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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전집 4 (양장) - 공포의 계곡 ㅣ 셜록 홈즈 시리즈 4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2월
평점 :
원제 -
Sherlock Holmes - The Valley of Fear, 1914
작가 - 코난 도일
순간 어리둥절했다. 왜냐하면 이 책은 홈즈가 살아 돌아온 이후에 출판되었기 때문이다. 즉, 모리어티와 대결은 이미 끝난 뒤였다. 하지만 이 책의
첫 장을 넘기면 이런 대사가 나온다.
“내가 모리어티 교수 얘기를 했던 것 생각나지?”
“과학을 범죄에 활용하는 유명한 범죄자, 범죄자들의 세계에서 모르는 이가 없는” -P.8
아직 그들의 세계에서 모리어티는 살아있었다. 으음, 그러니까 이건 아직 홈즈와 모리어티의 정면 승부가 일어나기 전에 있었던 사건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야기의 구조가 그 전에 나왔던 ‘주홍색 연구 A Study in Scarlet, 1887’나 ‘네 사람의 서명 The Sign
of Four, 1890’처럼 앞부분에는 현재 일어난 사건과 그 해결이, 뒷부분에는 왜 범인이 그런 짓을 해야 했는지 예전에 있었던 과거를
다루고 있다. 마땅히 죽어도 싼 놈이었어! 이런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아, 바로 직전에 읽은 ‘바스커빌 가문의 개 The Hound of
the Baskervilles, 1902’와는 글을 이끌어가는 힘이나 사건의 강약 조절 등에서 너무 차이가 났다. 코난 도일이 예전에 써둔 것을
늦게 내놓았나보다.
모리어티를 쫓기 위해 첩자를 심어둔 홈즈에게 암호문이 배달된다. 모리어티가 벌스톤이라는 마을에서 무슨 일을 벌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홈즈가
암호를 푼 직후, 경시청의 맥 경감이 사건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 위해 찾아오는데, 공교롭게도 벌스톤 영주관에서 더글라스가 살해당했다는
내용이었다. 모리어티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파헤치기 위해, 홈즈와 왓슨은 벌스톤으로 향한다.
이번 이야기는 그냥 그랬다. 특히 여성을 대놓고 비하하는 홈즈의 발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상황을 보면, 남편의 비명을 듣고 달려온 아내가
남편 친구가 시체를 보지 말라고 하자, 자기 방에 가 있었다. 그 얘기를 들은 홈즈가 왓슨에게 이렇게 말한다.
“자네도 알다시피 나는 여자라는 족속을 그렇게 우러러보는 축에 들지 않네. 하지만 인생 경험을 통해, 눈곱만큼이라도 남편을 존중하는 마음이 있는
여자라면 남편의 시체를 코앞에 두고 외간 남자의 말 때문에 돌아서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네.” -P.99
아, 진짜 이건 번역의 문제인지 아니면 코난 도일이 이렇게 쓴 건지 알 수가 없지만, 같은 말이라도 부드럽게 할 수는 없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포와로나 엘러리 퀸은 여자에 대해 비록 비난을 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라도, 이런 표현을 쓰는 건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몸주인(bodymaster)’라는 단어가 후반부에 자주 나오는데, 볼 때마다 웃음이 나와서 집중하기 힘들었다. 후반부는 미국 광산에서
있었던, 살인 방화 협박을 일삼는 조직 폭력배화한 광산 노동자들의 조직에 대해 다루고 있다. ‘몸주인’이라는 단어는 아마 그곳의 직책을 말하는
것 같은데, 아, 진짜 볼 때마다 웃음이 나왔다.
“그대는 어떤 상황에서든 몸주인의 지배를 받아들일 텐가?” -p.194
“존경하는 대몸주인님” -.p 200
저 대화에서 19금적인 상황을 연상하다니……. 진짜 내가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불치병 환자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0104/pimg_7186921381130519.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