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문도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 시공사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원제 - 獄門島, 1947

  작가 - 요코미조 세이지

 

 

 

 

  긴다이치 탐정이 등장하는 두 번째 이야기. 그리고 첫 번째 장편. 얼마 전에 읽은 ‘백일홍 나무 아래’의 마지막 부분에서 긴다이치가 옥문도로 향한다는 구절이 있는데, 바로 여기로 이어진다. 오오, 출판사에서 내놓은 순서가 아닌 출판 연도를 검색해서 읽으니 이런 재미가 있다.

 

  2차 대전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대. 군에서 제대한 긴다이치는 귀환선에서 친구의 부탁을 받는다. 자신이 죽으면 고향으로 가서, 세 여동생을 보호해 달라는 것이다. 자기가 가지 않으면 동생들이 죽을 것이라는 기묘한 말만 남기고 친구는 죽고 만다. 종전 후 딱히 할 일도 없던 긴다이치는 친구의 고향인 섬 옥문도로 향한다. 그리고 친구의 유언처럼, 여동생들이 하나둘씩 죽어나가는데…….

 

  섬이라는 특이성을 가진 폐쇄적인 씨족 사회 비스무레한 마을, 본가와 방계로 나뉜 가문의 상속 문제, 대대로 유전되는 정신병, 그리고 전후의 어지러운 사회 분위기 등등이 전반적으로 묘한 느낌을 주었다. 마치 책 자체에, 문장 하나하나에 안개가 자욱하게 낀 것 같았다. 따뜻한 느낌이 아닌, 숨쉬기 힘들 정도로 농도가 짙고 차가우면서 뭔가 꿈틀거리는 불길한 것이 숨어있는 안개였다.

 

  책은 조금 촌스러운 느낌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고전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라 그럭저럭 괜찮았다. 하지만 트릭은 뭐랄까, 눈에 확 들어오는 문장들이 아니어서 잘 와 닿지는 않다. 그래도 몇 번 읽다 보니 ‘아~’하면서 조금 이해가 갔다. 아쉽게도 완벽히는 아니었다. 대개 글을 보면 눈앞에 그림이 그려지면서 이해가 되는데, 이 책은 그런 면에서는 좀 힘들었다. 기모노 같은 옷 이름이 나오면 뭐가 뭔지 잘 모르겠고, 구별하기 힘들었다. 배경에 등장하는 건물 설명도 그렇고…….

 

  특히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은 병풍에 적혀있는 하이쿠를 설명하는 대목이었다. 일본어는 히라가나만 겨우 아는 나에게, 시를 해석하는 것은 고난이도의 퀘스트였다. 사실 밑에 빼곡히 달아놓은 주석을 읽다가 헷갈려서 잠시 책을 덮었다. 아무래도 일본 배경의 드라마나 영화를 더 보면서 수련을 더 쌓아야겠다.

 

  그런데 다 읽고 나니 문득 엘러리 퀸의 'Y의 비극 The Tragedy of Y, 1932'이 떠올랐다. 그리고 아주 잠깐 반 다인의 '그린 가의 살인사건 The Green Murder Case 1928'도 떠오르긴 했지만, 이건 좀 확실하지가 않아서……. 뭔지 말하면 커다란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패스하지만, 뭔가 비슷한 점이 있었다. 어쩌면 집안 내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라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이번 이야기에서 긴다이치 탐정은 죽을 사람 다 죽은 다음에, 그러니까 범인이 거의 복수를 끝낸 다음에야 잡는 뒷북의 달인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손자라고 자칭하는 김전일도 그러던데, 그런 기질은 집안 내력인가. 피해자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범인에게만 좋은 집안 내력이라고 하면 너무 과한 비난일까? 다음 이야기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일지 기대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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