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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출렁 기쁨과 슬픔 ㅣ 아이세움 감정 시리즈 1
허은실 지음, 홍기한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7년 2월
평점 :
아이를 키우면서 동일한 잣대, 틀에 박힌 고정관념으로 키우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비교적 자유롭게 컸기 때문일까 아니면 성향이 그래서일까. 여하튼 '여자가...' 또는 '남자가...'라는 말을 극도로 싫어한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게도 되도록이면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것도 아니고 집안에서만 생활하는 것도 아니니 그런 말을 아예 안 듣고 키울 수는 없다.
둘째는 남자 아이인데도 유난히 눈물이 많다. 많이 혼내지도 않았는데 어쩌다 혼이라도 내면 금방 눈물을 글썽인다. 워낙 어려서부터 그래왔기에 나는 별 반응없이 그러려니 하는데 남편은 그게 너무 싫은가 보다. 며칠 전에도 아이가 조금 눈물을 보이자 굉장히 화를 내며 나무란 적이 있었다. 물론 그 자리에서 내가 남편에게 뭐라고 하면 괜히 감정 싸움만 될 것 같아 참았다. 마침 이 책을 보고 며칠 전의 일이 생각나서 퇴근한 남편에게 보여주었다. 특히 마지막에 있는 '부모님과 함께 읽어 보세요' 코너를... 겉으로는 그런 적 없다고 말하지만 마음속으로는 느낀 바가 있겠지.
감정이라는 것은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표출하는 방법이나 다스리는 방법은 모두 다르다. 감정은 어렸을 때만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기에 어렸을 때부터 그것에 대해 바로 알고 알맞게 대처해야만 커서도 자신을 다스릴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런 것은 지금의 어른도 제대로 교육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가르쳐 줄 엄두를 못낸다. 그런 면에서 이런 책이 나왔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단순히 기쁨과 슬픔이 어떤 것이라는 서술 형식을 취하지 않고 다양한 예를 들어가며 설명을 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다. 그림도 경직되지 않고 자유분방한 느낌을 준다. 어떻게 보면 <재주 많은 손> 시리즈와 구성이나 그림이 비슷하다는 느낌도 든다. 그리고 특히 마지막 문구가 마음에 든다. '어떤 감정을 갖느냐는 네가 마음먹기에 달린 거야. 넌 그럴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강하니까!' 이 말 한 마디에는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과 아이에 대한 믿음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기쁨이든 슬픔이든 모두 꼭 필요한 감정이며 그것을 감추려고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이 책은 시종일관 이야기 하고 있다. 물론 기쁠 때는 몸이 더 좋은 반응을 하지만 그렇다고 슬픔을 회피하거나 숨길 필요는 없는 것이다. 오히려 슬픔을 받아들이고 극복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책을 덮고 나니 아이를 어른이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만 보려 하지 않고,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중하는 마음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따뜻하고 뿌듯했나 보다.
그리고 뒷부분에 나오는 '배꼽쏙 눈물쏙 웃음보따리'에 있는 이야기는 얼마나 웃기던지... 아이가 웃기다며 읽어주는데 얼마나 웃긴지 말을 잇지 못할 정도였다. 모처럼 배꼽 빠지게 웃었다. 이 글을 읽어준 댓가로 나도 그 중 한 가지만 소개해야겠다.
[금붕어의 불만]
당신들 말이야! 수족관에서 나를 키우는 건 좋다 이거야.
근데, 달랑 두 마리 집어넣고 물레방아 하나 설치하는 건 좀 심하잖아?
그리고 말이야.
당신들은 내 기억력이 3초라고 말하는데, 당신들이 시간 재 봤어?
에... 또, 그리고 말이야.
당신들은 내 기억력이 3초라고 말하는데, 당신들이 시간 재 봤어? 재 봤냐고?
음, 또 뭐였더라, 아! 그리고 말이야.
당신들은 내 기억력이 3초라고 말하는데, 당신들이 시간 재 봤어?
음, 할 얘기가 또 있었는데. 음... 맞다!
당신들은 내 기억력이 3초라고 말하는데, 당신들이 시간 재 봤어? 재 봤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