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창비 리뷰 대회 택배가 왔다는 뉘우스를 듣고 집으로 거의 날아오다 시피 튀었습니다.

발걸음도 경쾌한 나의 불금 퇴근길.


폴스태프님의 쐬주 한 사발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서얼마아~하는 뭐 그런 기대감.


그리고 랜덤 픽이라는 기대감.


상자 언박싱부터 들어갑니다. 사이즈는 45cm X 32cm 정도입니다.



아악, 나의 님은 그렇게 가버렸습니다.


뒤도 돌아보지도 않은 채.


일말의 기대는 그대로 안드로메다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랜덤이 아니었나 봅니다.


그냥 모두 다 똑같은 책들.


* 나중에 덧붙인 글입니다.


그런데 가만 보면 표지 2/3 지점부터 변색된 것이 보이지요.


폴스태프님의 책들과 동일하네요. 그리하야 빈티지한 스타일인가 싶어 창비세문 다른 책들을 보니 이런 현상이 없더군요.



그나마 책읽는당의 선물들로

위로를 해보렵니다.


차고 넘치는 에코백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섯 자루인가의 연필과.

저는 4B만 쓰는데 아마 그럴 일은

없겠죠.



밥이나 묵어야겠습니다.


* 심지어 이반 일리치는 6년 전에 산 책이네요...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coolcat329 2020-05-22 19: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럴수가요! ㅠㅠ랜덤이 아니에요

레삭매냐 2020-05-22 19:52   좋아요 1 | URL
출판사의 멋진 마케팅 승리라고 부르고 싶네요 ㅠ

과연 다른 분들도 같은 책들을 받았는지
궁금하군요.

Falstaff 2020-05-22 20: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으아아아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ㄱㄱㄱㄱㅋ
이 정도면 창고 떨이 수준이네요. 한 권 정도는 바뀔 줄 알았는데.... 흑흑흑.....
하여간 1차로 받으신 분들은 이 수준일 거 같고요,
그래서 1차로 받은 사람들이 열심히 짖어야 2차로 받는 분들이 좀 더 양질의 책을 받으실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만.... 비극도 이런 비극이..... 흑흑....

레삭매냐 2020-05-22 21:47   좋아요 0 | URL
월월 ~~~ 왈왈 ~~~

아마 이 정도로 짖어서는 택도 없을
듯 합니다. 더욱 더 가열차게 짖어야
쨀끔이나 하지 않을까요 ㅋㅋ

잠자냥 2020-05-22 22:03   좋아요 1 | URL
2차로 받고 싶다......... ㅋㅋㅋㅋㅋ

Falstaff 2020-05-22 2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눈에 선합니다.다락방님, 잠자냥님, 단발머리님 긴장하고 계시는 모습이요. ㅋㅋㅋㅋ

레삭매냐 2020-05-22 21:47   좋아요 0 | URL
그나마 책읽는당의 에코백
이 가장 마음에 드네요.

잠자냥 2020-05-22 21:53   좋아요 1 | URL
휴 ㅜㅡㅜ

단발머리 2020-05-23 08:32   좋아요 1 | URL
전 이제 막 주소 전송해서요, 2차 아니면 3차일거라 작은 희망을 갖고 있는데 말입니다. 아아... 정말 정말 그렇게 될까요? 우리 모두 같은 책으로 인증하게 되는 건가요?

다락방 2020-05-23 16:43   좋아요 0 | URL
아니, 레삭매냐님도 같은 책이라니... 너무 어처구니가 없네요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 책들에 ‘창비드림‘ 찍어줄거면 그냥 넣어두라 말하고 싶네요. 어쩔 ;;

페넬로페 2020-05-22 20: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이럴수가~~
그래도 상을 받았다는것에 의의를 두고
누리십시요^^

레삭매냐 2020-05-22 21:57   좋아요 1 | URL
네 그럴라구요.

근데 쫌 아쉬운 건 어쩔 도리가 없네요.

잠자냥 2020-05-22 2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진짜 그 책이네요 ㅠㅡㅠ 나도 저거 오나 보다 에이 젠장 ㅠㅠㅠㅠㅠㅠㅠ

레삭매냐 2020-05-22 21:58   좋아요 0 | URL
혹시나는 역시나로 귀결이 되어 버렸습니다.

심지어 하나는 예전에 샀던 책이라는.

chika 2020-05-23 06: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흠... 리뷰대회 얘기는 모르지만. 분의기상.
창비가 나날이 실망을 축적하고 있네요 ...

레삭매냐 2020-05-23 13:22   좋아요 1 | URL
뭐 저야 그렇다 치고 다른 분들
이라도 좀 갠춘한 책들을 받으
셨으면 합니다.

창비세문이 80권이나 되는데
그것 참...
 
펀 홈 : 가족 희비극 (페이퍼백)
앨리슨 벡델 지음, 이현 옮김 / 움직씨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참 다양한 책과 만나게 되는 경로가 아닐 수 없다. 알라딘 이웃인 단발머리님의 소개로 이 책을 알게 됐다. 그리고 바로 도서관으로 달려갔다. 고놈의 코로나 때문에 요즘에는 도서관 입장도 쉽지 않다. 열을 재고, 도서관 회원증의 바코드 스캔을 하고서야 입장할 수가 있었다. , 마지막 단계가 빠져 있었구나. 손소독.

 

바로 책을 빌린 다음에 한 시간 정도 내쳐 달렸다. 흠 이 책 흥미롭고 재밌구먼. 게다가 내가 좋아라하는 그래픽노블이지 않은가. 다만 글밥이 좀 많은 게 조 흠이랄까. 그래픽노블의 시작은 저자 앨리슨 벡델의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죽은 사건으로부터 시작한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사고사이지만, 앨리슨은 벽장 게이였던 아버지의 죽음을 자살로 규정한다.

 

아 그전에 그래픽노블의 제목으로 등장한 <펀 홈>에 대한 설명부터 해야겠다. 펀 홈은 funeral home 의 약자로 벡델 집안의 가업이다. 군인으로 저자의 어머니 헬렌과 독일에 체류 중이던 아버지 브루스 벡델은 할아버지의 부고 소식에 고향 비치 크리크로 돌아온다. 그리고 장례업을 하면서 동시에 고등학교 교사로도 활동한다. 저자에 의해 소개되는 아버지의 취향을 보면 아무래도 쫌하는 의심이 든다. 고급은 아니지만, 벽장 게이 스타일로 집안의 모든 걸 공들여 수리하고 고치는 예술가의 취향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픽노블에는 제임스 조이스와 오스카 와일드의 이야기들이 연달아 등장한다. 앨리슨의 눈에 어머니 헬렌은 남편 오디세우스의 부재로 20년 동안 과부생활을 한 페넬로페의 다른 모습이다. 아이들을 셋이나 낳은 브루스가 사실은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철저하게 숨긴 벽장 게이였다니! 물론 앨리슨은 일기장 회고를 통해 여러 가지 단서들이 차례로 등장시킨다. 아버지가 보관 중이던 사진에서 찍은 사진, 미성년자에게 술을 사주었다는 혐의로 법정에 서고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다는 이야기 등등.

 

또 한 가지 중요한 역사적 사실은 자신의 생리 시작과 더불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대통령 닉슨이 몰락하게 되었다는 점도 짚어낸다. 보통 사람과 똑같은 행세를 했지만 사실은 벽장 게이였던 아버지 브루스와 누구보다 민주주의를 수호하는데 앞장 서야 했던 정치지도자가 사실은 민주주의 파괴자였다는 기묘한 변주. 흥미롭지 않은가. 우리에게 워터게이트 사건은 이제 기억조차 희미한 사건이었지만, 당대 미국인들에게 그 사건은 일대 충격이었다. 정치 사회 문화 모든 면에서.

 

대학에 진학한 앨리슨은 비로소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깨닫고 자아를 찾기 위한 모험에 나선다. 아마 가장 먼저 했던 일이 부모님에게 자신이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을 편지로 알린 것이었지. 자신의 처지를 가장 잘 이해해 줄 거라고 믿었던 아버지와의 관계가 사실은 가장 어려웠던 모양이다. 저자가 정말 다양한 독서를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게 되어가는 과정이 개인적으로 이 그래픽노블에서 가장 인상 깊었다. 십대 시절, 강박 의식에 사로 잡혀 소멸의 공포를 느끼는 지점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어느 시점에서는 하게 되는 고민이 아니었을까.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왜 아버지는 진작에 게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을까라는 질문 앞에, 그랬다면 자신과 자신의 형제들도 존재하지 않았을 거라는 엄혹한 사실 앞에서는 그런 가정을 부인하고 싶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앨리슨 벡델의 다른 작품인 <당신 엄마 맞아?>도 만나 보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고 책은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지 않더라.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발머리 2020-05-22 18: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페이퍼에 등장하는 알라딘 이웃 단발머리입니다^^ 저도 같은 책을 읽었건만, 분명 저도 읽었건만 레삭매냐님 리뷰 읽으면서 다시 이 책이 읽고 싶어지네요. 특히 저자가 초경하는 시점과 대통령 닉슨이 몰락하는 과정의 묘한 일치에 대한 설명과 해석에 감탄합니다.
참고로만 말씀드리자면, 전 <당신 엄마 맞아?>도 좋았습니다. 저자가 정신상담을 받는 과정이 책에 그대로 서술되는데 그 점에서 아트 슈피겔만의 <쥐>와 비슷하다는 생각도 했고요.

레삭매냐 2020-05-22 17:58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이 읽었다는 말을 듣고서
바로 도서관으로 내쳐 달렸답니다.

상당히 흥미로운 그래픽노블이었습니다.

<당신 엄마 맞아?>도 봐야 하는데,
고건 도서관에 없더라구요. 그렇다면
사서 읽어야 하나 뭐 그런... 급관심
이 땡기네요.
 
사색의 부서
제니 오필 지음, 최세희 옮김 / 뮤진트리 / 201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 순간 드럽게 재밌는 그런 소설을 읽고 싶어졌다. 애석하게도 책이 흘러넘치는 나의 서가에는 그런 책이 쉬이 눈에 띄지 않더라. 차선책으로 일주일 전에 주문한 제이 오필의 <사색의 부서>를 집어 들었다. 아니 이거 재밌는데. 그런데 그 재밌다는 생각은 딱 절반까지만.

 

뉴욕 출신 브루클린에 사는 주인공이 오하이오 출신 남자를 만나고, 사랑에 빠지고 결혼에 골인했다. 자연스러운 수순대로 아이도 가지고, 출산과 독박육아에 이러는 과정들이 구렁이 담너머 가듯 그렇게 유려하게 진행된다. 이런 담담한 일상에 대한 조용한 스케치가 나는 마음에 들더라. 그렇지 다들 그렇게 사는 거지. 삶이라는 게 뭐 특별날 게 있나.

 

아니 어쩌면 어렸을 적에는 그런 특별한 삶을 꿈꾸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살만큼 살고 보니 평화롭게 사는 게 좋다는 걸 깨닫게 됐다. 오늘도 무사히. 아무런 일 없이, 분쟁도 말다툼도 없는 그런 무색무취한 삶 말이다.

 

주인공은 나에서 아내(the wife) 그리고 그녀로 변신을 거듭한다. 괴물예술가가 되고 싶었던 그녀는 아이를 기르며 글도 쓰고 대학에서 교수로도 활동하는 모양이다. 게다가 고스트 라이터로 우주비행사가 될 뻔한 남자의 이야기도 써주고 가외로 짭짤한 수익도 올리는 모양이다. 문제는, 바로 그녀의 남편이다.

 

그녀의 사색이 깊어지려는 찰나에 어느 순간 <부부의 세계>가 등장한다. 짜잔! 어떤 공식들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아이가 대여섯 살이 될 적에 배우자가 바람이 든다고. 그리고 상대방의 외도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1,000시간 정도가 필요하다고 했던가. 나는 소설의 전반전까지는 무척이나 흥미롭게 읽었다. 누군가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삶의 허무함 뭐 그런 것들이 매력적이었다.

 

그런데 부부의 세계로 진입하면서부터 뭐랄까 이야기가 매너리즘에 빠져 버린 느낌이랄까. 바로 그 지점부터 소설이 언제 끝나나 싶어졌다. 빨리 마무리를 짓고 리뷰를 써야지 하는 하나의 강박관념. 시작은 기대 이상으로 창대하였으나 결말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더라.

 

기대했던 빗속에서의 삼자대면은 시시하게 끝났다. 원래 그런 개싸움은 서로 격렬하게 맞부딪혀야 재미가 상승하는 법인데, 혼자서만 길길이 날뛰니 재미가 있을 리가 있나 그래. 물론 그런 장면도 제니 오필 작가의 냉철한 계산 아래 진행된 것이겠지만. 그것은 마치 한물간 복서가 링 위에서 섀도 복싱을 하는 그런 느낌이랄까.

 

나의 결론은 에이 입맛만 버렸다지 싶다. 책을 읽을 적에는 무언가 상당한 기대감이 밑줄도 좍좍 긋고 그랬었는데, 지금에 와서는 리뷰를 빨리 마무리 짓고만 싶은 그런 느낌. 나의 독서는 어설픈 리뷰로 끝이 나니 말이지. 4B 연필로 죽죽 그은 연필 자국들이나 메모들은 지우개로 잘 지운 다음에 다른 사람에게 주어야 하나 어쩌나.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20-05-22 14: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예전에 연필 자국 지우개로 지워 중고샵이나
동네 주민센터에 기증하곤 했는데.
뜨끔할 정도는 아니지만 분명 편한 건 아니었죠.
책 디자인 마음에 들긴 하는데...

레삭매냐 2020-05-22 17:09   좋아요 0 | URL
일단 읽기에 부담이 없어서
좋긴 했는데...

중반까지 잘 나가다 갑자기
<부부의 세계>로 넘어가면서
급속도로 흥미가 떨어지더라구요.

종이연필 2020-05-28 1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드럽게 재밌는 소설..ㅋㅋㅋ 저도 그런 거 좀 찾아볼랍니다~. 표지, 엄청 심플하고 독특하네요~그런데 레삭매냐님 희생으루 전 안 읽어도 될라나 봅니다~ㅎㅎ

레삭매냐 2020-05-28 14:51   좋아요 0 | URL
기대를 많이 해서 그런진
몰라도 저는 쫌 그랬던 것 같습니다.

외국에서 평이 좋다고 해서 도전
했었는데...
 
사자와 생쥐가 한 번도 생각 못 한 것들
전김해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확하게 열하루 전에 읽은 책의 리뷰를 기억을 더듬어 가며 적어 본다. 원래 리뷰는 책을 읽고 나서 따끈따끈할 적에 써야 모름지기 제 맛인데. 뭐 가끔은 이렇게 시간이 지난 다음에, 무당파 장삼봉 선생 앞에서 태극권을 연마하던 장무기처럼 모든 걸 다 잊은 다음에 기억을 더듬어 가며 리뷰를 하는 것도 하나의 멋이 아닐까.

 

<사자와 생쥐가 한 번도 생각 못 한 것들>은 내가 보기에 서양 우화와 동양 전래설화의 퓨전적인 만남이 아닐까 싶다. , 포스트모더니즘적인 결합이 아닐 수 없다. 며칠 전에 보르헤스 선생의 <불한당들의 세계사>를 읽으며 역시나 새로운 것은 없다. 이제는 재창조가 대세구나 싶었는데, 그전에 만난 <사자와 생쥐>도 리크레이션(recreation)의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사자와 생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들은 운명적으로 친구가 된다. 그리고 그들은 느닷없이 바다를 보겠다고 여행을 떠났지. , 나도 바다에 가보고 싶다. 칙칙폭폭 기차를 타고 간다면 더욱 좋겠지. 그런데 녀석들은 아마도 그런 교통수단을 이용할 줄 모르니 걸어서 갔으리라. 용궁 토끼가 바다사자를 만나 보라는 말에, 생쥐와 사자는 산소통을 메고 바다를 향해 모험을 떠난다. 상상력이 마구 발휘되는 지점이 아닌가. 어떻게 사자와 생쥐가 산소통을 구했는가 따위는 중요하지 않지. 그들이 바다 여행을 한다는 점이 내게는 중요할 뿐.

 

범고래에게 잡아먹힐 뻔한 바다사자는 생쥐/사자 조합에 합류한다. 다시 길을 떠난 그들의 목적지는 산속이다. 바다 속은 그들에게 너무 위험해서였겠지. 산속에서 나무꾼 아저씨는 만난 생쥐 일행은 이번에는 나무꾼에게 각시를 찾아 주겠다는 오지라퍼로 활동하게 된다. 아 내가 원하는 개연성은 안드로메다로? 상관 없다, <사자와 생쥐>가 포스트모더니즘 성격의 다시 쓰기 소설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환기시키고 싶다.

 

녀석들은 옥황상제의 막내 선녀를 납치해다시피 해서 나무꾼과 사랑에 빠지게 만든다. 어 왜 자꾸만 마음이 불편해지는 거지. 이건 아닌데... 어쨌든 나무꾼과 사랑에 빠진 막내 선녀는 언니 선녀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지상에 남는 것을 선택한다. 만남과 선택, 우리 삶에서 항상 주어지는 선택지였나 어쨌나.

 

언니 선녀는 나무꾼 동네의 강쇠를 섭외하고 사주해서 나무꾼을 타락시킨다. 어라, 이 장면은 또 성경에 등장하는 에덴동산에 등장하는 뱀돌이 스토리와 비슷하잖아. 언니 선녀의 계교에 빠진 나무꾼은 화형당할 뻔한 위기를 가까스로 벗어난다. 중세를 풍미했던 마녀사냥에 대한 오마쥬려나... , 너무 다양하고 복잡스러운 이야기들이 마구 넘실거린다. 정말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진 짬뽕탕이라는 느낌이 든다(솔직히 맛깔스럽긴 하다, 그리고 흥미진진하기도 하고).

 

어쨌든 해피엔딩으로 귀결되고, 강쇠는 오늘도 노역 아닌 노역에 시달린다지. 그게 다 욕심 때문이라는.

 

책을 다 읽고 나서 무언가 거창한 썰을 풀어 보려고 했으나, 그럴 만한 능력이 안된다는 걸 잘 알기에 이 정도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아마 또 열하루 전에는 또 다른 느낌이 아니었을까. 책을 뒤적거려 가며 내가 놓친 게 무엇이 있나 찾아보는 재미도 있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0-05-19 1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5-19 1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거의 떠나온 상태에서 떠나오기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지음, 이다희 옮김 / 바다출판사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드디어 데이빗 포스터 월리스의 책을 하나 읽었다. 그동안 계속해서 그의 책들을 사 모았지만 읽다 말다 그리고 실패하기를 반복하고 있는 중이다. 심지어 원서로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무한한 재미>도 샀다. 물론 읽지는 않고 잘 보관만 하고 있는 중이다. 과연 국내에서 <무한한 재미>가 나올 수 있을까? 우리 브랜던 친구의 말마따나 글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는 있지만 모두가 읽지 않은 그런 책이 될 지도 모르니 말이다.

 

<거의 떠나온 상태에서 떠나오기>에는 모두 다섯 편의 에세이들이 실려 있다. 순서를 좀 뒤바꿔서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책의 두 번째 꼭지에 해당하는 데이빗 린치의 <로스트 하이웨이> 촬영장을 찾은 월리스가 <프리미어>에 기고한 글을 읽는다.

 

고백하건대 보다 원활한 글의 이해를 위해 나는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는 린치의 <로스트 하이웨이>를 구해서 영화로 봤다. 오 마이 갓! 그야말로 크리피한 작가주의 정신이 배어 있는 그런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이럴 수가 있나 그래. 내친 김에 <이레이저헤드>도 구했지만 도저히 볼 자신이 나지 않더라. 아마 오래 전에 <로스트 하이웨이>는 시사회로 본 것 같은데 너무 오래 전이라 기억이 나지 않아 하는 수 없이 다시 영화를 봐야했다.

 

미국의 저주 받은 감독이라는 린치는 1980년대 미국 최고의 영화라는 <블루 벨벳>TV시리즈 <트윅 픽스>의 연출자였다. 월리스에 따르면 그의 작품들은 상업영화과 예술영화의 그 어딘가에 서 있다고 했던가. 영화표를 사고 극장에 들어가는 이들에게 감독과 영화판 사람들이 제공하는 판타지에 대한 작가의 분석이 마음에 들었다. 다시 글로 표현하려니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말이다.

 

항상 선량한 이미지만 연기하던 빌 풀먼의 연기 변신도 특이하게 다가왔다. 다이어트와 감독의 연출 역량 때문일까. 그냥저냥의 연기력을 구사하는 퍼트리샤 아케트는 묘하긴 하지만 에로틱한 장면들에서는 너무나 무감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해서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전개되는 설정과 서사가 기괴하다는 말로 밖에는 표현할 수가 없을 것 같다.

 

한 때 할리우드 상업영화의 기대주였던 린치가 이번에 다시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블록버스터 <>의 대대적인 실패로 그야말로 나락으로 떨어졌다고 했던가. 그 경험에서 린치가 느낀 건, 영화에 대한 최종편집권을 놓으면 안 된다는 거였다고. 그래서 결국 영화는 죽도 밥도 아닌, 할리우드 대망작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던 것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사람이라고 하지만 월리스 작가가 <로스트 하이웨이> 현장에서 나무에 소변을 누는 린치를 목격한 장면으로부터 시작해서 그의 작가론은 물론이고 할리우드 영화 생태계에 대한 냉정한 분석을 넘어 영화에 출연하는 이들에 대한 냉철한 비판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은 듯한 작법에 그만 매료되어 버렸다.

 

하긴 이번 에세이집의 정수는 <로스트 하이웨이> 분석도 분석이지만, 일리노이 여름축제를 방문한 동부 여피의 체험기가 아닌가 싶다. 그의 유머가 그야말로 곳곳에서 폭발한다. 우선 가축 사육인들과 농부들이 애써 기른 돼지들의 동물권을 같이 방문한 토박이 친구들과 열렬하게 주창하면서도 어제 먹은 베이컨과 곧 먹게 될 콘도그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는 나약한 인간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내지 않은가 말이다.

 

자신은 절대 탈 일이 없다고 하지만, 지퍼킹 인지 뭔지 하는 빈사 체험 기구에 거리낌 없이 올라탄 토박이 친구의 용맹과 패기에 열렬한 박수를 보내기도 한다. 토박이 친구는 신나게 자신만의 재미를 추구하지만, 빈사 체험 놀이기구 업자는 업자대로 친구를 공중에 매달아 놓고 펄럭이는 치마를 감상하는 장면에서는 눈살을 찌푸리기도 한다. 이게 바로 점잖은 양성평등교육을 받은 동부 신사와 중서부에서 자란 이들의 결정적 차이 때문이라고 해야 할까.

 

정성스레 기른 자신들의 가축들을 맥도널드나 버거킹 같은 프랜차이즈 업체에 넘기기 위해 각종 선발대회에 참가하는 가축업자들의 처지도 그들이 경멸해 마지않는 카니발 일꾼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으면서도 그들을 사람 취급하지 않는 역설을 월리스는 포착해낸다. 나도 반해 버렸던 퍼널케이크의 그 기름이 좔좔 흐르는 맛이란! 일리노이 여름 페스티벌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축제인지 그는 묻고 싶었던 모양이다. 각종 먹거리 부스와 빈사 체험 기구 같이 축제를 찾은 이들의 지갑을 터는 동시에, 이런 경험을 같이 공유한 우리는 하나다 뭐 그런 게 아니었나 어쩌나. 동부에서 온 것으로 추정되는 여피 친구가 무려 40달러나 주고 빈사를 체험하겠다고 자발적으로 나선 장면에 대한 묘사는 월리스 유머가 폭발하는 지점 중의 하나다.

 

업다이크 소설에 대한 비평은 솔직히 내가 그의 토끼 시리즈를 만나 보지 못해 특별하게 할 말이 없다. 그리고 이어지는 수학 천재들에 대한 소설도 마찬가지. 다만, 월리스가 정말 다양한 방면에 특출난 소실이 있다는 건 잘 알겠더라. 그래서 그렇게 독자들이 예상보다 우리 곁을 일찍 떠난 작가를 애도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무언가 방명을 날리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무명으로 남겠다는 수학자의 말이 던지는 화두는 참...

 

미국 최고의 에세이집 편집자로 나선 월리스가 독자에게 던지는 21세기 문학론은 문학 애호가라면 한 번은 꼭 읽어봐야할 그런 명문이다. 먼저 우리는 결정자(decider)인가. 미국의 곳곳에서 발표된 104편의 잘 쓰인 글 중에서 또 특출한 작품을 발굴해내는 일이 어디 보통 일이었던가. 일단 하청에 이은 재하청업자라고 월리스는 자신을 소개한다.

 

픽션과 논픽션 모두 심연과 소음을 상대로 싸우는 거라고 했던가. 그리고 그 구분조차 무슨 의미가 있냐고 물었던가. 글쓰기란 모름지기 픽션이고 논픽션이건 간에 어려운 법이다. 특히 논픽션 에세이의 경우에는 그가 서문에 쓴 것처럼 다량의 정보, 서사, 해석과 맥락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그리고 그것이 완전한 소음(Total noise)이라는 미국 문화의 본질로 이어지는 게 당연하다고나 할까. 과연 내가 제대로 읽은 건지도 모르겠다, 이런 내 마음 대로의 오독 또한 독서의 한 가지 즐거움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역시나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과문한 독자다운 핑계가 아닐 수 없다.

 

재하청업자 편집자는 우선 포스트트루스 시대에 걸맞지 않은 회고록을 죄다 발라내 버렸다. 그리고 편파성에 대해서도. 아 그가 어떤 태도를 취했더라. 기본적으로 언론사가 영리업체라는 점을 잊지 말라고 주문했던가. 문학의 예술성을 추구하면서도 정치적으로도 올바른 형식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도덕적 가치도 담고 있어야 한다고? 그럼 재미는 어쩌구? 이게 도대체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 이런 완벽함이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해 묻고 싶다.

 

그런 숭고한 문학의 본보기를 추구하는 게 바로 우리네 삶의 목적이 되어야 한다는 게 뭐 그의 주장이 아닐까 싶다. 이것도 어디까지나 그의 주장을 비빔밥으로 만든 나의 미천한 사유가 도달한 어느 지점일 것이다. 신나게 내달렸더니만 진이 다 빠진 느낌이다.

 

월리스 작가의 책을 마침내 읽는데 성공했으니 이제 집에 쟁여둔 다른 책들도 한 개씩 읽어봐야지 싶다. 물론 그전에 지난주에 시작만 하고 끝내지 못한 책부터 읽어야겠지만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