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전집 4 (양장) - 공포의 계곡 셜록 홈즈 시리즈 4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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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Sherlock Holmes - The Valley of Fear, 1914

  작가 - 코난 도일

 

 

 

 

 

  순간 어리둥절했다. 왜냐하면 이 책은 홈즈가 살아 돌아온 이후에 출판되었기 때문이다. 즉, 모리어티와 대결은 이미 끝난 뒤였다. 하지만 이 책의 첫 장을 넘기면 이런 대사가 나온다.

 

  “내가 모리어티 교수 얘기를 했던 것 생각나지?”

  “과학을 범죄에 활용하는 유명한 범죄자, 범죄자들의 세계에서 모르는 이가 없는” -P.8

 

  아직 그들의 세계에서 모리어티는 살아있었다. 으음, 그러니까 이건 아직 홈즈와 모리어티의 정면 승부가 일어나기 전에 있었던 사건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야기의 구조가 그 전에 나왔던 ‘주홍색 연구 A Study in Scarlet, 1887’나 ‘네 사람의 서명 The Sign of Four, 1890’처럼 앞부분에는 현재 일어난 사건과 그 해결이, 뒷부분에는 왜 범인이 그런 짓을 해야 했는지 예전에 있었던 과거를 다루고 있다. 마땅히 죽어도 싼 놈이었어! 이런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아, 바로 직전에 읽은 ‘바스커빌 가문의 개 The Hound of the Baskervilles, 1902’와는 글을 이끌어가는 힘이나 사건의 강약 조절 등에서 너무 차이가 났다. 코난 도일이 예전에 써둔 것을 늦게 내놓았나보다.

 

  모리어티를 쫓기 위해 첩자를 심어둔 홈즈에게 암호문이 배달된다. 모리어티가 벌스톤이라는 마을에서 무슨 일을 벌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홈즈가 암호를 푼 직후, 경시청의 맥 경감이 사건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 위해 찾아오는데, 공교롭게도 벌스톤 영주관에서 더글라스가 살해당했다는 내용이었다. 모리어티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파헤치기 위해, 홈즈와 왓슨은 벌스톤으로 향한다.

 

  이번 이야기는 그냥 그랬다. 특히 여성을 대놓고 비하하는 홈즈의 발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상황을 보면, 남편의 비명을 듣고 달려온 아내가 남편 친구가 시체를 보지 말라고 하자, 자기 방에 가 있었다. 그 얘기를 들은 홈즈가 왓슨에게 이렇게 말한다.

 

  “자네도 알다시피 나는 여자라는 족속을 그렇게 우러러보는 축에 들지 않네. 하지만 인생 경험을 통해, 눈곱만큼이라도 남편을 존중하는 마음이 있는 여자라면 남편의 시체를 코앞에 두고 외간 남자의 말 때문에 돌아서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네.” -P.99

 

  아, 진짜 이건 번역의 문제인지 아니면 코난 도일이 이렇게 쓴 건지 알 수가 없지만, 같은 말이라도 부드럽게 할 수는 없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포와로나 엘러리 퀸은 여자에 대해 비록 비난을 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라도, 이런 표현을 쓰는 건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몸주인(bodymaster)’라는 단어가 후반부에 자주 나오는데, 볼 때마다 웃음이 나와서 집중하기 힘들었다. 후반부는 미국 광산에서 있었던, 살인 방화 협박을 일삼는 조직 폭력배화한 광산 노동자들의 조직에 대해 다루고 있다. ‘몸주인’이라는 단어는 아마 그곳의 직책을 말하는 것 같은데, 아, 진짜 볼 때마다 웃음이 나왔다.

 

  “그대는 어떤 상황에서든 몸주인의 지배를 받아들일 텐가?” -p.194

  “존경하는 대몸주인님” -.p 200

 

  저 대화에서 19금적인 상황을 연상하다니……. 진짜 내가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불치병 환자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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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전집 3 (양장) - 바스커빌 가문의 개 셜록 홈즈 시리즈 3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시드니 파젯 그림 / 황금가지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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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Hound of the Baskervilles, 1902

  작가 - 코난 도일

 

 

 

 

  지난 이야기에서 홈즈는 가버렸다. 범죄의 대가 모리아티를 없애기 위해 자신의 목숨도 버린 것이다. 논개의 정신은 이곳에서도……. 그런데 그로부터 8년 후, 새로운 셜록 홈즈 이야기가 나왔다. 그것도 어딘지 모르게 음울하고 기괴한 이야기로 말이다.

 

  아주 오래 전, 난봉꾼이었던 휴고 바스커빌이 황무지에서 괴물같이 큰 개에게 죽임을 당한다. 이후 그 일은 전설로 믿어졌다. 그런데 그 집안의 후손인 찰스 바스커빌이 불가사의한 죽음을 맞이했다. 그의 시체 곁에 찍힌 커다란 개의 발자국은 잊혔던 휴고의 죽음을 기억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다음 후계자인 헨리에게도 이상한 일이 연이어 일어난다. 협박장이 배달되어 오고, 신발이 사라지고 미행이 붙는 것이다. 그의 신변 보호를 부탁받은 홈즈는 급한 일을 처리해야한다며, 왓슨을 먼저 보낸다. 과연 전설의 개는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면 누가 찰스를 죽인 걸까? 커다란 괴물 개의 정체는 무엇일까?

 

  눈에서는 빛이 나고, 몸집은 송아지만한 개가 달려들면, 어휴. 상상을 해보니 그런 일이 닥치면 무서워서 비명을 지르고 울부짖거나, 심장마비로 죽을지도 모르겠다. 이번 사건에서는 그런 엄청난 개가 등장한다. 물론 그 개를 이용하는 사악한 머리를 가진 범죄자도 같이 나온다. 개는 사악한 머리와 마음을 가진 주인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뿐일 테니, 어떻게 보면 불쌍하다. 좋은 주인을 만났으면 예쁨 받고 살 수도 있었을 텐데…….

 

  돈 앞에는 친구고 친척이고 사랑이고 뭐고 없다는 걸 확실히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오직 돈과 자기 자신만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그 모든 사건이 일어나는 모양이다. 자기 자신 외에는 없으니까, 애정도 호의도 관심도 친분도 모두 이용해먹을 수 있으면 다 이용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도 조종하여 자신의 의도대로 이끌고. 결론을 말하자면, 나쁜 놈이다. 그런 결말을 맞이해도 싼 놈이다. 좀 더 괴로워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지난 두 개의 장편, ‘주홍색 연구 A Study in Scarlet, 1887’ 라든지 ‘네 사람의 서명 The Sign of Four, 1890’과 비교해봤을 때, 이번 이야기는 내 마음에 쏙 들었다. 구구절절 쓸데없는 것처럼 보이는 범인의 과거사도 별로 많이 나오지도 않고, 점진적으로 사건이 진행 되가는 느낌도 괜찮았고, 다른 여러 사건들이 얽히면서 독자들을 교묘히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중간 부분의 흐름도 좋았다.

 

  다만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한 여인에 대한 것이다. 역시 홈즈도 미녀에게 약한 것일까? 아니면 여자는 무능력하고 남자의 말에 순종적으로 따르기만 하는 존재로 보는 걸까? 왜 그녀를 공범이 아닌 피해자로 여긴 걸까? 왜 그녀가 그가 시키는 대로 모든 것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아쉽기만 하다. 어쩌면 그녀도 적극적으로 가담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부분을 소홀히 한 홈즈를 보면서, 그 시대에 여자를 어떤 시각으로 보았는지 추측할 수 있었다. 하긴 여자는 자기 앞으로 물려받은 재산도 자기 마음대로 못 쓰는 시대였으니. 오죽할까?

 

  현대를 배경으로 이 소설을 다시 쓴다면, 그녀를 진범으로 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전에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나왔었다. 사람들은 덩치가 큰 남자가 주범이고 연약하고 어린 여자가 강압을 받아 공범이 되었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여자가 남자를 조종하고 있었다. 어쩐지 그게 더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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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전집 6 (양장) - 셜록 홈즈의 회상록 셜록 홈즈 시리즈 6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시드니 파젯 그림 / 황금가지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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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Sherlock Holmes - Memorirs of Sherlock Holmes, 1894

  작가 - 코난 도일

 

 

 

 

  홈즈와 왓슨, 두 친구가 등장하는 단편집 두 번째이다. 이번 책도 역시 홈즈는 사건을 해결하고 왓슨은 옆에서 기록하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그 중 두 개의 단편은 홈즈가 예전에 수사한 사건 기록을 나중에 왓슨이 보고 이야기를 만든 것도 있다.

 

  『실버 블레이즈』는 경마에 얽힌 이야기다. 혈통 좋은 명마가 사라지고, 그 말을 관리하던 조교사가 죽은 채로 발견된다. 누가 그를 죽이고 말을 훔쳐갔을까? 현장에 직접 내려가 조사하던 홈즈에 의해 숨겨진 비밀이 드러난다. 예전에는 홈즈가 안락의자형 탐정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직접 발로 뛰기도 한다. 아무래도 사건이 일어난 현장과 관련자들의 태도를 봐야 확실히 알 수 있기 때문인가 보다. 오해해서 미안해요, 홈즈.

 

 

  『노란 얼굴』은 아, 뭐라고 해야 할까? 마음이 아팠다. 왜 그런지 밝히면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더 이상은 생략하겠다. 의뢰인이 대인배라서 다행인 이야기였다.

 

  그나저나 여기서 홈즈는 왓슨에게 자신이 너무 능력에 과신을 하거나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노베리’라고 속삭여달라고 부탁한다. 음, 크리스티가 만들어낸 탐정인 포와로도 헤이스팅즈에게 비슷한 얘기를 한다.

 

 

  『증권 거래소 직원』의 사건이 아마 요즘 일어났다면, 신분 도용 범죄에 해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이야기의 교훈은 ‘처음 보는 사람이 하는 말은 믿지 말자’였다. 갑자기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는 옛날이 떠올랐다. 역시 우리 조상님들은 현명하셨어!

 

 

  『글로리아 스콧 호』는 홈즈가 대학 시절에 겪은 일을 왓슨에게 직접 얘기해주는 형식이다. 홈즈의 추리 실력을 직접 확인한 친구 아버지에게서 그 능력을 이용해 전문적으로 나가라는 칭찬과 권유까지 받았다고 한다. 깨알 같은 자기 칭찬! 그런데 사건의 진행이 어쩐지 ‘네 사람의 서명 The Sign of Four, 1890’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준다.

 

 

  『머즈그레이브 전례문』 역시 홈즈가 예전에 수사했던 사건을 왓슨에게 애기해주고 있다. 역시 대학 친구를 도와준 일이다. 일종의 보물찾기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와중에 바람둥이 남자와 그를 둘러싼 여자들의 질투가 들어있다.

 

 

  『라이기트의 수수께끼』는 휴양 차 시골로 내려간 홈즈와 왓슨이 겪은 사건을 다루고 있다. 휴가를 가도 사건이라니, 이건 모든 탐정들의 운명인가보다. 서양이건 동양이건 현재건 과거건, 땅을 둘러싼 분쟁은 끝이 없을 것 같다.

 

 

  『꼽추 사내』는 사건의 해결부분을 읽으면서 한숨이 나왔다. 미녀는 괴롭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그녀를 둘러싼 남자들의 암투가 참으로 징글징글했다. 그렇게까지 해서 정적을 제거하면, 그래서 그녀를 차지하면, 행복할까? 진짜로?

 

 

  『장기 입원 환자』는 ‘죄짓고는 못산다.’는 말이 떠오르는 이야기였다. 당연한 일이다.

 

 

  『그리스 어 통역관』에서 처음으로 홈즈의 형인 마이크로프트가 등장한다. 두 형제의 추리 대결은 볼만했다. 동생인 홈즈보다 뛰어난 형이라니, 두 형제의 부모가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무척 궁금해졌다. 악질 사기꾼에게 걸린 돈 많은 아가씨와 그녀를 구하려다가 봉변을 당한 오빠의 사연이 참 안타까웠다. 그러니까 말만 번드르르하게 잘하는 남자는 믿으면 큰일이다.

 

 

  『해군 조약문』은 왓슨의 친구가 중요한 외교 문서를 잃어버려서 의뢰를 한 사건이다. 하여간 영국 공무원들의 기강 해이는 알아줘야한다. 걸핏하면 중요한 서류를 읽어버리니 말이다. 그런데 사건의 해결 부분을 읽으면서, 어쩐지 크리스티의 소설이 떠올랐다. 중요 서류를 숨겨둔 방법에서 어딘지 모르게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사건』은……. 제목 그대로 마지막 사건이다. 물론 그러면 그 다음에 출간된 이야기들은 뭐냐고 하겠지만, 코난 도일은 진짜 이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홈즈를 쓰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물론 나중에 복귀시키긴 하지만 말이다. 숙적인 대악당과 최후를 같이 한 탐정의 마지막 모습은 애잔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별로 등장하지 않았지만, 모리아티의 카리스마는 대단했다. 악당다운 풍모가 느껴진다고 할까?

 

 

   



홈즈하면 떠오르는 저 사냥 모자 같은 게 처음으로 삽화에 등장했다. 

그런데 딱 저 사건, '실버블레이즈'에서만 저 복장이고,

그 이외에는 모자를 쓰고 양복을 입고 나온다.

도대체 어디서 홈즈의 의상이 저걸로 굳어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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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전집 5 (양장) - 셜록 홈즈의 모험 셜록 홈즈 시리즈 5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시드니 파젯 그림 / 황금가지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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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Adventure of Sherlock Holmes, 1892

  작가 - 코난 도일

  삽화 - 시드니 파젯

 

 

 

 

  본격적으로 홈즈가 수사하고 왓슨이 기록하는 사건집으로, 총 열 두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다 읽고 나서 생각해보니, 어린 시절에 접했던 이야기들의 대부분이 들어있었다. 몇몇 단편은 트릭이 기발해서 ‘우왕!’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고, 어떤 이야기들은 읽다가 화가 나서 속상했다. 특히 어린 여자아이에게 남겨진 재산이 있을 때 어떤 불이익과 피해를 입는지 적나라하게 나와서, 읽는 내내 욕을 해댔다.

 

 

  『보헤미아 왕국 스캔들』은 홈즈가 유일하게 인정하는 여성 ‘아일린 애들러’가 등장한다. 그녀는 그동안 홈즈가 상대했던 덜떨어진 다른 범죄자들보다 대범하고 배짱이 두둑하며 총명한 여인이었다. 물론 나중에 나오는 모리아티 교수는 빼고 말이다. 그녀는 홈즈를 상대로 성공을 거둔 몇 안 되는 사람이었다.

 

 

  『빨간 머리 연맹』은 참으로 영리한 범인이 나온다. 그 당시 경제가 어려웠기에 한 푼이라도 더 벌어보자는 사람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는데, 그 수법이 참으로 단순한 것 같으면서 영악했다. 아니 어떻게 사람의 머리색을 이용할 생각을 했는지……. 한국에서는 시도도 못할 계획이다. 한국은 다 검은 머리니까.

 

  그런데 머리색에 대한 설명을 하는데, ‘흐린 빨간 머리’는 도대체 어떤 것을 말하는지 감이 오지 않았다. 옅은 색을 뜻하는 걸까?

 

 

  『신랑의 정체』. 여기서는 와, 진짜 나쁜 놈이 나온다. 19세기 영국에서는 미혼의 딸이 재산을 물려받으면 남자 형제나 아버지가 관리를 하고 있었나보다. 그러다 결혼하면 남편이 관리하는 게 그 당시 법인가보다. 그래서 이번 사건 같은 안타까운 일이 일어날 수 있었던 거다. 읽으면서 욕이 마구 나왔다. 순화해서 표현하자면, 이런 십장생, 조카 신발, 조카 크레파스는 열여덟 색 같은 것들이 튀어나왔다.

 

 

  『보스콤 계곡 사건』은 뭐라고 해야 할까, 과거의 잘못이 현재까지 영향을 주는 이야기였다. 그러니까 죄짓고는 못산다고 말하고 있었다. 잘못하면 자기뿐만 아니라 자식들까지 그 피해를 입으니까. 그건 그렇고 옛날의 가해자가 현재의 피해자라고 징징대는 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은 K.K.K단과 얽힌 이야기다. 미국에서 있던 일이 영국까지 이어지고 있다. 원한이란 시간적 공간적 거리를 개의치 않는 모양이다.

 

 

  『입술 삐뚤어진 사나이』는 단순하지만 사람의 허를 찌르는 트릭이 숨어있는 이야기였다. 그걸 생각해낸 사람도 대단하고, 그걸 알아낸 홈즈도 놀라웠다. 남의 돈 버는 걸 쉽게 생각하면 안되는 거였다.

 

 

  『푸른 카벙클』은 평범한 모자와 거위 한 마리가 사건의 시작이었다. 다 읽고 나서 생각해보니, 거위가 제일 불쌍했다. 만찬 재료로 쓰이는 것도 모자라서, 그딴 맛없는 걸 먹어야 했다니…….

 

 

  『얼룩 띠의 비밀』에서는 아주 사악한 계부가 나온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미혼인 딸의 재산은 아버지나 남자형제가 관리해야한다는 그 당시의 법 때문에 이런 비극이 생기는 것 같다. 아니, 왜 여자가 자기 재산을 관리하지 못하게 하는 거야! 제대로 교육도 시키지 않고, 여자는 이런 거 못한다고 규정짓는 게 얼마나 웃긴지 모르나? 그 당시 저런 법 때문에 목숨을 잃거나 피해를 본 여자가 얼마나 많을지……. 아니, 잠깐만. 그런데 저 나라 여왕도 있었잖아? 헐, 그러면 여왕의 재산은 누가 관리한 거지?

 

 

  『어느 기술자의 엄지손가락』은 ‘아닌 밤중의 홍두깨’라는 말이 뭔지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서 돈 좀 벌어보겠다는 사람을 그런 식으로 등치다니……. 하여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서민 등치는 것들은 벌을 받아야 한다.

 

 

  『귀족 독신남』은 돈과 명예의 결합이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걸 말하고 있다. 재물이나 명예보다 중요한 건 사랑이었다.

 

 

  『녹주석 보관』에서 주는 교훈은 남의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하고 편견을 버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딱 들어맞았다. 사고만 치고 다니는 걸로 알았던 사람이 사실 정이 많고 의로운 행동을 했으며, 말 잘 듣고 순해보이던 사람이 그런 식으로 뒤통수를 칠 줄을 누가 알았을까?

 

 

  『너도밤나무 집』에서도 역시 재산 관리를 자신이 못하던 여인의 수난사가 펼쳐지고 있다. 역시나 구역질나는 아버지가 등장한다. 계부도 아니고 친아버지라는 작자가……. 돈이 얼마나 사람을 추악하게 만들 수 있는지 확실히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삽화가가 바뀌었다. 지난 1,2권을 담당했던 사람은, 딱 그 두 권만 맡아서 그렸다고 한다. 흔히 홈즈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이번 삽화가의 공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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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전집 2 (양장) - 네 사람의 서명 셜록 홈즈 시리즈 2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시드니 파젯 그림 / 황금가지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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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Sign of Four, 1890

  작가 - 아서 코난 도일

  삽화 - 리하르트 거트슈미트

 

 

 

 

 

 

 

 

  지난 ‘주홍색 연구 A Study in Scarlet, 1887’이후 3년 만에 나온 두 번째 이야기다.

 

  첫 장부터 약에 취한 홈즈의 모습으로 충격을 안겨준다. 단지 자기의 마음에 드는 재미난 사건이 없어 심심하다는 이유로 홈즈는 오늘은 모르핀, 내일은 코카인을 사용한다. 헐, 이럴 수가! 그냥 줄담배를 피우는 골초로만 기억하는데, 약쟁이였다니! 어린아이들이 읽을 책이라서 그냥 담배로 순화시킨 모양이다. 왓슨이 옆에서 말려보지만, 그 당시에는 그런 약물들이 규제 대상이 아니었나보다. 요즘 같으면 경찰서 아니면 병원행일 텐데. 심심해서 예민함이 극에 달한 홈즈는 왓슨이 발표한 소설도 태클을 건다. 자신을 주연으로 한 소설인데, 별로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다. 왓슨이 보살이다. 그래도 친구라고 옆에서 챙겨주니 말이다.

 

  이런 약과 함께 무료한 하루를 보내던 홈즈 앞에 한 여인이 나타난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 십년동안 진주 한 알을 보내온다. 그러다 올해는 직접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는 것이다. 홈즈와 왓슨은 그녀를 도와 익명의 후원자를 만나러 간다. 그런데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잠긴 방 안에서 살해당한 남자였다.

 

  이번 이야기 역시, 전반부는 홈즈가 범인을 추리하고 추적하여 잡는 과정 그리고 마지막 두 챕터는 왜 범인이 그런 짓을 저질러야 했는지를 얘기한다. 그래도 지난번보다는 많이 줄어든 양이다.

 

  요새는 자동차 추격 장면이 있겠지만, 홈즈의 시대에서는 강 위에서 벌어지는 배 추격전이 등장한다. 쾌속선이 아니라 옛날 증기선이라 상상하기는 힘들지만, 꽤 분위기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난 강이라고는 한강밖에 못 봐서 자꾸만 한강 유람선만 떠오른다. 음, 그건 또 나름대로 운치가 있어 보이는데…….

 

  예전에 헤이스팅즈가 포와로를 도와 사건을 수사하다가 만난 여자와 결혼하는 이야기가 있다. ‘골프장 살인사건 Murder on the Links, 1923’이다. 포와로가 중매쟁이 역할을 제대로 한 작품이다. 갑자기 헤이스팅즈 얘기를 꺼낸 이유는, 바로 이번 이야기에서 왓슨이 사랑하는 여자를 만났기 때문이다. 음, 이 책이 먼저 나왔으니까 크리스티가 재미있는 설정이라고 생각하고 적용해본 걸까? 그러고 보니 엘러리 퀸도 사건 수사 중에 만난 여자와 결혼한다고 들은 적이 있다.

 

  하여간 왓슨과 결혼하는 여자는 바로 사건을 의뢰한 마리다. 왓슨은 마리를 보는 순간 호감을 갖지만, 사건이 잘 풀려 그녀가 부유한 상속녀가 될까봐 전전긍긍해한다. 그러면 자기가 가까이 다가가기도 어려운 존재가 될 테니까 말이다. 그래서 사건은 잘 풀렸지만 마리가 예상처럼 부자가 되지 않자, 무척 좋아한다.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는 걸까? 왓슨, 위에서 보살이라고 한 거 취소다!

 

  그나저나 고민이다. 이 시리즈 역시 작품의 출간 순서가 아닌, 출판사 임의대로 장편 먼저 단편 나중으로 번호가 붙어있다. 아홉 권밖에 되지 않으니까, 내 멋대로 출간 연도별로 읽을까 말까?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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