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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진 살인사건 ㅣ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원제 - 本陣殺人事件,
1946
작가 - 요코미조 세이시
탐정 ‘긴다이치 코스케’가 등장하는 첫 소설이다. 예전에 ‘팔묘촌 八つ墓村, 1971’을 읽고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리즈를 모으기
시작했다. 이제 어느 정도 책이 모였기에, 첫 번째 이야기부터 읽기 시작했다.
1946년도 작이라, 전쟁에 관한 언급이 자주 나온다. 하지만 전쟁의 원인이나 다른 나라를 침략한 건 한마디도 나오지 않고, 그냥 전쟁에
징집되었다는 정도로만 나온다. 좋게 보면 일반 민중은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갔다가 죽어서 돌아오는 신세라는 걸 말하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 결국
전쟁을 일으키는 건 윗대가리들이지만, 실질적으로 피해를 보는 건 대중이니까. 나쁘게 보면 뭐, 피해자 코스프레라고 볼 수 있다. 하여간 그
문제는 뒤로 넘기고, 내용을 살펴보겠다.
모두 세 편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두 개는 중편이라고 할 수 있고, 나머지 하나는 단편이다.
이 책의 메인이기도 한『혼진 살인사건』은 긴다이치 코스케라는 탐정이 처음으로 나오는 이야기다. 더벅머리에 말을 더듬기는 그의 평소 습관과 약에
취해 방황도 했던 그의 유학 시절 과거가 아주 짧게 나온다.
유서 깊은 여관 ‘혼진’을 운영하는 이치야나기 가문의 장남 ‘겐조’가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구보 긴조’의 조카인 ‘가쓰코’와 결혼을 하는 첫
날,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 신랑신부가 피투성이가 된 채 발견된 것. 신랑 집에서 뭔가 숨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구보는 알고 지내던
긴다이치에게 도움을 청한다. 유학 시절 은인인 구보의 요청을 받은 긴다이치는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진상을 파헤치기
시작하는데…….
음, 팔묘촌때도 그랬는데 어쩐지 사건의 트릭이 익숙하다. 다른 만화나 영화에서 비슷한 방법을 본 것 같다. 아마 이 이야기에 쓰린 트릭이 워낙에
기발해서, 다른 곳에서 조금씩 바꿔서 차용한 모양이다.
범인의 동기 부분에서는 그냥 한숨이 나왔다. 6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별로 달라지지 않은 모양이다. 에휴……. 그래서 화가
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도르래 우물은 왜 삐걱거리나』은 단편이다. 특이하게 모든 내용이 다 한 소녀의 편지로 이루어져있다. 너무도 외모가 비슷한 본처가 낳은 자식과
불륜으로 낳은 자식. 남부럽지 않게 자란 적자와 온갖 멸시를 받으며 큰 서자. 전쟁에는 둘이 갔지만 돌아온 것은 단 하나. 과연 어느 아들이
돌아온 것인가? 그리고 그날밤 죽은 것은 과연 누구인가?
긴다이치 코스케가 뒤늦게 사건에 개입하긴 하지만, 이미 사건은 비밀리에 해결되어있었다. 그래서 그는 단지 기록물을 챙기는 역할만 담당한다.
그렇지만 그래도 별로 아쉽지 않았다. 그만큼 편지에서 드러난 추리가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흑묘정 사건』은 처음에 읽을 때 ‘혹시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놓고 얼굴 없는 시체 트릭에 1인 2역 트릭이 있다고 밝혀놓았기에, 혹시 이런
식으로 전개되는 게 아닌가하는 추측을 했다. 그러다가 ‘아닌가?’하는 마음에 다시 고민을 해보았다. 결국에는 처음에 했던 생각을 밀고 나갔는데,
그게 맞았다. 다만 공범의 정체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어서 조금 놀라웠다.
정원에서 발견된 신원 미상의 부패된 시체. 그 정체는 누구일까? 술집 주인과 불륜관계에 있던 여자일까 아니면 마담일까? 남편의 내연녀를 죽인
마담이 범인일까 아니면 내연녀가 마담을 죽인 걸까? 도대체 술집 주인은 어디에 숨은 걸까?
흥분하면 머리를 마구 긁으며 말을 더듬고, 외모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허술함으로 상대방을 방심하게 만드는 긴다이치 코스케. 어떻게 보면 미국
드라마 ‘형사 콜롬보 Columbo’의 주인공을 닮았다. 갑자기 콜롬보 시리즈가 보고 싶어진다. 얼마 전에 케이블에서 해주던데. 그리고 긴다이치
코스케가 나오는 드라마도 보고 싶어진다. 일본에서는 꾸준히 만들어 방영하는 것 같던데……. 빨리 책을 읽어야 드라마와 비교할 수 있겠지. 그럼
다음 권으로 Go 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