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왕국 일본의 알려지지 않은 진실 만화규장각지식총서 3
이현석 지음 / 부천만화정보센터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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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누가 뭐라고 해도, 일본은 만화와 게임 및 이들의 파생산업의 왕국이다.  일본의 애니매이션과 게임, 또는 피규어나 장난감과 함께, 가히 일본의 만화는 그야말로 세계  최고의 위치에 있다고 하겠다.  물론 한국에도 만화가 있고, 미국의 경우도 상당히 유서가 깊고 작품성도 뛰어난 초인만화가 있지만, 만화라면 뭐니뭐니해도 일본이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양쪽의 다른 면이 존재하는 법인데, 저자는 특히 일본만화의 이 다른 한 쪽을, 업계의 전반적인 정보와 인터뷰를 통해 조명해준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멀티밀리언셀러들이 물론 다수 존재하고 그들의 부와 명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작가들은 손익분기점의 안팎에서 지분율을 높이고 수입을 올리기 위해 피가 튀는 고생을 하기도 한다.  솔직히 만화가라고 하면, 더구나 상당히 그 시스템이 전문화된 일본이라면, 좀더 편안한 환경에서 작업을 하면서, 적절한 수입을 올릴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 전문화 때문에 더욱 쉽지 않은 수익모델이 만들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예를 들면, 스토리 작가와 작화가의 수입배분, 거기에 출판사의 몫, 그리고 작화가가 스스로 부담하는 잔업작화가 비용을 빼면, 실제로는 평균적인 월급쟁이의 연봉만큼의 수입을 올리기에도 빠듯하다는 것이다. 

 

또한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일본의 만화산업은 우리가 유추하는 것과는 상당히 다르게도 여전히 비주류의 문화라는 점인데, 그 거대한 마켓과 세계적인 인지도를 생각할 때 조금 의아스럽기도 하다.  아마도 우리나라의 장르소설분야가 받는 문학계의 냉대와 차별을 떠올리면 조금 공감이 가겠지만, 그래도 이런 큰 산업을 '점잖은' 사람의 affair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평균적인 일본인들의 인식이라는 점은 역시 놀랍기만 하다. 

 

따라서, 저자는 말한다.  일본의 만화업계에 대한 환상을 버리라고.  또한 유학을 통해 막연하게 일본에서 몇 년간 배우고 한국으로 돌아가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란 망상 역시 전혀 근거가 없다고. 

 

매사에 현실적인, 그리고 실질적인 내부의 모습을 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소 지겹게 느껴지는 부분이 없지 않은 구성이지만, 그래도 한번 정도 읽어 볼 만하다.  참고서로도 유용한 것 같다.  별 것 아닌 지식이나마 이렇게 또 조금 늘어나는 것 역시 이 책이 준 선물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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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숨결 - 개정판
로맹 가리 지음, 윤미연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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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만 보면, 로맹 가리의 인생은 매우 성공한 인생이라고 할 수 있다.  적어도 세속적인 의미로는 말이다.  제2차대전 발발 후 프랑스 군인으로서 일종의 가연금 상태를 탈출하여 영국에서 자유프랑스군의 일원으로 싸웠고, 친한 친구들이 거의 다 죽었을만큼 험한 작전들에 투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아 훈장을 받고, 작가로서도 매우 성공하여 콩쿨상을 두 번이나 받았고, 주미 프랑스 대사가 되어보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제물도 요즘의 기준에는 모르겠지만, 성공한 작가로서, 그리고 명사로서 충분한 수준을 유지했을 것이라고 가정할 때, 이 역시 충족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인생은, 마치 그 자신의 것이 아닌, 제 3자의 것, 특히 어머니의 강한 염을 담은, 어머니가 생각하는 기준의 성공을 위해 바쳐졌다고도 볼 수 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편모 슬하에서, 그 하나만을 인생의 모든 구원의 대상으로, 희망과 꿈을 실현을 위한 매개체로써 바라보는 교육을 받은 사람이 과연 진정으로 참된 자기자신의 삶을 살 수 있었을까를 생각하면, 우리가 아는 로맹 가리는 그 자신이 아닐 수도 있겠다.  아직 쟁여놓기만 한 그의 작품을 다 읽지는 못하였기에 정확한 분석을 시도할 수 없지만, 그에 대한 평론과 담화에서, 그리고 이번 '마지막 숨결'에서 그런 제 3자적인 관점을 많이 느낀다. 

 

작품이 되다 만 것도 있고,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로 짦게 끝나는 등, 작품 자체로의 가치는 모르겠으나, 이야기로서, 그리고 그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는데이는 큰 도움이 되었다고 본다.  작가의 머리는 무한하지만, 유한하기도 하여, 이런 소품들을 발전시킨 것이 종종 장편 역작으로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 이런 끄적임을 읽는 것은 그의 특정 작품이 어디서 어떻게, 또는 어떤 상황에서 구성되었는지를 유추하게 한다.  특히 강한 자살의 암시가 들어나는 몇 편의 수록작품들은 실제로 인생의 황금기를 모두 지나고, 황혼기로 향하는 특정 시기부터 반추한 그의 인생에서 로맹 가리가 무엇을 느꼈는가에 대한 강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위의 이야기는 흔하게 회자되는 로맹 가리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저 나도 그런 것을 느꼈다는 정도로 보면 좋겠다.  늘 궁금하다.  내 인생은 과연 내가 진정으로 발견한 나의 행복과 기쁨의 기준에 얼마나 가까운 모습인지 말이다.  공부도, 직업도, 삶, 현재의 모든 것들에서 과연 진정으로, 내가 아주 어렸을 때의 나처럼 나를 웃게 만들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나이를 한참 먹어버린 지금에 와서 이런 것을 찾는다는 것이 때늦은 감이 있기는 하지만, 요즘은 자주 생각해본다.  과연 내가 앞으로 일년밖에 살지 못한다면,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할까? 

 

로맹 가리의 귀결은 머리에 권총을 대고 방아쇠를 당겨버리는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참된 자기는 여기에 없었다고 생각했다면. 

 

나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 그저 기쁘게, 그들을 행복하게 해주며 살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평생 책읽기, 운동, 그리고 악기를 다루며 살고 싶다.  아마도 그런 것들을 위해 끊임없이 직업적인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머리에 권총을 대고 방아쇠를 담기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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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석의 유쾌한 일본만화 편력기
이명석 지음 / 홍디자인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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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처음에 득템하고서 읽은 후 어제 다시 읽어 보았다.  한 8-9년을 사이에 두고 두 번을 읽은 셈이다.  만화책을 사랑하는 저자가 가장 재미있다고 생각한 대표적인 일본 만화작품 50편을 소개한 이 책에는 생각보다 내가 모르던 작품들이 더 많이 들어있는데, 한국의 그것에 비해 훨씬 깊고 넓은 일본 만화의 세계를 생각할 때,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아는 작품들은 주로 상당한 유명세를 탄 작품들이니까 말이다.  그래도 우리가 익히 아는 드레곤 볼이나 슬램덩크, 내일의 조, 캔디 캔디 같은 작품들이 포함되어 있다. 

 

요즘 나이를 먹는 것에 대한 반발인지, 만화, 장남감, 혹은 오락실 게임을 못 즐겼던 과거에 대한 반작용인지는 모르겠지만, 자꾸만 만화책을 모아들이고 싶어진다.  사실 처음에 부모님 곁을 떠나 미국에 와서 좋았던 것이 이런 것들을 내가 원하는 대로 볼 수 있었다는 점이긴도 한데, 그럴만큼 우리 집에선 원래 자라나는 아이들의 필수 영양소인 이런 것들을 극도로 차단시켰었기 때문에, 난 지금도 게임과 만화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  처음에 슈퍼닌텐도 (슈퍼패미콤의 미국 버전)로 나온 Street Fighter 2는 얼마나 재미있게 가지고 놀았었던지, 오락실에 가서 차례를 기다리지 않고서도 무한대로 집에서 즐기는 게임의 맛이란.  지금이야 가정용 콘솔이 게임계를 lead하고 있지만, PSX까지만 해도, 가정용 콘솔의 최대목표는 오락실의 게임을 가급적 100%에 가깝게 이식하는 것이었었다.  아! 그런데, 이것은 게임 이야기의 책이 아니지...

 

80년대의 문고판 만화들 중 상당수는 일본 작가의 작품을 제멋대로 들여와서 가상의 한국 작가를 내세워 찍어내던 것들이고, 90년대의 상당 기간동안도 정품발매보다는 해적판이 더 유행을 했던 것이 기억난다.  이명석이 꼽은 작품들은 그런 경로로조차 볼 수 없었던 것들이 태반인데, 그것은 그와 나의 세대차이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일본 만화책의 세계로 들어가는 입문서 내지는 reference로 손색이 없는 책이고, 심심할 때 가끔씩 꺼내어 읽으면서 만화책에 대한 이런 저런 상상을 하기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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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웨이 2013-05-26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전에도 이런 얘기 쓰신 적 있어요. 트란님은 유년기, 혹은 십대와 제대로 이별을 못하신 걸 수도. (응?) <애도 예찬>인가, 아니, 프로이트인가? 그런 비슷한 걸 어디서 읽었었는데,,, 제대로 그 시기를 끝내지 못했을 때, 회귀심리, 반동심리, 뭐 그래서 집착하게 되는. (뭐래는지. 트란님이 정리좀 해주세요.;; 저 지금 와인 마시고 팽팽 돌고 있는 중. ㅎㅎ)

트란님 청소년 때 얘기 들으니까 좋아요. 이런 얘기, 책 얘기 중간중간에 좀 곁들여주세요. 게임이라니, 만화라니 제가 또 잠시 헷갈리고 있지만. 눈 떼굴떼굴 개구장이 같았을 것 같기도.;;

연휴가 언제까지에요? 내일도 연휴에요?

transient-guest 2013-05-27 11:19   좋아요 0 | URL
상당히 가능성이 높은 이야기죠.ㅎㅎ 뭐 덜 자란 man-child같은거요. 저도 정확한 심리학 용어는 몰라요. 확실히 운동도 그렇고 취미도 대부분 그렇고, 혼자 노는 아이 스타일..-_-: 연휴는 월요일까지가 연휴입니다. Memorial Day라고 2차대전때 유럽에서 이긴 날이죠 아마?
 
20세기 소년 + 21세기 소년 세트 - 전24권 (묶음)
우라사와 나오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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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책을 덜 사고, 지금 가지고 있는 녀석들을 더 보자고 다짐하건만, 그리고 자주 욕구를 억누르기는 하지만, 결국 어쩌다 한번씩은 집단구매를 저지르곤 한다.  지난 주에도 이런 충동의 결과로 추리소설 몇 권과 함께 이 합본을 사서 읽었다.  결과적으로 주머니가 조금 가벼워지기는 했지만, 더 미루지 않고,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온지 꽤 지난, 그리고 세계멸망이라는, 책의 주제라기 보다는 하나의 장치로 쓰인 이 테마역시 유행이 지나가고 있지만, 시공간이 바뀌면서 진행되는 이 만화는 그야말로 하나의 드라마였다.

 

너무도 유명한 70-80년대의 어린이 만화 플롯 - 악당이 나타나서 지구정복 혹은 멸망을 획책하는데, 극적인 위기의 순간에 영웅이 나타나서 이를 물리치고 지구를 구한다는 - 을 이렇게 꽈배기처럼 꼬아놓고, 여기에 등장인물 하나마다 인간의 여러 모습을 하나씩 새겨놓은 이 작품은 단순히 만화가 아닌 것 같다.  책을 읽을 때 꼭 작가의 메시지를 찾을 필요는 없겠지만, 내가 느끼는 몇 가지 포인트는 굳이 찾으려고 하지 않아도 보였던 것 같다. 

 

일단, 나비효과.  1970년, 어린아이들이 저지르는 일상의 단순한 일들이 이어지고, 여기서 파생된 결과물이 '친구'의 '세계정복'.  1970년에 몇 가지 일만 일어나지 않았거나 일어났어도 '친구'는 탄생되지 않았을 것 같다. 

 

인간은 누구나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 약한 존재라는 점.  그러나 이런 약한 존재들이 모여 하나의 힘을 낼 때 사회를 바꾸고 세계를 바꿀 수 있다는 점. 

 

극단적인 조작과 세뇌를 통한 민중통제는 현 시대, 우리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  민주/독재국가, 동서양, 빈부를 막론하고 이런 조작은 어디에서든 일어나고 있다는 것. 

 

이 작품의 뛰어난 점이자 미스터리는 시공간의 연결 이상, virtual reality와 과거/현재/미래의 연결. 

 

백문이 불여일견.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았겠지만, 아직까지 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한번쯤 구매를 고려하는 것도 좋겠다.  세일이니까.  난 이런 합본 세일을 좋아한다.  신간을 구매해서 읽을 때 느끼는 설레임도 좋지만, 모두 끝난 작품을 이렇게 한꺼번에 구해서 볼 때의 느긋함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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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케 2013-04-24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좋아하는 켄지....나오키는 참 대단한 작가. 그런데
이 만화의 영화판은 거의 '재앙'...이더군요.

transient-guest 2013-04-23 14:06   좋아요 0 | URL
일본애들이 보면, 만화의 드라마화는 좋은데, 영화화는 좀 약하더군요..ㅎ
 
크로스 : 정재승 + 진중권 - 무한상상력을 위한 생각의 합체 크로스 1
정재승, 진중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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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종류의 책을 보면 어김없이 기획의 냄새가 난다.  즉 진중권과 정재승이란 두 학자들이 어떤 대담을 하거나, 이슈를 가지고 이야기한 것을 책으로 꾸몄거나, 아니면, 원래 흥미를 갖고 있는 이슈들에 대한 의견을 책으로 써냈다기 보다는, 출판사 차원에서 이런걸 한번 만들어 보면 잘 팔리지 않을까 하는 마스터 플랜을 짜고, 거기에 진중권과 정재승이 각각의 주제마다 각자의 학술적인 풀이를 가지고 글을 썼다고 보인다는 것이다.  물론 내가 틀렸을 가능성도 매우 높지만, 어쨌든 내가 받은 impression은 그렇다.  일례로, 주제선정도 그렇지만, 각 주제에 대한 해석에 있어 이미 정해진 결론을 놓고 해석을 짜맞춰간 느낌이 많이 난다는 것.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이를 구체화하면서 글을 써나가는 것 보다는, 특정 주제와 해석이 나온 상태에는 이를 각기 과학/미학적인 관점에서 논리적으로 풀어나간 시도의 냄새가 폴폴 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꽤나 재미있다.  가끔씩 나오는 fact의 오류는 조금 거슬리지만, 그래도 일종의 오차범위내에서의 오류로 보이니까 그런대로 참을만 하다.  그리고 정재승은 몰라도 진중권이라는, 한국 사회에서는 특히 흔할 수 없는 캐릭터이기에 역시 참을 수 있다.  진중권 같은 사람은 하고 싶은 말, 아니 하여야 할 말을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뱉어내는 사람이기에 귀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심형래도 황우석도 한창때에는 진중권 말고는 함부로 비판하는 사람도 없었고, 그 비판 덕분에 엄청난 인신공격까지 당했지만, 결론적으로는 그가 옳았다고 생각되기에, 진중권 특유의 다소 '재수없는', 무엇인가 늘 가르치려 하는 말투 역시 참을 수 있다.  혹자는 변희재를 진중권의 대착점에다 놓고 이야기하는데, 내가 볼 때 그건 어림도 없는 수작이다.  사람과 응가를 견주는 것은 바보같다는 생각.

 

그런대로 쉽게 읽히고 좀 유명한 주제들에 대한 흥미로운 해석을 - 설사 그것이 결론에 맞춰진 냄새가 나더라도 - 볼 수 있는 책이다.  다만, 미디어에서 띄운만큼의 재미는 느끼지 못하였다.  So Caveat Emptor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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