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평을 어떻게 써야 할까 생각을 정리중이다. 정확히는 어떤 서평이 '좋은 서평'일까라고 말하고 싶다.

우연히 알라딘 인문 MD 서재에 실린, <인터뷰> ‘서평계의 두 고수 고명섭기자와 로쟈 이현우를 함께 만나다’ (http://blog.aladin.co.kr/bookeditor/4786365) 라는 글을 보았다. 마지막에 좋은 서평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로쟈님의 견해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이현우 : 저는 좋은 서평의 조건보다는 효과 면에서 말씀을 드릴게요. 저는 어떤 책을 안 읽도록 설득해주는 서평이 제일 좋아요. 돈과 시간을 절약하게 하거든요. 별 하나짜리 서평을 설득력 있게 쓰는 거죠. 본인은 불만이겠지만 다른 많은 이들에게는 유익하니까요. 별 다섯 개짜리 서평보다 오히려 하나짜리 좋은 서평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아마존에서 서평을 볼 때 별 하나짜리와 다섯 개짜리를 보는데, 하나짜리도 짧은 거는 특별히 새길 게 없어요. 그런데 길게 차근차근 왜 이 책이 별 하나인가를 알려주는 서평은 좋은 글이라고 생각해요. 그 다음으로 좋은 서평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야 한다고 설득하는 서평. 돈과 시간을 요구하는 서평이죠. (웃음) 사서 꽂아두기라고 해야겠다는 마음을 부추기는 글 말이에요. 세 번째는 잘 정리해주는 서평인데, 살 수도 있고 안 살 수도 있지만 읽은 척할 수 있게 해주는 서평이죠. 어디 가서 한 마디 던질 수 있는 서평이요. 고명섭 선생님께서 이런 서평을 많이 써주시죠.


자연 내 서평은 어디에 속할까를 갸우뚱해보고 나는 1. 어떤 책을 안 읽도록 설득해주는 서평 2. 이 책을 꼭 읽어야 한다고 설득하는 서평 3. 잘 정리해서 읽은 척 할 수 있게 해주는 서평 中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나는 여지껏 좋은 서평을 쓰려고 노력해 왔다기 보다는 그냥 좋은 글을 쓰려고 안간힘을 써오지 않았나 싶은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하다 보니 확실히 꼭 일년 전의 내 서평보다는 지금의 서평이 발전을 이룬 것은 확실하다. 그런데 과연 내 서평이 좋은 서평인 것인가, 하는 부분에서는 주저하게 된다.

그런 생각을 하던 와중에 <니체의 말>에 가슴을 때리는 문장을 만났다.

해석의 딜레마
모든 일은 어떻게든 해석이 가능하다. ..... 그러나 어떤 식으로든 해석을 하는 순간부터는 그 해석속에 자신을 밀어 넣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결국 해석에 사로잡히고, 그 해석이 나올 수 있는 시점에서만 사물을 보게 된다. 요컨대 해석 또는 해석에 기인한 가치 판단이 자신을 옴짝 달싹 못하도록 옭아매는 것이다. 그러나 해석하지 않고서는 상황을 정리할 수가 없다. 여기에 인생을 해석한다는 것의 딜레마가 있다. - 농담, 음모 그리고 복수 中

정확한 이유에 근접하지 못하고 있던 갑갑함을 시원하게 뚫어주던 한 구절, ‘해석 또는 해석에 기인한 가치 판단이 자신을 옴짝 달싹 못하도록 옭아매는 것’ 에서 나는 좀처럼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다. 어떨 땐 어쩌다 (큰 고민없이)시작된 해석의 틀에서, 주어진 분석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그대로 침몰한 채로 글을 마감하곤 했던 것. 혹시 나는 깊숙하게 해석한 것이 좋은 서평의 토대라고 믿어온 것은 아닐까.

나는 솔직히 지나간 내 서평은 다시 쳐다보지도 않는다. 길고 지루하고 해석은 또 얼마나 세세한지 다시 읽으면 깨끗이 삭제하고 싶어 질까봐 그냥 모아두는 편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다수 리뷰대회 수상이나 온라인 서점에서 선정하는 이달의, 이주의 리뷰같은 행운은 거의 성실성(?)과 분량, 그리고 잘 써보겠다는 의지(?)가 반이상이었다고 느껴진다. 그동안 새롭고 창의적인 해석이라기 보다는 그저 주어진 책 자체에 종합적인 분석을 해온 내 경우, 적어도 이 사람이 책은 꼼꼼하게 읽었구나, 하는 태도 하나는 어필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이 성실성과 태도, 혹은 기교만 늘어가는 필력들만으로는 좋은 서평이 되기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좋은 서평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고명섭 기자와 로쟈 이현우님처럼 전문적으로 서평을 쓰고 그 서평이 영향력을 미치는 분들이 아니더라도 나는 드디어 ‘좋은 서평’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 것이다.(놀랍다 놀라워) 그런데 분명한 답이 있을 것 같은 질문이 외려 ‘좋은 사람’이라는 기준처럼 더 애매하고 어렵다. ‘안 좋은’ 서평은 알 것도 같은데 말이다. 세상에 책 많이 읽은 사람, 글 잘쓰는 사람은 너무도 많은데 책 많이 읽었다고 글 잘 쓴다고 꼭 서평을 잘 쓰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책 많이 읽고 글을 잘 쓰면 서평을 잘 쓸 기본이 되어 있지 않을까. 서평을 자꾸 쓰다보면 결국 서평이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지만, 어쩐지 서평은 쓸수록 어려워진다. 그런면에서 거침없이 휘갈겨온 지난 일년이 그립다 그리워!)

 

 

<내가 생각하는 ‘안 좋은’ 서평>


1. copy & paste & transform

- 신문기사, 백과사전, 기존의 책 인용이 과도하게 사용된 경우-어디까지가 기사이고 어디서부터 의견인지 구분이 안 가므로 언뜻 보기에 굉장히 유식해 보인다는 가시적 효과는 발생한다.(주로 라틴어 어원, 그리스 신화, 기호및 사회학 용어, 신종언어의 인용도 포함-물론 나도 포함, 내 이웃님들은 절대 오해를 하시면 안됨. 어디까지나 '과도'하게 의지할 경우임)

- 처음엔 객관적 사실 인용에서 시작해 마치 자신의 견해인듯 변형하는 행위-기사를 가져와 사건이나 현상에 대한 환기를 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매번 유사하거나 반박하는 결론으로 매듭지어 또 다른 새로운 기사를 만드는 행위. 결론이 기사를 통해 사유한 것이 아니라 교묘하게 기존내용에 업어가는 습관을 형성하므로 기사없이는 절대 서평을 쓸 수 없다.

2. 작위적인 개인경험

- 소설의 내용과 비슷한 개인의 경험을 그럴듯하게 과장 및 2차 주형(사실의 여부와 상관없이)- 이 경우는 리뷰대회 접수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서평의 첫 시작일 경우가 많다. 극적인 個人史는 분명 글로써 임팩트한 매력을 제공하기 마련이므로. 나 역시도 나도 모르게 이런 방법을 자주 사용해왔다. 이른바 리뷰의 소설화 ! 지난 일년 간의 경험상 이 방법은 잘만 활용하면 거의 수상권에 안착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번 맛들이면 극적인 개인경험의 시나리오에서 절대 헤어 나오지 못한다. 다시 말해 내 인생에서 누구하나 죽었거나 다리가 부러지지 않고는 이야기의 시작을 할 수가 없다. 정말로 소설과 똑같은 일이 내게 벌어졌을 수도 있지만 매번 이런 방식의 구라로(우연히 꼭 같은 경험-그러므로 공감백배-절대 잊지 못함) 서평을 완성하면 극적인 個人史 없이는 어떤 서평도 완성할 수가 없다. 언제나 미완성인 느낌이 드는 것이다.

대부분 개인사의 감동적인 주형은 어느 정도 필력이 있는 서평자들이 꺼내드는 카드일 경우가 많다. (또 출판사에서는 대부분 이런 서평을 선호한다) 그리고 좋은 글, 감동을 선사하는 글이 될 확률이 높다.(하필 그 소설의 주인공처럼 나도 도둑질을 했다니까) 그런데 대회같은 가시적인 표식을 배제하면 과연 좋은 서평인가는 모르겠다. 앞으로 스스로 지양하고 싶은 방법이다.

3. 화제만을 유도하는 전략적 수사

- 가령 지금 세간에 유행하는 어떤 책이나 어떤 현상이 있다고 치자. 어떤 책의 서평을 쓸때 당연히 지금 주요이슈인 사회문제나 트렌드를 떠올리게 되며 그것에 비추어 내 사고를 정리하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꼭 별 상관없어 보이는 ‘신정아’나 ‘고현정’을 들먹이며 단순화제성으로 갖다 붙이는 사람들이 있다. (끝까지 읽어보면 해당책의 서평이 아니라 신정아 비판이다. 헐) 깊이있는 서평이라야만 좋은 서평인 것은 아니다. 나조차도 서평엄숙주의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치는 중이니까. 그런데 제발, 그 이야기 하고 싶으면 그 책의 서평을 쓰는 게 어떤가. 자신은 그런(?) 책들에 관심없는 사람이므로 그 책은 사지도 않는 사람이지만 이말 만은 꼭 하고 싶다며 신랄한 비판을 하는 대상이 왜 절대 그녀의 책은 아닌 것인지.

4. 논리의 전개가 퍽이나 주관적인 비판

- 내가 감동받은 책이 또 다른 서평자의 입장에선 정말 실망일 수가 있다. 소설의 경우 특히 그러하다. 그런데 자기 맘에 안 들면 꽝이고 들었으면 훌륭하다 식의 비판을 ‘그냥’ 이 한마디로 밀고 나가는 것은 곤란하지 않은가. 물론, 대부분의 알라딘 서평자들은 논리의 아름다움을 중요시 하는 분들이므로 이런 분들은 거의 없다고 보고 싶지만 간혹 알려진 서평자들도 자세한 이유를 들지 않고 ‘실망이다’, ‘수준이하다’ 식의 간단명료한 글을 올린 것을 본 적이 있다.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는 강박, 나는 솔직한 서평자라는 자부심, 솔직한 글에 대한 열렬한 지지등의 여러 이유로 한번 잡은 방향이 여지를 주지 않고 뻗어나가는 경우가 있다. (시원하게 솔직한 글일수록 추천은 늘어난다. ㅋ ) 하지만 니체 식으로 말하면 솔직이라는 해석의 딜레마에 빠져 그 안에서 꼼짝없이 갇혀버린 것이다.

이럴때 나는 흔들린다. 거짓인 서평은 ‘안 좋은’ 서평인 것이 맞으나 솔직한 서평은 ‘좋은’ 서평인가, 하고 말이다.


그야말로 두서없이 생각나는 것만 적어보았다. (원래 안좋은 거 말하기는 좋은 거 말하기 보다 훨씬 쉽다 ㅋ) 

이제 좋은 서평을 정리할 차례이다. 하지만 난 아직 그럴싸한 답을 정리하기 어렵다. 로쟈님과 고명섭 기자처럼 답할 수 있다면 좋겠다. 내게도 그런 날이 올까? 좋은 서평은 말이죠, 결국 자기 맘에 드는 서평이 아닐까요? 자기 완성도에 다다른 것인지는 자신만이 알잖아요. 혹은 좋은 서평이라는 게 말이죠,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에게도 이 책이 이런 책이구나 깨닫게 해주는 서평 아닐까요? 뭐 이런 식의.  

 

그런데 꼭 좋은 서평을 써야하나요?  

누구를 위해 좋은 서평은 존재하는가,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출판사? 작가? 독자? 평론가?  아님, 서평자 자신?

결국 책좀 읽고 글좀 쓰는 분들이군요 ! 

흑, 그럼 좋은 서평은 적어도 서평을 읽어줄만한 사람들을 위한 글인 건가요?
그렇담, 굳이 (지들끼리 ㅋ)좋은 서평이 반드시 필요한 것인가, 하는 회의가....그래도 서평없이는 상황을 정리할수 없으니, 여기에 서평의 딜레마가 존재하네요, 니체는 천재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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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11-05-15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놀랍다 놀라워"에 하이파이브를 하고픈 심정입니다. 저같은 경우는 내주제에 무슨 서평(책에 대한 평가)이냐 싶어서 '리뷰'라는 말을 더 선호하는데요. 저의 사라져가는 기억을 되살리는데도 유용하고 그 내용울 참고하거나구매여부는 제글을 읽는분들에게 판단하도록 맡겨두고 싶어서에요. 꼭 이것이 지켜지는건 아니지만 도움은 되는듯해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한사람 2011-05-15 13:40   좋아요 0 | URL

그렇죠 !! 제 자신도 이런 생각을 하게되다니 말입니다.
반딧불이님 말씀보고 언젠가 의아하게 생각된 -유사하게 사용되는- '리뷰'와 '서평' 그리고 '독후감'의 차이를 생각해봅니다.
리뷰의 (국어)사전적 의미는 '전체를 대강 살펴보거나 중요한 내용이나 줄거리를 대강 추려 냄'이라고 하는군요. 하지만 방송용어로는 '영화, 라디오, TV, 연기자에 대한 비평'이라는 뜻이 존재한다는군요
그러니까 책을 리뷰하는 리뷰어는 서평자와 동의어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대부분 출판사에는 '서평'대회보다는 '리뷰'대회라고 칭하죠
'평가'보다는 '다시보기' 하는 아마추어리즘을 더 강조하기 위한 것일까 싶기도 하고...

제가 얼마전, 서평단과 평가단은 역할이 틀린 것이라는 내용을 리뷰에 삽입한 적이 있는데,
저는 사실 리뷰와 서평은 같은 것이라고 여겼거든요^^
독후감이라고 하면 '평가'보다 '감상'이 위주가 되는 글이라 생각했구요...

하지만, 반딧불이님 처럼 '리뷰'가 '서평'보다는 덜 무겁게 느껴진다는 생각,
듣고보니 깨닫게 됩니다.





마녀고양이 2011-05-15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여, 어려운 서평은 일단 on,no! 랍니다.
수사적인 문구, 현학적인 문구, 너무나 전문적인 문구들 있잖아요. 그리고 언어를 위한 언어도 어렵더라구요.
물론 서너번 되씹어도 고소한 맛이 나는 글이 좋긴 하지만,
그래도 그럴듯하기만 하고 읽어도 핵심이 무엇인지 잡아낼 수 없는 서평은 힘들구요.

요즘은 서평이나 리뷰보다는, 이런 블러그를 통한 자신만의 재해석이라는 새로운 차원이 있다네요.
즉 책 리뷰 같지만, 그를 통하여 새로운 어떤 것을 만들어내는 작업이라던데요.
멋진 서재를 보면 그런 말에도 동감하게 됩니다,, 끄덕끄덕.

참, 좋은 글이네요.

한사람 2011-05-15 17:07   좋아요 0 | URL

맞아요, 일단 어려운 용어들이 많으면 서평을 끝까지 읽기도 힘들죠^^
그런데 요즘은 이런 생각도 들어요, 그런 분들은 외려 쉽게 쓰기가 더 어려운 것은 아닐까..하고요
이건 글을 잘쓰는 것과는 다른 문제인데, 원래부터 글쓰기 방법으로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는 방식이 자기 방식이 되어버린 것이죠. 어떤 분들은 남에게 보이기 위한글이나 대회용으로 접수한 글이 아니더라도
아주 오래전부터 교양있는 문체와 해박한 지식, 현학적인 용어들로 리뷰를 완성하시더라는 거죠.
즉, 아는 만큼, 읽은 만큼 토해내는 것이라는 느낌이 드는 분들, 분명히 본받고 싶더라구요
(원래 그날 하루 멋낸 사람이랑 쭈욱 그렇게 멋내온 사람이랑 틀려보이듯이요 ㅋㅋ)

그리고 '블로그를 통한 자신만의 재해석'이 아주 맘에 드는 분야로 생각되요
잠시 마녀고양이님 서재에 다녀왔는데..어쩌면 마녀고양이 님이 작성하시는 방법이 그런게 아닌가 싶었답니다..

서평을 좀 써왔다 생각을 해서 그런지 요즘, 여러 생각이 드네요^^

stella.K 2011-05-15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사람님 글 읽으니 약간 뜨끔하기도 하고, 그러네요.
제 글을 두고 하신 말씀 같아서.
그런데, 전 이즈음 서평이든, 리뷰든 목숨걸지 말자는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바로 말씀하신, 각종 리뷰대회, 이주의 당선작이 어느 정도까지는 사람들에게
쓰는 것을 독려하지만, 그 이상을 넘어가면 변질되어 버린다는 거죠.
물론 한사람님의 이런 고민들이 좋아 보이기는 하지만,
저는 이즈음, 무슨 정신으로 리뷰대회를 열고, 매주, 또는 매월 리뷰 당선작을 뽑느냐고
주최자들에게 묻고 싶어집니다.

이건 약간 주제를 벗어나는지도 모르겠는데, 타 매체는 제가 관심이 없어 잘 모르겠고,
알라딘만 보더라도 이달의 당선작으로 변환한 뒤 그 변질의 정도는 이전보다 더 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알라딘으로선 퀄리티를 높이기 위한 거라고 하지만, 그 전에 한사람님 만큼이나 좋은 리뷰는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하고 뽑는지? 그걸 묻고 싶어졌습니다.
처음 저도 적립금 받을 요량으로 안 쓰던 감상문인지, 리뷰인지 모를 글을 썼고, 지금도 쓰고 있는데
요즘엔 이게 자꾸 발목을 잡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적어도, 저는 뭐가 좋은 리뷰냐 보단 조금 더 자유로운 내 글을 쓸 수 있어야 하고 그게 공감도 얻고 당선도 되고 그러면 좋겠는데, 그러기 전에 자꾸만 뭔가에 신경을 쓴다는 거죠.
어떻게 하면 규격에 맞는 글을 써서 적립금을 받아 볼까?
추천 못 받으면 괜히 비교당하는 것 같아 위축되고, 당선작 축에도 못들면
열등해져 버리는 것 같고. 점점 통속적이 되간다는 느낌.
무엇보다 내 글이 적립금 하나로 가치가 평가되는 걸 정말로 정당하다고 생각하는가?
그 보다 못하거나, 아니면 더 가치가 있거나, 둘중의 하나 아니겠습니까?
암튼 여러모로 고민이 많습니다.
이 얘기 한사람님 서재에 다 쏟아 놓을 건 아닌데, 또 말이 길어졌네요.
좀 더 정리한 다음 나중에 제 서재에 따로 올려보던가 그러겠습니다. 미안해요.ㅠ

한사람 2011-05-15 17:19   좋아요 0 | URL

에고...전혀 아니어요~(오해들 하실까봐 제 이웃님들이 아니라고 사족을 붙였는데 ㅠ.ㅠ)
스텔라님의 서평에서 위의 사항에 해당되는 경우를 느껴 본 적은 없으니까요
그리고 우리들 서평자 모두는 위의 방식에서 결코 자유롭지가 못하죠..
다들 자신들도 모르게 해온 습관이고 또 별 문제를 못느끼는 글쓰기 방법인걸요
다만 좋은 서평, 안 좋은 서평이라고 구분 짓는다면 퍼뜩 떠오른 안 좋은 서평이라는 생각으로 쓴 글이랍니다^^(안 좋은 방법을 빼고 나면 좋은 방법이 남겠지 식으로요)

그리고 알라딘의 이달의 당선작에 대한 생각은...
저는 사실, 스텔라님만큼 그 문제를 생각해본적은 없어요..
온라인 서점에서 선정하는 리뷰들은 솔직히 어떤 공신력있는 기준에 대한 결과라기 보다는
회원의 충성도에 대한 격려나 신규회원의 확장을 위한 방편, 신간및 구간 판매량에의 제고등과 연관된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뽑혀도 안뽑혀도 크게 갸우뚱거리며 생각을 안해봤는데..

어떤 리뷰가 선정 될 만한 '좋은 리뷰'인지 당선작에 대한 기준에 대한 문제는
순전 온라인 서점의 권한이 아닐까요 ㅠ.ㅠ
어떠한 선정될만한 규격에 맞는 글이 따로 있다는 생각은 안해봤습니다..

그저 자주 보이는 분들이(?) 자주 선정되는구나, 정도로 밖에....

이 부분은 나중에 스텔라님의 제기하시는 글을 보고 더 생각해볼께요^^

네오 2011-05-16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성하게 하는 글이었고 동감하는 글이었습니다. 사실 근래에 들어와서 책에 대한 '리뷰'쓰기가 어려워 근심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한마디로 독서가 재미없어졌으며 활자가 아니 이미지(트위터,페이스북)로만 감각의 수용이 작용하니 이제는 깊고 사유하는 글이 싫어지더군요~ 신속하고 재빠른 접속의 속도에 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시간을 활용하면서 책을 접한다는 행위는 이제는 불필요한 행동이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하고 있습니다. 저또한 '어렵고' '현학적인' 글들을 좋아하지만 나중에는 저의 머리속에는 텅빈여백처럼 오랜기억을 가지고 그 활자들을 재생산이 수월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점이다. 유홍준 교수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지금 읽고 있는데 좋은 글은 역시 쉽고 재미있는 글인것 같습니다^^ 그리고 로자의 글을 인용하시며 왜 이책을 읽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리뷰의 효과를 언급하셨는데 그러면 그 나쁜책에 접근해야하는데 무엇인가의 선행과정이 용이하게 이뤄져야 겠지요? 한번 건드려보고 싶은 영역이네요~

한사람 2011-05-15 23:38   좋아요 0 | URL

저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하지 않아서 재빠른 속도의 시대를 실감하지는 못하는 경우랍니다
어떤 매체가 새롭게 등장하고 그것을 운용하는 유틸리티가 보편화되면 분명 주어진 시스템에 적응하고 그것에 매달리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해 아직도 허벅지 누르며 꾸욱 참고 있어요 ㅋ
우리 사회는 새로운 매체의 사용을 거의 폭력적으로 종용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네오님의 서평을 보고 전공과 지식을 바탕으로한 해석툴이 부럽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마치 논문쓰던 시절로 돌아가는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주제넘지만, 그 현학적인 데이터들로 귀결되는 결론부에 조금만 더 감성이 보태어 진다면 하는 생각 ㅋㅋ 을 한 적이 있어요^^

이 책이 왜 별하나 인지를 알려주는 서평을 설득력있게 쓰는 것은 결국
논리적 비판의 결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자신만의 논리는 오랜 독서와 사유의 힘에서 나올테구요

그런데, 저도 얼마전 그런 리뷰를 나름대로 써본적이 있는데
사람도 모든 면이 별하나 이지 않듯이 책도 분명, 모든 점이 별 하나인 책은 역으로 불가능하지 않나 싶어집니다. 그러기 참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찬찬히 뜯어보면 그래도 좋은 구석이 있기 마련 아닐까요. 그래서 저는 다 뜯어보았는데 그래도 별 하나이다라는 책일거라면 애초부터 읽게되지 않을 확률이 많다는 생각이 드네요...만약 우연히라도 그런 책을 읽고 별 하나의 완벽한 논리를 만들어야 한다면 그것은 필히, 리포트이거나 숙제, 혹은 의무가 아니었을지요 ㅋㅋ

穀雨(곡우) 2011-05-16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위적인 서평에서 크게 공감...^^ 누구 하나 다리 부러져야 한다는...ㅎㅎㅎ
서평이 주관적 사유가 바탕이 됨은 불가피하겠지만 저 같은 경우, 너무 사변적이거나 감상적으로 흐르려고
해서 늘 고민입니다. 게다가 전문비평가가 아님에도 지식의 섣부른 남용이 무엇보다 더 큰 고민....

그런데 글이라는 게 자꾸 쓰고 끼적이다 보니 생각의 그릇을 확장시켜 주는 것은 사실이더군요. 머릿속
생각으로만 머물던 고리들이 문장과 문장을 이어주는 어휘의 선택, 내용의 연결은 분석으로 이어지게
되고 결국 생각을 거르는 거름망처럼 작용하더라는 말이지요.

물론 글 깨나 쓴다는 분들 앞에 비하면 맹물에 불과하지만 말입니다.

한사람 2011-05-16 15:46   좋아요 0 | URL

곡우님...제가 아는 곡우님도 글깨나 쓴다는 분들에 속합니다 !!!

제가 느꼈던 곡우님의 서평은 '지식의 남용'이라기 보다는 '지식의 용해'였어요.
감상적이라기 보다는 감성의 절제였구요
사실, 이렇게 서로를 칭찬해도 자기가 부족한 것은 자신이 제일 잘알고 또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은 남들이 부러워 해도 크게 위로가 되지 못하죠 ㅋ

하지만, 곡우님이 이미 알고 계신 다양한 지식이 분명 곡우님의 머리와 가슴을 관통한 후
곡우님만이 할 수 있는 해석과 감상으로 깔끔하게 정리되었다는 느낌만은 기억합니다^^

작위적인 서평이 되는 이유는 아마도 더 잘 써보고 싶은 욕망때문일 터 인데,
저는 지난 일년간 이 작위적인 서평을 실컷 원없이 써보았기에 이제서야 이런 말을 할 수 있는거 같아요 ~(누구보다도 서평으로 소설써온 일인이지요 ㅋ)






가연 2011-05-21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글 좋네요. 오랜만에 들렀습니다ㅠ 뭐라고 더하거나 뺄 말이 없네요. 무엇보다도 마지막 문단에 고개를 끄덕입니다ㅠㅠㅠㅠㅠ 정말 좋은 서평은 그 서평을 읽어줄 사람을 위한 건가요ㅠㅠ 무슨 형가와 고점리도 아니고.. 지들끼리 글 쓰는 건데ㅠㅠㅠ 그래서 항상 글을 쓸 때 고민을 하게 되더군요.. 물론 별로 많은 글을 끄적이지도 않았었지만ㅠㅠ

한사람 2011-05-21 14:56   좋아요 0 | URL

으흑...저는 글 잘썼다는 말도 감사하지만
글 좋다고 하시면 감동먹어요^^
글 좋다고 말하는 거 정말 맘에 들어서 좋아야 말한다는거..알거든요..

요즘은 4분의 3서평을 써볼까 생각해요
너무 완벽하려 애쓰지 않고 조금 남겨두는 식으로요

가연님은 어쩐지 바쁘신 분같아요...그냥 그런 느낌이 들어요...
주말이 여유로우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