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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전집 2 (양장) - 네 사람의 서명 ㅣ 셜록 홈즈 시리즈 2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시드니 파젯 그림 / 황금가지 / 2002년 2월
평점 :
원제 - The
Sign of Four, 1890
작가 - 아서 코난 도일
삽화 - 리하르트 거트슈미트
지난 ‘주홍색 연구 A Study in Scarlet, 1887’이후 3년 만에 나온 두 번째 이야기다.
첫 장부터 약에 취한 홈즈의 모습으로 충격을 안겨준다. 단지 자기의 마음에 드는 재미난 사건이 없어 심심하다는 이유로 홈즈는 오늘은 모르핀,
내일은 코카인을 사용한다. 헐, 이럴 수가! 그냥 줄담배를 피우는 골초로만 기억하는데, 약쟁이였다니! 어린아이들이 읽을 책이라서 그냥 담배로
순화시킨 모양이다. 왓슨이 옆에서 말려보지만, 그 당시에는 그런 약물들이 규제 대상이 아니었나보다. 요즘 같으면 경찰서 아니면 병원행일 텐데.
심심해서 예민함이 극에 달한 홈즈는 왓슨이 발표한 소설도 태클을 건다. 자신을 주연으로 한 소설인데, 별로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다. 왓슨이
보살이다. 그래도 친구라고 옆에서 챙겨주니 말이다.
이런 약과 함께 무료한 하루를 보내던 홈즈 앞에 한 여인이 나타난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 십년동안 진주 한 알을
보내온다. 그러다 올해는 직접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는 것이다. 홈즈와 왓슨은 그녀를 도와 익명의 후원자를 만나러 간다. 그런데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잠긴 방 안에서 살해당한 남자였다.
이번 이야기 역시, 전반부는 홈즈가 범인을 추리하고 추적하여 잡는 과정 그리고 마지막 두 챕터는 왜 범인이 그런 짓을 저질러야 했는지를
얘기한다. 그래도 지난번보다는 많이 줄어든 양이다.
요새는 자동차 추격 장면이 있겠지만, 홈즈의 시대에서는 강 위에서 벌어지는 배 추격전이 등장한다. 쾌속선이 아니라 옛날 증기선이라 상상하기는
힘들지만, 꽤 분위기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난 강이라고는 한강밖에 못 봐서 자꾸만 한강 유람선만 떠오른다. 음, 그건 또 나름대로 운치가 있어
보이는데…….
예전에 헤이스팅즈가 포와로를 도와 사건을 수사하다가 만난 여자와 결혼하는 이야기가 있다. ‘골프장 살인사건 Murder on the Links,
1923’이다. 포와로가 중매쟁이 역할을 제대로 한 작품이다. 갑자기 헤이스팅즈 얘기를 꺼낸 이유는, 바로 이번 이야기에서 왓슨이 사랑하는
여자를 만났기 때문이다. 음, 이 책이 먼저 나왔으니까 크리스티가 재미있는 설정이라고 생각하고 적용해본 걸까? 그러고 보니 엘러리 퀸도 사건
수사 중에 만난 여자와 결혼한다고 들은 적이 있다.
하여간 왓슨과 결혼하는 여자는 바로 사건을 의뢰한 마리다. 왓슨은 마리를 보는 순간 호감을 갖지만, 사건이 잘 풀려 그녀가 부유한 상속녀가
될까봐 전전긍긍해한다. 그러면 자기가 가까이 다가가기도 어려운 존재가 될 테니까 말이다. 그래서 사건은 잘 풀렸지만 마리가 예상처럼 부자가 되지
않자, 무척 좋아한다.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는 걸까? 왓슨, 위에서 보살이라고 한 거 취소다!
그나저나 고민이다. 이 시리즈 역시 작품의 출간 순서가 아닌, 출판사 임의대로 장편 먼저 단편 나중으로 번호가 붙어있다. 아홉 권밖에 되지
않으니까, 내 멋대로 출간 연도별로 읽을까 말까?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