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전집 1 (양장) - 주홍색 연구 셜록 홈즈 시리즈 1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시드니 파젯 그림 / 황금가지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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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A Study in Scarlet, 1887

  작가 - 아서 코난 도일

  삽화 - 리하르트 거트슈미트

 

 

 

 

 

  아마 어린 시절 제일 먼저 접한 추리 소설이 셜록 홈즈 시리즈인 사람이 많을 것이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그 당시에 추리 소설하면 홈즈와 뤼팽이 꽉 잡고 있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버지가 어린이 추리 소설 전집을 사오시기 전부터 우리 집에도 홈즈가 나오는 책이 몇 권 있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전집에 있는 다른 추리 소설들을 읽기 전에 이미 홈즈라는 사람에 대해 알고 있었으니까. 분명히 이미 접했던 게 틀림없다. 그렇지만 난 홈즈에 대해 그렇게 열광하지 않았다. 물론 뤼팽보다는 좋아했지만, 나중에 알게 된 포와로나 엘러리 퀸만큼은 아니었다. 왜 그랬을까? 이번에 셜록 홈즈 시리즈를 다시 읽으면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 시리즈의 1권인 이 책의 제목은 ‘주홍색 연구’이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탐정인 홈즈와 그의 친구이자 기록자인 왓슨이 처음으로 등장하고 있다. 상대방의 옷이나 신발에 묻은 흙, 손의 굳은 살, 시계의 흠집 등등만으로 그 사람의 직업이나 주거지, 가정 상황 등을 알아내는 놀라운 능력자 홈즈와 그의 그런 방식에 놀라며 사건을 꼼꼼히 기록해 출판하는 왓슨, 두 사람의 조합은 꽤나 흥미 있었다.

 

  그 전에 출현한 오거스트 뒤팽도 친구이자 기록자인 동거인이 있었지만, 홈즈와 왓슨 콤비만큼 끝없이 재생산되지는 않는다. 나중에 홈즈 시리즈를 다 읽으면, 뒤팽이 나오는 소설도 읽어서 비교를 해봐야겠다.

 

  빈 집에서 미국에서 온 한 남자가 살해당한다. 그의 곁에는 결혼반지가 하나 떨어져있고, 벽에는 피로 ‘RACHE’라는 글자가 적혀있었다. 홈즈는 범인의 외적 특징을 현장의 발자국이나 글자의 높이로 파악한다. 그리고 며칠 후 남자의 비서마저 살해당한다. 홈즈는 베이커가 특공대를 소집하여, 범인을 잡기 위해 함정을 판다. 여기까지가 책의 전반부이다. 후반부는 범인이 왜 그들을 죽여야 했는지, 오래 전 미국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이 펼쳐지고 있다.

 

  아, 여기서 내가 왜 홈즈에 별로 열광하지 않는지 깨달았다. 몇몇 장편의 후반부에 나오는, 범인이나 피해자의 과거 이야기가 어린 나에게는 별로 와 닿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건 마치 일본 만화 ‘소년 탐정 김전일 金田一少年の事件簿, 1992’에서 범인이 잡히면 “그 녀석은 죽을 만 한 놈이었어!”라면서 동정표를 얻거나 자신도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것을 볼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이 책에서도 살해당한 두 사람은 알고 보면 진짜 나쁜 놈들이었다. 종교를 앞세워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는 인간들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범인의 죄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의 마음은 평안을 되찾고 가벼워지겠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니 이번 이야기는 영국 드라마 ‘셜록 Sherlock, 2010’의 첫 번째 에피소드와 연결이 된다. 범인의 수법이나 직업은 소설과 비슷하지만, 동기는 전혀 달랐다. 드라마에서는 지고지순한 사랑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전집을 다 읽고, 드라마를 다시 봐야겠다.

 

  여기에 실린 삽화를 보면, 홈즈와 왓슨이 어떤 분위기인지 대략 추측이 가능하다. 홈즈는 호리호리한 미청년으로 나오고, 왓슨은 콧수염을 기른 점잖은 분위기의 신사로 나온다. 실험실에서의 첫 만남 그림만 보면, 홈즈가 훨씬 어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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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문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80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강호걸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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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Postern of Fate, 1973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이 책은 토미와 터펜스 부부가 노년에 겪은 사건을 그리고 있다. 이 부부도 참, 일생이 기구한 편이다. 나이 먹어 은퇴하고 조용히 시골 마을에서 정원이나 가꾸면서 살려고 했는데, 가보니 구입한 오래된 저택이 옛날 전쟁 때 스파이가 활동하던 집. 전 주인들이 두고 간 물건을 정리하다보니 나오는 것은 암호문. 그것에 의문을 품고 수사를 하려니 시체로 발견되는 정원사.

 


  소설을 읽다보면 부부의 과거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대사들이 종종 등장한다. 아예 대놓고 두 사람에게 전쟁 때 스파이를 잡았었냐고 묻는 동네사람들도 나오고, 토미가 예전 동료들을 만나서 회상을 하는 장면도 간혹 보인다. 어떤 꼬꼬마들은 스파이를 잡은 사람을 직접 만난다는 벅찬 감동을 느끼면서 소년 탐정단 활동까지 맡아서 할 정도이다.

 


  그리고 이 책을 보고 나서야, 예전에 읽으면서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다는 느낌이 들었던 ‘프랑크푸르트행 승객 Passenger to Frankfurt: An Extravaganza, 1970’에서 빠진 나사가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거기에 ‘빅 포 The Big Four, 1927 ’까지 이어서 읽으면 나름 완전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빅 포’는 좀 시기적으로 멀리 떨어져서 연결고리가 느슨한 편이다. 하지만 ‘프랑크푸르트행 승객’과 이 책은 시기적으로도 그리 멀지 않고, 책을 읽다보면 그 사건을 암시하는 대사가 등장한다.

 


  나이가 들어서 이젠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 토미와 터펜스이지만, 여전히 두 사람은 서로를 신뢰하고 아끼고 사랑한다. 그와 동시에 어떤 장애물이 있어도 피하지 않는다. 비록 돌아가거나 한 발 물러서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얻었지만 회피하지 않았다. 또한 여전히 활기차고 젊은 사람 못지않은 추진력과 결단력, 그리고 번뜩이는 재치를 갖고 있었다. 물론 체력은 예전만 못하지만, 그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미스 마플은 그들보다 훨씬 나이가 들었으니까.

 


  악령이 나오는 영화도 그렇지만, 전 세계적인 조직의 음모를 부수는 설정 역시 일망타진되지는 않는 것 같다. 하긴 영국에 있는 조직을 확실히 잡았다고 해도, 다른 나라에서 제대로 하지 못하면 헛수고일 테니까. 그래도 영국은 불안해하지 않을 것이다. 비록 국내에서는 걸핏하면 잠수함 설계도를 잃어버리고, 수상은 납치당하고, 유력 정치가는 스캔들에 휘말려도, 국외적인 첩보 활동은 무척 뛰어난 편이니까 말이다. 크리스티의 소설에서는.

 


  나이가 지긋한 저들도 저렇게 활력이 넘치는 모습으로 모험을 즐기는데, 그들에 비하면 아직 젊은 나는 뭐하는 걸까라는 묘한 감정을 느꼈다. 하지만 사람마다 생활 방식은 다양하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살아가는 것이고, 난 나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도 가끔은 모험을 즐기는 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긴 한다. 가출을 한다거나 범죄자를 잡는 그런 거창한 것 말고, 약간의 일탈이랄까? 이번 가을에는 뭔가 재미난 걸 해봐야겠다.

 


  드디어 해문 출판사에서 나온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의 마지막 권이다. 매달 네 권씩, 거의 2년 동안 이어진 장기 독서 계획의 끝인 셈이다. 이 자리를 빌려 무슨 날만 되면, 예를 들면 기념일이나 생일이나 어린이 날(...)등에 크리스티 책의 빠진 부분을 채워준 애인님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그렇다고 해서 내 독서가 끝이 난 건 아니다. 이제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라든지 엘러리 퀸의 ‘라이츠빌 시리즈’를 시작해야지. 그러고 보니 미쓰다 신조의 소설도 남았고, 테스 게리첸의 ‘리졸리와 아일스 시리즈’도 대기 중이다. 아! 애인님이 사준 셜록 홈즈 시리즈도 있구나! 세상은 넓고, 읽을 책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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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라클레스의 모험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79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황해선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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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Labours of Hercules, 1947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단편집 중의 하나이다.

 

  은퇴해서 호박을 기르기로 마음먹은 포와로는, 마음에 드는 사건 몇 개만 골라서 해결하고 마무리하기로 한다. 그래서 자기와 이름 철자가 똑같은 헤라클레스가 했던 12개의 모험을 본떠서 12개의 사건을 맡기로 한다. 그러니까 신화를 현대적, 물론 크리스티가 살았던 20세기의 맞춰서 재해석하고 있다.

 


  『네메아의 사자』에서는 사자가 아닌, 발바리가 사건에 등장한다. 그런데 사건 해결보다, 포와로가 가끔 말하는 금발 비서와 결혼하기 위해 부인을 독살하려했던 비누 공장 사장이 누군지 제일 궁금했다.

 


  『레르네의 히드라』는 잘라도 잘라도 사라지지 않는 히드라의 머리를 소문으로 비유했다. 병든 부인과 의사인 남편 그리고 남편을 사랑하는 약제사 아가씨. 이정도면 뭐 굴뚝을 때지 않아도 소문이 나는 건 시간문제다. 거기에 부인이 사망하면, 굴뚝은 활활 타다 못해 집까지 태워버릴 기세다

 


  『아르카디아의 사슴』은 사슴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여인과 사랑에 빠진 순진한 청년의 이야기이다. 포와로는 여기서 두 사람을 맺어주는 중매쟁이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에리만토스의 멧돼지』는 커다란 덩치에 위험한 범죄자를 멧돼지에 대입시켰다. 오래된 친구인 경감의 부탁으로 스위스의 어느 산장에 가게 된 포와로. 그런데 그곳과 육지를 연결하는 케이블카가 고장이 나고, 포와로를 비롯한 다른 손님들이 고립이 된다. 그곳에 악명 높은 범죄자와 그의 부하들이 숨어있다는 데, 과연 포와로는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까?

 


  『아우게이아스 왕의 외양간』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단편 중의 하나이다. 30년 동안 청소하지 않은 외양간을 강을 이용해 처리한 헤라클레스처럼, 포와로 역시 큰 거 한 방으로 사건을 해결한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정치 스캔들보다 섹스 스캔들을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하지만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결국 그 사람은 자신의 부정부패에 대한 처벌은 받지 않았다. 비록 은퇴를 했지만, 영향력은 남아있을 것이니 말이다. 그의 부정부패를 공개하려던 잡지사만 불쌍하게 되었다.

 

  단지 그와 그가 속한 정당이 그나마 제일 정치력이 좋았고, 그에 대항하는 당은 위험한 성향을 가졌기 때문에 반격을 할 기회도 못가진다는 것이 정당한 일일까 생각하게 했다. 상대방이 악당이기 때문에, 그를 무찌르기 위해서 우리 편의 심각한 부정은 눈감아줘야 한다는 뜻인데……. 거기다 집권당이 잡지사를 압박하기 위해 사용하려던 수단이 무척이나 익숙한 것들이어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속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미스 마플의 말이 떠올랐다.

 


  『스팀팔로스의 새』는 청동 방울을 울려 새들을 쫓아낸 헤라클레스처럼, 전보를 펴서 협박범과 사기꾼을 잡아내는 포와로의 활약이 그려지고 있다. 해외여행을 갈 때, 외국어는 꼭 할 줄 알아야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그리고 사람을 외모로만 판단하면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크레타 섬의 황소』는 다 읽고 나면 안타까운 이야기였다. 정신병이 유전되는 집안의 후계가 미쳤다고 의심받는 중에, 포와로가 개입한다. 청년은 미친 것인가 아니면 누군가 누명을 뒤집어씌우는 것인가? 결말이 슬펐다.

 


  『디오메데스의 말』은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신화의 말을 마약에 비유했다. 여자는 젊고 예뻐야 마약에 취해도 재활을 도와줄 누군가가 짠하고 등장한다는…….

 


  『히폴리테의 띠』는 최근에 감상문을 올린 '비둘기 속의 고양이 Cat Among the Pigeons, 1959'를 연상시킨다. 명문 여학교에서 일어난 실종사건이라는 점과 포와로의 '무릎론'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비슷했다. 여학생들의 사인공세에 어쩔 줄 몰라 하는 포와로의 모습이 너무도 유쾌했다.

 


  그런데 내가 독해력이 떨어진 것인지, 도대체 그림을 훔친 건 누구인지 아무리 봐도 모르겠다.

 

  포와로는 이렇게 말한다. "위니가 진짜 이곳에 와서는 안 된다는 데 있었습니다. 당신은 진짜 위니와 안면이 있는 처지였으니 말입니다." 여기까지 읽으면 당신이라 불린 사람은 실종 도난 사건과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변장한 가짜가 중간에 도망쳤다고 이해하게 된다. 그런데 그 다음에 당신이라 불린 사람이 이런 대사를 내뱉는다. "하지만 왜요? 뭣 때문에 제가 그런 어리석은 행동을 했다는 겁니까?"


  헐, 당신이라는 사람이 진범이라는 뜻? 그럼 포와로의 대사는 뭐지? 이해할 수 없다.

 


  『게리온의 무리들』은 사이비 종교에 대해 다루고 있다. 문제는 교주가 신도들을 죽여서 재산을 빼앗는다는 점이다. 포와로의 밀명을 받고 교단에 침입한 카너비 양의 용기가 대단하다.

 


  『헤스페리스의 사과』는 오래 전에 도둑맞은 물건을 찾아달라는 의뢰에서 시작한다. 이야기의 마무리는 다소 낭만적이었다. 중간에 나오는 포와로의 재치 있는 대사가 인상적이다. 아틀라스라는 이름의 남자가 포와로를 업고 힘들어하자, 이렇게 말한다. "자네가 지금 떠받치고 있는 건 지구 전체의 무게가 아니라고! 기껏해야 이 에르큘 포와로의 몸무게일 뿐일세!"

 


  『케르베루스를 잡아라』에서 포와로는 우연히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반대편에서 베라 로사코프 백작 부인과 마주친다. 그녀가 '지옥'에서 만나자는 말을 해서 충격을 받지만, 사실 그곳은 그 당시 유행하는 나이트클럽이었다. 이윽고 그는 그곳에서 벌어지는 은밀한 거래를 눈치 채는데……. '빅 포 The Big Four, 1927'에서는 어렸던 백작부인의 아들이 벌써 결혼할 때가 되었다는 대사에서 시간이 참 잘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그 책이 나오고 20년이나 흘렀으니…….

 

  여전히 백작 부인은 호탕한 것이 여걸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았다. 올리버 부인과는 또다른 매력이 있는 여성이었다. 그래서일까? 가끔 느끼는 것인데, 포와로에게 올리버 부인은 사고뭉치 여동생 느낌이고, 로사코프 백작 부인은 문제를 일으키긴 하지만 동지 같다는 인상을 받는다.

 


  아, 초반에 포와로가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헤라클레스에 해당하는 부분을 읽고 충격 받는 장면에서 낄낄거리고 웃었다. 그 마음, 나도 잘 이해한다. 처음 그 신화를 읽었을 때 나도 그랬으니까. 이건 뭐 미친놈에, 바람둥이에, 불륜은 기본으로 강간이나 하는 놈들이 무슨 신이람?

 

  이 책에서 포와로는 은퇴하고 호박이나 기르겠다고 하지만, 난 알고 있다. 그가 호박을 기르던 동네에서도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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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속의 고양이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78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최운권 옮김 / 해문출판사 / 198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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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Cat Among the Pigeons, 1959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중동의 라맛이라는 나라에서 혁명이 일어나, 외국으로 피신하던 황태자와 그의 영국인 친구이자 비행기 조종사가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런데 그 사고 현장에서는 황태자가 갖고 있다고 알려진 보석들이 발견되지 않았다.

 

  한편 영국의 명문 여자 사립학교인 메도뱅크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처음에는 도둑의 소행이라 생각했지만, 연이어 또 다른 살인과 실종 사건이 일어나자 학교 전체가 술렁이기 시작한다. 메도뱅크의 학생 줄리아는 사건에 의문을 품고 포와로를 찾아가는데…….

 

  제목이 참 의미심장하다.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 사이에 고양이라니. 고양이가 비둘기를 잡아먹는지 안 먹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배고프면 먹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제목은 아예 대놓고 책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 말하고 있다. 어린 여학생들만 있는, 심지어 선생들마저 여자인 학교에 그들을 노리는 사악한 인간이 하나 숨어들었다는 말이다. 그 사악한 고양이가 비둘기들을 하나둘씩 죽이고 다니고, 그것을 잡아가두는 것은 포와로의 몫!

 

  그런데 포와로는 거의 후반에 되어서야 나타난다. 그 전까지는 학생인 줄리아와 제니퍼, 벌스트로드 교장 그리고 신입 정원사 아담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아, 줄리아가 포와로를 찾아간 것은 그녀가 아는 사람에게서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바로 ‘맥긴티 부인의 죽음 Mrs. McGinty's Dead, 1952’에서 포와로가 사건 수사를 위해 묵었던 집의 안주인에게서 말이다.

 

  여기서 포와로는 여자의 ‘무릎’에 초점을 맞춘다. 여자는 나이에 따라 무릎의 모양이 다르다면서, 그것이 바로 사건을 해결할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한다. 으음, 다른 사람이 ‘여자 무릎 하악 하악’했으면 변태라고 욕했을 텐데, 포와로니까 봐준다. 그런데 여자뿐만이 아니라, 남자도 나이가 들면서 무릎 모양이 변하지 않을까? 어차피 나이 들어가는 건 여자 남자 똑같을 텐데? 문득 포와로가 무릎 페티시가 있었던 건 아닐까하는 불경스런 생각이 들었다. 오, 이 죄인을 용서하소서! 잠시 불경죄를 저질렀나이다.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벌스트로드 교장과 채드윅 선생의 관계가 무척 묘했다. 젊음을 바쳐 학교를 발전시킨 두 사람이니까 동료애가 남달랐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 다 독신이었고, 서로를 의지하고 있고, 상대를 위해 총 맞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뭐랄까, 친구 이상으로 느껴지는 건 내 눈에 음란 마귀가 씌었기 때문일까?

 

  에필로그 부분까지 읽고 나니, 영국 드라마 ‘셜록 Sherlock’에서 나왔던 마이크로프트의 대사가 새삼 떠오른다. 자꾸만 사건을 떠넘기려고 하자 셜록이 화가 나서 그러면 형이 하라고 했던가? 그러자 마이크로프트가 대답한다. 내년에 한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있어서 바쁘다고. 어쩐지 영국 정보부는 자국 내의 사건을 잘 해결 못하는데, 다른 나라 일은 잘 알아내는 것 같다. 설계도라든지 심지어 수상까지 잃어버리기도 하면서, 외국 내정 간섭은 기가 막히게 잘한다.

 

  포와로가 많은 여학생들 사이에서 곤란해 하는 걸 보고 싶었는데, 그러지 않았다. 하긴 그는 여자를 어려워하지 않는다. 아주 예의바르게 잘 행동하며 자기편으로 만들어버린다. 그래도 수많은 여자들 사이에서 조금이라도 난감해하는 모습을 기대했는데,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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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사냥개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77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정성희 옮김 / 해문출판사 / 198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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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House of Death and Other Stories, 1933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이 책은 다른 단편집과 분위기가 좀 달랐다. 미스 마플이나 포와로가 나오는 이야기가 들어있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묘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크리스티가 쓴 기이한 이야기 모음 같았다. ‘리가타 미스터리 The Regatta Mystery and Other Stories, 1939’에서 읽었던 『어두운 거울 속에』와『날개가 부르는 소리』 그리고 『마지막 심령술 모임』이 여기에 들어가면 어울릴 것 같았다.

 

  『죽음의 사냥개』는 독일과의 전쟁때 있었던, 수녀원의 기적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면서 다른 차원의 세상까지, 어쩌면 크리스티는 그 당시 아틀란티스의 전설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집시』는 과연 징조라든지 예언, 저주 같은 것이 존재하는지 아니면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고 모든 것을 그쪽으로 끼워 맞추기 때문에 현실화되는 것인지를 얘기하고 있다.


 『등불』은 오래된 저택에서 일어난, 귀신 이야기이다. 어쩐지 영화 '디 아더스 The Others , 2001'가 떠올랐다.

 

  『아서 카마이클 경의 기묘한 사건』은 빙의 현상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확실하게 모든 것을 밝히지는 않고, 그랬을지도 모른다고 넌지시 일러주면서 마무리 짓는다. 독자의 판단에 맡기는 것인데, 난 빙의였다고 생각한다.

 

  『목련꽃』은 뭐라고 해야 할까? 진정한 사랑과 아내라는 자리를 두고 흔들렸던 여자와 자신의 안전을 위해 아내를 판 남자의 이야기다. 결국 두 사람은 모든 것을 잃고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여자는 버린 사랑과 배신당한 감정으로 혼자 살아가겠지만, 남자는 다른 여자를 만날 것 같다. 그에게 아내란 그런 존재에 불과했으니까.

 

  『개 다음에』는 강아지를 너무도 사랑했던 한 여인의 재기와 사랑을 그리고 있다. 개가 맺어준 인연.

 

  『이중 범죄』는 포와로와 헤이스팅즈가 버스 여행을 가는 도중에 해결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사람이 얼마나 다른 사람의 말에 좌우되고, 외모로 남을 판단하기 쉬운 존재인지 얘기하고 있다.

 

  『말벌 둥지』 역시 포와로가 등장한다. 몇 가지 정황을 보고 사건이 일어날 것이라 짐작하고 예방한 그의 능력에 또 다시 놀랄 뿐이다.

 

  『의상 디자이너의 인형』는 음, 인형에 얽힌 기이한 이야기다. 귀신들린 인형과 그 때문에 일어나는 사건보다는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초점이 맞춰져있다. 하긴 나라도 버린 인형이 다시 돌아오면 무서워서 근처에도 가기 싫을 것이다.

 

  『이중 단서』에도 포와로가 등장한다. 또한 그가 경애해마지않는 여걸 베라 로사코프 백작부인이 등장한다. 사건보다는 그녀와 포와로의 맞대결이 눈길을 끌었다.

 

  『성역』에서는 미스 마플이 등장한다. 그리고 ‘예고 살인 A Murder is Announced, 1950’에서 만났던 번치와 크래독 경감이 나온다. 보석에 얽힌 살인이지만, 어쩐지 안타까움이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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