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외수 . <벽오금학도>, <괴물>, <황금비늘>, 최근작 <장외인간> 등의 소설 뿐 아니라 <감성사전>, <외뿔>, <내가 너를 향해 흔들리는 순간> 등의 수필, 산문집까지 글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있는 작가. 게다가 초대전을 가질 만큼 그림 역시 화가급에, 곡도 쓰고 이것저것 잘 하는 그. 깡마른 몸에 긴 머리, 기인이라 불릴만한 그간의 행적들. 사람들은 흔히 그를 ‘천재'라고 부른다. 그러나 그는 단호하다. “나더러 ‘재능을 타고 났다'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구둣발로 엉덩이를 차버리고 싶어. 시간과 피눈물을 형언할 수 없을 정도야. 타고난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다들 몇 배의 시련과 고난 끝에 도달하는 거야.”

 







춘천의 자택에서 만난 그는, 스스로의 말처럼 천재는 아닐지 몰라도 참 ‘대단한 사람'이었다. 그는 무엇에든 한계를 두지 않으려 한다. 미리 전화를 해 인터뷰를 요청하자 몇 마디 듣지도 않고 시원스레 “토요일 오후 아무 때나” 오란다. 적당히 3시쯤 가면 되지 않을까 싶어 찾아간 그의 집 2층의 사랑방 ‘격외선당'에는 이미 십여명의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모여 차 한 잔씩 앞에 두고 이외수와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었다. 일대일의 인터뷰를 생각하고 갔던 리포터는 다소 당황했지만, 곧 이것이 이외수를 가장 ‘잘' 드러내는 방식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독자들을 만나는 데 나만큼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작가도 없어.” 글을 쓸 때를 제외하고, 매달 3~4백명의 손님들이 이곳을 찾는단다. 직접 운영하는 홈페이지에도 그를 찾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소설, 수필 등 글쓰기에 장르를 가리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나더러 외도한다 어쩐다 많이들 그러는데, 알피니스트가 논두렁 산책하면 외도하는 건가? 능력만 있으면 다 하는 거야. 칼국수 끓이는 놈이 수제비는 못 끓일까.” 그는 소설가, 시인, 수필가 이렇게 장르를 구분하지 말고 자신을 ‘문호'로 봐달라고 한다. “개인적인 얘기나 일상적인 얘기들은 소설에서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없으니 수필이 제일 잘 맞고 , 짧고 농축된 언어를 가지고 상징적 표현을 하려면 시가 잘 맞지. 각 장르의 특색이 있으니 끊임없이, 다양하게 해보고 싶은 거지.” 듣고보니 죄다 맞는 얘기다.







이외수가 ‘대단한 사람'인 또 하나의 이유는 독특하고 예민한 그만의 ‘감성'에서 찾을 수 있다. 그의 작품에 독자들이 열광하는 것도 작품을 통해 이외수만의 감성을 공유하고 내가 사는 세계와는 다른 세계를 직접 느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신작 <장외인간>을 읽은 독자들이 너나할것없이 ‘아직도 달이 있는지' 하늘을 올려다봤다고 얘기하는 것처럼.








그는 의식이나 의지는 내가 만들어가고 나에 따라 구불구불하기도 하고 곧기도 한,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지만 감성은 외부에 의해 달라지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상징적으로 표현하자면 , 의지가 깃대이고 감성이 깃발인 셈이지. 불가분의 관계이긴 하지만, 감성은 정서적 소통이야. 느낄 感이잖아. 느끼는 것은 바깥의 것에 의한 거야. 나 자신에 있어서는 느낌이 많지 않지. 감성이 풍부하다는 건 바깥 것들과 교감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말이지.” 남들과 똑 같은 것을 보아도 단지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소통하고 교감해 표현하기 때문에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표현과 감성의 신선함이 그대로 전달된다. “이외수식의 표현은 인위적인 수사법을 가능한 한 줄이고 자연을 가지고 표현하는 거야 .인위적인 수사법은 10년이 지나면 이미 낡은 느낌이 드는데, 자연은 퇴락한 느낌이 들지 않거든.”

집에서 기르는 식물들과도 대화를 하기 때문인지 다른 집보다 유난히 더 잘 자란다고 한다. “말라죽어 가는 머루를 가져왔는데 지금은 매년 점점 자라서 여름이면 마당에 머루 덩굴이 생길 정도야. 사물에게도 자기와 동일시하고 애정을 보여주면, 잘 자라는 거야.”







어느덧 그의 문학인생도 30년째다. 1981년 발표한 <장수하늘소> 서문에서 그는, ‘죽기 전에 한번은 기회가 와줄 것'이라 했었다. 그런 그에게 찾아온 기회는 언제였을까. “그때는 기회가 오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기회는 만드는 것이라 생각해. <> 이후에 8년 동안 글을 못 썼는데 <벽오금학도>로 재기했어. 어느 작가든지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있어. 그게 없다면 데뷔작이 대표작이 되는 거지. 하지만 터닝 포인트가 있으면 새로운 인생, 새로운 작품을 만들 수 있게 되는 것 같아.” 철문을 치고 5년간이나 스스로 감옥생활을 하다시피 해 써낸 <벽오금학도>. 그 작품을 기점으로 그는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작품 스타일과 주제가 바뀌었을 뿐 아니라, 정신적 수행도 많이 했고 성숙도도 높아져 더 많은 독자에게 인정받을 수 있고, 스스로의 자신감도 생겼다고.




그는 눈 앞에 보이는 것에 연연하기보다는 ‘아름다움'을 위한 글을 쓰기에 생명력이 길다. 염불에는관심이 없고 잿밥에만 관심이 있고, 돈이 인간 이상으로 평가받고, 사람들이 정신보다 물질을 우선시하고, 양심과 도덕성을 상실하는 ‘세상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글을 쓴다. 그래서 그는 “세상의 방부제”인 예술로 세상을 조금이라도 덜 썩게 만들고 싶다고 한다.

 


 






작가로서 그가 가장 기본으로 여기는 것은 ‘단어'이다. “우리말은 발음은 다르지만 뜻은 같은 이음동의어가 어떤 단어든 다섯 이상이야. ‘죽다'만 한 번 생각해볼까. 죽다, 영면했다, 입적하셨다, 열반에 들었다, 골로 갔다, 밥숟갈 놨다, 뒈졌다… 정말 많지. 그 중 가장 적절한 단어를 뽑아내려고 노력해야 해. 작가라면 그 정도의 노력을 하는 건 기본이지.” 단어에 대한 애정, 한글에 대한 애정을 작품에서 고스란히 찾아볼 수 있다. 조사 하나까지 고심고심해 단어를 골라내 쓴 글들이기에 그의 작품은 걸림 없이 쉽게 읽히고, 독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것이다. 책이 나오면 ‘30만부씩은 나가주는' 작가가 요즘 몇이나 될까.

 







그는 컴퓨터 활용도 수준급이다 . 워드만 이용하는 대개의 작가들과 달리, 개인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고 곡 작업도 한다. 한때는 아들들과 얘깃거리를 만들려고 인터넷 게임을 시작했다가 열손가락에 물집이 잡힐만큼 빠졌다가 “계속 하다가는 글 쓰는 걸 폐업할 것 같아서” 그만두기까지 했단다. 채팅도 종종 한다. <장외인간>에 묘사된 ‘초딩과의 채팅'도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라고. “채팅방 가서 초딩들이랑 채팅하면서 ‘반사', ‘즐', ‘그러삼' 이런 말도 같이 쓰고 그래.” 웹서핑도 많이 한다. “iMac 컴퓨터를 사용하는데 다음이나 엠파스는 안 열리지만 네이버는 되니까 그걸 주로 쓰지. 자료검색할 때엔 거의 다 네이버를 써.”


네이버의 책 캠페인 얘기를 하자 굉장히 반기며 “캠페인 안 해도 책 많이 읽으면 좋잖아”라며 웃는다. “기 안 죽으려면 책을 읽어야 해. 책을 읽는 사람은 직장인이든 백수든 뭐가 달라도 달라. 책을 안 읽는다는 건 인간이기를 거부하는 거야. 문자 쓰고 책 읽는 것은 지구상에서 인간만 할 수 있는 건데, 그걸 왜 안 해. 체험이 곧 지혜를 만드는 것이라면 한 권의 책을 읽는 것은 한 생애를 체험하는 것이고 지혜를 습득하는 거야. 성공, 지혜를 원한다면 책을 읽어야지.” 문학의 위기에 대해서도 그는 할 말이 많다. 어정쩡하게 쓰는 사람들에게나 위기란다. 자신감이 느껴진다. 책보다 재미있는 게 너무 많은 세상인데, 출판계가 잘못된 관행들을 바꾸고 독자에 맞춰 더 노력해야 한다고. 추천해주고 싶은 책을 묻자 주저없이 박민규의 <카스테라>와 이철환의 <행복한 고물상>을 꼽아주었다.







그는 내년 초에 40여년간 살아온 춘천을 떠나 화천으로 이사간다고 한다. “사방이 너무 도시화돼서, 별도 안 보이고, 기운이 어수선해서 글을 못 쓰겠다”지만, 이 곳에서 책만해도 20권을 넘게 냈으니 그도 오죽 섭섭할까 싶다. 이외수를 춘천의 상징이라 여겨온 춘천 시민들도 아쉬움이 클 것이다. 스스로의 얘기처럼 그가 천재는 아닐지도 모르지만, 요즘 집필중인 <글쓰기의 공중부양>의 첫 대목처럼 영혼을 담아 글을 쓰는 그는 참 위대해보인다. ‘나는 어떤 일에 타고난 사람보다 노력하는 사람이 훨씬 훌륭해 보이고, 그보다 어떤 일에 미쳐있는 사람이 더 훌륭해 보이고, 그보다 시종일관 그 일을 즐기고 있는 사람이 더 위대해 보인다.' 아직 핸드폰도 터지지 않는다는 그곳 화천에서 더 좋은 작품을 갖고 독자들에게 찾아오리라는 더 큰 기대를 가져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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