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멀리 카자흐스탄에 유명을 달리 하신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해방된 조국으로 모셔 오는 장면을 텔레비전으로 보았던가.
장군의 유해가 고국의 영공으로 들어오는 순간, 대한민국 공군을 대표하는 전투기에 탑승한 어느 소령님이 장군을 모시겠다는 무전을 들었다. 78년이란 시간이 흘러, 장군이 조국에 돌아오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육사 교정에 모신 홍범도 장군의 흉상 이전 문제로 나라가 다 떠들썩하다. 21세기도 23년이나 지나서 해묵은 이념 논쟁이 벌어지는 모습에 그저 아연할 따름이다.
이웃 초란공님께서 민족의 장군 홍범도 읽기를 제안해 주셨다.
다른 건 몰라도, 책 사는 거 하나만큼은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 나는 아침 출근길에 송은일 작가의 <나는 홍범도>를 사들었다. 그 책을 들고 출근하는 길이 왜 이렇께 뿌듯하던지.
책 읽기에 앞서 너튜브로 워밍업을 했다.
우선 황현필 선생이 2년 전에 올린 1921년 자유시참변을 다룬 영상을 봤다.
방송에 나와 앵무새처럼 홍범도 장군이 마치 자유시참변을 진두에 서서 지휘한 것처럼 역사를 날조 왜곡하는 무리들이 꼭 봐야할 영상이라고 생각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bGMY_rIzAfs&pp=ygUT7ZmN67KU64-EIO2Zqe2YhO2VhA%3D%3D
봉오동전투와 6개월 뒤의 청산리전투에서 일본군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뒤, 압도적 병력을 동원해서 간도 일대의 한인마을들을 초토화시키는 일제를 피해 러시아령 자유시로 독립군 부대들은 이동을 해야했다. 이 과정에서 무장한 독립군들과 러시아 농민들 사이에서 갈등과 충돌이 발생했고 당시 극동 러시아 지방정부는 독립군의 무장해제를 요청했다. 당시 자유시에서는 무장해제에 찬성하는 이르쿠츠크파와 반대하는 상해파 고려의용군이 대립 중이었는데, 1921년 6월 28일 무장해제를 반대하는 고려의용군을 러시아 적군이 공격해서 다수의 사상자를 낸 사건이다.
일부 극우 너튜버들이 홍범도 장군의 소련 공산당 가입 전력을 문제 삼기 위해, 자유시참변에 홍범도 장군이 책임이 있다는 식의 주장을 전개했다. 일부 패널들은 방송에서 학계에서도 정설로 인정된 사건의 장군의 무관함에 대해서는 알아볼 생각도 없이 앵무새처럼 짖어대는 꼴을 보려니 속이 뒤집어질 판이다. 무식하면 용감무쌍하다는 말이 여기에 적용되지 싶다. 우리는 이런 무식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책을 읽어야 할 것이다.
무식이들은 항상 팩트 타령을 해대지만, 진짜 팩트에 대해서는 1도 관심이 없다. 팩트를 눈 앞에 들이대도 그들은 믿지 않는다. 자신들의 구미에 맞게 당밀이 발라진 탕후루 같이 달달한 조작되고 왜곡된 팩트만을 원할 뿐이다. 그들의 선별적 믿음은 거의 신앙 수준이기 때문이다.
구한말 머슴에서 출발해서, 승려와 포수 그리고 의병을 거쳐 독립군으로 거듭나는 장군의 일대기들을 9월에 읽는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우리 책쟁이들은 고저 책으로 말할 뿐이다. 再造山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