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제 - Deadpool 2 , 2017
감독 - 데이빗 레이치
출연 - 라이언 레이놀즈, 조쉬 브롤린, 재지 비츠, 모레나 바카린
연휴 때 애인님과 본 영화이다.
청부업을 하던 ‘데드풀’은 뜻하지 않은 사고로 ‘바네사’를 잃게 된다. 죽기로 결심한 그였지만, 그의 능력 때문에 이루지 못한다. 그런 그에게 ‘콜로서스’가 찾아와 ‘엑스맨’ 팀으로 들어오라고 권유하고, 견습생으로 활동하게 된다. 하지만 한 고아원에서 ‘러셀’이라는 소년의 폭주를 막던 중, 데드풀은 그가 원장을 비롯한 여러 직원들에게서 지속적으로 학대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엑스맨 팀의 기준이 아닌, 자신만의 규칙으로 사건을 해결하려던 데드풀은 결국 러셀과 함께 감옥에 갇힌다. 그런데 미래에서 온 ‘케이블’이라는 존재가 러셀을 죽이려 하는데…….
1편보다 시간도 좀 길어지고, 액션 장면과 CG는 더 화려해졌으며, 사람들은 더 잔혹하고 어이없게 죽어나갔고, 인용과 패러디는 더 많아졌으며, 데드풀의 외설 농담 수준은 더 높아졌다.
그리고 이제는 두 사람의 사랑을 넘어서, 가족에 관한 얘기로 주제가 확장되었다. 1편이 두 사람의 러브 스토리였다면, 2편은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루고 있었다. 오직 바네사만 생각하던 데드풀이, 어린 러셀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자신과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그리고 있었다. 그러니 고아인 ‘애니’가 진정한 가족을 찾는 내용의 뮤지컬 ‘애니 Annie’의 주제가인 ‘Tomorrow’가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오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아! 그러고 보니 ‘애니’에서도 나쁜 악당은 고아원 원장이었다.
다른 사람을 가족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내 선 안으로 그 사람을 집어넣는다는 말이다. 그건 그 사람에게 관심과 신경을 더 기울이고, 배려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영화에서는 데드풀이 자신이 내뱉는 말의 무게에 대해 깨닫게 되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모든 것을 조롱하고 비아냥거리며 농담거리로 삼는 그였지만, 케이블의 곰 인형에 대해서는 미안함을 느꼈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러셀에게 마구 내뱉었던 말에도 나중에 미안해한다. 어떤 의미로는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 그건 러셀도 마찬가지였다. 양 손에 불타는 붉은 용을 갖고 있던 그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방법을 배웠다. 아무도 믿지 않고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던 러셀이었지만, 결국 자신을 진정으로 바라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제야 그는 자신의 붉은 용을 제어할 수 있었다.
물론 1편과 마찬가지로, 그걸 깨닫기 전에 서로 오해하고 싸우고 화해하는 과정을 겪는다. 새는 세계라는 알을 깨고 나온다는 말처럼, 이 영화에서도 가족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만나기 위해 많은 것들이 깨어졌다. 건물도 부서지고, 차도 뒤집히고, 기차고 탈선하고, 사람 머리도 깨지고…….
영화는 거의 두 시간 동안, ‘이래도 지루해할 거야? 딴 짓 할 거야?’라고 묻는 듯이 쉴 틈 없이 몰아붙였다. 진행이 상당히 빨라서 대사 하나, 장면 하나라도 놓칠 수 없었다. 그래도 꽤나 유쾌하게 볼 수 있었던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