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술 연필 페니의 비밀 작전 좋은책어린이문고 2
에일린 오헬리 지음, 공경희 옮김, 니키 펠란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0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전편이라고 할 수 있는 <요술 연필 페니>가 나왔을 때 붙어 있던 연필을 가지고 둘이 싸웠었는데 이제는 공평하게 하나씩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왜냐... 똑같은 연필이 하나 더 생겼으니까. 아이들은 페니가 있으면 진짜 공부를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설마, 그건 아니겠지. 그래도 아이들은 페니가 있으면 기분은 좋은가보다.

작가의 상상력이란 참으로 기발하다. 누구나 가져 보았던 혹은 가지고 있는 필통 속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어떻게 하게 되었을까. 대개의 사람들은 연필이나 지우개가 없어지면 그냥 어딘가로 가버렸구나라고 생각하지 이처럼 연필들이 자발적으로 무슨 일을 하기 위해 움직인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 책을 읽으면서 필통 속의 개체들이 나와서 돌아다니다가 아이들이 들어오면 어떻게 처리할까 궁금했는데 작가는 아주 간단하게 마무리한다. 바로 서둘러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으로... 전편에서는 연필이나 색연필들이 수동적이었는데(즉 사람이 옮겨야만 움직였는데) 여기서는 적극적이다. 그래서일까. 읽는 동안 스스로 못 움직이는 한계 때문에 답답한 느낌이 전혀 없었던 것이.

언제나 어디서나 선이 있으면 악이 있고 즐거움이 있으면 슬픔도 있다. 페니는 이제 랄프의 필?으로 돌아와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영원한 행복은 없는 것일까. 항상 랄프의 사랑을 독차지 했던 페니에게 맥이라는 샤프가 등장하면서 뒷전으로 밀려난다. 차라리 처음부터 이인자였으면 모르겠지만 일인자였다가 밀려난 그 심정은 아마 겪어 본 자만이 알 것이다. 그래도 맥은 그리 나쁜 친구만은 아니었던 듯 나중에는 모두와 친구가 된다. 사실 처음에 읽을 때는 맥이 악의 축에 속하는 줄 알았었다. 그래서 새로운 인물과 대립각을 세우는구나 생각했는데 작가는 이런 나의 추측을 비웃기라도 하듯 전혀 생각지도 못한 악역을 등장시킨다.

같은 반 친구인 버트는 틈만 나면 랄프와 사라를 괴롭힌다. 그것도 직접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교묘하게 속여서 랄프가 곤경에 빠지기도 하고 선생님께 혼나기도 한다. 특히 버트가 검은 매직펜으로 장난 친 것을 보고는 직감적으로 예전의 그 원수임을 안다. 이 때부터 페니와 친구 폴리의 검은 매직펜 혼내주기 작전이 시작된다. 때론 곤경에 빠지기도 하고 때론 통쾌하게 혼내주기도 하면서... 결국은 선이 이긴다는 것을 보여준다. 페니를 비롯한 랄프 필통 속 친구들과, 폴리를 비롯한 사라 필통 속 친구들이 모두 힘을 합쳐 이뤄낸 성과다.

어린이책에서는 인간이 주인공이 아니라 동식물이 주인공인 경우는 허다하다. 그러나 이처럼 무생물이 주인공인 경우는 극히 드물다. (물론 아이들의 생활습관을 바로 잡기 위해 무생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경우는 있지만 그런 종류의 이야기와는 다른 시각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것도 사람이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무생물들이 이야기를 끌고 나가고 사람은 단지 조연에 그치는 구성은 거의 못 보았다. 그래서 더 재미있고 신기하면서도 가끔 나의 이 경직된 사고방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아 그림을 흘끗거렸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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