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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생각 빈자의 생각
공병호 지음 / 해냄 / 2005년 12월
평점 :
아마도 앞으로 나의 독서인생에서 공병호 박사의 책을 다시 읽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생각을 바꾸는 것, 새로운 발상, 바깥에서 이유를 찾기보다는 자신에게서 이유를 찾는 것은 모두 맞는 이야기다. 징기스칸도 말했듯이 적은 항상 자기 속에 있는 것이고, 이를 아군으로 만드는 것도 자기 자신의 몫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메시지가 이제는 항상 불편한 까닭은 무엇일까?
현실을 직시하라고 그는 말한다. 이 역시 너무도 타당한 말이다. 보고 싶은 것만 보아서야 앞으로 나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다일까? 지금 세상의 수 많은 사람들이 과연 현실을 안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어서 그리도 힘들게 사는 것일까?
올바른 생각을 갖고, 냉철하게 현실을 파악하며 자기를 단련하는 것은 사람으로서 꼭 필요한 덕목이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자기를 둘러싼 주변을 살피는 것 역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특별히 사회적인 사고를 가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나는 내 자신을 상당히 개인주의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누구나 미시적인 관점과 거시적인 관점에서 자기자신과 환경을 조망할 필요가 있는데, 공병호 박사의 말은 미시적인 부분에서는 어느 정도 일리가 있지만, 거시적인 관점에 놓고 볼때 너무도 순진하다. 아니, 그야말로 보고싶은 것만 보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논리를 펴고 있다.
문제는 너 자신이야 라는 말이 통치논리가 되고, 지배논리가 될 때, 기업의 '윤리'는 헌신짝처럼 내버려진다. 기업의 지상목표가 이윤추구라는 말은 맞지만, 적정한 룰 안에서 게임을 진행할 의무가 있고, 이를 벗어날 때에는 사회적인 그리고 법적인 제재가 필요하다. 아니, 기업의 이윤추구본능은 마치 우리들 개개인의 견물생심본능과도 같아서, 기업이야말로 적극적인 관의 개입과 법적인 장치를 통해 일정부분 구조적인 견제를 받아야한다. 마치 그가 예로 든, 현금을 계산하는 자와 이를 다시 감수하는 자가 구분되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의 논리대로라면 이명박씨는 참으로 좋은 사람이다.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했고, 대통령이 되어서도 가족을 위한 이윤추구에 몰입하여 아마도 대통령이 되기 전의 그가 수 백억대의 부자였다면 지금은 수 조원대의 부자가 되었을 것이니까 말이다.
공병호 박사의 문제는 한 두번 거론한 것도 아니고, 특히 그가 그토록 사랑해마지 않던 가카와 대운하의 말로 - 이미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예견했던 그 방향으로 - 그리고 재벌의 구태를 보면서, 나는 이 분이야말로 확실히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긍정적으로 자기자신을 항상 살피면서 살아야 한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사회와 주변을 바라보면서 균형을 맞춰야 할 것이다. 다만 사회와 환경이 나의 모자람에 대한 핑계로 끝나지 않도록, 자기자신을 단련하면서 이를 통해 어떻게 주변환경을 바꾸어 나갈 것인가를 항상 생각해야 할 것이다. 내가 당장은 바꿀 수가 없고, 과거에 일어난 일은 다시 되돌릴 수가 없겠지만, 그렇다고 이들을 '자기 focus'라는 미명하에 외면하는 것은 마치 모래속에 머리를 묻어버리는 타조와 같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