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정범식

   출연 - 위하준, 박지현, 오아연, 문예원





  3월이 되기 전, 결심을 하나 했다. ‘3월에는 책도 안 읽고 리뷰를 하나도 안 쓸 거야!’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지만, 3월에는 가끔 영화만 보고 게임만 열심히 했다. 그렇다고 렙이 많이 오른 건 아니지만, 무척 열심히 했다.



  유튜브에서 방송을 하고 있는 ‘하준’을 중심으로 모두 일곱 명의 사람들이 곤지암에 있다는 폐건물로 공포 체험 생중계를 하기 위해 떠난다. 일행은 최첨단 장비로 무장을 하고, 건물 탐사를 시작한다. 여러 가지 흉흉한 소문이 끊이지 않는 그곳에서, 일행은 미심쩍은 물건들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어서 그들의 예상을 벗어나는 사건이 일어나는데…….



  유료 시사회라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으로 개봉 전에 본 영화다. 말이 유료 시사회지, 그냥 편법 개봉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이 작품은,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곤지암에 있다는 폐건물이 된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제목도 정직하게 그냥 곤지암이다. 세 사람이 모이면 없던 호랑이도 만들어낸다는 옛말을 증명하는 좋은 예로, 익명성과 빠른 전파력이라는 특징을 가진 인터넷 덕분에 유명해진 곳이다. 진짜로 뭔가가 나왔는지 아니면 사람들의 허세와 거짓말과 선동이 만들어냈는지 모르지만, 폐건물 특유의 분위기 덕분에 담력시험을 하기에 좋은 장소가 되어버렸다. 거기다 미국의 CNN에서 소름끼치는 곳 중의 하나로 선정하는 바람에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영화는 예상보다 재미있었다.



  거의 모든 외계인 음모론 영화는 드라마 ‘X 파일 The X-Files, 1993’의 아류라 불리고, 거의 모든 파운드 푸티지 영화는 영화 ‘블레어 위치 The Blair Witch Project , 1999’의 아류라고 불리는 것처럼, 이 작품 역시 영화 ‘그레이브 인카운터 Grave Encounters, 2011’의 한국 버전이라 불리는 운명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인지 어떤 장면에서는 ‘그레이브 인카운터에서 본 거랑 비슷한 구도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또 다른 장면에서는 감독의 전작인 ‘기담 Epitaph, 奇談, 2007’이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재미있었다.



  페이크 다큐나 파운드 푸티지 영화를 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 설정이 있다. 뭐나면 위험에 빠진 인물들이 끝까지 카메라를 놓지 않는 부분이었다. 그런 장면을 볼 때마다, 카메라를 놓고 달리면 더 빨리 도망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그런 점을 보완했다. 바로 카메라를 몸에 부착시킨 것이다! 그러니 죽을 때까지 영상이 찍힌다고 해도 억지스럽지 않았다.



  또한 배우들이 다 신인이었기에, 진짜 일반인이 인터넷 생중계를 하는 인상을 주었다. 그래서 신선했다. 물론 그 와중에 짜증나는 성격의 캐릭터도 있었고, 연기가 어색하다는 느낌을 주는 배우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괜찮았다.



  그리고 뭔가 튀어나올 것 같은 장면에서 한 박자 내지는 반 박자 쉬었다가 놀라게 하는, 조였다 풀었다하는 흐름도 좋았다. 문제는 그런 것도 여러 번 나오면 예측가능하다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뭔가 보일 듯 말듯하면서 상상력을 자극시키는 귀신들의 등장도 나쁘진 않았다. 그런데 내가 영화를 본 상영관에서는 귀신의 엉뚱한 짓 때문에 사람들이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그 상황이 감독이 의도한 것인지 아니면 우연히 일어난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의도한 것이라면, 상당히 영리한 방법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긴장을 완전히 내려놓게 한 다음에 놀라게 하는 게 효과가 더 좋을 테니 말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다른 비슷한 설정의 영화들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치 이런 상황에서는 이런 장면으로 찍고, 이 소품은 이렇게 움직여야 한다는 교본이라도 있는 것 같았다. 어쩌면 그게 이런 장르의 한계일지도 모르겠다.



  스토리적인 면에서는 별로 할 말이 없다. 원인을 밝히기보다는 탐사가 목적이었기에, 보여주는 것이 이야기의 전부였다. 아이들이 남의 사유지에 몰래 들어갔다가 갈등을 겪고, 하나둘씩 위험에 빠지는 게 다였다. 솔직히 이야기라고 할 것도 없었다.



  팝콘을 흘릴 정도로 무섭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재미없는 영화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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