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포터의 글은 여러 번 읽고 싶게 만드는 뭔가가 있다.
그의 문체를 좋아한다.
리듬이 느껴지는 문체다.
그가 빙그레 웃었다. “자만심은 물리학자에게 가장 큰 방해 요인이지요.” 그는 스토브에서 주전자를 들어 도자기 포트에다 뜨거운 물을 옮겨 부으며 말했다. “뭔가를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모든 발견의 기회를 없애버리게 되니까요.”(94~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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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로버트와 나는 더 이상 물리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우리는 우리들 삶의 내밀한 사정들을 나누기 시작했다. - 우리를 배신한 스러진 사랑들, 우리가 배신한 스러진 사랑들, 추억하기조차 고통스럽고 부끄러운 유년의 순간들. 우리가 나누는 이런 대화에는 자유가 있었다. 우리가 그곳에서 하는 얘기는 절대 그 밖으로 나가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1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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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이는 문득 로버트를 생각하는 경우가 드물다. 나는 간신히 그에 대한 기억을, 나의 가장 고통스럽고 내밀한 상실들이 저장되어 있는 마음 한쪽에 놓아둘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지금도 그를, 우리가 함께한 짧았던 시간을 회상하노라면, 나는 우리 사이가 끝나기 직전의 어느 날 저녁으로 돌아간다.(1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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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포터 저,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에서.
열 개의 단편이 실려 있는 소설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