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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전집 5 (양장) - 셜록 홈즈의 모험 ㅣ 셜록 홈즈 시리즈 5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시드니 파젯 그림 / 황금가지 / 2002년 4월
평점 :
원제 - The
Adventure of Sherlock Holmes, 1892
작가 - 코난 도일
삽화 - 시드니 파젯
본격적으로 홈즈가 수사하고 왓슨이 기록하는 사건집으로, 총 열 두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다 읽고 나서 생각해보니, 어린 시절에 접했던
이야기들의 대부분이 들어있었다. 몇몇 단편은 트릭이 기발해서 ‘우왕!’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고, 어떤 이야기들은 읽다가 화가 나서 속상했다.
특히 어린 여자아이에게 남겨진 재산이 있을 때 어떤 불이익과 피해를 입는지 적나라하게 나와서, 읽는 내내 욕을 해댔다.
『보헤미아 왕국 스캔들』은 홈즈가 유일하게 인정하는 여성 ‘아일린 애들러’가 등장한다. 그녀는 그동안 홈즈가 상대했던 덜떨어진 다른 범죄자들보다
대범하고 배짱이 두둑하며 총명한 여인이었다. 물론 나중에 나오는 모리아티 교수는 빼고 말이다. 그녀는 홈즈를 상대로 성공을 거둔 몇 안 되는
사람이었다.
『빨간 머리 연맹』은 참으로 영리한 범인이 나온다. 그 당시 경제가 어려웠기에 한 푼이라도 더 벌어보자는 사람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는데, 그
수법이 참으로 단순한 것 같으면서 영악했다. 아니 어떻게 사람의 머리색을 이용할 생각을 했는지……. 한국에서는 시도도 못할 계획이다. 한국은 다
검은 머리니까.
그런데 머리색에 대한 설명을 하는데, ‘흐린 빨간 머리’는 도대체 어떤 것을 말하는지 감이 오지 않았다. 옅은 색을 뜻하는 걸까?
『신랑의 정체』. 여기서는 와, 진짜 나쁜 놈이 나온다. 19세기 영국에서는 미혼의 딸이 재산을 물려받으면 남자 형제나 아버지가 관리를 하고
있었나보다. 그러다 결혼하면 남편이 관리하는 게 그 당시 법인가보다. 그래서 이번 사건 같은 안타까운 일이 일어날 수 있었던 거다. 읽으면서
욕이 마구 나왔다. 순화해서 표현하자면, 이런 십장생, 조카 신발, 조카 크레파스는 열여덟 색 같은 것들이 튀어나왔다.
『보스콤 계곡 사건』은 뭐라고 해야 할까, 과거의 잘못이 현재까지 영향을 주는 이야기였다. 그러니까 죄짓고는 못산다고 말하고 있었다. 잘못하면
자기뿐만 아니라 자식들까지 그 피해를 입으니까. 그건 그렇고 옛날의 가해자가 현재의 피해자라고 징징대는 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은 K.K.K단과 얽힌 이야기다. 미국에서 있던 일이 영국까지 이어지고 있다. 원한이란 시간적 공간적 거리를 개의치
않는 모양이다.
『입술 삐뚤어진 사나이』는 단순하지만 사람의 허를 찌르는 트릭이 숨어있는 이야기였다. 그걸 생각해낸 사람도 대단하고, 그걸 알아낸 홈즈도
놀라웠다. 남의 돈 버는 걸 쉽게 생각하면 안되는 거였다.
『푸른 카벙클』은 평범한 모자와 거위 한 마리가 사건의 시작이었다. 다 읽고 나서 생각해보니, 거위가 제일 불쌍했다. 만찬 재료로 쓰이는 것도
모자라서, 그딴 맛없는 걸 먹어야 했다니…….
『얼룩 띠의 비밀』에서는 아주 사악한 계부가 나온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미혼인 딸의 재산은 아버지나 남자형제가 관리해야한다는 그 당시의 법
때문에 이런 비극이 생기는 것 같다. 아니, 왜 여자가 자기 재산을 관리하지 못하게 하는 거야! 제대로 교육도 시키지 않고, 여자는 이런 거
못한다고 규정짓는 게 얼마나 웃긴지 모르나? 그 당시 저런 법 때문에 목숨을 잃거나 피해를 본 여자가 얼마나 많을지……. 아니, 잠깐만. 그런데
저 나라 여왕도 있었잖아? 헐, 그러면 여왕의 재산은 누가 관리한 거지?
『어느 기술자의 엄지손가락』은 ‘아닌 밤중의 홍두깨’라는 말이 뭔지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서 돈 좀 벌어보겠다는 사람을 그런
식으로 등치다니……. 하여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서민 등치는 것들은 벌을 받아야 한다.
『귀족 독신남』은 돈과 명예의 결합이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걸 말하고 있다. 재물이나 명예보다 중요한 건
사랑이었다.
『녹주석 보관』에서 주는 교훈은 남의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하고 편견을 버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딱 들어맞았다. 사고만 치고 다니는 걸로 알았던 사람이 사실 정이 많고 의로운 행동을 했으며, 말 잘 듣고 순해보이던 사람이 그런
식으로 뒤통수를 칠 줄을 누가 알았을까?
『너도밤나무 집』에서도 역시 재산 관리를 자신이 못하던 여인의 수난사가 펼쳐지고 있다. 역시나 구역질나는 아버지가 등장한다. 계부도 아니고
친아버지라는 작자가……. 돈이 얼마나 사람을 추악하게 만들 수 있는지 확실히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삽화가가 바뀌었다. 지난 1,2권을 담당했던 사람은, 딱 그 두 권만 맡아서 그렸다고 한다. 흔히 홈즈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이번 삽화가의 공로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