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Hereditary, 2018

  감독 - 아리 애스터

  출연 - 토니 콜레트, 가브리엘 번, 알렉스 울프, 밀리 샤피로







  ‘애니’의 집안에는 유독 정신 이상으로 인한 자살자가 많았다. 우울증이 있던 아버지는 스스로 굶어죽었고, 오빠는 어머니가 뭔가를 자신에게 넣으려 했다며 자살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일주일 전 그녀는 이상한 종교를 믿던 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렀다. 하지만 그녀의 집에 뭔가 음울한 기운이 흐르고, 그 여파는 애니의 아들인 ‘피터’와 딸인 ‘찰리’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어린 시절 할머니가 봐줬다는 찰리는 대낮에 갑자기 할머니의 환상을 보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파티에 갔던 피터와 찰리에게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고, 애니의 가족들은 상상도 못할 일에 부딪히는데…….



  처음에는 유령이 나오는 심령물일까 생각했고, 중반으로 접어들면서는 정신병이 대를 이어 내려오는 가족의 이야기일까 추측했다. 그러다가 역시 심령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포영화답지 않게, 영화는 아주 느릿하게 진행이 되었다. 그래서 인물들의 행동이나 표정 변화를 주의 깊게 보게 만들었다. 집에 들어가기 전에 잠시 머뭇거리는 행동이라든지, 천천히 정신을 차리면서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으며 눈물이 고이는 눈동자,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따라 천천히 변하는 표정, 그리고 가족들의 눈치를 보는 그 서글픈 장면까지, 별다른 말없이 심경의 변화라든지 상황을 상상하게 만들었다. 사실 가족들이 식탁에서 감정을 표시하는 장면에서는 너무도 슬퍼서 울컥하고 말았다. 나도 모르게 그 사람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있었나보다. 물론 그러면서 ‘이 영화는 가족 힐링물이 아니라, 공포물이야.’라는 걸 잊지 않게 해주려는 듯이, 중간 중간에 깜짝 놀라게 하는 장면들이 숨어있었다.



  영화는 계속해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불편한 감정을 들게 했다. 아마 배경으로 낮게 깔리는 둥둥 소리가 신경을 자극해서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가족들이 처한 상황을 받아들이기엔 힘겨웠다. 차라리 그냥 귀신이나 괴물이 우르르 등장해서 쾅쾅 부수거나 비명을 지르게 하면 좋으련만, 너무도 잔잔한 가운데 처절한 상황으로 이끌었다. 다음 장면에서 뭔가 불길한 일이 확실히 벌어질 거라는 최악의 상상만 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보는 내내 무섭다기보다는 불편했다. 다른 공포 영화들은 어떻게든 유령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볼 수 있었는데, 이 작품은 그럴 것 같지 않다는 불안감만 줄 뿐이었다. 희망을 가질 수 없을 정도로 극의 분위기는 암울했고 우울했다. 왜 그럴까 생각해봤는데, 아마 극을 이끌어가는 애니의 상태가 건강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녀 스스로도 자신을 믿지 못하고 흔들렸기에, 보는 이에게 신뢰감을 주지 못했다. 어쩐지 그녀가 하는 일이 다 잘못될 것 같다는 막연한 예감만 주었다.



  영화를 보면서 두 작가의 작품이 떠올랐다. ‘스티븐 킹’과 ‘아이라 레빈’의 소설인데, 제목을 말하면 스포일러 같아서 말하지 않겠다. 제목을 말 할 수 없는 두 소설의 설정을 적절히 잘 섞어서 나온 게 이 영화 같았다.



  그런데 문제는 영화가 전반적으로 너무 잔잔해서 자칫 잘못하다가는 중간에 숨어있는 힌트를 놓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후반부에 왜 그렇게 되는 건지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다. 감독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들은 얘기를 해줬지만, 자질구레한 힌트들은 그냥 보여주는 것으로 넘어가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나서 애인님과 얘기할거리가 꽤 많았다. 게다가 애인님이 다른 가설을 내세웠는데, 그러면 결말이 완전 달라질 수도 있었다. 아무래도 나중에 다시 한 번 찬찬히 살펴봐야 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원제 - Deadpool 2 , 2017

  감독 - 데이빗 레이치

  출연 - 라이언 레이놀즈, 조쉬 브롤린, 재지 비츠, 모레나 바카린







  연휴 때 애인님과 본 영화이다.



  청부업을 하던 ‘데드풀’은 뜻하지 않은 사고로 ‘바네사’를 잃게 된다. 죽기로 결심한 그였지만, 그의 능력 때문에 이루지 못한다. 그런 그에게 ‘콜로서스’가 찾아와 ‘엑스맨’ 팀으로 들어오라고 권유하고, 견습생으로 활동하게 된다. 하지만 한 고아원에서 ‘러셀’이라는 소년의 폭주를 막던 중, 데드풀은 그가 원장을 비롯한 여러 직원들에게서 지속적으로 학대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엑스맨 팀의 기준이 아닌, 자신만의 규칙으로 사건을 해결하려던 데드풀은 결국 러셀과 함께 감옥에 갇힌다. 그런데 미래에서 온 ‘케이블’이라는 존재가 러셀을 죽이려 하는데…….



  1편보다 시간도 좀 길어지고, 액션 장면과 CG는 더 화려해졌으며, 사람들은 더 잔혹하고 어이없게 죽어나갔고, 인용과 패러디는 더 많아졌으며, 데드풀의 외설 농담 수준은 더 높아졌다.



  그리고 이제는 두 사람의 사랑을 넘어서, 가족에 관한 얘기로 주제가 확장되었다. 1편이 두 사람의 러브 스토리였다면, 2편은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루고 있었다. 오직 바네사만 생각하던 데드풀이, 어린 러셀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자신과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그리고 있었다. 그러니 고아인 ‘애니’가 진정한 가족을 찾는 내용의 뮤지컬 ‘애니 Annie’의 주제가인 ‘Tomorrow’가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오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아! 그러고 보니 ‘애니’에서도 나쁜 악당은 고아원 원장이었다.



  다른 사람을 가족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내 선 안으로 그 사람을 집어넣는다는 말이다. 그건 그 사람에게 관심과 신경을 더 기울이고, 배려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영화에서는 데드풀이 자신이 내뱉는 말의 무게에 대해 깨닫게 되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모든 것을 조롱하고 비아냥거리며 농담거리로 삼는 그였지만, 케이블의 곰 인형에 대해서는 미안함을 느꼈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러셀에게 마구 내뱉었던 말에도 나중에 미안해한다. 어떤 의미로는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 그건 러셀도 마찬가지였다. 양 손에 불타는 붉은 용을 갖고 있던 그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방법을 배웠다. 아무도 믿지 않고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던 러셀이었지만, 결국 자신을 진정으로 바라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제야 그는 자신의 붉은 용을 제어할 수 있었다.



  물론 1편과 마찬가지로, 그걸 깨닫기 전에 서로 오해하고 싸우고 화해하는 과정을 겪는다. 새는 세계라는 알을 깨고 나온다는 말처럼, 이 영화에서도 가족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만나기 위해 많은 것들이 깨어졌다. 건물도 부서지고, 차도 뒤집히고, 기차고 탈선하고, 사람 머리도 깨지고…….



  영화는 거의 두 시간 동안, ‘이래도 지루해할 거야? 딴 짓 할 거야?’라고 묻는 듯이 쉴 틈 없이 몰아붙였다. 진행이 상당히 빨라서 대사 하나, 장면 하나라도 놓칠 수 없었다. 그래도 꽤나 유쾌하게 볼 수 있었던 영화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원제 - What Happened to Monday?, 2017

  감독 - 토미 위르콜라

  출연 - 누미 라파스, 윌렘 데포, 글렌 클로즈, 로버트 와그너






  그리 멀지 않은 미래, 인구 증가는 거의 모든 자원의 부족을 가져온다. 결국 정부는 한 가정 당 한 명의 자녀만 허용하는 정책을 발표한다. 이에 이미 태어난 아이들까지 정부에 의해 끌려가는 가운데, 한 집안에 무려 일곱 쌍둥이가 태어난다. 할아버지인 ‘테렌스’는 아이들을 몰래 기르기로 결정한다. 그는 각 아이들에게 요일 이름을 붙이고, 해당 요일에만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한다. 일곱 명의 아이들은 ‘캐런’이라는 한 이름으로 바깥에서 활동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그날 있었던 모든 일을 공유한다. 그러던 어느 날, ‘먼데이’가 회사에서 돌아오지 않는다. 남은 여섯은 도대체 먼데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내려고 하는데…….



  주연을 맡은 ‘누미 라파스’가 무척이나 고생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1인 7역이라니……. 영화를 다 본 지금도 사실 누가 먼데이고 ‘웬즈데이’인지 구별을 못하겠다. 그냥 머리 긴 애, 염색한 애, 짧은 애로 구별했다. 그래서일까? 후반으로 들어가면서, 누가 잡혔고, 누구와 누가 다투고, 누가 희생되었는지 헷갈렸다. 집에 있을 때는 그래도 괜찮았는데, 밖으로 나오면서는 비슷하게 옷을 입어서인지 구별하기 어려웠다. 그게 가능했으면 후반을 더 즐겁게 볼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한정된 자원과 늘어만 가는 인구에 관련된 이야기는 미래 사회를 그린 작품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소재이다. 전쟁이 난다거나 계층이 나뉘어서 빈익빈부익부의 암울한 사회를 다룬 것만 봤는데, 여기서는 인구 수 조절을 시도한다.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정부에서는 이미 태어난 아이들까지 계획에 포함시킨다.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부모에게서 떨어져 강제로 끌려간 아이들이 어떻게 될 것인지 몰랐던 걸까? 그냥 정부에서 자손을 낳지 못하도록 강제 시술 정도만 하고 다른 곳으로 보낼 것이라 생각한 걸까? 그 법안을 만들었을 때, 이미 아이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지 알고 있었을 것이라 추측된다. 그래서 후반부에 그 법안을 내놓은 의원에게 사람들이 보인 태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거의 20년이 넘게 그런 일이 있었는데, 아무도 몰랐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사람들이 너무 순진한 모양이다. 아니면 내 눈에 보이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은 일이라 여기는 사람인 걸지도. 어쨌든 그들은 끌려가지 않고 집에서 성장할 수 있었던, 살아남은 아이들이었으니 말이다.



  영화를 보면서 ‘다름’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캐런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일곱 쌍둥이는 어릴 때부터 모든 것을 공유해야 했다. 그 날 친구들과 나눈 대화라든지 행동, 있었던 일 등등. 그래야 다음날 다른 아이가 위화감 없이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먼데이가 사라진 다음, 놀라운 사실이 밝혀진다. 그녀에게는 다른 자매와 공유하지 않은 비밀이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건 다른 여섯에게도 해당되는 사항이었다. 어쩌면 너무도 능숙하게 몇 십 년을 살아왔기에, 경계가 느슨해진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아무리 쌍둥이라지만, 감정이나 성향, 취미, 그리고 사고방식이 같지 않아서 생긴 일일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비호감인 사람이, 다른 누구에게는 호감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옳지 않다고 여겨지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일 수도 있었을 테고 말이다.



  쌍둥이는 흔히 모든 것이 비슷하거나 똑같다고 여겨지지만, 다른 존재이다. 그러니 쌍둥이가 아닌 사람들이 다른 것은 당연한 게 아닐까? 요즘은 다름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나와 생각이 다르면 몰아붙이거나 배척하고, 아예 상대조차 하지 않으려는 경우도 있다. 그 다름 때문에 일곱 쌍둥이는 위험에 처하고 서로를 비난하기도 하지만, 결국 서로가 다른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모두를 위한 하나가 아니라, 온전한 자기 자신을 선택했다. 다름을 인정하는 순간, 그들은 개별적인 인격체가 될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원제 - A Quiet Place , 2018

  감독 - 존 크래신스키

  출연 - 에밀리 블런트, 존 크래신스키, 노아 주프, 밀리센트 시먼즈






  거의 폐허가 된 마트에서 한 가족이 물건을 챙기고 있다. 아빠, 엄마, 십대 초반의 두 아이와 대여섯 살로 보이는 막내로 이루어진 그들은 맨발로 하얀 흙이 뿌린 길만 걷는다. 그런데 맨 뒤에 있던 막내가 커다란 소리가 나는 우주선 장난감을 작동시킨다. 아빠는 아들을 막아보려 달려가지만, 괴생명체가 나타나 아이를 공격한다. 찢긴 신문에 적힌 헤드라인에는 그것은 소리에 반응한다고 적혀 있었다. 그로부터 1년 후, 남은 네 사람은 여전히 소리 하나 내지 않고 살아가고 있었다. 겉으로는 전과 똑같지만, 내적으로는 많이 달라져있다. 큰딸은 동생을 챙기지 못했다고 자책하며 아빠가 자신을 미워한다고 생각한다. 엄마는 아이를 임신했고, 출산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아빠는 청각장애를 가진 큰딸을 위해 보청기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큰아들은 장남으로 가져야 할 책임감에 버거워하며 집밖으로 나가기를 두려워한다. 어느 날 가족들이 집을 비운 사이, 엄마의 양수가 예정보다 빨리 터지는데…….



  포스터와 카피만 보고 몇 년 전에 개봉한 ‘맨 인 더 다크 Don't Breathe, 2016’ 류의 영화가 아닐까 추측한 작품이었다. 예고편을 보니 인류가 멸망에 처한 이후를 그린 것 같았다. 어쩐지 기대가 되어 보기로 했다. 그리고 무척이나 재미있는 영화를 보았다는 만족감을 갖고 극장을 나왔다.



  영화를 보면서 느낀 교훈은 역시 이과를 전공해야 세상이 망해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극중에서 아빠는 인간의 신체에 대한 연구까지 해가면서 딸의 보청기를 만들고, 괴생명체의 약점을 찾아낸다. 게다가 집 주변에 CCTV까지 다 설치하여 여러 개의 모니터로 감시도 하고, 틈나는 대로 소리 나지 않고 다닐 수 있도록 자주 다니는 길에 고운 흙까지 뿌려놓는다. 그뿐일까? 아이가 태어나면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지하에 방음장치까지 만들고 있었다. 저 아빠, 분명히 이과 그것도 기계 분야를 전공한 게 틀림없다. 부부의 출산 준비는 너무도 꼼꼼해서, 보는 내내 놀랍기만 했다. 처음에 엄마가 산소 호흡기를 준비하기에 왜 그럴까 했는데, 나중에 보고 ‘우와’하고 감탄했다. 굳이 그 상황에서 아기를 갖고 싶었을까 생각했지만, 막내를 그렇게 잃고 나서 내린 선택이라고 여기기로 했다. 그나저나 나나 애인님이나 둘 다 문과인데 큰일이다!



  소리를 낼 수 없는 주인공 가족들처럼, 보는 내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숨소리조차 크게 내지 않으려고 애썼다. 다른 공포 영화였다면 깜짝 놀라면서 ‘헐!’ 내지는 ‘으악!’하는 소리가 나왔겠지만, 이 작품은 그런 소리가 나오는 장면에서 자연스럽게 손으로 입을 막았다. 전에 ‘맨 인 더 다크’를 볼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비슷했다. 내가 작은 소리라도 내면, 그걸 듣고 괴생명체가 주인공을 공격할 것 같았다. 하지만 영화는 계속해서 가족들을 하나둘씩 위기로 몰아넣었다. 마치 관객에게 ‘이래도 소리 안 낼래?’라고 시험하는 분위기 같았다.



  특히 집에 혼자 남은 엄마에게 닥친 시련은 너무 치명적이었다. 아이가 태어날 때 소리가 나는 건 당연하다. 갓 태어난 아이의 특징이라면 우렁찬 울음소리이고, 엄마 역시 출산 시 엄청난 비명을 지르게 된다. 그 위기 상황을 어떻게 넘길지 기대가 되기도 하고, 걱정도 되고, 두근거리고, 설마 하는 불길한 느낌에 인상을 찌푸리기도 했다. 영화는 각기 밖에 있던 가족들이 집으로 달려오는 장면과 아이를 낳는 엄마를 교차편집해서 보여준다. 들리는 것이라고는 괴생명체가 돌아다니면서 때려 부수는 소리밖에 없었지만, 어쩐지 가족들의 외침이 들리는 것 같았다.



  90분 정도 되는 상영 시간이었는데, 그 시간 내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수가 없었다. 물론 가족들이 말 대신 수화로 하기에 한순간이라도 놓치면 안 되는 이유도 있었다. 하지만 초반 상황을 보여줄 때 빼고는, 계속해서 이어지는 빠른 속도의 교차편집이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했다.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 눈물을 자아내는 장면도 있었지만, 신파라고 ‘에휴’하기보다는 비장미가 느껴졌다.



  영화는 ‘마이클 베이’가 제작에 참여한 것치고, 건물이 폭발하고 자동차나 폭탄이 펑펑 터지는 장면은 없었다. 그 말은 즉, 괴생명체와 벌이는 대규모 전투 장면이 없다는 얘기다. 그런 걸 예상했던 사람들에게는 결말이 조금 뜬금없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서로를 믿고 성장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는, 폭발 장면이나 전투 장면이 없어도 감동적이고 훌륭했다.



  대사 하나 없이 고통을 표현하는 걸 보고, ‘에밀리 블런트’를 다시 보게 되었다. 전에 보았던 영화 ‘걸 온 더 트레인 The Girl on the Train , 2016’에서 알코올 중독자 역할을 진짜 술 취한 사람처럼 잘 한다는 인상을 받기는 했는데, 여기서 보여준 표정 연기는 그보다 훨씬 엄청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감독 - 정범식

   출연 - 위하준, 박지현, 오아연, 문예원





  3월이 되기 전, 결심을 하나 했다. ‘3월에는 책도 안 읽고 리뷰를 하나도 안 쓸 거야!’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지만, 3월에는 가끔 영화만 보고 게임만 열심히 했다. 그렇다고 렙이 많이 오른 건 아니지만, 무척 열심히 했다.



  유튜브에서 방송을 하고 있는 ‘하준’을 중심으로 모두 일곱 명의 사람들이 곤지암에 있다는 폐건물로 공포 체험 생중계를 하기 위해 떠난다. 일행은 최첨단 장비로 무장을 하고, 건물 탐사를 시작한다. 여러 가지 흉흉한 소문이 끊이지 않는 그곳에서, 일행은 미심쩍은 물건들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어서 그들의 예상을 벗어나는 사건이 일어나는데…….



  유료 시사회라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으로 개봉 전에 본 영화다. 말이 유료 시사회지, 그냥 편법 개봉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이 작품은,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곤지암에 있다는 폐건물이 된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제목도 정직하게 그냥 곤지암이다. 세 사람이 모이면 없던 호랑이도 만들어낸다는 옛말을 증명하는 좋은 예로, 익명성과 빠른 전파력이라는 특징을 가진 인터넷 덕분에 유명해진 곳이다. 진짜로 뭔가가 나왔는지 아니면 사람들의 허세와 거짓말과 선동이 만들어냈는지 모르지만, 폐건물 특유의 분위기 덕분에 담력시험을 하기에 좋은 장소가 되어버렸다. 거기다 미국의 CNN에서 소름끼치는 곳 중의 하나로 선정하는 바람에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영화는 예상보다 재미있었다.



  거의 모든 외계인 음모론 영화는 드라마 ‘X 파일 The X-Files, 1993’의 아류라 불리고, 거의 모든 파운드 푸티지 영화는 영화 ‘블레어 위치 The Blair Witch Project , 1999’의 아류라고 불리는 것처럼, 이 작품 역시 영화 ‘그레이브 인카운터 Grave Encounters, 2011’의 한국 버전이라 불리는 운명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인지 어떤 장면에서는 ‘그레이브 인카운터에서 본 거랑 비슷한 구도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또 다른 장면에서는 감독의 전작인 ‘기담 Epitaph, 奇談, 2007’이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재미있었다.



  페이크 다큐나 파운드 푸티지 영화를 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 설정이 있다. 뭐나면 위험에 빠진 인물들이 끝까지 카메라를 놓지 않는 부분이었다. 그런 장면을 볼 때마다, 카메라를 놓고 달리면 더 빨리 도망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그런 점을 보완했다. 바로 카메라를 몸에 부착시킨 것이다! 그러니 죽을 때까지 영상이 찍힌다고 해도 억지스럽지 않았다.



  또한 배우들이 다 신인이었기에, 진짜 일반인이 인터넷 생중계를 하는 인상을 주었다. 그래서 신선했다. 물론 그 와중에 짜증나는 성격의 캐릭터도 있었고, 연기가 어색하다는 느낌을 주는 배우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괜찮았다.



  그리고 뭔가 튀어나올 것 같은 장면에서 한 박자 내지는 반 박자 쉬었다가 놀라게 하는, 조였다 풀었다하는 흐름도 좋았다. 문제는 그런 것도 여러 번 나오면 예측가능하다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뭔가 보일 듯 말듯하면서 상상력을 자극시키는 귀신들의 등장도 나쁘진 않았다. 그런데 내가 영화를 본 상영관에서는 귀신의 엉뚱한 짓 때문에 사람들이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그 상황이 감독이 의도한 것인지 아니면 우연히 일어난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의도한 것이라면, 상당히 영리한 방법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긴장을 완전히 내려놓게 한 다음에 놀라게 하는 게 효과가 더 좋을 테니 말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다른 비슷한 설정의 영화들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치 이런 상황에서는 이런 장면으로 찍고, 이 소품은 이렇게 움직여야 한다는 교본이라도 있는 것 같았다. 어쩌면 그게 이런 장르의 한계일지도 모르겠다.



  스토리적인 면에서는 별로 할 말이 없다. 원인을 밝히기보다는 탐사가 목적이었기에, 보여주는 것이 이야기의 전부였다. 아이들이 남의 사유지에 몰래 들어갔다가 갈등을 겪고, 하나둘씩 위험에 빠지는 게 다였다. 솔직히 이야기라고 할 것도 없었다.



  팝콘을 흘릴 정도로 무섭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재미없는 영화는 아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