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홍 나무 아래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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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百日紅の下にて, 1976

  작가 - 요코미조 세이시

 

 

 

 

 

 

  출판된 연도는 1976년이지만, 요코미조 세이시의 초기 단편 모음집이다. 총 네편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특히 『백일홍 나무 아래』는 긴다이치 코스케가 나오는 두 번째 이야기라고 한다. 이 단편의 마지막 부분에 그가 옥문도를 향해 떠난다고 나오는데, 바로 다음에 이어지는 '옥문도 獄門島'를 예고하고 있다.

 

   『살인귀』에서는 긴다이치 코스케가 처음부터 등장하지 않고,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지도 않다. 한 작가가 우연히 만난 여인 때문에 사건에 휘말리는 과정을 얘기하고 있다.

 

  사람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첫인상에 휘둘리기 쉬운지 말하고 있다. 게다가 첫인상이 좋으면 그 사람이 하는 말은 의심하지도 않고 믿어버리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무슨 행동을 하건 안 좋게 볼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알려준다. 그러니까 외모 지상주의가 판을 칠 수 있는 것이다.

 

 

  『흑난초 아가씨』는 어디선가 본 것 같은 트릭이 사용된다. 내가 어디서 이와 비슷한 얘기를 보았을까? 드라마였을까 아니면 소설이었을까? 아, 읽으면서 계속 궁금해서 화가 났다. 결국 기억하지 못했고, 그냥 포기하기로 했다.

 

  모든 비극은 자신과 남을 비교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어쩌면 이상은 높은데 현실은 시궁창이어서, 그것을 견디지 못해서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흑난초 아가씨의 주위에서 그녀를 제재했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냐오냐해서 애를 키우는 바람에 애꿎은 사람만 피해를 입었다. 사건으로 세상을 떠난 사람들만 불쌍하다.

 

 

  『향수 동반자살』 역시 드라마에서 비슷한 수법을 본 기억이 난다. 음, 후세 사람들은 요코미조 세이시가 이 '긴다이치 시리즈'를 쓰지 않았으면, 뭘 먹고 살았을까?

 

  등장인물에 대한 설명을 읽는 순간, 아가사 크리스티의 단편 '패배한 개 The Under Dog and Other Stories, 1951'이 떠올랐다. 그래서 범인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아, 인간의 본성은 어딜 가나 똑같은 모양이다.

 

 

  『백일홍 나무 아래』는 긴다이치 코스케가 전쟁에서 돌아와 한 남자를 만나 예전에 있었던 사건을 얘기하는 구성이다. 사에키가 자신에게 어울리는 여자로 키운 유미. 그런데 그가 다리를 잃고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유미는 자살한다. 그로부터 1년 후, 사에키는 친구들을 불러 유미를 기리는데 한 남자가 독살 당한다. 도대체 범인은 누구인가? 왜 유미는 자살했는가?

 

  소설을 읽으면서, 아가사 크리스티의 '잊을 수 없는 죽음 Remembered Death, 1945'이 떠올랐다.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 여자. 그녀의 기일에 모인 사람들. 그리고 또 다시 일어난 살인 사건. 기본 뼈대는 비슷하다. 그리고 수법은 음, 엘러리 퀸의 '재앙의 거리 Calamity Town, 1942'가 연상된다고 하면 너무 억지일까?

 

  그나저나 사에키, 좋게 말하면 그리스 로마 신화의 피그말리온이고 나쁘게 말하면 영화 '신주쿠 여고생 납치사건 The Perfect Education , 1999'의 범인이다. 자기 취향에 맞는 여자를 고르다가 결국 아홉 살 난 유미를 키워서 초경을 시작하자마자 섹스를 했다고 자랑스레 얘기한다.

 

  음, 피그말리온 미안. 저런 놈과 널 동급으로 둬서……. 쟤는 그냥 로리콤에 변태였어. 미안해.

 

  일본의 변태성은 역시 뿌리가 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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