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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ㅣ 스토리콜렉터 46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6년 8월
평점 :
원제 - 禍家, 2007
작가 - 미쓰다 신조
미쓰다 신조의 책이라 골랐는데, 헐! 이거 ‘집’ 시리즈란다. 고민했다. 이러다가 새로운 시리즈를 달리는 거 아냐? 우선 읽어보기로 했다.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코타로’는, 할머니와 함께 낯선 마을로 이사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새로 살게 될 마을과 집을 보는 순간,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게다가 옆집에 사는 할아버지는 그를 보자마자 뜬금없이 다녀왔냐는 말까지 건넨다. 코타로는 자신이 사는 집과 마을의 신령을 모신 숲에 뭔가가 있다는 확신을 갖는다. 그리고 그것이 노리는 게 혹시 자신이 아닐까 생각한다. 근처에 사는 동급생 ‘레나’의 안내로 마을을 돌아다니던 코타로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이 마을의 유명한 유령의 집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조사해보기로 한다. 그리고 10년 전에 있었던 연쇄 살인에 대한 기사를 찾은 그는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는데…….
난생처음 보는 곳인데 어쩐지 익숙하고, 뜬금없이 자신을 아는 척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요즘 동네가 다 비슷비슷하게 개발이 되기 때문이고, 상대방이 착각한 것이라 여기면 된다. 그러면 혼자 집에 있는데 뭔가 뒤에 서 있는 것 같고, 심지어 자신을 따라오는 소리마저 들린다면? 그건 오래된 파이프에 물이 흐르는 소리이거나, 가전제품에서 나는 소리일 수도 있다. 만약 뭔가 눈에 보인다면? 헛것을 본 거다. 밥 잘 먹고 푹 자면 된다. 다 그렇게 여기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코타로에게는 그 모든 것이 한꺼번에 일어났다. 집안은 물론이고, 숲이나 길 위에서도 그는 뭔가가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경우 제일 먼저 코타로가 갑작스런 부모의 사망으로 충격을 받아 정신적으로 아픈 게 아닐까 의심해봐야 할 것이다. 그의 할머니는 그렇게 생각했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할머니와 비슷한 반응을 보일 것이다. 하지만 레나는 달랐다. 어쩌면 그녀가 그 마을 사람이기에 그런 반응을 보였을 수도 있다. 이미 그 마을에서는 10년 전부터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이야기의 흐름은 무척이나 좋았다. 의문을 가진 소년, 비밀을 간직한 마을, 유일하게 도움을 주는 소녀 그리고 조금씩 다가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의 두려움. 거기에 비밀이 하나둘씩 밝혀질 때마다 벗어날 수 있을까하는 희망과 그럴 수 없을 것이라는 절망이 교차하면서 공포가 서서히 물 샐 틈 없이 죄어오는 분위기도 좋았다. 아아, 역시 미쓰다 신조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이 작가만이 만들 수 있는 특유한 끈적거리면서 어떻게 할 수 없는 무력감이 느껴지는 공포스러움이 잘 나타나있었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마무리가 너무 후다닥 넘어가는 느낌이었다. 범인의 정체가 좀 놀랍긴 했지만, 동기라든지 그런 쪽에서는 충격이 덜했다. 그러니까 ‘헐! 왜! 대박!’이런 느낌이 아니라, ‘아, 그래서? 그럴 수도 있지 뭐’라며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그럴 수 있다고 납득은 갔지만, 왜 그렇게 되어야 했는지에 대한 설득은 부족했다. 물론 미친 사람이나 광신도의 정신세계를 일반 사람이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냥 ‘쟤는 미쳐서 그래’라고 하면 ‘어, 그렇구나.’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미쓰다 신조는 그러면 안 되지 않나? 지금까지 그의 책을 읽은 독자들에게 쌓아놓은 기대치가 있는데? 조금 실망스러웠다.
그런데 코타로가 이사 온 마을에 인형장이라는 집이 있다고 한다. 설마 그 ‘기관 호러 작가가 사는 집 忌館, ホラ-作家の棲む家 ’의 배경이 된 그 저택? 혹시 그 마을의 유명한 유령의 집들이 ‘집’ 시리즈의 배경이 되는 건가? 으음, 고민 좀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