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외수 . <벽오금학도>, <괴물>, <황금비늘>, 최근작 <장외인간> 등의 소설 뿐 아니라 <감성사전>, <외뿔>, <내가 너를 향해 흔들리는 순간> 등의 수필, 산문집까지 글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있는 작가. 게다가 초대전을 가질 만큼 그림 역시 화가급에, 곡도 쓰고 이것저것 잘 하는 그. 깡마른 몸에 긴 머리, 기인이라 불릴만한 그간의 행적들. 사람들은 흔히 그를 ‘천재'라고 부른다. 그러나 그는 단호하다. “나더러 ‘재능을 타고 났다'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구둣발로 엉덩이를 차버리고 싶어. 시간과 피눈물을 형언할 수 없을 정도야. 타고난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다들 몇 배의 시련과 고난 끝에 도달하는 거야.”

 







춘천의 자택에서 만난 그는, 스스로의 말처럼 천재는 아닐지 몰라도 참 ‘대단한 사람'이었다. 그는 무엇에든 한계를 두지 않으려 한다. 미리 전화를 해 인터뷰를 요청하자 몇 마디 듣지도 않고 시원스레 “토요일 오후 아무 때나” 오란다. 적당히 3시쯤 가면 되지 않을까 싶어 찾아간 그의 집 2층의 사랑방 ‘격외선당'에는 이미 십여명의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모여 차 한 잔씩 앞에 두고 이외수와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었다. 일대일의 인터뷰를 생각하고 갔던 리포터는 다소 당황했지만, 곧 이것이 이외수를 가장 ‘잘' 드러내는 방식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독자들을 만나는 데 나만큼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작가도 없어.” 글을 쓸 때를 제외하고, 매달 3~4백명의 손님들이 이곳을 찾는단다. 직접 운영하는 홈페이지에도 그를 찾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소설, 수필 등 글쓰기에 장르를 가리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나더러 외도한다 어쩐다 많이들 그러는데, 알피니스트가 논두렁 산책하면 외도하는 건가? 능력만 있으면 다 하는 거야. 칼국수 끓이는 놈이 수제비는 못 끓일까.” 그는 소설가, 시인, 수필가 이렇게 장르를 구분하지 말고 자신을 ‘문호'로 봐달라고 한다. “개인적인 얘기나 일상적인 얘기들은 소설에서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없으니 수필이 제일 잘 맞고 , 짧고 농축된 언어를 가지고 상징적 표현을 하려면 시가 잘 맞지. 각 장르의 특색이 있으니 끊임없이, 다양하게 해보고 싶은 거지.” 듣고보니 죄다 맞는 얘기다.







이외수가 ‘대단한 사람'인 또 하나의 이유는 독특하고 예민한 그만의 ‘감성'에서 찾을 수 있다. 그의 작품에 독자들이 열광하는 것도 작품을 통해 이외수만의 감성을 공유하고 내가 사는 세계와는 다른 세계를 직접 느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신작 <장외인간>을 읽은 독자들이 너나할것없이 ‘아직도 달이 있는지' 하늘을 올려다봤다고 얘기하는 것처럼.








그는 의식이나 의지는 내가 만들어가고 나에 따라 구불구불하기도 하고 곧기도 한,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지만 감성은 외부에 의해 달라지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상징적으로 표현하자면 , 의지가 깃대이고 감성이 깃발인 셈이지. 불가분의 관계이긴 하지만, 감성은 정서적 소통이야. 느낄 感이잖아. 느끼는 것은 바깥의 것에 의한 거야. 나 자신에 있어서는 느낌이 많지 않지. 감성이 풍부하다는 건 바깥 것들과 교감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말이지.” 남들과 똑 같은 것을 보아도 단지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소통하고 교감해 표현하기 때문에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표현과 감성의 신선함이 그대로 전달된다. “이외수식의 표현은 인위적인 수사법을 가능한 한 줄이고 자연을 가지고 표현하는 거야 .인위적인 수사법은 10년이 지나면 이미 낡은 느낌이 드는데, 자연은 퇴락한 느낌이 들지 않거든.”

집에서 기르는 식물들과도 대화를 하기 때문인지 다른 집보다 유난히 더 잘 자란다고 한다. “말라죽어 가는 머루를 가져왔는데 지금은 매년 점점 자라서 여름이면 마당에 머루 덩굴이 생길 정도야. 사물에게도 자기와 동일시하고 애정을 보여주면, 잘 자라는 거야.”







어느덧 그의 문학인생도 30년째다. 1981년 발표한 <장수하늘소> 서문에서 그는, ‘죽기 전에 한번은 기회가 와줄 것'이라 했었다. 그런 그에게 찾아온 기회는 언제였을까. “그때는 기회가 오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기회는 만드는 것이라 생각해. <> 이후에 8년 동안 글을 못 썼는데 <벽오금학도>로 재기했어. 어느 작가든지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있어. 그게 없다면 데뷔작이 대표작이 되는 거지. 하지만 터닝 포인트가 있으면 새로운 인생, 새로운 작품을 만들 수 있게 되는 것 같아.” 철문을 치고 5년간이나 스스로 감옥생활을 하다시피 해 써낸 <벽오금학도>. 그 작품을 기점으로 그는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작품 스타일과 주제가 바뀌었을 뿐 아니라, 정신적 수행도 많이 했고 성숙도도 높아져 더 많은 독자에게 인정받을 수 있고, 스스로의 자신감도 생겼다고.




그는 눈 앞에 보이는 것에 연연하기보다는 ‘아름다움'을 위한 글을 쓰기에 생명력이 길다. 염불에는관심이 없고 잿밥에만 관심이 있고, 돈이 인간 이상으로 평가받고, 사람들이 정신보다 물질을 우선시하고, 양심과 도덕성을 상실하는 ‘세상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글을 쓴다. 그래서 그는 “세상의 방부제”인 예술로 세상을 조금이라도 덜 썩게 만들고 싶다고 한다.

 


 






작가로서 그가 가장 기본으로 여기는 것은 ‘단어'이다. “우리말은 발음은 다르지만 뜻은 같은 이음동의어가 어떤 단어든 다섯 이상이야. ‘죽다'만 한 번 생각해볼까. 죽다, 영면했다, 입적하셨다, 열반에 들었다, 골로 갔다, 밥숟갈 놨다, 뒈졌다… 정말 많지. 그 중 가장 적절한 단어를 뽑아내려고 노력해야 해. 작가라면 그 정도의 노력을 하는 건 기본이지.” 단어에 대한 애정, 한글에 대한 애정을 작품에서 고스란히 찾아볼 수 있다. 조사 하나까지 고심고심해 단어를 골라내 쓴 글들이기에 그의 작품은 걸림 없이 쉽게 읽히고, 독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것이다. 책이 나오면 ‘30만부씩은 나가주는' 작가가 요즘 몇이나 될까.

 







그는 컴퓨터 활용도 수준급이다 . 워드만 이용하는 대개의 작가들과 달리, 개인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고 곡 작업도 한다. 한때는 아들들과 얘깃거리를 만들려고 인터넷 게임을 시작했다가 열손가락에 물집이 잡힐만큼 빠졌다가 “계속 하다가는 글 쓰는 걸 폐업할 것 같아서” 그만두기까지 했단다. 채팅도 종종 한다. <장외인간>에 묘사된 ‘초딩과의 채팅'도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라고. “채팅방 가서 초딩들이랑 채팅하면서 ‘반사', ‘즐', ‘그러삼' 이런 말도 같이 쓰고 그래.” 웹서핑도 많이 한다. “iMac 컴퓨터를 사용하는데 다음이나 엠파스는 안 열리지만 네이버는 되니까 그걸 주로 쓰지. 자료검색할 때엔 거의 다 네이버를 써.”


네이버의 책 캠페인 얘기를 하자 굉장히 반기며 “캠페인 안 해도 책 많이 읽으면 좋잖아”라며 웃는다. “기 안 죽으려면 책을 읽어야 해. 책을 읽는 사람은 직장인이든 백수든 뭐가 달라도 달라. 책을 안 읽는다는 건 인간이기를 거부하는 거야. 문자 쓰고 책 읽는 것은 지구상에서 인간만 할 수 있는 건데, 그걸 왜 안 해. 체험이 곧 지혜를 만드는 것이라면 한 권의 책을 읽는 것은 한 생애를 체험하는 것이고 지혜를 습득하는 거야. 성공, 지혜를 원한다면 책을 읽어야지.” 문학의 위기에 대해서도 그는 할 말이 많다. 어정쩡하게 쓰는 사람들에게나 위기란다. 자신감이 느껴진다. 책보다 재미있는 게 너무 많은 세상인데, 출판계가 잘못된 관행들을 바꾸고 독자에 맞춰 더 노력해야 한다고. 추천해주고 싶은 책을 묻자 주저없이 박민규의 <카스테라>와 이철환의 <행복한 고물상>을 꼽아주었다.







그는 내년 초에 40여년간 살아온 춘천을 떠나 화천으로 이사간다고 한다. “사방이 너무 도시화돼서, 별도 안 보이고, 기운이 어수선해서 글을 못 쓰겠다”지만, 이 곳에서 책만해도 20권을 넘게 냈으니 그도 오죽 섭섭할까 싶다. 이외수를 춘천의 상징이라 여겨온 춘천 시민들도 아쉬움이 클 것이다. 스스로의 얘기처럼 그가 천재는 아닐지도 모르지만, 요즘 집필중인 <글쓰기의 공중부양>의 첫 대목처럼 영혼을 담아 글을 쓰는 그는 참 위대해보인다. ‘나는 어떤 일에 타고난 사람보다 노력하는 사람이 훨씬 훌륭해 보이고, 그보다 어떤 일에 미쳐있는 사람이 더 훌륭해 보이고, 그보다 시종일관 그 일을 즐기고 있는 사람이 더 위대해 보인다.' 아직 핸드폰도 터지지 않는다는 그곳 화천에서 더 좋은 작품을 갖고 독자들에게 찾아오리라는 더 큰 기대를 가져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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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외수 오감소설 '광기'편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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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를 향해 흔들리는 순간- 이외수 사색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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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하늘소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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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공중부양- 이외수가 처음으로 공개하는 실전적 문장비법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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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로 파란색을 표현하는데에는 한계가 있다. 하늘색도 아니고 그렇다고 군청색도 아닌것을 그냥 뭉뚱그려 ‘BLUE' 라고 말하기 일쑤다. 하지만. 한글을 그렇지 않다. 푸르뎅뎅하다. 푸르데데하다, 푸르무레하다, 푸르께하다 등등. 이 곳에 다쓰기도 버겁다. 이게 한글만의 묘미이다. 한글의 이러한 맛깔나는 묘미를 이야기와 잘 버무려 늘 착 달라붙는 작품을 탄생시키는 작가가 있다.

 
 이미 이 시대 최고의 ‘재담꾼’이라는 평을 받는 그. 바로 소설가 성석제.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 <어머님이 들려주시던 노래>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를 쓴 최고의 작가 성석제를 만났다. 평소 좋아하는 작가를 만난다는 일은 설렘반 그리고 긴장감 반이다. 전날새벽까지 그의 책을 읽느라 잠을 설쳤지만. 인터뷰 당일, 삼청동 카페에서 그를 보았을 때의 그 기분이란. 마치 새해 선물이라도 받은 느낌이었다.

 

  점심을 함께 하기로 해, 주문을 하고 시작된 인터뷰. 시작되자마자 가장 궁금했던 질문을 참지 못하고 토해냈다. 법학을 전공했는데 어떻게 작가가 되었는지 그의 데뷔스토리가 정말 궁금했다. “법대를 갔는데 왜 문학을 했는가 하는 질문은 굉장히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소설 쓰는 사람중에 다양한 전공출신이 많은데. 왜 나만 가지고 그래(웃음).” 그가 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경우는 조금 특별했다. 군에서 제대를 한 84년에 그의 표현에 따르면 ‘시간이 많아서’ 책을 많이 보게 된 것. 시에 관심있는 친구들도 많고 선배도 많아서 책을 접할 기회가 많았고, 빨리 읽는 편이라 그 시기에 몇백권을 읽어내려갔다고 한다. “문학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작품을 접해야 하는데 그럴 기회가 많았던거죠.”
 



 
  그가 처음 문학이라는 것을 쓴 것은 84년도 가을. 문학에 관해 체계적으로 공부한 적이 없지만, 그는 시를 쓰고 대학신문사에 투고를 했다. 처음에 입선을 한 그의 작품에 딸린 심사평이 와닿는다. ‘서툴지만 진정성이 있다.’ 현재 그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진정성’은 이미 대학시절 입증이 되었나보다. “입선한 이후에는 좋은 선생님을 만나고, 또 선후배 주변친구들이 문학에 뜻을 둔 사람이 참 많아서 자연스럽게 분위기에 녹아 들어간거죠.”
  그러고 보면 그는 무려 7년간의 직장생활경력도 가지고 있다. “직장 다니는 사람들도 많아요. 나보다 괴테가 더 오래 직장생활을 했지요.” 직장생활하는 동안은 시집 한권을 냈다. 그러다가 93년에 그만두고 ‘우선 놀자.’고 생각했단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작품을 정리했는데 “두 번째 시집을 내려다가 그동안 정리한 메모나 적은 잡문이 많아서 1000매정도 되었아요. 할 얘기가 많았던 모양이야. 같이 대학다닐때 문학했던 친구한테 보여줬더니 우리 출판사에서 책으로 냈으면 좋겠다고 해서 낸 게 데뷔작이지.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 제목이 어려운 가봐요. 사람들이 주로 그곳에는 어처구니가 산다라고 부르더라구요. 책을 내서 달리 적당한 이름이 없어서 소설이라고 붙여놓은 것.”
 그의 소설을 본 독자라면 누구나 느꼈을 것이다. 그는 소재선정에 있어 탁월하다. 수많은 단편들에 녹아있는 자칫 평범해질 수 있는 ‘이야기’들을 그는 어디서 구해오는 것일까. “제가 좀 호기심이 많아요. 기억력도 나쁘고. 사람들에 관해서 많이 신기해하고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 또 까먹고 또 신기해한다. 늘 궁금해하니까. 그때마침 청탁이 들어오면 그것을 이야기로 만드는 거죠.” 그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또 다른 소재들은 바로 그의 주변사람들에게서 나온다고 한다.
 
 재미있는 이야기거리가 있는 친구가 많다는 것이 그의 변.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아니면 직접 그렇게 살아보이거나 하는 친구들덕분에 다양한 소재를 다루게 된 것같다고 덧붙인다. 문학에 들어올때나 글을 쓸때도 보면 그는 주변의 인복이 있는 모양이다. 소재와 함께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다양한 배경. 다양한 장소가 녹아있는 그의 이야기들. 왠지 그는 여행을 좋아할 것 같은 느낌이다. “여행을 좋아한다기보다는 아예 삶의 일부처럼 생각해요. 어디론가 떠나지 않을 때가 오히려 이상한거죠. 심지어 20대에는 집에서 잔 날이 별로 없을 정도니까.”
 

 “저는 일을 미루는 편이 아니라서 시간을 정해서 바로바로 쓰는 편이예요.” 소설을 쓰는 데 얼마나 걸릴까 궁금해서 묻자 그는 정한 시간내에 끝내기 위해서 늘 최선을 다한다고 설명했다. “글쓰는 분들이 다들 그렇겠지만, 저역시도 빠를 때는 단편 하나를 하룻밤에 쓴 적도 있어요. 보통은 단편 하나를 쓰고 고치는데 한달정도 걸리나요? 하루에 5매 정도쓰고 단편이 100매쯤되니까.” 그는 글을 우선 써두고 한동안은 들여다보지 않는다. 그리고는 다시 스스로가 내용을 신기해할때가 되면 다시 보면서 고치는 것. 이런 과정을 반복하니 수정하는 과정도 글을 쓰는 것과 다르지 않다. 시간도 그만큼 소요된다고 하니 글을 쓰고 수정하는 것은 전문 작가에게도 쉬운 일이 아닌가보다. 해학이 묻어있다 못해 넘쳐나는 그의 말솜씨, 아니 글솜씨는 타고난 것일까. “말을 잘하는 사람이 못되서, 실망했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요. ‘그럴 줄 몰랐다.’고들 하세요. (웃음) 저는 주로 듣는 사람이죠. 듣고도 잘 모르다가 집에가는 도중에 생각나면서 ‘아, 이런뜻이었구나.’하면서 웃는 편이에요.
 

 





  하지만 글을 그 자리에서 막바로 대응해야 하는게 아니니까, 시간이 걸리고 생각하고 그런 뜻이었구나 생각하고 문장을 만들면 되니까. 훨씬 낫죠.” 문장의 힘까지 충분히 수렴할 수 있어서 그에게는 ‘말하는 것보다는’ 좀 맞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와의 짧지 않은 인터뷰동안 화기애애하고 웃음꽃이 피던 분위기를 생각해보건데 그의 말솜씨도 점점 글솜씨를 닮아가고 있었다. 진지하면서도 순간순간 그의 재치를 직접 느끼는 것은 글을 읽을 때와는 또다른 감동이다.
 “내가 어릴적 접한 소설은, 수호지나 옥루몽. 무협지. 이야기 힘이 강한 것들. 재미있는 것들을 읽었죠. 이러한 글들은 독자와 작가간의 유대가 큰 것이에요. 소설은 독자와 대화하고 ‘너도 그렇지 않느냐 나도 그렇다’ 식의 유대를 가지는 가장 대중적인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소통이 되지 않는 소설은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나라도 재밌으면 남들도 재미있을테니까. 내 마음대로니까 내가 장악을 하고, 내가 장악하고 내가 잘 아는 소재를 다루니까 남들이 보면 내가 가지고 논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죠.‘잘논다’ 고 하면 될 것 같아요. 혼자 고고하게 노는 게 아니라 장난치듯 같이 노는 개념으로 알아들으면 될듯.”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소설잘쓰는 법은 무엇일까. “잔소리같이 들리겠지만. 많이 나오려면 많이 읽어야해요. 좋은 글 쓰려면 좋은 글을 읽어야 되는거죠. 꼭 모두가 톨스토이가 될 필요는 없어요. 내가 재미있어 하는 거면 충분한거죠. 다만, 안읽는 거는 문제죠. 고전을 하나도 안 읽고서는 쓸 수가 없어요.” 그는 책을 읽을 때는 자신이 재미있다고 생각되는 책을 먼저 읽으라고 추천한다. 재미를 들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도서관에 가서 재미있겠다고 생각되는 책만 읽어도 많은 작품을 접할 수 있다는 것. “문학을 하고 싶은 사람은 스스로가 속한 그룹에서 가장 다독가가 되어야 해요. 우리 친구 중에서 내가 제일 많이 읽는다. 우리 부서에서 내가 가장 많이 읽는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중에 밑천이 딸려서 안되죠.”
 

  글을 쓸 때는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은 자주 들었지만, 추천목록을 만들어주기보다는 직접 자신이 원하는 책을 골라보라는 그의 말이 와닿는다. 무엇이든 ‘재미’를 붙여야 하는 것이 중요할 터. 최근에 부는 책바람은 추천서를 만들어 읽지 않으면 안될 것같은 의무감을 조장하는 경향이 있는 듯. 그는 네이버의 책캠페인에 공감하면서 아직 한국만큼 순수문학이 인정받고 있는 곳이 드물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처세관련 서적이나 경제서적 아닌 순수문학은 해외에서는 대학이라는 상아탑에만 머무른 것이 이미 오래.
  우리나라에는 그래도 순수문학이 살아있는 것이 의미있다는 점을 꼽으며 앞으로의 책캠페인에도 응원을 덧붙였다.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는 극단적인 ‘분노’등의 하나의 감정을 다루는 작품을 쓰고 싶다고 한다. 그동안의 복합적인 감정이 아닌 단순하면서도 극단적인 감정. 무슨 이야기든지 재미있게 재탄생시키는 그의 ‘마이더스의 손’에서는 어떤 모양을 가지게 될까 벌써부터 궁금하다.



 
  얼마전 신문칼럼에 ‘고전을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대인이라면 성석제의 소설을 읽는 것도 빼놓지 말 것.’이라는 문장을 보고 반가웠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 세상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인간적인 작가, 성석제. 그와의 만남은 이렇게 끝이 났다. 한 손에는 자료들을 한손에는 어김없이 책을 들고 걸어가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이 시대 작가의 모습이다. 앞으로 그가 우리에게 선물처럼 선사할 많은 작품들에 미리 감사하면서. 소설가 성석제와의 특별했던 인터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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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이 들려주시던 노래
성석제 지음 / 창비 / 2005년 1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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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의 농담하는 카메라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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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세상을 탐하다- 우리시대 책벌레 29인의 조용하지만 열렬한 책 이야기
장영희.정호승.성석제 외 지음, 전미숙 사진 / 평단(평단문화사) / 2008년 7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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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마인 이야기] [ 남자들에게] [르네상스의 여인들] [ 바다의 도시이야기] 

로마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남자도 하루 아침에 사십이 되지않는다. 

진정 멋진 사람은 마지막 카드를 어떻게 쓰는지를 알고있다. 

올해는 시오노나나미의 책을 꼭 읽어야겠다!!  매력적인 70세의 노장의 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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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에게
시오노 나나미 지음, 이현진 옮김 / 한길사 / 2002년 11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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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피렌체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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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빛 베네치아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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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 보내온 편지 2
시오노 나나미 지음, 백은실 옮김 / 한길사 / 2005년 2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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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객열전
한번 떠나면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

 
 



“장부로 세상에 나와 그 뜻이 크다
때가 영웅을 만들어내니 영웅 또한 때를 만들 일이다.
천하를 내려다보니 어느 날에 큰일을 이룰 것인가
동풍이 점점 차가운데 장사의 의기가 끓어오르는구나.
기개를 떨쳐 가나니 반드시 목적을 이루고야 말 것이다.
쥐 도둑 이등박문이여 어찌 네 목숨에 비길까
어찌 이에 이를 줄을 누군들 알았을까
세상일이 원래 그러한 것,
동포 동포여 속히 대업을 이루자.
만세 만세여 대한 독립이다
만세 만만세여 대한 동포다.”

정확히 100년 전 10월26일이었다. 이 노래를 부르기 한 달여 전 안중근은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 항구에서 엔치야에 머물던 친구들과 작별했다. 친구들이 언제 돌아올 거냐고 묻자 이렇게 말했다.
“다시는 안 돌아올 것이다.”
형가에 근접한 이봉창
그때만 해도 장군은 이토 히로부미가 하얼빈에 온다는 소식을 모르고 있었다. 블라디보스토크에 와서야 비로소 이토 히로부미의 방문 사실을 알았고 거사를 준비한 것이다.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다는 말이다. 안중근 장군의 마음과 하늘의 뜻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1909년 10월26일 하얼빈의 거사는 성공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말대로 다시는 돌아가지 않았다.
형가와 안중근은 모두 중국 땅에서 거사를 감행했다. 이후 또 다른 자객인 이봉창이 대단한 거사를 감행했다. 일본 천왕의 암살을 감행한 것이다. 그는 형가와 가장 근접한 인물이다. 절대세력을 제거하려 했고 거사에 실패했다는 점에서다. 이렇듯 우리는 열전에 나와 있는 인물 유형을 통해 사람을 볼 수 있다. 그것은 하늘의 별자리와 같은 것이다.
광막한 우주에 떠 있는 별자리와 같은 인물들, 나는 지금 어디에서 빛나고 있는 별인가? 혹은 어둠인가? 열전은 그걸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진나라 왕 정은 과연 형가의 예측대로 기뻐하면서 형가를 맞았다. 왕을 향해, 아니 적을 향해 나아가는 형가와 부사인 진무양, 이때 형가의 염려가 현실로 나타난다. 연나라의 장사라고는 하지만 담력이 부족한 진무양이 얼굴빛이 바뀌면서 덜덜 떨기 시작한 것이다. 거사를 감행할 그릇이 아니었던 것이다. 첫 번째 불길한 조짐이었다. 하지만 형가는 여유롭게 그 위기를 넘기고 왕에게 지도를 들고 다가간다. 지도에는 비수가 숨겨져 있었다.
환한 얼굴로 왕이 지도를 펼치자 비수가 드러났다. 그 찰나에 형가는 왼손으로는 왕의 소매를 붙잡고 오른손으로 비수를 쥐고 왕을 찌르려고 했다. 하지만 왕이 몸을 일으키는 바람에 소매만 떨어졌다. 왕은 칼을 뽑으려 했지만 칼이 길어 뽑지 못하고 칼집만 잡았다.
왕은 도망쳤다. 형가는 뒤를 쫓았다. 어전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옆에 있던 지혜로운 신하의 일갈이 왕을 살렸다. 칼을 등에 지고 뽑으십시오. 왕은 칼을 등에 지고 칼을 뽑아 내리쳐 형가의 왼쪽 다리를 베었다. 쓰러진 형가는 비수를 왕에게 던졌지만, 한참 혈기방장한 왕은 비수를 피하고 비수는 궁의 구리 기둥을 맞고 튕겨져 나왔다. 왕은 쓰러진 형가를 난자하고, 형가는 희미하게 웃었다. 그리고 형가는 “당신을 사로잡아 위협을 해서 태자에게 보답하려 했다”면서 준엄하게 진나라 왕을 꾸짖었다.
거사가 실패하자 호랑이에게 상처를 입힌 격이었다.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은 진나라 왕 정. 진노한 그는 군사를 동원해 연나라를 공략했고, 태자 단은 동쪽으로 달아났다. 5년 후 연나라는 망했다. 이듬해 진나라 왕 정은 천하를 통일하고 스스로 ‘황제’라고 불렀다. 중국 고대의 신 황제, 신들의 왕인 황제가 땅 위에 나타난 것이다.
열전은 형가의 죽음 이후 또 다른 자객이자 예인인 고점리를 간략하게 소개한다. 고점리는 형가와 어울려 노래하고 춤을 추던 예인이었다. 뛰어난 예인이었기에 진시황은 그가 형가의 친구임을 알면서도 가까이 두었다. 단 그의 두 눈을 멀게 해 멀리서 연주만 하게 했다.
열전엔 이렇게 적혀 있다.
“진시황은 고점리의 뛰어난 축 타는 솜씨를 아까워하여 용서하는 대신 눈을 멀게 했다. 그러고 나서 고점리에게 축을 타게 했는데, 그 소리를 칭찬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진나라 시황은 그를 점점 가까이하였다. 고점리는 축 속에 납덩어리를 넣어두었다. 진나라 시황 곁으로 가까이 갔을 때 축으로 내리쳤지만 시황은 맞지 않았다. 진나라 시황은 결국 고점리를 죽였다. 이 일로 해서 진시황은 죽을 때까지 제후국에서 온 사람들을 가까이하지 않았다.”
“자객이여, 너는 누구냐”
중국의 하얼빈에서는 해마다 10월26일이 되면 총성이 울린다. 이 울림은 어디에서 오는가? 1909년에는 하얼빈의 대합실에서 울렸고, 그부터 70년 후인 1979년에는 서울의 궁정동 안가에서 울렸다.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는 자객이라는 단어로 설명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박정희라는 인물보다는 유신정권이라는 망령을 저격한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의 권총 또한 그러하다.
이들이 손에 들고 뜻을 펼친 무기는 총이다. 총알은 빠르게 나아가 상대를 절명시키는 무기다. 총 이전에는 칼이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총성과 비수의 음률은 베토벤의 ‘운명교향곡’으로 전이된다. ‘운명교향곡’ 도입부의 강렬한 엑스터시는 바로 이러한 운명에 대한 음악이다. 음악과 비수와 총성, 겨누는 자와 도망가는 자와 쫓아가는 자의 모든 동작이 ‘운명교향곡’에 담겨 있다.
형가를 읽으면서 베토벤을 들으면, 동서양의 두 정신이 하나의 강물로 굽이쳐 흐르고, 천둥 번개가 치고, 때론 조용히 호흡하면서 저 화엄의 바다로 나아가는 모양이 보인다. 음악이 눈에 보인다는 건, 무슨 말인가. 그 음악에 자신의 이야기가 담기기 때문이다. 그 음악에 사람의 이야기가 있어 눈을 감아도 선연하게 떠오른다.
먼 길을 달려와 숨이 차다. 하지만 나의 마음에는 지금도 만주벌판을 질주하는 힘찬 영웅들, 그 준마들의 말발굽소리가 메아리쳐 온다.
그리고 자객들의 칼에 쓰러지거나 모멸을 당한 인물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셰익스피어가 표현한 로마의 영웅 카이사르의 마지막 말, ‘브루투스 너마저(et tu Brute)’가 자객을 바라보는 위대한 인물들의 극적인 심정인지도 모른다. 그토록 믿었던 이 세상이 나를 찌르는구나. 세상이여 너는 누구냐? 자객이여, 과연 너는 누구냐?


▼ 다음 회 예고
첫 회를 ‘자객열전’으로 선택한 것은 2009년이 안중근 의사의 거사 100주년이기 때문입니다. 저의 소견으로는 안중근 의사야말로 자객의 대표적인 유형입니다. 다음달에는 ‘사기열전’의 저자 사마천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옛 책에는 저자의 자서(自敍)를 맨 뒤에 붙였습니다. ‘사기열전’에도 맨 마지막에 사마천 자신의 기록이 붙어 있습니다. 사마천에 대한 기록은 ‘한서’에도 남아 있습니다. ‘사기열전’과 ‘한서’를 전거로 글을 쓰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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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목을 베어 건네다
하지만 정국은 계속 태자 단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진나라의 장군 번오기가 연나라로 망명했다. 만약에 그를 받아준다면 진나라를 화나게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태자 단은 자신의 품으로 날아온 가여운 울새와 같은 장군을 품으려 한다. 태부는 절대 받아들이면 안 된다면서 번오기를 받아들일 때의 상황을 이렇게 말한다.
“굶주린 호랑이가 다니는 길목에 고기를 던져놓는 격이다.”
그럼에도 자신에게 투항해 온 장수 번오기를 품으려 하는 맘 좋고 심약한 태자 단에게 태부는 말했다.
“위태로운 일을 하면서 안전함을 찾고 재앙을 만들면서 복을 구하려 한다면 계책은 얕아지고 원망만 깊어진다.”
그래도 단은 요지부동이었다. 현인의 눈에는 바로 앞의 불행이 확연하게 보이는 법이다. 태부는 자신의 지혜와 용기로는 감당되지 않는 일이라 전광 선생이라는 현인을 단에게 소개한다. 태자 단이 전광 선생을 만나면서 진시황 암살이라는 계획이 무르익는다.
태자는 전광 선생을 만나 연나라와 진나라가 함께 설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전광 선생은 자신은 한때 하루에 천리를 달리던 준마였지만 이미 늙고 쇠약해진 노둔한 말이라면서 광야를 달릴 수 있는 준마인 형가를 추천했다.
태자 단은 전광 선생에게 비밀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간곡하게 당부했다. 전광 선생은 심약한 태자의 걱정을 이미 알고 있었다. 전광은 몸을 낮추고 형가를 찾아 가 간곡하게 태자 단의 준마가 되어줄 것을 당부하고 자신의 목숨을 버렸다. 비밀 유지에 대한 태자의 염려를 덜어준 것이었다. 형가는 즉시 태자를 찾아가 전광 선생의 죽음을 전했다. 태자는 전광 선생의 죽음을 애도했다. 그리고 형가가 자리에 앉자 태자는 자리에서 내려와 머리를 조아렸다.
그 자리에서 태자 단은 말했다. 진나라 정을 찔러 죽여 진나라 내부에 분란이 일어나게 한 다음 다른 제후국들이 합종한다면 진나라를 깨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그러면서 이 일, 즉 진나라 왕을 제거할 수 있는 영웅을 만나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당신이 그 일을 해달라는 간곡한 부탁의 말이었다. 형가는 자신은 그러한 일을 할 만한 사람이 못 된다면서 몇 번 거절하다 끝내 허락했다.
형가가 진나라로 길을 떠날 때 가지고 간 것은 번오기 장군의 목과 연나라의 요지인 독항의 지도였다. 독항은 일찍이 진시황이 눈독을 들이던 땅이었다. 두 가지 덕분에 진나라 왕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태자 단은 당연히 번오기 장군의 목을 줄 수 없다고 했지만, 이 소식을 들은 번오기 장군은 스스로 자신의 목을 베어 형가의 뜻에 따랐다.
안중근의 ‘장부가’
형가의 거사에는 이미 두 ‘인간’의 죽음이 있었다. 전광 선생과 번오기 장군의 목숨이었다. 이 둘은 형가의 성공을 위해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 태자는 세상에서 가장 날카로운 서 부인의 비수를 황금 100근을 주고 구입했다. 독약이 발라진 그 칼날은 살짝 스치기만 해도 목숨을 앗아가는 것이었다.
비수와 두 사람의 목숨, 그리고 기름진 땅까지. 진시황에게 다가가기 위한 준비가 다 되었다고 태자는 생각했다. 하지만 형가는 한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온다면 길을 떠날 일이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그 장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소심한 태자 단이 형가에게 큰 실수를 한다. 다른 뜻이 있어 주저하는 것이냐, 즉 겁이 나는 거냐는 식의 질문이었다. 형가는 단호하게 태자를 꾸짖었다.
“한번 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입니다. 비수 한 자루를 가지고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없는 진나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는 자신은 친구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한 다음, 태자가 그런 말을 하니 당장 떠나겠다면서 연나라의 진무양이라는 얼치기와 함께 길을 떠난다. 형가의 마음이 조금 흔들렸다. 더불어 온 우주가 흔들렸다.
이 대목에서 나는 형가 거사의 위태로움을 보았다. 1%가 모자란 것이었다. 완벽하지 않다면 진나라 왕을 벨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대국의 통일이라는 거대한 드라마의 전주곡이었는지도 모른다. 형가는 슬픈 곡조인 우성으로 ‘장사가 한번 떠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리’라는 노래를 부른 다음 진나라로 향했다. 가는 길에 결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고 전한다.
대한제국의 안중근 장군도 이러한 길을 걸었다. 하얼빈 김성백의 집에서 머물렀던 거사 전날, 안중근은 하얼빈 역을 바라보면서 ‘장부가’를 적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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