입니다. 안그래도 지난주에 방송된 ‘슈퍼스타 K3’는 아이와 함께 꼭 챙겨보기로 약속했죠. 개인적인 소견입니다만 짝퉁이라 불린 ‘위대한 탄생’보다 더 흥미롭다는 느낌입니다. 아무래도 케이블 방송의 자유스러움이 심사위원이나 참가자 모두에게 잇점이 되는 것 같아요. 시청률에 너무 욕심내는 몇몇 그림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감동과 자극을 주는 시간인 건 분명한 듯 합니다. 오디션 프로들을 보면서 느낀건데 우리들은 그들의 합격, 탈락의 여부보다는 독특한 사연, 드라마 같은 상황들에 현실의 아픔을 기대고 있는 건 아닐까 싶었습니다.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가 아니지만 우리와 같아 보이는 참가자들의 드라마에 중독되는 건 아니었을까.
그런데 참가자들을 보면 가끔 민망한 수준의 실력을 가지고도 꿈을 접기는 커녕 이곳저곳 오디션을 방황하는 것 같은 친구들을 봅니다. 꼭 연예인이 되고 싶은 열망은 누구보다 간절한 것 같은데 그 친구들 장기를 보고 나면 누가 좀 말려줄 사람은 없었는지 의문을 갖게 되요. 참가자의 여러 조건을 감안한다 해도 저 정도 실력이면 포기하는 게 맞다 싶은 사람들. 그런데 세상이 또 희안한 게 그런 사람들이 나중에 보란 듯이 성공을 하기도 하더라는 것입니다. 그때 찌질이라고 흉보았던 게 미안할 정도로 지금은 대스타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죠. 유재석만 해도 이십년 전엔 눈뜨고 보기 힘든 수준이었잖아요 ㅋ. 그런데 요즘 유재석은 단순히 예능 MC로서의 매력뿐만이 아니라 그냥 남성 연예인으로서도 섹슈얼리티를 어엿하게 갖추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청자들이 국민 MC에게 거는 기대에 맞추어 선한 이미지, 타인을 배려하는 심성같은 소양도 그를 말하는 경쟁력이 되었죠. 이제는 그가 길가다가 무심코 할머니의 짐을 들었다 해도 ‘역시, 유재석’이라는 기사가 메인으로 뜨게 됩니다. 한번 좋은 이미지를 얻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일단 성공하고 후광효과가 지속되는 시기엔 뭘해도 좋은 쪽으로 그를 보고 싶어지나 봅니다. 하지만 유재석도 잘 안 풀리고 무명일 때 내일은 뭐하지, 하면서 아침이 오는 게 싫었다고 하잖아요. 제 기억에도 친구 이휘재, 남희석, 선배 김용만, 박수홍이 잘 나갈 때 유재석은 주로 게임에서 두들겨 맞거나 물에 빠지거나 아니면 벌칙으로 특수분장을 하는 담당이었죠.(거의 신정환과도 비슷한) 그건 늦게 출발한 강호동도 마찬가지였는데 (이휘재, 신동엽이 실내에서 우아하게 방송할 때)야외에서 소리지르고 뛰어다니는 건 거의 유재석과 강호동의 몫이었어요. 그 지독한 세월이 그렇게 다져진 체력이 결국 지금의 ‘무한도전’과 ‘1박 2일’이 탄생되기 위한 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요즘 강호동, 한예슬 사태를 보면서 느낀 건 새삼 유재석이 대단하다는 생각이었어요. 제가 알기로 개그맨들은 가수, 탤런트, 영화배우와 달리 (공채출신)기수 서열이 엄격한 집단입니다. 어느 호텔에서 개그맨이 돌잔치를 하면 그날은 개그맨 선후배 친목회와 다름없습니다. 공채 개그맨들은 일단 희극이라는 연기가 되어야 하고 개인기 있거나 그냥 말 잘해서 웃기는 예능 MC와는 달리 자부심이 강한 편입니다. 이들은 철저히 밑바닥부터 연기를 배워왔고 벌레나 동물역에서부터 시작했어요. 웬만한 소품들은 직접 만들고 발명하면서 혹시 잘리더라도 무대디자인, 인테리어라도 할수 있을 정도였죠. 실제 개그맨들 중에는 연극영화과, 연극과 출신들이 많은 것으로 알아요. 이들은 이상하게도 못먹고 서러웠던 시절, 같이 월세방에서 아이디어 짜던 시절에 대한 육체적, 감성적 공유때문인지 의리가 강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유재석도 K본부 공채죠. 그러나 강호동은 그렇지 않아요. 스포츠라는 승부세계를 자신 정체성의 그 배경으로 합니다. 극단적인 비유겠지만 저는 찌질이로부터 출발했던 무한도전을 지금까지 그만두지 않았던 유재석을 무작정 ‘성실’에 가치를 둔 것이라면 정상에 있을 때 내려오겠다는 강호동은 새로운 승리를 위한 ‘도전’에 무게를 두는 쪽이라 생각합니다. 강호동은 유재석보다 야망이 많은 인물형이라는 것이죠. 저는 솔직히 아주 오래전부터 강호동보다는 유재석을 선호해온 시청자였는데 요즘 새롭게 발견한 사람이 있습니다. 새롭다고 하는게 미안해요. 거의 십년이 다 되어서 저는 그의 이름을 기억하기 시작했으니까요. 정말 제가 그동안 무심했구나 고개를 들지 못하도록 만든 사람이 있었어요.
#2. 웃기는 사람

그런데 정말 우연히도, 우연히도 친구가 이 책을 보내주었습니다. 왜 그 친구가 이 책을 저에게 보내주었는지는 묻지 않았어요.
청소년 소설이지만 많은 것을 생각게 하는 값진 작품을 만났습니다. 그래요, 이 책은 개그맨이 되고자 하는 어느 소년의 이야기였어요. 중학교 일학년 게리라는 소년이 주인공인데요.(런닝맨의 게리가 자꾸 생각나더군요 ㅋ) 스탠딩 코미디언이 꿈인 소년인데 학교에서 찌질이로 인식되어 그만 무얼해도 왕따를 당하는 캐릭터입니다. 공부에는 일찌감치 담을 쌓고 집에서 유머 시리즈만 불철주야 연구하는 친구죠. 그런데 그것이 거의 허무개그 수준이라 ‘웃기지도 않는’ 헛소리로 말입니다. 처음엔 저도 그렇게 받아들였습니다. 부모님도 무시하고 학교 친구는 말할 것도 없고, 선생님도 게리의 농담에 웃지를 않았답니다. 심지어는 자기 자신도 웃기지도 않은데 왜 웃길려고 할까, 고민에 빠지죠. 유일하게 재미나다 극찬을 하는 여자 친구가 있는데, 그녀는 연하의 천재소녀라네요. 크, 천재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천재만이 감동하는 유머라니 이 얼마나 희극적인가요.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장면입니다. 이 책은 이 마지막 신을 위해 달려온 코미디 같아요. 빵 ~ 터집니다. 그동안 숱하게 실패했고 구박당했고 무시당했고 그래서 울고도 웃었던 이야기, 때로는 어디서 들었고 그래서 외워두었던 모든 개그소재들이 하나의 공연으로 연출됩니다. 그런데 왜 저는 눈물이 나던지요. 게리가 교내 장기자랑 대회에 출연해 마지막 참가자로 공연을 하는 순간이었거든요. 게리는 과연 많은 친구들을 그렇게 비웃던 선생님, 부모님을 웃기는데 성공했을까요?
정말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감동의 휘날레입니다. 아니 그냥 나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 흐르더라구요. 장편이긴 한데 두시간이면 덮을 수 있는 분량입니다. 이 책을 꿈이 있긴 한데 재능도 있는 거 같긴 한데 심지어는 도전도 해보았긴 한데 늘 실패하고 그래서 포기하고 싶어하는 분들에게 감히, 권하고 싶습니다. 물론 저도 포함되어요. 출판사는 이 책이 꿈이라는 것에 냉소적인 청소년들에게 읽히길 바란다고 하더군요. 꿈에 냉소적인 게 어디 청소년뿐이겠어요. 어른이 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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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돌베게 출판사팀 블로그 / http://imdol79.blog.me/10113258146 >
편집자가 진솔하게 출판의도를 말하는 동영상을 허락받고 가져왔어요. 동영상 말미에 ‘연극이 끝나고 난 뒤’라는 노래가 흐르는데 그 노래를 듣자마자 또 울컥하더군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저는 책을 덮고 나니 김병만이 자꾸 생각나는 겁니다. 최근에 자서전을 냈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며칠 전 김연아의 아이스쇼를 보면서 저기에 김병만이 나와야 하는데, 이런 생각을 했었거든요. 저는 노래를 들으면서 책을 어제 주문했고 오늘 아침에 받아 오후에 다 읽어버렸습니다. 청승맞게 두어번 눈물까지 흘려가면서요.
저는 한권의 책이 한사람에 오는 일을 절대 그냥 넘기지 않는 쪽에 속해요. 어떤 책이 우연히 저를 찾아왔건 제가 무심코 집어들었건 저에겐 그 책이 바로 지금 꼭 필요했다고 믿는 주의랍니다. 예를 들어 제가 지금 몹시도 고기가 먹고 싶은 거라면 제 몸엔 단백질이라는 영양소가 필요한 것이었구나 생각하는 것처럼요. 책이 한가득 쌓여 있어도 분명 먼저 손이 가는 책이 있잖아요. 이 두 권의 책이 힘겨웠던 올 여름을 잘 마무리 하듯 제 마음을 다독여 주는 책이라 생각했어요. 다시 또 힘을 내자, 다시 걸어 보자, 이런 다짐을 하게 한다고 믿었어요.
인상깊었던 문장을 옮겨 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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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 한번 안했던 건 유머였기 때문이야. 유머! 인간의 가장 위대한 능력!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건 그 때문이야. 그래서 ‘유머’라고 하는 거라고.(‘humor'와 ’human'은 어원이 같다) 개가 언제 농담하는 것 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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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슈니츠베리라는 할머니가 게리에게 하는 말씀이어요. 개는 유머감각이 없기 때문에 농담을 하지 않는다구요. 그러니까 유머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게리는 아주 의미있는 일에 시간을 쏟는 거라고. 이 책의 제목이 이제야 왜 <개는 농담을 하지 않는다>인지 알 것 같았죠. 개 한 마리 안나오거든요 ㅋ
#3. 눈물 흘리는 사람

손등으로 눈을 한번 훔치고, 코를 한번 시원하게 풀고는 다시 라면을 집어 입에 넣는데 봇물이 터지듯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그리고 온몸이 덜덜 떨릴 정도로 감정을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났습니다. 라면 국물과 콧물이 입에 문 면발을 타고 턱으로 목으로 바지로 떨어져도 눈물을 닦을 생각도 못하고 오열했습니다.
저는 이 문장을 읽고는 같이 울었습니다. ㅠ.ㅠ
김병만은 알려졌듯이 수많은 오디션, 공채 시험, 대학시험에 떨어졌었죠. 사글세방, 옥탑방을 오랜 세월 전전긍긍하던 어느날, 세워놓은 거울에 신문을 깔고 라면을 먹는 자신의 모습이 비치더랍니다. 그날이 오디션에 떨어지고 며칠 후라는데 크게 실망없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앞길이 막막한 심정에 저렇게 울었다고 합니다. 용기가 없어 제대로 도전해보지도 못한 저였지만 라면 국물에 눈물이 떨어지는 날이 저도 있기는 했습니다. 희안한 건 꼭 라면 먹을 때 서러움이 겉잡을수 없이 밀려온다는 것인데 그래도 또 더 웃긴 건 그런 와중에도 마지막 국물 한 방울까지 훌훌 털어 넣는 다는 거예요. 포만감이라도 꾹꾹 채워 넣어야 살 수 있을 것 처럼요. 눈물 콧물 빠트린 라면을 먹어보지 못한 사람은 말도 꺼내지 마라, 뭐 이런.
저는 사실 달인코너를 즐겨봐 온 시청자는 아닙니다. 실컷 웃다가도 어떨 땐 슬랩스틱 코미디라 은근히 비하하기도 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개인기 위주의 말 잘하는 개그맨이 더 눈에 띄잖아요. 김병만의 일편단심 개인기는 큰 경쟁력이 없겠다 생각했답니다. 참. 이 책에는 김병만이 말 잘하는 예능인이 아닌 감동을 주는 희극배우가 되고 싶었던 마음을 차근차근 풀어 놓았어요. 저는 가수나 배우의 자서전보다는 개그맨의 자서전이 좋습니다. 몇년 전인가 박경림의 에세이도 그런 비슷한 느낌이었어요. 모두가 안될거라고 말했는데 자신의 치명적 단점을 극복하는 분들.
얼마 전에 채널을 돌리다가 ‘키스 앤 크라이’에서 채플린을 따라하는 그의 스케이팅 공연을 본 적 있어요. 모습은 웃겼지만 그의 눈빛이 어쩐지 짠하더라구요. 부상을 당했던거죠. 공연을 마치고 발목이 아프니까 서있지도 못하고 무릎을 꿇고 끝까지 연기인 척 하더라구요. 그 심정을 겪어본 김연아 선수가 울더군요. 그래도 이정도는 늘 있어 온 일이니 나 괜찮다, 하는 그 표정 잊지 못하겠어요. 책에 보니 발목을 다쳤지만 그럼 다음 주 쉬라고 할까봐 이를 악물고 참고 견딘 적이 한 두번이 아니더군요. 한 쪽 발목이 불안하니까 한동안 점프하고 착지할 때 다른 쪽을 썼대요. 그런데 그쪽도 아파서 어느날 병원에 갔더니 발목의 뼈가 두 쪽 다 부러진 채로 그것도 모르고 긴 세월 견뎌온 것이었대요. 그런데 수술을 하면 삼 개월 정도 다리를 쓰지 못하잖아요. 지금까지 수술을 안하고 버티고 있대요. 일을 쉬면 안된다구요. 언젠가 승승장구에 나온 그가 그랬어요. 아버지가 치매로 요양원에 계시고 동생, 누나 모두 형편이 안 좋고 자기가 쓰러지면 안된다구요. 그런 형편을 아는 동료, 후배들이 모두 이제는 김병만이 아이디어 짜고 연습할 때 다칠까봐 제일 걱정한다구요. 김병만은 그런 자신을 스스로 미련한 놈이라고 말해요. 동생처럼 살며시 어깨를 안아주고 싶었습니다 ㅠ.ㅠ
책에 보니 김병만의 코미디를 논문의 주제로 하신분의 평가가 있습디다. 김병만의 슬랩스틱을 이렇게 말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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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채플린’의 정교한 리듬과 타이밍의 절묘한 조화로 인해 생산되는 계산된 웃음과 ‘로완 앳킨슨’(미스터 빈)의 좌충우돌 사고뭉치 슬랩스틱, ‘배삼룡’ 선생님의 만담형태의 슬랩스틱, ‘심형래’ 선배님의 즉흥적이고 감각적인 슬랩스틱이 모아진 희극적인 바보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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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신지 참 잘 분석하셨네요. 그의 코미디를 보고 웃지 않고 운다는 이응진 PD는 ‘다른 곳으로부터 빛을 받아 그것을 반사해서 반짝이는’ 스타가 아니고 ‘스스로 발광하는 스타’라 말합니다. 모두가 ‘삶속에서 스스로 관찰하고 발안하고 학습하고 몸으로 작품을 빚어낸다’고요. 노력과 성실이라는 덕목으로 사람을 웃기기가 쉽지가 않잖아요. 관객들은 에피소드를 만들기 위해 밤새 흘렸을 땀과 눈물, 고통과 인내의 덩어리에 환호와 박수를 보내는 것이죠. 그가 말하네요. 달인도 언젠가는 끝나겠지만 그건 나도 모르겠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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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건 다 끝이 있으니까요. 구체적인 구상을 한 건 아니지만 만약 개그콘서트에서 ‘달인’코너를 마무리 한다면 평소처럼 할 거 같습니다. 만감이 교차하겠지만 무거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개그를 관두는게 아니잖아요. 다른 코미디를 또 계속 할거니까요. 다음 코너를 위해서 또 열심히 웃으며 달려가는 모습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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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극장 무대 뒤 보조석에서 연극이 끝나고 난 뒤 어둠과 정적과 고독과 그리고 엄청난 먼지와 함께 잠들었다는 그가 지금보다 더 엄청난 성공을 하길 바라요. 기어서 여기까지 왔다는 그가 이제는 훨훨 날아 달인적인 여유를 만끽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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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지는 못하지만 쉬지않고 계속 기어서 왔어. 한 순간에 확 뜨는 사람은 중간에 여유를 부릴수 있겠지. 나는 기어서라도 내 목표까지 가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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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농담을 하지 않는다>를 '얼간이'라고 할께요. <꿈이 있는 거북이는 지치지 않습니다>를 '거북이'로 부를께요. '얼간이'가 게리의 별명이라면 '거북이'는 김병만의 상징이어요. '얼간이'가 개그맨이 되고 싶은 한 소년의 성장과정이라면 '거북이'는 개그맨이 되어 가던 키 작은 청년의 도전과정이어요. '얼간이'는 소설적 허구인물이지만 '거북이'는 실제 인물이 자신을 말하네요. 두 사람에게 공통점이 있는데 코미디라는 꿈을 가졌다는 것 말구요. 꼭 언젠가 된다고 틀림없이 성공한다고 자신을 믿었대요. 한 명도 웃기지 못하더라도 그 한 명이라도 웃을 때까지 웃기고 싶었대요. 제게 그말은 한 명이라도 읽지 않더라도 그 한 명이 읽고서 감동할 때까지 쓰고 싶었다,로 들려요. 그러니까 누구나 아직 성공하지 못했을땐 자신이 한심한 '얼간이'고 또 누구보다 느려터진 '거북이'가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얼간이처럼 웃기는 사람, 거북이처럼 울게 하는 사람이 마지막엔 대단한 사람이 되는거 같아요. 처음부터 대단한 사람이 되겠다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는 거여요. 그들이 얼간이고 거북이인게 오늘 제 서늘한 가슴을 벅차게 달랩니다.
저는 요즘 마음이 조금 급해지려고 해요. 바로 가을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죠. 추석지나면 금방 연말로 달려가는 것 같아서요. 오늘 아침만 해도 찬바람이 살짝 스쳐 지나가던걸요. 이번 가을엔 지난 여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자책하고 싶지 않아요. 슬퍼하고 싶지 않아요. 조금 늦었지만 한발 한발 거북이처럼 변함없이 기어가보려구요. 특별한 방법은 없는거 같아요. 그냥 얼간이처럼, 거북이처럼 다만, 꿈을 놓지 않고 계획대로 다가가는 것.
혹시 당신도 나와 같이 얼간이로서 거북이가 되어 줄 수 있나요?
같이...갈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