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작가가 되기 위해 작가는 글을 쓰는 매 순간 절대적으로 제정신이어야 하며 건강해야 합니다. 저는 글 쓰는 행위는 희생이며, 경제적 상황이나 감정적 상태가 나쁘면 나쁠수록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낭만적인 개념의 글쓰기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합니다. 작가는 감정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아주 건강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문학작품 창작은 좋은 건강 상태를 필요로 한다고 생각하며, 미국의 '잃어버린 세대' 작가들은 이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인생을 사랑한 사람들입니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파리 리뷰 인터뷰, 책 375쪽에서)
나는 글을 읽을 줄 알아.
그것은 그의 평생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이었다. 그는 글을 읽을 줄 알았다. 그는 늙음이라는 무서운 독에 대항하는 해독제를 지니고 있었다. 그는 읽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읽을 게 없었다.
(책 75쪽에서)
한동안 주인의 관심에서 멀어져 홀로 비어 있었던 서재를 다시 찾기 시작한 것은 작년 11월 말 무렵이었다. 여러가지 복잡한 개인적 상황을 잊기 위해서 책 읽기와 서재에 마음을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오랫동안 돌보지 않은 서재에 들어와서 책장에 새로운 책을 담아 정리하고, 배경 화면을 바꿔주고 틈틈히 들어와서 글을 올렸다. 물론 잘 가꿔진 다른 서재를 구경하는 재미도 덤으로 얻었다.
주인이 관심을 갖고 사랑하며 돌보기 시작하니 어느날부터 내 서재를 구경하러 오는 분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부끄럽게도 알라디너 선택을 받는 글도 생겼다. 그리고 부족한 나의 글에 댓글을 달아주는 서재 분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열 명도 찾지 않았던 나의 서재에 이제는 하루에 수십 명씩 다녀가니 신기할 뿐이다.
서재에서 재미있게 노는 동안 내가 얻은 것은,
우선 내 주변 상황들이 많이 정리되었고,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다른 분들의 서재를 통해서 내가 좋아하고 관심 갖고 있는 책들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얻었고, 그동안 알지 못했던 다른 분야의 책과 작가들도 많이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댓글에 담긴 그 분들의 따뜻한 마음과 관심에 감사 드린다. 얼굴도 나이도 모르고 사는 곳도 알지 못하지만 무엇보다 책과 삶에 대해 함께 공감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위로였다.
사람으로 인한 상처는 역시 사람으로 치유 받을 수 있으며, 대부분의 문제들은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결론을 다시 얻었다. 내가 이렇게 편안한 마음으로 책이 주는 즐거움에 몰입할 수 있게 된 것은 결국 시간과 알라딘 서재 때문이다.
축하...축하...
가족들과 서재에 방문자 수가 10,000명을 넘은 것과 지난 달에 이어 이번달에도 마이 페이퍼에 당선된 것을 함께 축하했다. 물론 서재의 달인 분들에 비하면 10,000명이 뭐 대단할까 싶지만 나에게는 의미가 크다. 서재에 들어오면 잠시 걱정도 고민도 다 잊게 된다. 그리고 알라딘 서재로 때문에 책을 더 많이 읽게 되었으니 일석이조다. 유치하지만 가족과 친구의 축하를 받으며 아이처럼 신났다. 이달 당선작으로 뽑혀도 이렇게 가슴 떨리고 즐거운데 정말 신춘 문예나 유명한 문학상에 당선된다면 아마도 심장이 터져버리거나 기절해 버릴 것만 같다. 당선작에게 지급된 알사탕으로 사고 싶은 책을 구입했다.
내가 돈으로 고 책을 때와는 완전 다른 기분... 남편은 케익을 사주며 글 써서 돈 벌었다고 기특해 했다.
가장 먼저 그 동안 찜해 놓고 구입하지 못했던 '작가란 무엇인가'를 장바구니 담아 결재했다. 책을 받는 순간 떨림...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이름을 보며 마음까지 숙연해졌다.
우선 12명의 작가의 파리 리뷰 인터뷰 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쓴 밀란 쿤데라와 '콜레라 시대의 사랑'과 '백년 동안의 고독'을 쓴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부분부터 읽었다.
'작가란 무엇인가'를 읽고 싶은 마음은 너무 컸지만 두려운 마음이 들어 사지 않았다. 물론 내가 이렇게 위대한 작가가 되고 싶다는 대책없이 허황된 꿈을 꾸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에 나는 뭔가를 써 보고 싶다는 마음이 자꾸 든다. 내 일상과 책에 대해서 기록해 두고 싶다는 마음이다.
축하금을 받아서 산 책들을 책상 위에 잘 쌓아두었다.
'연애 소설을 읽는 노인'에 나오는 주인공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의 고백처럼 글을 읽을 줄 안다는 것이 축복이다. 그런데 나는 글을 읽을 줄도 알고, 읽을 책도 많으며 다양한 감정 표현이 가능한 한글을 모국어로 사용하니 특별한 축복을 받은 게 틀림없다.
이번 주에 책을 정리하면서 당분간 구입을 자제하겠다고 다짐했는데 또 책을 샀다. 그리고 나를 우울에서 구해준 알라딘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어 루이스 세풀베다의 소설을 몇 권 더 구입할 예정이다.
정말로 정말...대책없지만 지금은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