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삶이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삶을 좀 가벼이 여기며 살 수 있기를 바라게 된다.
어제 어떤 주말 드라마를 보면서 생각한 것을 끼적거려 본다.
결혼을 앞둔 자식의 부모로서 고급 식당에서 만나는 상견례 자리는 사돈끼리 예의를 갖추어 대면해야 하니까 편한 자리는 아닐 터. 나갈 땐 옷을 잘 골라 입고 나가야 하며 몸가짐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 옷을 초라하게 입고 나가서도 안 되지만 너무 고급스런 옷을 입고 나가서 상대에게 위화감을 주어서도 안 된다. 교양 있게 음식을 먹어야 하고 그 자리에 딱 알맞은 말만 해야 한다. 유머 있게 말을 한답시고 정도를 지나쳐서 결례를 범하면 안 된다.
아! 부모 역할, 어려워라. 훗날의 일이지만 수준을 따지는 집안과는 사돈을 맺고 싶은 마음이 1도 없다. 우리 집과 비슷하다고 할 만한 집과 사돈을 맺고 싶네. 조심스러움, 체면, 교양, 품위. 이런 것들이 부담스럽다. 그 이유는 그것들이 무겁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삶을 가벼이 여기며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상견례 자리? 그게 뭐 별건가! 까짓것 나가지 뭐.’ 이런 자세를 내가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할 수 있다면 삶을 가벼이 여기며 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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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는 말이지만, 바람을 피우는 상대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애인을 한 명만 만드니까 삼각관계가 되어 모가 난다. 둘이라면 사각 관계, 셋이라면 오각 관계······,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원에 가까워져서 모가 없어진다. 그러면 풍파도 일지 않게 될 거라고 했더니 나더러 역시 미친놈이라고 화를 냈다.
그 무렵의 이야기인데, 어떤 여자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요즘 왜 만나자는 얘길 안 해요? 다른 애인이라도 생긴 거 아니에요?"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네가 그 다른 애인이잖아. 그러니까 넌 그런 말은 하면 안 되지."
그렇게 말했다가 또 된통 욕먹고 말았다.(113~114쪽)
- <기타노 다케시의 생각노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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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는 확실히 삶을 가벼이 만들어 주는 마력이 있어 좋다. 삶을 가벼이 여긴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산다는 뜻은 아니다. 사각 관계, 오각 관계를 언급한 저자라고 해서 저자가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걸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다음의 글을 보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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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갖고 싶다느니 하는 당연한 말은, 똥 싸는 걸 아주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는 이야기다.
인간이란 아무리 폼을 잡아도 한 꺼풀 벗기면 욕망의 덩어리일 뿐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그 한 꺼풀의 자존심을 소중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문화'라는 것이다.(125쪽)
- <기타노 다케시의 생각노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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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무겁지 않게 느끼며 살되, 한 꺼풀의 자존심은 소중히 하는 사람이 되기를...
나는 이렇게 해서 삶의 균형을 잡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