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문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80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강호걸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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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Postern of Fate, 1973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이 책은 토미와 터펜스 부부가 노년에 겪은 사건을 그리고 있다. 이 부부도 참, 일생이 기구한 편이다. 나이 먹어 은퇴하고 조용히 시골 마을에서 정원이나 가꾸면서 살려고 했는데, 가보니 구입한 오래된 저택이 옛날 전쟁 때 스파이가 활동하던 집. 전 주인들이 두고 간 물건을 정리하다보니 나오는 것은 암호문. 그것에 의문을 품고 수사를 하려니 시체로 발견되는 정원사.

 


  소설을 읽다보면 부부의 과거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대사들이 종종 등장한다. 아예 대놓고 두 사람에게 전쟁 때 스파이를 잡았었냐고 묻는 동네사람들도 나오고, 토미가 예전 동료들을 만나서 회상을 하는 장면도 간혹 보인다. 어떤 꼬꼬마들은 스파이를 잡은 사람을 직접 만난다는 벅찬 감동을 느끼면서 소년 탐정단 활동까지 맡아서 할 정도이다.

 


  그리고 이 책을 보고 나서야, 예전에 읽으면서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다는 느낌이 들었던 ‘프랑크푸르트행 승객 Passenger to Frankfurt: An Extravaganza, 1970’에서 빠진 나사가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거기에 ‘빅 포 The Big Four, 1927 ’까지 이어서 읽으면 나름 완전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빅 포’는 좀 시기적으로 멀리 떨어져서 연결고리가 느슨한 편이다. 하지만 ‘프랑크푸르트행 승객’과 이 책은 시기적으로도 그리 멀지 않고, 책을 읽다보면 그 사건을 암시하는 대사가 등장한다.

 


  나이가 들어서 이젠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 토미와 터펜스이지만, 여전히 두 사람은 서로를 신뢰하고 아끼고 사랑한다. 그와 동시에 어떤 장애물이 있어도 피하지 않는다. 비록 돌아가거나 한 발 물러서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얻었지만 회피하지 않았다. 또한 여전히 활기차고 젊은 사람 못지않은 추진력과 결단력, 그리고 번뜩이는 재치를 갖고 있었다. 물론 체력은 예전만 못하지만, 그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미스 마플은 그들보다 훨씬 나이가 들었으니까.

 


  악령이 나오는 영화도 그렇지만, 전 세계적인 조직의 음모를 부수는 설정 역시 일망타진되지는 않는 것 같다. 하긴 영국에 있는 조직을 확실히 잡았다고 해도, 다른 나라에서 제대로 하지 못하면 헛수고일 테니까. 그래도 영국은 불안해하지 않을 것이다. 비록 국내에서는 걸핏하면 잠수함 설계도를 잃어버리고, 수상은 납치당하고, 유력 정치가는 스캔들에 휘말려도, 국외적인 첩보 활동은 무척 뛰어난 편이니까 말이다. 크리스티의 소설에서는.

 


  나이가 지긋한 저들도 저렇게 활력이 넘치는 모습으로 모험을 즐기는데, 그들에 비하면 아직 젊은 나는 뭐하는 걸까라는 묘한 감정을 느꼈다. 하지만 사람마다 생활 방식은 다양하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살아가는 것이고, 난 나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도 가끔은 모험을 즐기는 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긴 한다. 가출을 한다거나 범죄자를 잡는 그런 거창한 것 말고, 약간의 일탈이랄까? 이번 가을에는 뭔가 재미난 걸 해봐야겠다.

 


  드디어 해문 출판사에서 나온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의 마지막 권이다. 매달 네 권씩, 거의 2년 동안 이어진 장기 독서 계획의 끝인 셈이다. 이 자리를 빌려 무슨 날만 되면, 예를 들면 기념일이나 생일이나 어린이 날(...)등에 크리스티 책의 빠진 부분을 채워준 애인님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그렇다고 해서 내 독서가 끝이 난 건 아니다. 이제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라든지 엘러리 퀸의 ‘라이츠빌 시리즈’를 시작해야지. 그러고 보니 미쓰다 신조의 소설도 남았고, 테스 게리첸의 ‘리졸리와 아일스 시리즈’도 대기 중이다. 아! 애인님이 사준 셜록 홈즈 시리즈도 있구나! 세상은 넓고, 읽을 책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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