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Better Watch Out, 2016

   감독 - 크리스 펙코버

   출연 - 리바이 밀러, 올리비아 드종, 에드 옥센볼드, 알렉스 미킥







  캐럴 ‘Santa Clause Is Coming To Town’의 첫 소절 ‘You better watch out’을 연상시키는 제목과 불이 활할 타는 벽난로 앞의 처참한 광경. 딱 보자마자 알 수 있다. 이 영화는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하는 살인극이라는 사실을.



  ‘루크’는 어릴 적부터 자신을 봐주던 베이비시터 ‘애슐리’를 짝사랑한다. 크리스마스이브, 둘만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남자다움을 어필하려고 했지만 애슐리에게 그는 어린 동생일 뿐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주문하지 않은 피자가 배달되고, 누군가 창밖에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 그 와중에 루크의 친구인 ‘개럿’까지 놀러왔다가 위험에 처하는데…….



  예전에 영화 ‘나 홀로 집에 Home Alone, 1990’에서 꼬마 ‘케빈’이 만든 함정을 현실적으로 분석한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거기서 말하길, 현실에서 도둑들이 케빈의 함정에 빠졌다면 아마 서너 번은 죽었을 것이라 했다. 이 영화는 아마 그 부분에 착안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진짜로 그런 함정을 설치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 예로 ‘나 홀로 집에’의 꼬마 케빈이 던진 페인트 통을 맞은 도둑들은 금방 깨어났지만, 이 영화에서 페인트 통을 맞은 사람은 얼굴이 박살나서 죽어버렸다.



  영화의 초반은 베이비시터가 나와 위험에 처하는 기존의 다른 작품들처럼 흘러갔다. 하지만 범인의 정체가 드러나는 중반부터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기존의 베이비시터가 등장하는 영화와는 전혀 다른 범인의 정체 때문에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살인마에 대한 캐릭터 설정이 흔들리면서, 초반의 재미가 줄어드는 것 같았다.



  애초에 그가 그런 일을 벌인 이유가 애슐리에 대한 짝사랑 때문인가 생각했는데, 나중에 하는 짓이나 내뱉는 말을 보면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처음에 세운 계획에서 벗어나는 사건의 연속 때문에 당황하고 결국 광기에 젖어드는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사건의 뒷수습을 하는 걸 보면, 계획적인 범행 같기도 했다. 다른 사람의 지문을 흉기에 묻힌다거나, 유서를 준비시키는 치밀함은 그 순간에 생각해내기에는 너무 꼼꼼했다. 그 모든 것을 준비했다는 건, 애초에 그녀에게 자신을 인식시키기 위해서 사건을 벌였다는 주장과는 맞지 않았다. 어쩌면 처음부터 그는 모든 것을 파괴할 속셈이었을지도 모른다. 사건이 뜻하지 않게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바람에 당황한 처음과 다 죽여 버리겠다는 후반의 연결이 어딘지 모르게 어색했다. 아니면 그가 모든 사람을 속여 넘길 정도로 뛰어난 연기를 보였다는 설정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영화를 보면서 문득 윌리엄 마치의 소설 ‘배드 시드 The Bad Seed, 1954’가 떠올랐다. 어쩐지 소설의 주인공인 ‘로다’의 오빠 버전을 보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로다보다는 순진함이라든지 카리스마 또는 청순함은 좀 떨어지는 것 같다. 하긴 양 갈래로 땋은 머리에 레이스가 나풀거리는 원피스를 입은 어린 소녀의 카리스마를 이길 존재가 있을 리가…….



  사람들이 그에게 너무 쉽게 당한다는 어이없음을 빼고는 적당히 잔인하고 적당히 반전을 줬다.



  아직까지 이해할 수 없는 건, 왜 그는 그에게 그토록 헌신적이었는가 하는 점이다. (여기서의 그는 다른 두 사람을 가리킨다.) 아무리 생각해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마리화나를 피워서 판단력이 흐려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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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Murder on the Orient Express, 2017

  감독 - 케네스 브래너

  출연 - 케네스 브래너, 미셀 파이퍼, 페넬로페 크루즈, 윌렘 데포, 주디 덴치






  이 리뷰는, 어쩔 수 없이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다는 걸 알려드립니다. 원작이 나온 지 거의 80년이 되어가고 워낙에 유명해서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내용이겠지만, 생각해보니 아직 원작을 읽지 않은 세대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런 분들은 알아서 패스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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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이 영화가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오오!’하면서 잔뜩 기대했다. 21세기의 감성으로 어떻게 만들어질 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고편을 보고는 ‘이게 뭐야!’하고 실망했다. 아무리 ‘포와로’하면 떠오르는 것이 그의 콧수염이라 하지만, 이건 아니다 싶었다. 예고편을 보는 내내 기억에 남는 건, 포와로의 콧수염밖에 없었다. 그것도 멋져서가 아니라, 이상해서! 예고편을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아서, 이 영화를 봐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크리스티와 포와로에 대한 나의 사랑은, 그깟 이상한 콧수염에 굴복할 수준이 아니었다.



  1934년, 이스탄불에서 런던까지 가는 오리엔트 특급 열차가 폭설과 눈사태로 중간에 탈선을 한다. 기차와 승객 모두 제설 작업이 마무리될 때까지 꼼짝없이 갇혀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 ‘라쳇’이라는 사업가가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사건까지 일어난다. 열차 회사의 간부인 ‘부크’는 오랜 친구이자 우연히 기차에 타고 있던 ‘포와로’에게 사건 수사를 의뢰한다. 라쳇의 객실이 있는 열차 칸에 있던 사람은 모두 13명. 포와로는 그들 중에 범인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수사를 시작한다. 그는 라쳇의 진짜 정체가 몇 년 전 ‘암스트롱’ 집안의 어린 딸 ‘데이지’를 유괴 살해한 ‘카세티’라는 사실을 알아낸다. 과연 그를 죽인 범인은, 사업상의 불화를 빚은 이탈리아 갱단일까 아니면 데이지 사건에 관련된 사람일까? 수사를 하던 도중, 포와로는 목숨의 위협까지 받게 되는데…….



  처음 우려와 달리, 영화를 보는 내내 포와로의 콧수염은 그렇게 문젯거리가 되지 않았다. 나중에는 ‘아, 저런 콧수염이 있었지.’라는 생각만 들 뿐, 그리 기억에 남지 않았다. 영화에 몰입해서 그런 걸까?



  그리고 원작 소설이나 1974년 영화, 또는 2010년 영국 BBC드라마와 비교했을 때, 나쁘지 않았다. 기본 설정은 그대로 가면서, 몇 가지 변형을 시도했는데 그것도 그럭저럭 괜찮았다. 소설이 사건 해결에 중점을 뒀다면, 74년 영화는 약간 코믹한 분위기로 역시 사건 해결에 초점을 맞췄었다. 2010년 드라마는 거기다가 약간 사람들의 죄의식 같은 것을 부각시켰었다.



  이 영화는 사건 해결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의 심리에 더 비중을 두었다. 라쳇이라는 한 사람이 저지른 범죄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의 삶이 비틀리고 엉망이 될 수 있는지 보여줬다. 그들은 약이 없으면 잠들 수 없거나, 평생 자신을 자책하며 죄의식에 고통 받고, 유일한 삶의 희망이자 빛이었던 사랑을 잃고 모든 것을 포기하며 살고 있었다. 그런 심리가 절절하게 느껴지면서, 영화 후반부에는 아주 살짝 눈물이 날 뻔 했다. 세상에나, 포와로가 나오는 작품을 보면서 눈물이 나다니! 영화는 사건을 해결했다는 통쾌함보다는 안타까움과 서글픔이 먼저 와 닿았다.



  이 영화는 특이하게 포와로의 액션(?) 장면이 추가되었다. 포와로는 안락의자 탐정의 대표적인 주자인데, 여기서는 용의자를 추격하고 눈밭에서 구르고 넘어지고 심지어 총도 맞는다. 노인네가 체력도 좋다. 그래서일까? 그런 액션 장면을 추가하다보니, 용의자들과의 인터뷰 장면이 뭔가 빠진 느낌이었다. 그건 결말 부분에서 포와로가 사건의 진상을 파헤칠 때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런 부분은 좀 아쉬웠다. 열차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인터뷰만 이어지는 내용이니, 사람들이 지루해할까 액션 장면을 넣은 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걸 왜 하필이면 포와로가! 더 젊은 부크도 있었구만!



  미셀 파이퍼의 연기는 그야말로 굉장했다. 초반에는 돈 많은 남자를 좋아하는 수다스럽고 친화력 좋은 중년 여성으로 나오다가, 후반에서는 상처와 고통으로 가득한 슬픔을 잘 드러냈다. 특히 결말 부분에서 객실의 승객들이 모여 있는 장면은, ‘최후의 만찬’을 연상시켰다. 그것만으로도 이 사건에서 그녀가 맡고 있는 역할을 잘 알 수 있었다. 예수가 지상에 온 이유는, 사람들의 고통과 죄를 덜어주고 대신해서 희생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승객들은 다행히도 옛날 유대인들처럼 그녀를 십자가에 매달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녀 역시 고통과 상처투성이인 인간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화에서 포와로가 ‘캐서린’이라 불리는 여성의 초상화를 가지고 무척이나 애틋해하는데, 누군지 모르겠다. 내 기억으로 포와로에게 여자라고는 ‘올리버’ 부인과 비서 ‘레몬’양과 백작 부인인가 공작부인밖에 없을 텐데? 그들과는 연애 감정이 아니라, 동업자 관계가 다였을 텐데? 궁금하다.



  라쳇 역을 맡은 ‘조니 뎁’이 일찍 죽어서 무척이나 좋았지만, 회상 장면에 계속 나와서 기분이 별로였다. 포와로의 액션 장면과 더불어 이 영화의 옥의 티 두 가지였다.



  하지만 미셀 파이퍼 누님의 멋진 연기와 원작보다 더 치열하게 죄와 벌, 정의에 대해 해석한 건 마음에 들었다.



  의아한 점 하나! 초반에 ‘스탐불’이라는 지명이 나오는데, ‘이스탄불’을 잘못 적은 건지 아니면 내가 눈이 나빠서 ‘이’ 자를 못 본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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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제 - MEMOIR OF A MURDERER, 2016

  원작 -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 2013’

  감독 - 원신연

  출연 - 설경구, 김남길, 설현, 오달수







  2013년에 나온 김영하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얼마 전에 개봉한 동명의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의 감독판이다. 극장판과 감독판은 포스터가 다르다. 극장판은 주인공이 무표정한 얼굴이지만, 감독판은 주인공이 입 꼬리를 올리며 웃고 있다. 영화를 끝까지 보고나면, 저 미소의 의미를 알 수 있다.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병수’는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는다. 우연한 접촉사고로 마주친 ‘태주’를 본 순간, 병수는 깨닫는다. 바로 그가 한창 문제가 되고 있는 연쇄 살인사건의 범인이라는 사실을. 그가 그걸 알 수 있는 건, 17년 전 교통사고가 나기 전까지 병수도 연쇄 살인범이었기 때문이다. 병수는 태주가 살인을 저질렀음을 익명으로 제보하지만, 그가 미처 몰랐던 일이 있었다. 태주가 경찰이라는 것이다. 태주는 병수의 딸 ‘은희’에게 접근하고, 병수는 딸을 지켜야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그의 기억은 오락가락하고, 심지어 무엇이 환상이고 현실인지 구별하기가 어려워지는데…….



  처음에는 이 감독판을 볼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극장판과는 결말이 다르다는 말을 듣고, 그럼 ‘어디 한 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말이 다소 모호하고 어딘지 모르게 영 애매했던 극장판과 달리, 감독판은 그럭저럭 깔끔하게 마무리를 지었다. 마지막 부분을 보면서 문득 외국의 어떤 영화가 떠올랐지만, 그걸 적으면 대놓고 스포일러가 되기에 지워버렸다. 음, 그런데 그걸 안 적으니 할 얘기가 없다.



  감독판은 극장판보다 10여분 정도 더 길다. 그만큼 추가된 장면도 있고, 빠진 부분도 있으며, 아예 달라진 곳도 있었다. 그러면서 영화의 분위기는 확 바뀌었다. 인물의 성격이 더 드러나고, 결말의 반전도 더 극적이었다……라지만 중후반부터 추측 가능했고, 외국 영화가 떠올랐다. 그래도 초반부터 주어진 퍼즐들이 결말부분에서 맞아떨어지는 과정은 마음에 들었다. 극장판과 달리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



  극장판보다는 나았지만, 소설에 비교하면 좀 아쉬웠다. 소설의 결말은 심심하면서도 놀라웠는데, 감독판은 놀라우면서 좀 뻔했다. 그 외국 영화……. 그런데 왜 처음부터 감독판으로 극장에서 상영하지 않은 걸까? 사람들로 하여금 두 번 보게 해서 VOD 수입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배급사의 노림수인건가!



  그리고 이건 영화 외적인 부분이긴 한데, 포털 영화 소개에서 보면 극장판과 감독판의 구별이 가지 않는다. 포스터도 둘 다 똑같이 감독판이 올라와있고, 작품 설명도 똑같다. 극의 흐름이나 결말이 다르면, 다른 작품으로 구별해야 하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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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Happy Death Day, 2017 

   감독 - 크리스토퍼 랜던

   출연 - 제시카 로스, 이스라엘 브루사드, 루비 모다인, 레이첼 매튜스





  ‘트리’는 낯선 곳에서 눈을 뜬다. 자신의 이름을 ‘카터’라 밝힌 남학생은 전날 파티에서 너무 취한 그녀를 자신의 기숙사 방으로 데리고 왔다고 설명한다. 자신의 기숙사로 돌아온 트리에게 룸메이트인 ‘로리’가 컵케이크를 주며 생일 축하를 해준다. 하지만 자신과 생일이 똑같았던 엄마가 사망한 후, 트리는 자신의 생일이 싫었다. 그날 저녁, 기숙사 파티에 가던 트리는 학교 마스코트 가면을 쓴 괴한에게 살해당한다. 그런데 눈을 뜨니, 아침에 있었던 일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었다. 카터의 자기소개, 카터 룸메이트의 난입, 기숙사 건물 앞에서 벌어지는 일까지! 처음에는 데쟈뷰라 생각했지만, 그녀는 알게 된다. 어째서인지는 모르지만, 계속해서 살해당하는 생일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내기 위해, 트리는 매일을 반복한다. 하지만 그녀는 다시 하루를 시작할 때마다, 범인에게 공격당할 때마다 자신의 몸이 약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마침내 그녀는 결정적인 단서를 얻는데…….



  영화는 무척이나 유쾌했다. 살인마가 나오고 주인공이 살해당하니 호러 영화가 맞지만, 고어 장면도 거의 없고 피가 철철 흐르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15세 관람가를 받은 이유는 뭘까 궁금했다. 설마 트리를 비롯한 학생들의 광란의 파티와 약간의 노출 장면때문인가? 그 외의 장면을 빼고, 영화는 거의 코믹으로 흘러갔다. 심지어 트리가 살해당하는 장면까지 웃음을 자아냈다. 어떻게 살인마가 트리가 숨어있는 장소를 알아내는지 의아했지만, 그녀가 어디에 있건 꼭 찾아낸다. 이건 뭐 ‘리암 니슨’도 아니고……. ‘네가 어디에 있건 널 찾아내 죽여 버리겠다.’ 이건가?



  또한 영화는 앞에서 슬쩍 언급된 떡밥까지 꼼꼼히 회수해서, 반전을 만들어냈다. 눈치 빠른 호러 마니아라면 중반이후에 짐작 가능한 반전이었지만, 그래도 막상 밝혀질 때는 유쾌한 놀라움을 주었다.



  사람이 괜찮은지 아닌지 알아보려면, 여러 번 만나봐야 한다고 말한다. 트리는 같은 하루를 여러 번 반복했기에, 사람의 진실성을 알아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비록 상대방은 기억못하지만 말이다. 반대로, 같은 날을 반복하면서 트리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기회를 가졌다. 지금까지 자신이 외면했거나 피하기만 했던 일, 옳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그냥 저질렀던 일 등에 대해 반성하고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역시 사람은 시간이 남으면 생각을 한다는 말이 맞는 모양이다. 하여간 처음에는 비호감이었던 트리였는데, 갈수록 호감형으로 바뀌었다.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금발의 여왕벌 또는 그 옆에 빌붙어있는 스타일인데, 나중에는 너무도 사랑스러워서 고생했다고 머리를 쓰다듬해주고 싶었다. 내면이 변하면서 외면에까지 영향을 주는 건지, 아니면 계속 봐서 정이 들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혹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솔직한 모습일 보이기 때문일까?



  다만 어째서 트리가 하루를 반복하게 되었는지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어쩌면 이건 자신과 똑같은 딸을 남겨두고 하늘로 가버린 엄마의 사랑이 아니었을까? (방송 프로그램 ‘서프라이즈’ 톤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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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or: Ragnarok, 2017

  감독 - 타이카 와이티티

  출연 - 크리스 헴스워스, 마크 러팔로, 톰 히들스톤, 케이트 블란쳇






  ‘토르’는 ‘로키’의 계략으로 지구에 유배된 아버지 오딘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오딘은 앞으로의 일을 맡기겠다는 말과 함께 세상을 떠난다. 그와 동시에, 오딘에 의해 봉인되어있던 ‘헬라’가 돌아온다. 그녀는 원래 자신의 자리였던 왕좌를 내놓으라며 토르와 로키를 공격한다. 토르는 다른 행성에 떨어져, 검투사로 팔리게 된다. 그곳에서 그는 챔피언으로 활동하고 있는 ‘헐크’와 오래 전에 아스가르드를 떠났던 ‘발키리’를 만나는데…….



  ‘라그나로크’라는 건, 북유럽 신화에서는 신들의 황혼을 의미한다. 그 때가 되면 지하세계에 갇혀있던 로키와 그의 세 자식, ‘펜레르’, ‘요르문간드’ 그리고 ‘헬’이 신들을 공격한다. 로키파와 오딘파의 대결은, 결국 거의 모든 신들의 죽음을 초래한다. 영화에서는 신화의 설정을 살짝 바꾸었다. 하긴 로키가 자식을 셋이나 뒀다는 설정은 없었으니, 갑자기 만들어내기는 무리였을 것이다. 대신 헬을 오딘의 첫째 자식으로 바꾸었고, 펜레르를 그녀의 수하로 설정했다. 또한 신화에서는 적이었던 토르와 로키가 여기서는 끈끈한 형제애를 자랑하며 같은 편이 되었다.



  영화는 1,2편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제일 바뀐 것은, 토르의 캐릭터였다. 내가 본 것은 토르 시리즈뿐이라 ‘어벤져스’ 시리즈에서는 어떠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무척이나 말이 많았다. 전작에서도 대사는 있었지만, 이 정도로 장난끼 많고 수다스럽지 않았다. 원래 그런 성격은 동생인 로키의 것이었는데, 여기서는 로키와 거의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막상막하의 개그와 수다를 자랑한다. 설마 2편에서 목숨 걸고 살려내려고 했던 ‘제인’과 헤어진 후유증 때문인 걸까? 주인공의 성격이 바뀌니, 전반적인 극의 분위기도 달랐다. 분명 아버지의 죽음과 존재조차 몰랐던 누나의 등장과 공격, 아스가르드를 비롯한 모든 세계의 종말을 앞두고 있는데, 무척이나 가볍고 유쾌했다. 음, 유쾌한 종말에 관한 작품도 아닌데 이러니 좀 당황스러웠다.



  영화를 보고 내린 결론은, 이미 1편에서부터 주장했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은 오딘의 잘못된 빅 픽쳐 때문이었다. 신화나 외계인이 아닌, 현대판으로 배경을 바꿔서 생각해보자.



  어느 야심만만한 기업가가 있었다. 그는 다소 공격적인 정책으로 다른 회사들을 하나둘씩 집어삼키며 그룹을 일궈냈다. 여기에는 아버지를 도와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은 딸의 공헌이 컸다. 하지만 딸의 야망이 너무 커서 자신의 회장 자리가 위험해지자, 사업가는 어린 아들에게 모든 것을 물려주기로 한다. 그래서 그동안 벌였던 탈세, 조폭 비리, 그리고 뇌물 수수 등등의 모든 죄를 딸에게 뒤집어씌운다. 그리고 변호사도 제대로 붙여주지 않아, 이례적으로 딸은 무기징역! 이제 사업가는 어린 아들을 위해 회사의 이미지 변신을 꾀한다. 그 전까지는 갖고 있던 악덕 기업에서, 자선사업과 기부도 많이 하는 착한 회사로 탈바꿈한 것이다. 하지만 아들은 자신의 바람과 달리 그리 똘똘하지 않게 자란다. 그래서 양자를 이용해 아들을 각성시키려고 했지만, 결국 양자에게 뒤통수를 맡게 된다. 한편 모범수로 조기 출소한 큰 딸은 자신의 반에 반도 못 미치는 어리석은 동생을 보자, 분노가 차오른다. 내가 겨우 이런 놈 때문에 감옥에서 그 고생을 한 건지 자괴감이 들고,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동생에 대한 증오를 주체할 수가 없다. 그래서 회장 자리를 빼앗기로 결심한다.



  그러니까 이 모든 일은, 오딘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이 노인네, 딸내미인 헬라가 반격해오자 토르에게 모든 것을 떠넘기고 튀어버린다. 문제는 그가 너무 어리석어서, 로키도 알고 있던 자기 집안의 과거사에 대해 하나도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도대체 토르는 그동안 뭘 배웠고, 오딘은 뭘 가르친 건지 의문이다. 설마 왕좌만 토르에게 넘겨주고, 뒤에서 모든 것을 좌우하려고 했던 속셈일까?



  코믹한 상황과 유쾌한 대사, 그리고 화려한 영상은 두 시간 반 정도 되는 상영 시간을 그리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줬다. 물론 다 보고 나니, 기억에 남는 건 ‘레드 제플린 Led Zeplline’의 노래 ‘Immigrant Song’밖에 없지만 말이다.







배우의 변신은 무죄라지만, 이건 변신이 아니라 환골탈태아닌가?

특히 에오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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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라 2017-10-31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를 보면서도 헬라가 아스가르드를 왜 공격한거야 권력욕 때문인가 했는데 현대판으로 정리하니까 정말 한방에 내용이 머리 속에 다 정리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