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그만뒀습니다
다자와 다쿠야 지음, 황선종 옮김 / 해냄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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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07년 무렵에 산 책이고, 그때 딱 한번 읽고 지금까지 서재에서 잠자고 있던 책이다.  이번 10 days 10 books project의 첫 번째 choice가 된 이유는 2011년 퇴사, 그리고 2012년 창업 후지금까지를 생각하면서 나 자신을 한번 돌아보기 위함이다. 

 

그 당시 난 변호사로서의 첫 해를 첫 직장에서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회사에서의 생활은 매우 힘들었다.  창업멤버로서 영입된 형식이지만, 결국 작은 사무실에서 온갖 일들, 특히 영어가 약한 대표가 못 하는 일을 모두 도맡아 실무를 배워가면서 진행하는 것이 나의 일이었기 때문인데, 그에 비해 보수는 말도 못하게 낮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자기만족을 갖기 어려운 자리에서 그런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사람과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인데, 우연히 발견한 작은 한국서점에서 제목을 보고나서 단박에 사 읽으면서 언젠가 이 회사를 그만둘 그날을 생각하면서 마음을 달랬던 것이다. 

 

그때에는 책을 읽고서 이렇게 남긴다는 것은 먼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였고, 그 덕분에, 내용과 함께, 고스란히 내 무의식의 깊숙한 저편으로 이 책을 떠나보냈었다.  그때에도 지금처럼 깊이 내용을 찾아가면서 읽었더라면 훗날의 내 몇 가지 실수는 면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저 카타르시스를 느끼는데서 멈추지 말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천에 옮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는만큼, 앞으로를 대비할 수 있었으면 한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이유로, 그리고 경로를 통해 비교적 이른 시기에 퇴사를 하고, 자기의 것을 찾아가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단순히 생계형으로 자조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장인수준의 깊이를 추구하면서 한 시절을 보내는 사람들, 또는 제법 규모있는 중견사업체의 수장으로서 두 번째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이야기를 통해, 회사를 그만둔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단순히 earning의 다른 방편 이상으로 따져보고 있다. 

 

'직장을 그만둔다는 것, 그것은 자신의 삶에 목숨을 거는 것과 같다'는 말처럼 안일하고 단순한 생각으로는 회사라는, 무엇을 하여도 붙어만 있으면 월급이 나오는 배경이 없는 삶을 살아가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우물쭈물하지 말아야하고, 치밀하게 생각하고 열심히 일하지만, 이와 동시에 상당히 대범한 구석도 있어야 함은 또한 물론이다.  그래도, 매일 남의 일을 하면서 막연히 사람을 돕는다는 생각을 하면 자조하던 때보다는 이렇게 '거리'에서 살아가면서 나의 시간에 나를 위해 일하는 것은 즐겁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버티면, 또한 최소한 어느 정도의 벌이는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에 묘한 마음의 평안도 얻을 수 있다.  그런 마음으로 다가오는 세월을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일은 시간이 흐를수록 깊어지고 평판이 나는 분야이기 때문에, 지금의 어려움은 결국 이름이 덜 알려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도시의 생활에서 고만고만한 대기업/중소기업을 떠나 고만고만한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지만 월급으로 만족해야 하는 삶이라면, 그리고 그 월급의 대부분은 그 직장을 다니기 위한 도시거주비용이라는 마중물로 다시 환원되어야 하는 삶, 그러면서도 마흔을 넘기면 점점 불안이 고조되는 그런 삶에 지쳐있다면, 더 늦기 전에 대안을 생각해보는 것을 어떨까?  대안이라 함은 제도안에서의 그것이 아니라, 시스템 바깥으로 나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꾸준히 현재의 내 practice외에도 다른 수입원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땅이 넓은 이곳의 장점과 비교적 출퇴근 및 근무처가 자유로운 나의 장점을 합쳐 도시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살면서 작은 밭을 가꾸고 self sufficient한 삶을 살아가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 될 것이고, 차차 나아지는 수입을 낭비없이 - 돈이 없던 사람이 갑자기 약간의 여유를 갖게 되면 미친 사람처럼 돈을 써대는 것을 매우 가까운 곳에서 지켜본 경험이 있다 - 잘 모아서 부동산 투자 같은 것으로 약간의 여유를 만들어 내는 것도 다른 방편이 될게다.  그때야말로 '회사'를 그만두고, 아니면 돈을 벌기 위한 일을 줄이고, 공부와 봉사를 하면서 좀더 깊은 삶의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인생은 선택이다.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든 신중하게 자신을 돌아보고, 빨리 행동으로 옮기며, 그런 후에는 뒤를 보지 말고 앞으로 달려나가는 것이다.  그것이 지금 나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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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2 (완전판) -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2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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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읽은 전집의 책은 역시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인데, 비교적 order를 중시하는 나의 성향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순서대로 읽어나갈 것 같다.  출판사에서 정리한 순서에는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것인데, 이를 존중하는 의미도 있고, 편리하기 때문이다.  앞서의 괴도신사 뤼팽이나 홈즈 시리즈 모두 같은 출판사의 번역을 읽었는데, 그렇게 순서대로 읽었다. 

 

추리소설을 읽는 사람들 중에서 이 책의 내용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일종의 밀실트릭의 확대본 같은 설정인데, 범인에게 조력자가 있었어야 하는 부분은 트릭의 완벽함을 다소 훼손하기는 하지만, 앞서 읽은 단편을 보면, 이렇게 너무도 당연한 설정을 넣었기 때문에, 오히려 제대로 추리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을 보면, 이 역시 거장의 솜씨가 아닌가 싶다.  역시 등잔 밑이 가장 어두운 법이고, 해결의 실마리는 가장 simple한 데서부터 찾아야 하는 것이다.  

 

늘 하는 이야기지만, 열악한 국내의 출판시장을 볼 때, 이런 책들은 나올 때 무조건 구해야 한다.  나중에 절판되고서 후회해도 소용이 없는 것이다.  장준하 선생의 둘도 없는 친구인 김준엽 선생의 책은 그렇게 일부가 절판되어 나는 지금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다.  이곳에서 구입하기에는 다소 높게 책정된 가격때문에 망설이는 사이에 그렇게 좋은 역사의 primary resource가 절판되어 버렸다.  휴가때 한국을 가게 되면 헌책방을 돌아보아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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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있는 동안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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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서재를 늘 찾아주시는 서친님 한 분의 예언이 현실이 되어, 민생고는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날아가 버리고,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60여권을 한꺼번에 사들였다.  상당한 DC를 받기는 했지만, 어짜피 해외배송비용으로 다 날아갔으니까, 원가로 사들인 셈이다.  쌓아놓고 즐기기만 하다가, 지난 주부터 한 권씩 읽어가고 있다. 

 

전집을 시작하는 책은 단편을 모아놓은 책인데, 흔하게 알려져있는, 다소 진지한 추리가 요구되는 유명작은 아니지만, 소소한 에피소드를 통해 몇 명의 중심인물을 소개받고, 대장정을 시작하기 위한 몸풀기를 할 수 있게 해준다.  당분간 운동을 하면서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전집을 한 권씩 읽어나갈 것이다.  물론 다른 책들도 계속 읽겠지만, 운동할 때에는 역시 이렇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좋다. 

 

책 열 권을 동시에 읽으라는 말도 있지만, 내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역시 다독은 좋은 방편이 된다.  특히 방해받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는 나이를 훌쩍 넘긴 직장인이라면 이렇게 여러 책을 틈이 나는대로 조금씩 읽다보면 머리도 덜 피로하고 여러 장르의 책을 읽는 재미도 느낄 수 있으며, 어려운 책은 나름대로의 페이스를 잡고 조금씩 읽어, 끝내 다 읽을 수 있게 해준다.  지금도 이런 저런 짬이 나면, 그 때에 맞춰 조금씩 다른 책을 읽고 있는데, 열 권까지는 못해도, 한 네 권 정도를 읽고 있다. 

 

앞으로도 많이 남은 이런 호사는 조금씩 아껴 누려야 오래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황금가지'에서 나온 다른 완간본들도 하나씩 구해서 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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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58
프란츠 카프카 지음, 김현성 옮김 / 문예출판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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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이라고 번역하기도 그렇고, '심판'이라고 보기도 그렇다.  영문으로는 Trial이라고 번역하면 - 독일어가 원문일테니까 - 딱 좋을 주인공의 passion을 보면, '소송'은 분명히 아니다.  물론, 주인공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상한 '소송'의 대상이 되어 온갖 잡스러운 인물을 거쳐, 종국에는 자기 자신이 자신을 '소송'에 일체화하여 구속시키게 되지만, 역시 'trial'이라고 할 때, 느껴지는 원인모를 고통스러운 궤적이 '소송'에서는 느껴지지 않는다. 

 

'심판'은 더더욱 부적절하다.  어떤 작가는 '소송'보다는 '심판'이 더 어울린다고 했지만, 주인공의 고통스럽고, 쓸모없는 시도들을 보면 '심판'은 영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심판'이라는 번역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어느날 갑자기 누군가 찾아와서, 주인공이 '소송'의 대상이 되었고, 재판을 거쳐 구형될 것이라고 하는데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부지점장이라는 지위에 있는 주인공은 당시로 보면 전형적인 화이트 칼라인데, 원인을 전혀 알 수 없는 구속에 휘말리면서 그의 일상은 이 '사건'에 주도되어 버리고, 매사, 이를 떠올리지 않고서는 하루의 생활이 불가능하다.  더우기 매우 mysterious하게도, 그가 만나는 모든 사람은, 이 시점부터는, 직간접적으로 그의 사건에 모종의 관련이 있다. 

 

이 작품에 삶과 죽음을 투영하는 해석도 있고, 사회정치적인 분석도 있는데, 어느 하나도 정확하지는 않다.  굳이 철학적인 고찰이 아니더라도 어느 시대에나 형태를 바꿔 존재해온 국가권력의 구속을 투영하면 이 책은 사회풍자가 된다.  삶과 죽음을 테마로 잡고 이 책을 보면, 이 또한 투영이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책의 진정한 위대함은 timelessness가 아닐까?

 

아무튼간데, 카프카는 난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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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
조지 오웰 지음, 신창용 옮김 / 삼우반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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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은 누가 뭐라고 해도 대표적인 그 시대의 행동하는 지식인이다.  그는 실제로 노동을 하고, 노동자들과 생활했으며, 스페인 내전에 참가하여 왕당파의 반대편에서 싸우기도 했었다.  그런 참여를 통해 얻어진 경험과 지식은 고스란히 그의 작품세계에 반영된 철학을 구성하게 되었다.  나 같이 자리에 앉아서 세상을 조망하는 성향이 강한 사람으로서는 도무지 따라가려고 해도 따라갈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위대함.  좋아하는 작가를 따라잡기 위해 기껏 내가 해보는 것은 파스타 요리와 규칙적이고 꾸준한 운동 정도가 되겠다.  그러니 조지 오웰은 특히 요즘처럼 사이비 지식인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한번 정도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 멋진 풍운아같다.

 

과연 사람은 돈이 없이도 살 수 있을까?  시골에서 농사를 짓거나 푸성귀를 뜯어 먹는 것이 아닌, 도시에서 간헐적으로 들어오는 수입으로는 어떤 생활을 하게 될까?  방세를 겨우 내면서, 지저분하고 비위생적이기 짝이 없는 여관에서 돈이 떨어지면, 그리고 더 이상 전당잡힐 물건도 다 떨어지면, 그야말로 굶는 것이 답이 되는데, 그렇게 하다보면,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사회변혁에 대한 열망과 욕구도 그러니까, 최소한의 의식주가 보장되어야 가능한 것이다.  배고프면, 힘이 빠지다 못해, 뇌가 흐물흐물해지는 것처럼 정신이 하나도 없어진다는데, 요즘 우리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불의에 저항하고 대항하려해도, 실제로는 허상에 가까운 스펙쌓기와 대기업 취업을 목표로 하면서 정신을 굶기는 우리들 말이다. 

 

굶다 못해, 이상한 직장이라도 일단 받아들이고, 일을 시작하는데, 그가 선택한 직업은, 그나마 연줄을 통해서, 호텔식당의 접시닦이가 되겠다.  12-14시간을 꼬박 일하고, 먹고 자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환경에서, 그가 목격하는 것은 역시 허상뿐인 고급식당에서 비싼 돈을 지불하고, 불결한 환경에서 준비된 음식을 거리낌없이 사먹는 상류층.  요즘이야 이런 정도는 아니겠지만, 어쨌든 이 시절의 파리는 참으로 더러웠다.  갑을관계는 여기서도 존재하는데, 이 구조의 가장 하층부에 존재하는 접시닦이생활을 끝내고 런던으로 돌아온 그를 기다리는 것은 다름아닌 빈민구제소.  미리 약속되어 있었던 일자리가 없어지고, 무일푼으로 런던을 살아갈 수가 없는 그로서는 당연한 선택이 되는 셈이다. 

 

이 책이 얼마나 조지 오웰의 실제 낭만담(?)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경험한 것이 더하면 더했지 이 작품에서 서술된 모습보다 덜하지는 않았을 듯.  보통 조지 오웰하면 '동물 농장'이나 '1984'를 떠올리겠지만, '카탈로니아 찬가'나 '위건 부두로 가는 길'같은 작품에서 볼 수 있듯이 그는 훌륭한 르뽀 작가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조금씩 읽으려고 사둔 2차대전 중에 그가 쓴 신문/라디오 사설 모음도 상당히 훌륭한 사료가 된다. 

 

참고로, 영어로 읽을 때에는 조지 오웰보다는 조올지 올웰에 가깝게 읽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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