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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사람들은 인간관계에서 저지른 잘못에 대해 후회하는 일이 많다. 친구와 애인에게 좀더 잘해주었더라면, 말 한마디라도 좀 다르게 표현했더라면, 상대의 행동에 대해 좀더 포용하는 자세를 가졌더라면. ······ 등등 뉘우치는 일들이 적지 않다.(177쪽)

 

톨스토이는 자신의 <인생론>에도 후회에 대한 성찰을 적어놓고 있다. 그는 우선 복음서를 인용한다. “하늘나라의 천사들에게는 뉘우칠 것이 없는 아흔아홉 명의 의인보다 단 한 사람의 죄인한테서 얻는 기쁨이 더 크다.” 그러고는 “뉘우친 영혼이 우리에게 어떤 것을 줄지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183쪽)

 

후회 없는 삶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만 후회를 극복하는 길을 찾아 다시 태어나는 삶의 연속이 있을 뿐이다.(184쪽)

 

- 김용석 저, <두 글자의 철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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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이를 한 살씩 먹으면서 느는 게 있다. ‘후회’이다. 지난날을 돌이켜 보면 나의 속 좁음과 어리석음을 깨달으면서 ‘그러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하고 후회를 하게 된다. ‘지금 알고 있는 걸 왜 그땐 몰랐을까?’ 하고 생각하는 횟수를 거듭하면서 자신감을 상실한다. 후회할 일이 계속해서 자꾸 생긴다. 후회하고 반성하고 다짐하고 또 후회하고 반성하고 다짐하고, 이런 과정의 연속이다. 왜 그럴까? 왜 자꾸 후회할 일이 생기는 걸까? 왜 완벽할 수 없는 걸까?

 

 

과거의 내 언행에 대해 후회할 일이 생기는 것은 과거에 비해 현재에 내가 더 성숙해진 까닭이라고 보지 않고 인간은 원래 완벽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래서 후회를 했다고 해서 과거보다 더 나은 미래의 내 모습을 기대하게 되지 않는다. 다만 인간의 한계를 느낄 뿐이다.

 

 

다행인 것은 내가 완벽하지 못해서 좋은 게 하나 있다는 점이다. 친구든 직장 동료든 내게 말실수를 해서 내 기분을 상하게 했을 때 나도 누군가에게 말실수를 해서 후회했던 일을 떠올리며 너그러워진다는 점이다. ‘나도 그럴 때가 있었지.’ 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생각했다. 내가 완벽하지 못해서 좋은 점이 있다고.

 

 

 

 

 

2.
집의 욕실 변기를 닦을 때가 되었는데도 고단하고 귀찮다는 이유로 닦지 못해 오늘 저녁엔 반드시 욕실 청소를 해야지, 하면서 외출한 적이 있다. 그러다가 공중 화장실에 가게 되었다. 평소 여러 사람이 사용했던 변기에 앉을 때마다 더러울 것 같아 늘 찜찜했는데 그날 난 편안한 마음으로 변기에 앉았다. 왜냐하면 공중 화장실의 변기가 우리 집 변기보다 더 깨끗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했다. 집의 욕실 청소를 하지 않고 미뤄서 좋은 점이 있다고. 내가 완벽하지 못해서 좋은 점이 있다고.

 

 

 

 

 

 


........................................................<후기>
어느 작가는 자기가 읽어 왔던 시집에서 좋은 구절을 뽑아 옮기고 그것에 대한 감상을 적은 것을 모아 책을 낸 바 있다.

 

나는 (2009-06-30)에 ‘책 속의 구절로 쓴 칼럼’을 처음 썼고, (2009-12-02)부터 쓰기 시작한 단상 시리즈(단상(1)부터 단상(121)까지)는 내가 읽은 책 속에서 좋은 글을 뽑아 옮기고 그것과 관련해 떠오르는 단상을 쓰는 방식으로 쓴 것이 많다.

 

이번에도 내가 읽은 책에서 글을 뽑아 옮기고 그것과 관련해 떠오르는 단상을 써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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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02-03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절 잘 지내셨습니까?

실제로 그렇답니다. 공중화장실이 더 깨끗하다고.
그런데 사람의 인식이 정말 안 바뀌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우리집이 좀 낫지 않을까 하는.ㅋ
청결하게 사는 게 꼭 건강한 것마는 아니라지 않습니까?
적당히 더러워야 면역에 오히려 더 좋다고 하더군요.
대충. 역시 중용의 미가 최곤 거 같습니다.ㅋㅋ

페크pek0501 2017-02-03 15:36   좋아요 1 | URL
예전엔 매일 창문을 열고 이불을 털고 청소를 했어요. 매일요. 요즘은 체력이 달려 그렇게 못합니다. 적당히 치우고 삽니다. 이것도 중용의 미일까요? 중용 좋죠. 치우침이 없도다, 이니까요.

문제) 공중 화장실에서 가장 깨끗한 화장실은 몇 번째 화장실일까요?
1) 끝에 있는 화장실
2) 중간에 있는 화장실
3) 첫 번째 있는 화장실

정답은 3)번이라고 합니다. 의외로 첫 번째 화장실에 들어가는 사람이 적어서 그중 깨끗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주로 공중 화장실에서 첫 번째 화장실에 들어가죠. 우리 집보다 깨끗할지 모른다는 생각으로요. ㅋㅋ

스텔라 님의 서재에 갔다왔는데 여기서 보네요. 그래서 반가웠다는...

stella.K 2017-02-03 15:53   좋아요 0 | URL
오, 알아둬야겠습니다. 첫 번째 화장실!ㅋㅋ

페크pek0501 2017-02-03 15:55   좋아요 0 | URL
좋은 정보죠?

hnine 2017-02-03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글자의 철학이라는 제목을 보니까, 21자의 여정이라는, 제가 한동안 보관함에 담아놓은 책이 생각나네요.
저도 가끔 책 읽다가 그 중에 만나는 한 구절을 꼭지로 나도 할 말, 쓸 말이 있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때가 있어요. 그리고 그냥 지나치지요 ^^
글 쓰는 좋은 방식 중 하나인 것 같아요.

페크pek0501 2017-02-03 15:43   좋아요 0 | URL
저자가 칼럼을 잘 쓰는 분이라 신문에서 칼럼을 몇 번 보고 그의 책을 고르다 산 게, 두 글자의 철학, 이에요.

나인 님도 그냥 지나치지 말고 써 보세요. 그렇게 모아 묶은 책이 의외로 많더라고요. 안도현 시인도 남의 시 구절을 쓰고 자신의 감상을 적어서 책을 낸 게 있더라고요.

AgalmA 2017-02-03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ek0501님 이런 글쓰기 방식 좋다 생각했는데, 요즘 이 컨셉 많아진 듯. 드라마 <도깨비>에서도 간접광고로 나온 것도 봤고. 책 속 명문과 함께 필사나 단상 적는 식의 책노트? 결국 차별화 전략이 필요해진 시점. pek0501님은 오랜 구상으로 써 오셨으니 숙련도가 더 남다르실 듯!

페크pek0501 2017-02-06 12:04   좋아요 0 | URL
만약에요, 만약입니다. 제가 책을 낸다면 리뷰집이 아니라 단상집을 낼 것 같아요.
나만의 글쓰기 방식이라 생각한 적 있었는데 어느 날 네이버에서 단상집을 검색해 보니 얼마나 그런 책이 많던지... 끼룩~~ ㅋ 내가 생각해 낸 것은 남도 생각해 내더라는...

차별화 전략. 좋은 말씀이군요. 새겨 듣겠습니다. 숙련도가 문젭니다.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블로그 글 중에서 10분의 1만 뽑아 책 한 권을 만들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요즘 제 글의 질로 보아 20분의 1이나 30분의 1을 뽑아도 책에 실을 만한 게 없다는 판단입니다.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써야 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제 자신이 더 많이 깨져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cyrus 2017-02-03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회를 해야 반성할 수 있습니다. 반성은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아는 태도입니다. 그래서 완벽하지 못한 점이 좋은 게 맞습니다. 더 나쁜 건 후회하는데도 그걸 인정하지 못하는 겁니다. 이런 사람들은 완벽하지 못한 자신의 단점을 부끄러워합니다. 그래서 잘못된 걸 알면서도 또다시 반복합니다.

페크pek0501 2017-02-06 12:09   좋아요 0 | URL
좋은 말씀입니다. 저는 무엇보다 후회조차 하지 않는 즉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아예 모르는 부류의 사람들을 볼 때가 참 답답합니다. 그러니까 상대방의 자랑질을 참아 줄 수 없다면서 사실은 자신의 자랑질은 의식하지 못함을 볼 때요. 또 남의 배려 없는 태도를 탓하면서 자신의 배려 없는 태도는 의식하지 못함을 볼 때...

저는, 인간은 부족한 존재라는 걸 인식하고 남에게 단점이 있다면 자기 자신에게도 분명히 남들이 참지 못하는 단점이 있음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좋습니다.
물론 저도 그런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지요.
고맙습니다.

다크아이즈 2017-02-04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방식의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무심코 일상에서 얻는 단상도 많지만, 남의 글에서 발견하는자신만의 단상이 고마울
때가 있거든요

이번 단상도 위안과 공감을 듬뿍 주시네요
고맙습니다^^~

페크pek0501 2017-02-06 12:1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맞아요. 저도 책을 읽다가 끼적거릴 게 많은 게 참 좋습니다.

그래도 뭐니뭐니해도 님처럼 소설 쓰는 사람들이 제일 존경스럽습니다.
소설가들을 흠모하는 1인입니다.
고맙습니다.

2017-02-06 05: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06 1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08 05: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09 1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