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누가미 일족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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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犬神家の 一族, 1950

  작가 - 요코미조 세이시

 

 

 

 

  읽으면서 ‘어?’하면서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 그렇다. ‘혼진 살인사건 本陣殺人事件, 1946’에 들어있던 단편『도르래 우물은 왜 삐걱거리나』와 흡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가문의 유력한 후계자가 부상을 입고 돌아와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두들 의심한다는 설정에서 그런 느낌이 들었다. 작가들 중에는 단편으로 썼다가 마음에 드는 것을 장편으로 다시 써 발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작품도 그런 모양이다. 물론 장편이니까 단편일 때와는 달리 다양한 양념들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대부호 이누가미 가문의 가장인 사헤가 노령으로 사망한다. 은인인 노노미야의 손녀인 다마요가 자신의 손자 셋 중의 한 명과 결혼을 해야만 가문의 재산을 상속한다는 유언장이 발표되자 모든 사람들은 경악한다. 게다가 예전에 자신의 딸들의 방해로 떠나갔던 후처의 아들 시즈마를 언급하고, 손자 중의 한 명이 사망했을 경우까지 자세히 적혀있는 유언장은, 그야말로 자기 자식들에게 저주를 내리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왜 사헤는 자기 자손들에게 이렇게 가혹한 유언을 남긴 걸까?

 

  의논할 게 있다는 변호사의 부탁을 받고 마을로 온 긴다이치. 하지만 의뢰인은 그를 만나러 왔다가 독살당한 시체로 발견된다. 이후 손자들이 하나둘씩 차례로 처참하게 죽어나가기 시작한다. 자존심에 치명타를 입은 긴다이치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이누가미 일가에 얽힌 비밀과 저주스러운 내력을 파헤치는데…….

 

  아버지가 같은 자매지만 어머니가 다른 사헤의 세 딸은 각각 자신의 아들이 가문의 재산을 물려받아야한다고 병적일 정도로 집착을 보이며, 광기어린 시선으로 서로를 노려본다. 다른 사람들이 없었다면 아마 서로 머리끄덩이를 부여잡고 너 죽고 나 살자고 싸웠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이미 전적이 있었으니 말이다. 예전에 세 자매가 아버지의 후처와 그 어린 아들에게 저지른 만행은 좀 끔찍했다. 재산을 빼앗길까봐 저지른 짓치고는 질이 무척 나빴다. 하지만 아버지인 사헤가 그들의 어머니에게 한 짓을 얘기하는 부분을 읽으면, '그런 부모 밑에서 자랐으니…….'하고 나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역시 가정 교육이 중요한 법이다.

 

  그 덕분에 그런 어머니 밑에서 자란 아들 역시 인간쓰레기라는 말이 어울리는 행동을 보인다. 그 중에서도 막내 손자 스케모토는 제일 악질이다. 다른 사촌 여동생을 좋아해 임신까지 시켰지만, 재산을 위해 다마요에게 집적댄다. 하지만 다마요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그는 그녀를 납치해 강간을 시도한다. 완전히 제정신이 아닌 놈이다. 사헤가 젊은 시절에 저질렀던 일을 생각하면, 핏줄이 어딜 가겠냐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가학적이면서 비정상적인 기질로 가득한 세 자매의 돈에 대한 집착, 서로를 향한 질투, 원한과 복수, 강간으로 만들어진 가문의 내력, 그리고 집안 구석구석에 흘러넘치는 병적인 허무함은 글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불길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결말을 읽으면서도 '절대로 이들은 행복하지 못할 거야.'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지금이야 범인이 잡혀서 안정되어보이지만, 다음 대에서 또다시 비극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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