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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드러커의 자기경영노트
피터 드러커 지음, 이재규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0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런 저런 계발서적이나 경영서적을 접하다 보면 절대로 빠지지 않는 이름이 몇 나오는데, 톰 피터스, 스티븐 코피, 잭 웰치, 카네기, 나폴레온 힐, 그리고 피터 드러커 등이다. 이들 중 톰 피터스만 빼고는 최소한 한 권 정도는 각 저자가 쓴 책을 읽은 기억이 있다. 시기에 따라, 또 내 상태에 따라 읽던 당시의 느낌도 다르고, 적용도 많이 달랐겠지만, 세간의 평을 떠나 어느 정도 모두 의미가 있었다고 판단한다.
그런데, 상당히 많은 계발서적의 저자들이 모호한 개념을 주제로 하여 책을 쓰거나, 경영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보다는 역시 모호한 개념을 차용한 유사 경영논리를 펼치는데 반해, 피터 드러커는 상당히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분석을 동원한 주장을 펼치는 점이 일부 유사 전문가들과는 차별이 되는 점인데, 그의 저서들이 그토록 오랜 시간동안 경영과 자기계발분야에서 베스트 셀러를 유지하게 하는 이유라고도 생각이 된다.
내가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파악한 그의 관점은 이러하다. 자기경영의 중심에는 올바른, 그리고 현실에 입각하여 실행이 가능한 좋은 '목표설정'에 있고, 이를 기반하여 수립되고 시행되는 시간과 자기관리에 있다는 점이다. 또한 못하는 것, 또는 하지 못하는 일이 아닌 할 수 있는 일, 혹은 잘하는 일에 focus를 맞춘 목료설정과 임무부여는 강한 성공의 동기과 원인이 되고, 결과적으로 맡겨진 과업을 훌륭하게 수행하여 조직 전체의 발전에 이바지 한다는 점 역시 이번 책에서 파악한 논점이다.
거장의 저서답게 배울 것도 생각해볼 만한 부분도 많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은 어쩔 수 없다. 우선 이 책의 근간을 이루는 많은 실용사례들은 대기업에 국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 조직의 일원으로써 일해본 경험이 전무한 나로서는 모르는 이야기들, 아니 공감하기 어려운 사례들이 많아서 책에서 이야기하는 바를 깊이 체감하지는 못했다. 또 한 가지는 이 책의 나이, 아니 피터 드러커의 나이라고 하겠는데, 그 만큼 내 느낌으로는 현재에서 볼 때 상대적으로 구시대적인 논리라고 느껴지는 몇 가지 포인트들이라고 하겠다.
지금 우리의 시대는 paradigm이 바뀌는 한 가운데에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본주의 극을 달린 결과 엄청나게 증가한 전체의 부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가난하게 또는 경우 중산층의 삶을 영위하고 있고, 소비 역시 임계치에 다다른 지금에는 자본주의 이후의 다른 그 무엇, 환경, 평화, 공존, 지속으로 상징되는 삶을 찾아가는 방향으로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우리의 경로가 재편될 것이라고 믿는데, 이 책에서 다루는 사례들은 거의 백 여년전의 경영사례들인 바, 엄청난 시간의 간극이 느껴졌고, 이를 메우기에는 그의 논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다.
요컨데, 모든 것을 관리하던 시대, 그러니까 시간까지도 5분 단위로 쪼개서 관리되어야 하는 자원으로 접근하는 시대를 넘어선 다른 시공간으로 넘어가는 지금의 우리에게는 과연 얼마나 적용이 될 수 있는가를 생각할 때, 이 책의 많은 포인트는 그 빛의 밝기가 떨어진다고 하겠다.
여전히 수 많은 책과 강연에서 인용되고, 기업논리에 적용되는 그의 생각이지만, 대안적인 삶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먼 개념으로 받아들여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