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한중일 세계사 15 - 동학농민운동과 청일전쟁 본격 한중일 세계사 15
굽시니스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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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난 토요일에 왜 도서관에 갔더라? , 빌린 책을 반납하러 갔었구나. 도서관에 방문한 김에 그냥 올 수가 없어서 서가를 뒤지다가 잠시 멈춰 있던 시리즈 책들 생각이 났다. 내가 어디까지 읽었지? 일단 읽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는 굽시니스트 작가의 <본격 한중일 세계사>를 두 권 빌렸다. 항상 이 시리즈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 내가 국사 공부하던 시절에 이 책이 있었다면 너무 어렵게만 느껴졌던 한국 근대사가 좀 더 친근하게 다가오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다. 그리고 보니 그전에 타임빌라스 휘게문고에서 이 책을 보던 초등학생 생각이 났다. 좀 어렵지 않았을까나. 읽기 쉬운 만화인 줄 알고 덥썩 물었다가 후퇴하던 그 친구 얼굴이 떠오른다.

 

한중일 세계사 15편은 1894년 한반도에서 발생한 두 가지 큰 사건들에 초점을 맞춘다. 하나는 동학농민운동 그리고 다른 하나는 청일전쟁이다. 그리고 보니 역사 시간에 동학농민운동에 대해 친절한 설명을 듣지 못한 게 아닌가 싶다. 동학농민운동의 기본 성격은 조선 조정에 대한 반란이다. 아마 기존 세력에 대한 반감을 품게 만드는 그런 운동의 실체를 교단의 선생님들이 자세하게 설명하는 걸 아무도 원하지 않았던 건 아닐까.

 

동학은 더 이상 조선 백성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유교 이상과 혹은 서구에서 전래한 기독교 사상을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간 중심의 학문이라고나 할까. 1864년 순교한 교조 최제우의 신원 운동으로 필두로 삼남을 중심으로 동학운동의 횃불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조선 후기, 사회적 모순이 극에 달한 가운데 민란을 위한 시발점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 고부군수 조병갑의 학정 때문에 고부민란이 발생하고, 동학 남접을 중심으로 편성된 농민반란군이 홍경래의 난 이래 82년 만에 정부군을 패퇴시키면서 기세를 올리기 시작했다.

 

동학의 교단 센터가 위치한 보은을 중심으로 한 북접이 온건파였다면, 김제 부근의 원평을 중심으로 한 남접은 굽시니스트 작가에 따르면 래디컬정도가 되겠다. 접주이자 훗날 녹두장군으로 불리게 되는 전봉준을 필두로 손화중, 김개남 지도부가 편성되어 척왜양 기치 아래, 중앙정부에서 파견된 관군을 상대로 치열한 전투를 펼쳤다. 황토재전주에서 승리한 동학군은 전주성으로 쇄도하여, 공성전에 돌입한다. 하지만 신식무기로 무장한 관군의 저항에 일진일퇴를 거듭하던 가운데, 폐정개혁안 수용을 전제로 한 화약을 맺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성공한다.

 

진짜 문제는 위기를 느낀 고종이 자력으로 동학혁명을 진압할 수 없다고 판단한 나머지, 신하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청나라에 원군을 요청하는 최악의 수를 두었다는 점이다. 인조와 더불어 고종이야말로 조선 최악의 군주가 아닌가 싶다. 텐진조약으로 청나라 군대에 조선에 출병하면, 이웃의 승냥이 같은 일본 역시 조선에 병력을 진주한다는 조건이 걸려 있었다. 청군의 출병이 조선 조정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다면, 일본군의 그것은 순전히 조선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자의적 판단에 근거한 것이었다. 우리가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왜 외국 군대가 출병한단 말인가.

 

척왜양, 봉건타파 그리고 외세개입 반대를 천명한 동학농민운동이 역설적으로 청과 일본이라는 외세 개입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이 역사가 아이러니가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무능한 국가의 대계보다는 정권 유지에만 급급했던 고종의 판단 착오가 망국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청일전쟁의 기원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10년 전 벌어진 갑신정변에 주목해야 한다. 자유주의 민권운동가로 알려진 일본의 후쿠자와 유키치의 영향을 받은 일단의 변법개혁가들(김옥균, 박영효, 서재필, 홍영식 등)의 주도 아래 일본 공사관의 지원을 받아 쿠데타를 시도했다. 하지만 민씨 정권의 요청을 받은 위안스카이가 이끄는 청군이 창덕궁에서 일본군을 격파하면서, 이들의 정변은 3일 천하로 끝나게 됐다. 그리고 청의 북양대신 리훙장은 일본의 파트너 이토 히로부미를 톈진으로 불러 톈진조약으로 조선에서의 사태를 마무리했다. 양국이 조선에 출병할 경우 사전에 통보를 하고, 공동출병한다는 게 이후에 벌어진 사태에 대한 핵심조항이었다.

 

갑신정변으로 조선에서 정치적 영향력이 일소되다시피한 일본은 언제라도 다시 조선에 출병할 기회만을 노리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조선 조정의 요청으로 청군이 동학군을 진압하기 위해 아산에 상륙할 예정이라는 소식에 일본 역시 조선 출병을 결정하고 4,500여명의 병력을 제물포에 상륙시켰다. 일본의 외상 무쓰 무네미쓰는 전주화약으로 외국 군대의 출병 이유가 해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722일까지 조선의 내정개혁이 선행되어야 일본군을 철수시키겠다는 무리수를 제시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인 723일 오시마 요시마사 지휘 하의 9여단 소속 5천명의 일본군이 경복궁을 점령하고 고종을 잡는데 성공한다.

 

일본은 흥선대원군을 꼭두각시 삼아 김홍집을 수장으로 삼아 친일내각을 출범시키고, 이른바 갑오경장을 실시했다. 이틀 뒤인, 725일 아산에 주둔 중인 청군을 증원하기 위해 파견된 청의 함대를 일본 연합함대가 기습공격하면서 청일전쟁의 막이 오르게 된다. 육지에서는 성환에서 오시마 요시마사가 이끄는 일본 육군이 청군을 격파하면서 초전부터 청군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청의 잔여병력은 평양으로 후퇴해서 지원군과 합세해서 일본군의 공격에 대비했다. 81일 일본이 청나라에 정식 선전포고를 하면서 비로소 전쟁이 시작됐다.

 

일본군의 기습공격으로 평양성마저 패한 청군을 의주로 도주했다. 당시 일본군은 속전속결을 원했지만, 청군은 장기전으로 전쟁을 끌고 가서 열강이 개입해서 사태를 마무리해주길 바랬다고 한다. 이번 본격 한중일 세계사 15권은 <황해 해전>에서 청의 북양 함대가 일본의 연합함대에게 박살이 나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일본 해군에 비해 장비나 수적으로 압도적이었던 청 해군은 포탄으로 부족으로 미처 훈련받지 못한 미숙련 수병들, 연료 부족, 군기 해이 등 다양한 이유 때문에 어처구니없게도 열세의 일본군에게 패하고 말았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건조한 북양 함대의 거함 거포들이 일본 해군의 속사 공격에 맥없이 무너져 내렸다. 그 와중에 청나라 정권의 실력자 서태후의 환갑잔치 비용과 이화원 건설을 위해 거액의 국방비 예산이 전용된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일본 대본영은 연합함대에 북양함대를 격멸하고, 서해의 제해권을 장악하라는 전략 목표를 지시했다고 하는데 황해 해전을 통해 일본 연합함대는 두 가지 목적을 모두 달성하는데 성공했다.

 

이렇게 동학농민전쟁과 청일전쟁을 통해 청나라를 제압하고 한반도에 다시 진주하게 된 일본은 훗날 조선을 병탄하게 되는 발판을 마련했다. 별다른 저항 없이 경복궁이 일본군의 수중에 들어가게 되는 순간, 어쩌면 조선이라는 국가의 존재가 결정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망국을 향한 수레바퀴가 거세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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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3-09-14 10: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다양한 대중서, 읽을 거리들이 많이 나와서 큰 복이란 생각을 해요!ㅎㅎ 저 학교다닐 때는 진짜 재미없는 책들만ㅋㅋㅋ 이 책 시리즈도 제법 많이 쌓였네요. 도서관 갈 때 한 번 시도해봐야겠습니다^^

레삭매냐 2023-09-14 22:35   좋아요 2 | URL
한창 한국 근대사를 공부하던 시절
에 이런 훌륭한 보교재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지 생각해 봤답니다.

재밌고 유익하니 추천해드립니다.

coolcat329 2023-09-15 07: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이 시리즈 정말 꾸준히 읽으시네요. 대단하세요. 이 책 초등생에겐 어렵더라구요.
저도 아이 초딩때 사줬다가 실패했답니다. 저라도 읽었어야 했는데 에휴...

레삭매냐 2023-09-15 09:06   좋아요 1 | URL
아! 그러셨군요.

전 지난 달에 의왕 타임빌라스
휘게문고에 갔다가 새로 나온
17편을 초딩생이 보다가 어렵다
는 말을 하는 걸 들었거든요.

당시 세계정세를 이해하기 위해
서는 또 별도의 공부(?)가 필요
한지라 쉽지가 않은 듯 합니다.

꾸역꾸역 읽고 있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