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스캔들 창비청소년문학 1
이현 지음 / 창비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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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차이... 내가 청소년기였을 때에는 속으로 수없이 되뇌던 말이지만 지금은 듣기 싫은 말 중 하나가 되어버렸다. 특히 딸에게서 그런 소리를 듣기라도 한다면 그동안 노력했던 것이 허사가 되는 것 같아 화가 나기까지 한다. 워낙 권위적이거나 틀에 박힌 것을 싫어하는 성격인지라 나도 아이들에게 되도록이면 권위를 내세우려 하지 않는다. 그래도 시간 차이는 어쩔 수 없는지 간혹 딸의 행동이나 말이 용납이 안 될 때가 있어서 잔소리를 하게 된다. 그러면서 하는 말, 요즘 아이들은...

정말 요즘 아이들은 우리 때와는 너무도 다른 생활을 하고 있다. 저마다 핸드폰을 가지고 다니며 좋아하는 가요를 듣기도 하고 화가 나면 그걸 푼다고 쇼핑을 한다고도 한다. 예전 같으면 그건 처음 사회생활 시작할 때의 모습이 아니던가. 물론 내가 시골에서 자랐기 때문에 그런 문명과는 약간 동떨어진 생활을 했기에 더욱 큰 괴리감을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여하튼 많이 다르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니 달라지지 않은 게 있다. 바로 교실에서 사제지간의 풍경.

간혹 포털 사이트에서 체벌 당한 이야기나 사진을 본 적이 있다. 또 주위 학교에서 어떤 선생님이 심하게 체벌을 해서 문제가 된 적도 있다. 그 경우 분명 한 쪽의 일방적인 잘못은 아닐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요즘 아이들이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이 예전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책을 읽는 동안 내심 보라의 담임 선생님이자 수학 선생님이 아이들을 체벌하는 이유가 실은 아이들은 모르는 어떤 사실이 숨겨 있지는 않을까 기대했었다. 나중에 선생님에 대한 오해가 풀리고 아이들에게도 자신의 과한 체벌을 사과하여 잘 해결되리라고 생각했다. 왜 우리의 아동문학에서 끝맺음을 대부분 그런 식으로 하지 않던가. 그러나 내 예상과 기대는 전혀 빗나갔다.

무엇보다 반 아이들이 모두 가면을 쓰고 가상의 공간에서 벌이는 몰상식하고 때론 비열하기까지 한 행동들은 기실 현재 아이들의, 아니 사람들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제 인터넷 상에서의 비방성 글이나 인터넷 예절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말은 '잔소리'로만 인식될 뿐이다. 맞는 말이지만 듣기는 싫은 잔소리...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이 책은 그런 문제점들을 아이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이 하면서 잘 표현하고 있다. 겉으로는 당당하고 쿨하게 지내지만 가면을 쓰면 비열해지는 인간의 모습도 보이고 권력 앞에서 자신이 다칠까봐 내지는 자신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서 아부하는 모습도 보이고, 속이 없는 듯 언제나 웃고 있지만 실은 자신의 못난 모습이 싫고 주눅들어 있는 모습도 보인다. 그야말로 교실에는 온갖 종류의 인간군상들이 있는 셈이다. 

거기에 하나 더 있다. 바로 교실에 새로 온 교생인 미혼모 이야기. 그녀를 바라보는 제도권의 시선도 있으며, 밖에서라면 당차다거나 멋있다는 둥의 이야기로 흘려들었겠지만 자기 아이가 있는 학교에서는 절대 안 된다는 학부모들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어쩌면 이것은 그저 지어낸 가상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지금의 현실 문제인지도 모른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현실에서는 미혼모라는 사실에 본인이 그런 엄두를 내지도 못한다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일까. 

여하튼 담임이 학교를 그만두는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되지만 과연 아이들의 마음 속에서도 그럴까. 아마 이 사건을 계기로 아이들은 한층 자라게 될지도 모른다. 원래 아프거나 힘든 일을 겪고 나면 자라는 법이니까. 간결한 문체와 정작 1인칭 주인공 시점임에도 그다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듯한 전개가 읽는 이를 더 감정에 휩싸이게 한다. 청소년기 아이들의 고민과 이야기가 다 들어 있으면서도 그 속에 들어 있는 문제점들을 그냥 넘기지 않는다. 피상적인 것만 좇는 요즘 아이들이 이런 책을 계기로 좀더 사물과 사건을 깊이 들여다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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