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는 누구? 귀족 탐정 피터 윔지 1
도로시 L. 세이어즈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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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Whose Body?, 1923

  작가 - 도로시 L. 세이어즈

 

 

 

 

 

 

  영국엔 ‘아가사 크리스티’, 미국은 ‘엘러리 퀸’이 각각 추리 소설계를 이끌었다고 한다면 누군가는 ‘아닌데?’라고 반론을 제기할지도 모른다. 두 사람이 가장 유명할 수 있지만, 다른 작가들도 많았다고 하면서 말이다. 어쩌면 그건 국내에 알려진 작가가 상당히 한정되어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 작가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은, 제목도 기억 안 나는 단편집에서였다. 많은 작가들의 단편이 실려 있었는데, 거기서 ‘귀족 탐정 피터 윔지’라는 이름을 처음 보았다. 하긴 영국이니 귀족이 있고, 그 중에서 탐정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하니 있을 수 있다. 이후 잊고 있다가 아주 우연히, 피터 윔지라는 이름을 다시 보게 되었다. 전에 단편을 재미있게 읽은 기억에 책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어쩐지 괜찮다고 안아주면서 등을 토닥토닥해줘야 할 것 같은, 외강내유 스타일의 한 청년을 만나게 되었다.

 

  크리스티의 ‘포와로’는 그야말로 자타공인 최고의 실력자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뻔뻔함을 갖고 있었다. 또한 오직 자신의 능력만으로 자수성가한 사람이다. 반면에 퀸의 ‘엘러리 퀸’은 재치 있으며 호감을 주는 인상이었다. 아버지의 뒷받침도 있지만, 작가로도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자신감이 120% 가득 차 있다.

 

  그러면 피터 윔지는 어떤 사람일까? 공작가의 차남으로 태어나 작위를 잇지는 못하지만, 물려받은 재산이 꽤 있는 것 같다. 예술에 관심이 많고 호기심이 많으며 자상함마저 갖고 있다. 안타깝게도 1차 대전에 참전했는데, 제대 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다. 평소에는 당당하게 사람들과 만나지만,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거나 긴장이 심하면 전쟁 때 겪었던 일들이 악몽으로 그를 괴롭힌다. 그 장면에서 얼마나 안쓰러웠는지,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쩐지 모성본능을 자극하는 사람이었다. 그가 의외로 수다스러운 것은 자신의 약함을 숨기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책은 ‘젠장’이라는 그의 중얼거림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그는 한 건축가 집의 욕실에서 남자의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전화를 받는다. 설상가상으로 그 시체는 나체로 오직 코안경 하나만 얹혀있었다고 한다. 게다가 그즈음에 부유한 사업가마저 실종되는 사건마저 벌어진다. 과연 나체로 발견된 시체가 실종된 사업가일까? 아니면 전혀 별개의 사람일까? 도대체 주인도 모르게 남의 집 욕실에 시체를 옮긴 사람은 누굴까?

 

  피터 윔지는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사건을 수사해간다. 그를 돕는 사람은 친구이자 형사인 ‘파커’와 집사이자 군대 시절 부하였던 ‘번터’이다. 둘의 도움으로 피터는 자신이 알아볼 수 없는 부분까지 파악할 수 있었다.

 

  이번 사건의 동기는 음, 사랑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돈이라고 하기도 어려웠다. 굳이 말하자면 상처받은 자존심? 예전에 아가사 크리스티 소설에서도 비슷한 동기로 살인을 저지른 사람의 얘기가 있었다. 거절당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그것에 앙심을 품고 복수하는 내용이었다. 이 책도 비슷했다. ‘어떻게 감히 나를!’이라는 생각으로 상대에게 앙갚음해주겠다고 결심한다. 자기 자신에게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돌아보지 않고, 모든 것이 다 상대의 잘못이라고 몰아붙인다. 한심하기는…….

 

  ‘내가 누군지 알고! 감히 나에게! 너 따위가!’

 

  요즘도 이런 생각으로 갑질하는 사람들을 뉴스에서 볼 수 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오만함은 여전한 모양이다. 어쩌면 인류는 과학기술은 진보하지만, 의식은 그대로이거나 퇴화하는 것 같다.

 

  택배 아저씨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 다음 권을 들고. 헤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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