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벌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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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女王蜂, 1973

  작가 - 요코미조 세이시

 

 

 

 

  이 책 역시 잡지에 연재된 시기는 1951년이지만, 출판연도는 1973년이다. 연재 순서대로 읽었다.

 

  '도모코'는 할머니, 가정교사 히데코 그리고 고용인들과 월금도라는 섬에서 살고 있었다. 그리고 열여덟이 되자, 양아버지인 '긴조'가 사는 도쿄로 가게 된다. 그녀를 데리러 나온 사람은 다름 아닌 긴다이치. 왜냐하면 그녀를 섬에서 도쿄로 불러내지 말라는 협박장이 도착했기 때문에,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려는 긴조의 대책이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도쿄에 도착한 그녀는 긴조가 준비해둔 세 명의 남편 후보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하나둘씩 살해당하는데…….

 

  너무도 아름다운 소녀였던 '고토에'와 그녀의 미모와 재산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도모코'. 그런 그녀를 노리는 남자들. 밀실과 다름없는 상황에서 죽은 채로 발견되는 남편 후보자들과 그 장소에 어김없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렌타로'라는 남자와 의문의 노인. 그리고 이 모든 사건의 원인은, 19년 전의 어느 여름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도모코의 친아버지인 '구사카베'의 정체는 무엇이고 왜 죽었을까? 그는 진짜로 도모코의 어머니인 '고토에'에게 살해당한 것일까? 과연 협박장을 보낸 것은 누구인가?

 

  밀실이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시체로 발견된 사건이 연속으로 일어나다보니, 왜 이리도 밀실 사건이 흔할까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무척이나 정교하고 완성시키기 어렵다고 알고 있었는데, 그런 걸 세 번이나 실행한 범인은 무척이나 똑똑한 사람이라는 감탄마저 들 정도였다. 아, 아니다. 완성시켰다면 긴다이치에게 발각될 리가 없잖아?

 

  책은 다른 이야기들에 비해 좀 두꺼운 편이었다. 하지만 연달아 일어나는 살인 사건과 긴다이치 탐정 습격 사건의 영향으로 중간에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도모코와 긴다이치를 제외한 등장인물들이 다 비밀을 한두 가지씩을 갖고 있어서, 용의자를 추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물론 이야기를 읽다가 마음에 안 드는 부분도 있었다. 도모코는 왜 양아버지가 골라준 약혼자 후보들에 대해 아무런 반론 없이 받아들인 걸까? 아나 진짜, 읽어보면 다들 수준 미달인 것 같았는데 말이다. 엄청난 미모에 여왕 같은 기품과 위엄까지 갖췄으면서, 왜 그딴 놈들에게……. 게다가 중간 중간에 사람다루는 것을 보니 보통이 아닌 것 같은데! 그 당시 시대상황으로는 여자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결국 자기 의견을 제시할 수 없었다는 걸까? 문득 섬에서 그녀를 그렇게 키워낸 가정교사 히데코의 능력이 엄청났다는 걸 깨달았다. 타고난 것도 있었겠지만, 다른 사람과의 아무런 접점도 없이 평생을 섬에서 살면서 가정교사의 교육만으로 그런 능력을 가지다니……. 이 소설에 등장하는 도모코나 히데코, 둘 다 굉장한 능력자들이었다. 역시 소설 주인공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과연 사랑이란 어떤 것일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특히 2대에 걸친 사랑, 그러니까 어머니와 그 딸을 이어서 사랑하는 것이 가능한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딸을 온전히 그녀로 봐주는 것인지, 아니면 엄마의 모습을 투영해서 바라보는 것인지 의심스러웠다. 그런 것이라면 딸이 너무 불쌍하다. 그건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 아닐까? 이 책의 범인 같은 경우라면 정신병에 더 가까울 것 같다. 이기적인 사랑 때문에 한 남자는 죽어야했고, 한 소녀는 연인을 죽였다는 자책으로 괴로워했으며, 다른 소녀는 버림받았다는 생각으로 자라야했다. 그리고 병에 가까운 집착 때문에 세 남자는 영문도 모르고 살해당했다.

 

  음, 사랑이라고 무조건 다 좋은 건 아니다. 소설 속에서처럼 유해한 사랑도 존재하는 법이다. 건전한 사랑을 해야겠다.

 

  전에 이 소설을 드라마화한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그 때는 도모코와 고토에 역을 쿠리야마 치아키가 맡았었는데, 소설과는 다른 이미지였다. 소설에서는 어머니와 딸의 성격이 다른 것으로 나오는데, 여기서는 그리 달라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한 부분이 있다. 518쪽에 보면 '모자 2대에 걸친 사랑'이라고 나오는데, 고토에와 도모코는 엄마와 딸이니까 모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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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누가미 일족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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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犬神家の 一族, 1950

  작가 - 요코미조 세이시

 

 

 

 

  읽으면서 ‘어?’하면서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 그렇다. ‘혼진 살인사건 本陣殺人事件, 1946’에 들어있던 단편『도르래 우물은 왜 삐걱거리나』와 흡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가문의 유력한 후계자가 부상을 입고 돌아와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두들 의심한다는 설정에서 그런 느낌이 들었다. 작가들 중에는 단편으로 썼다가 마음에 드는 것을 장편으로 다시 써 발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작품도 그런 모양이다. 물론 장편이니까 단편일 때와는 달리 다양한 양념들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대부호 이누가미 가문의 가장인 사헤가 노령으로 사망한다. 은인인 노노미야의 손녀인 다마요가 자신의 손자 셋 중의 한 명과 결혼을 해야만 가문의 재산을 상속한다는 유언장이 발표되자 모든 사람들은 경악한다. 게다가 예전에 자신의 딸들의 방해로 떠나갔던 후처의 아들 시즈마를 언급하고, 손자 중의 한 명이 사망했을 경우까지 자세히 적혀있는 유언장은, 그야말로 자기 자식들에게 저주를 내리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왜 사헤는 자기 자손들에게 이렇게 가혹한 유언을 남긴 걸까?

 

  의논할 게 있다는 변호사의 부탁을 받고 마을로 온 긴다이치. 하지만 의뢰인은 그를 만나러 왔다가 독살당한 시체로 발견된다. 이후 손자들이 하나둘씩 차례로 처참하게 죽어나가기 시작한다. 자존심에 치명타를 입은 긴다이치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이누가미 일가에 얽힌 비밀과 저주스러운 내력을 파헤치는데…….

 

  아버지가 같은 자매지만 어머니가 다른 사헤의 세 딸은 각각 자신의 아들이 가문의 재산을 물려받아야한다고 병적일 정도로 집착을 보이며, 광기어린 시선으로 서로를 노려본다. 다른 사람들이 없었다면 아마 서로 머리끄덩이를 부여잡고 너 죽고 나 살자고 싸웠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이미 전적이 있었으니 말이다. 예전에 세 자매가 아버지의 후처와 그 어린 아들에게 저지른 만행은 좀 끔찍했다. 재산을 빼앗길까봐 저지른 짓치고는 질이 무척 나빴다. 하지만 아버지인 사헤가 그들의 어머니에게 한 짓을 얘기하는 부분을 읽으면, '그런 부모 밑에서 자랐으니…….'하고 나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역시 가정 교육이 중요한 법이다.

 

  그 덕분에 그런 어머니 밑에서 자란 아들 역시 인간쓰레기라는 말이 어울리는 행동을 보인다. 그 중에서도 막내 손자 스케모토는 제일 악질이다. 다른 사촌 여동생을 좋아해 임신까지 시켰지만, 재산을 위해 다마요에게 집적댄다. 하지만 다마요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그는 그녀를 납치해 강간을 시도한다. 완전히 제정신이 아닌 놈이다. 사헤가 젊은 시절에 저질렀던 일을 생각하면, 핏줄이 어딜 가겠냐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가학적이면서 비정상적인 기질로 가득한 세 자매의 돈에 대한 집착, 서로를 향한 질투, 원한과 복수, 강간으로 만들어진 가문의 내력, 그리고 집안 구석구석에 흘러넘치는 병적인 허무함은 글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불길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결말을 읽으면서도 '절대로 이들은 행복하지 못할 거야.'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지금이야 범인이 잡혀서 안정되어보이지만, 다음 대에서 또다시 비극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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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문도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 시공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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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원제 - 獄門島, 1947

  작가 - 요코미조 세이지

 

 

 

 

  긴다이치 탐정이 등장하는 두 번째 이야기. 그리고 첫 번째 장편. 얼마 전에 읽은 ‘백일홍 나무 아래’의 마지막 부분에서 긴다이치가 옥문도로 향한다는 구절이 있는데, 바로 여기로 이어진다. 오오, 출판사에서 내놓은 순서가 아닌 출판 연도를 검색해서 읽으니 이런 재미가 있다.

 

  2차 대전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대. 군에서 제대한 긴다이치는 귀환선에서 친구의 부탁을 받는다. 자신이 죽으면 고향으로 가서, 세 여동생을 보호해 달라는 것이다. 자기가 가지 않으면 동생들이 죽을 것이라는 기묘한 말만 남기고 친구는 죽고 만다. 종전 후 딱히 할 일도 없던 긴다이치는 친구의 고향인 섬 옥문도로 향한다. 그리고 친구의 유언처럼, 여동생들이 하나둘씩 죽어나가는데…….

 

  섬이라는 특이성을 가진 폐쇄적인 씨족 사회 비스무레한 마을, 본가와 방계로 나뉜 가문의 상속 문제, 대대로 유전되는 정신병, 그리고 전후의 어지러운 사회 분위기 등등이 전반적으로 묘한 느낌을 주었다. 마치 책 자체에, 문장 하나하나에 안개가 자욱하게 낀 것 같았다. 따뜻한 느낌이 아닌, 숨쉬기 힘들 정도로 농도가 짙고 차가우면서 뭔가 꿈틀거리는 불길한 것이 숨어있는 안개였다.

 

  책은 조금 촌스러운 느낌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고전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라 그럭저럭 괜찮았다. 하지만 트릭은 뭐랄까, 눈에 확 들어오는 문장들이 아니어서 잘 와 닿지는 않다. 그래도 몇 번 읽다 보니 ‘아~’하면서 조금 이해가 갔다. 아쉽게도 완벽히는 아니었다. 대개 글을 보면 눈앞에 그림이 그려지면서 이해가 되는데, 이 책은 그런 면에서는 좀 힘들었다. 기모노 같은 옷 이름이 나오면 뭐가 뭔지 잘 모르겠고, 구별하기 힘들었다. 배경에 등장하는 건물 설명도 그렇고…….

 

  특히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은 병풍에 적혀있는 하이쿠를 설명하는 대목이었다. 일본어는 히라가나만 겨우 아는 나에게, 시를 해석하는 것은 고난이도의 퀘스트였다. 사실 밑에 빼곡히 달아놓은 주석을 읽다가 헷갈려서 잠시 책을 덮었다. 아무래도 일본 배경의 드라마나 영화를 더 보면서 수련을 더 쌓아야겠다.

 

  그런데 다 읽고 나니 문득 엘러리 퀸의 'Y의 비극 The Tragedy of Y, 1932'이 떠올랐다. 그리고 아주 잠깐 반 다인의 '그린 가의 살인사건 The Green Murder Case 1928'도 떠오르긴 했지만, 이건 좀 확실하지가 않아서……. 뭔지 말하면 커다란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패스하지만, 뭔가 비슷한 점이 있었다. 어쩌면 집안 내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라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이번 이야기에서 긴다이치 탐정은 죽을 사람 다 죽은 다음에, 그러니까 범인이 거의 복수를 끝낸 다음에야 잡는 뒷북의 달인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손자라고 자칭하는 김전일도 그러던데, 그런 기질은 집안 내력인가. 피해자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범인에게만 좋은 집안 내력이라고 하면 너무 과한 비난일까? 다음 이야기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일지 기대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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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홍 나무 아래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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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百日紅の下にて, 1976

  작가 - 요코미조 세이시

 

 

 

 

 

 

  출판된 연도는 1976년이지만, 요코미조 세이시의 초기 단편 모음집이다. 총 네편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특히 『백일홍 나무 아래』는 긴다이치 코스케가 나오는 두 번째 이야기라고 한다. 이 단편의 마지막 부분에 그가 옥문도를 향해 떠난다고 나오는데, 바로 다음에 이어지는 '옥문도 獄門島'를 예고하고 있다.

 

   『살인귀』에서는 긴다이치 코스케가 처음부터 등장하지 않고,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지도 않다. 한 작가가 우연히 만난 여인 때문에 사건에 휘말리는 과정을 얘기하고 있다.

 

  사람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첫인상에 휘둘리기 쉬운지 말하고 있다. 게다가 첫인상이 좋으면 그 사람이 하는 말은 의심하지도 않고 믿어버리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무슨 행동을 하건 안 좋게 볼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알려준다. 그러니까 외모 지상주의가 판을 칠 수 있는 것이다.

 

 

  『흑난초 아가씨』는 어디선가 본 것 같은 트릭이 사용된다. 내가 어디서 이와 비슷한 얘기를 보았을까? 드라마였을까 아니면 소설이었을까? 아, 읽으면서 계속 궁금해서 화가 났다. 결국 기억하지 못했고, 그냥 포기하기로 했다.

 

  모든 비극은 자신과 남을 비교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어쩌면 이상은 높은데 현실은 시궁창이어서, 그것을 견디지 못해서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흑난초 아가씨의 주위에서 그녀를 제재했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냐오냐해서 애를 키우는 바람에 애꿎은 사람만 피해를 입었다. 사건으로 세상을 떠난 사람들만 불쌍하다.

 

 

  『향수 동반자살』 역시 드라마에서 비슷한 수법을 본 기억이 난다. 음, 후세 사람들은 요코미조 세이시가 이 '긴다이치 시리즈'를 쓰지 않았으면, 뭘 먹고 살았을까?

 

  등장인물에 대한 설명을 읽는 순간, 아가사 크리스티의 단편 '패배한 개 The Under Dog and Other Stories, 1951'이 떠올랐다. 그래서 범인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아, 인간의 본성은 어딜 가나 똑같은 모양이다.

 

 

  『백일홍 나무 아래』는 긴다이치 코스케가 전쟁에서 돌아와 한 남자를 만나 예전에 있었던 사건을 얘기하는 구성이다. 사에키가 자신에게 어울리는 여자로 키운 유미. 그런데 그가 다리를 잃고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유미는 자살한다. 그로부터 1년 후, 사에키는 친구들을 불러 유미를 기리는데 한 남자가 독살 당한다. 도대체 범인은 누구인가? 왜 유미는 자살했는가?

 

  소설을 읽으면서, 아가사 크리스티의 '잊을 수 없는 죽음 Remembered Death, 1945'이 떠올랐다.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 여자. 그녀의 기일에 모인 사람들. 그리고 또 다시 일어난 살인 사건. 기본 뼈대는 비슷하다. 그리고 수법은 음, 엘러리 퀸의 '재앙의 거리 Calamity Town, 1942'가 연상된다고 하면 너무 억지일까?

 

  그나저나 사에키, 좋게 말하면 그리스 로마 신화의 피그말리온이고 나쁘게 말하면 영화 '신주쿠 여고생 납치사건 The Perfect Education , 1999'의 범인이다. 자기 취향에 맞는 여자를 고르다가 결국 아홉 살 난 유미를 키워서 초경을 시작하자마자 섹스를 했다고 자랑스레 얘기한다.

 

  음, 피그말리온 미안. 저런 놈과 널 동급으로 둬서……. 쟤는 그냥 로리콤에 변태였어. 미안해.

 

  일본의 변태성은 역시 뿌리가 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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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진 살인사건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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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本陣殺人事件, 1946

  작가 - 요코미조 세이시

 

 

 

 

 

  탐정 ‘긴다이치 코스케’가 등장하는 첫 소설이다. 예전에 ‘팔묘촌 八つ墓村, 1971’을 읽고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리즈를 모으기 시작했다. 이제 어느 정도 책이 모였기에, 첫 번째 이야기부터 읽기 시작했다.

 

  1946년도 작이라, 전쟁에 관한 언급이 자주 나온다. 하지만 전쟁의 원인이나 다른 나라를 침략한 건 한마디도 나오지 않고, 그냥 전쟁에 징집되었다는 정도로만 나온다. 좋게 보면 일반 민중은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갔다가 죽어서 돌아오는 신세라는 걸 말하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 결국 전쟁을 일으키는 건 윗대가리들이지만, 실질적으로 피해를 보는 건 대중이니까. 나쁘게 보면 뭐, 피해자 코스프레라고 볼 수 있다. 하여간 그 문제는 뒤로 넘기고, 내용을 살펴보겠다.

 

  모두 세 편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두 개는 중편이라고 할 수 있고, 나머지 하나는 단편이다.

 

  이 책의 메인이기도 한『혼진 살인사건』은 긴다이치 코스케라는 탐정이 처음으로 나오는 이야기다. 더벅머리에 말을 더듬기는 그의 평소 습관과 약에 취해 방황도 했던 그의 유학 시절 과거가 아주 짧게 나온다.

 

  유서 깊은 여관 ‘혼진’을 운영하는 이치야나기 가문의 장남 ‘겐조’가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구보 긴조’의 조카인 ‘가쓰코’와 결혼을 하는 첫 날,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 신랑신부가 피투성이가 된 채 발견된 것. 신랑 집에서 뭔가 숨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구보는 알고 지내던 긴다이치에게 도움을 청한다. 유학 시절 은인인 구보의 요청을 받은 긴다이치는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진상을 파헤치기 시작하는데…….

 

  음, 팔묘촌때도 그랬는데 어쩐지 사건의 트릭이 익숙하다. 다른 만화나 영화에서 비슷한 방법을 본 것 같다. 아마 이 이야기에 쓰린 트릭이 워낙에 기발해서, 다른 곳에서 조금씩 바꿔서 차용한 모양이다.

 

  범인의 동기 부분에서는 그냥 한숨이 나왔다. 6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별로 달라지지 않은 모양이다. 에휴……. 그래서 화가 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도르래 우물은 왜 삐걱거리나』은 단편이다. 특이하게 모든 내용이 다 한 소녀의 편지로 이루어져있다. 너무도 외모가 비슷한 본처가 낳은 자식과 불륜으로 낳은 자식. 남부럽지 않게 자란 적자와 온갖 멸시를 받으며 큰 서자. 전쟁에는 둘이 갔지만 돌아온 것은 단 하나. 과연 어느 아들이 돌아온 것인가? 그리고 그날밤 죽은 것은 과연 누구인가?

 

  긴다이치 코스케가 뒤늦게 사건에 개입하긴 하지만, 이미 사건은 비밀리에 해결되어있었다. 그래서 그는 단지 기록물을 챙기는 역할만 담당한다. 그렇지만 그래도 별로 아쉽지 않았다. 그만큼 편지에서 드러난 추리가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흑묘정 사건』은 처음에 읽을 때 ‘혹시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놓고 얼굴 없는 시체 트릭에 1인 2역 트릭이 있다고 밝혀놓았기에, 혹시 이런 식으로 전개되는 게 아닌가하는 추측을 했다. 그러다가 ‘아닌가?’하는 마음에 다시 고민을 해보았다. 결국에는 처음에 했던 생각을 밀고 나갔는데, 그게 맞았다. 다만 공범의 정체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어서 조금 놀라웠다.

 

  정원에서 발견된 신원 미상의 부패된 시체. 그 정체는 누구일까? 술집 주인과 불륜관계에 있던 여자일까 아니면 마담일까? 남편의 내연녀를 죽인 마담이 범인일까 아니면 내연녀가 마담을 죽인 걸까? 도대체 술집 주인은 어디에 숨은 걸까?

 

 

  흥분하면 머리를 마구 긁으며 말을 더듬고, 외모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허술함으로 상대방을 방심하게 만드는 긴다이치 코스케. 어떻게 보면 미국 드라마 ‘형사 콜롬보 Columbo’의 주인공을 닮았다. 갑자기 콜롬보 시리즈가 보고 싶어진다. 얼마 전에 케이블에서 해주던데. 그리고 긴다이치 코스케가 나오는 드라마도 보고 싶어진다. 일본에서는 꾸준히 만들어 방영하는 것 같던데……. 빨리 책을 읽어야 드라마와 비교할 수 있겠지. 그럼 다음 권으로 Go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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