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쁜 일의 장점 : 오늘은 일요일. 대청소를 하려고 했고 알라딘 서재에 로그인을 할 생각이 없었다. 글 써서 올릴 생각은 더욱더 없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랬다. 내일 일요일은 창문을 활짝 열고 청소나 해야지, 그리고 월요일의 출근을 위해 쉬어야지, 라고 생각했으니 글을 쓸 생각이 당연히 없었다. 그런데 그런데 빠바방~~. 창밖을 보니 뿌옇다. 네이버에서 알아보니 초미세먼지가 ‘나쁨’으로 나와 있는 게 아닌가. 청소하긴 틀린 거지. 창문을 열 수 없으니 말이다. 침대 이불의 먼지를 털지 않고 소파에 있는 먼지를 털지 않고 바닥만 청소하면 무슨 소용이랴 싶어 청소를 포기했다. 내일 하는 수밖에.

 

 

하지만 모든 나쁜 일에는 한 가지라도 장점이 있는 법. 청소를 하지 않아 시간을 벌었으니 무엇을 할까 하다가 이 글을 쓴다. 초미세먼지가 있다는 단점에 집중하지 말고 시간이 생겼다는 장점에 집중하기로 한다.

 

 

 

 

 

 

2. 안타까운 죽음 : ‘신영복 교수 별세.’ 신문을 받아들고 1면에 나와 있는 이 문구를 보고 깜짝 놀랐다. 돌아가실 연세가 아닌 것 같은데 무슨 일이지 하는 생각에, 2면에 자세히 나와 있다는 글자를 보고도 2면으로 넘기지 못하고 한동안 멍하니 그 문구를 보고 있었다. 안타까웠다. ‘감옥에 너무 오래 있어서 몸을 망쳐서 그런 거야.’ 별세 소식에 든 생각이었다. 어제 아침의 일이다. 그리고 친정에 갔다 와서 밤에 알라딘에 들어오니 ‘신영복 교수의 별세 소식을 전하는 페이퍼를 쓴 분들이 있었다. 그중 어느 서재엔 공감을 눌렀고 어느 서재엔 이런 댓글을 남겼다. 

 

 

....................
오늘 아침 신문 보고 깜짝 놀랐고 안타까웠어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고 팬이 되어 <담론>을 구입한 독자로서 앞으로도 좋은 책 많이 내시길 바라고 있었는데 타계 소식이라니...

 

타계 소식에 저도 페이퍼를 올릴까 했는데 많은 분들이 올려 주셔서
이렇게 댓글 쓰는 걸로 대신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3. 누구를 위해 쓸 것인가 : 며칠 전, 내 스마트폰에 있는 ‘즐겨찾기’의 목록 중 ‘EBS 독자가 읽어 주는 한 권의 책’을 클릭하여 들어갔다. 누군가가 글을 읽어 주는 걸 듣기 위해서다. 예전에 라디오로 방송되었던 건데 반복해 들을 수 있어 요즘 애용한다. 어느 청취자가 이태준 저, <무서록>이란 수필집에서 하나 골라 읽겠다고 하면서 ‘누구를 위해 쓸 것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읽었다. 들어 보니 흥미롭고 유익한 글이라 나도 이 책을 구입해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생각을 해 보니 내가 읽었는데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의 저작이라면 나도 읽은 축에 들기 때문.

 

 

그래서 오늘 알라딘 ‘나의 계정’에 들어가 ‘이태준’이란 이름으로 ‘주문 검색’을 해 보았다. 내가 구입한 그의 책 제목이 떴다. <이태준>이란 수필집을 내가 알라딘에서 2005년에 구입한 것으로 되어 있었다. (책을 중복해서 구입하는 걸 막아 주는 무척 편리한 시스템이다.) 그 책에 왠지 그 글이 있을 것 같아 얼른 책장에서 이 책을 찾아봤다. 반갑게도 ‘누구를 위해 쓸 것인가’라는 글이 이 책에도 있었고 밑줄이 많이 쳐져 있는 걸로 보아 내가 읽었던 책이었다. 
 


2005년에 구입한 것으로 되어 있으니 그해에 읽었겠다. 밑줄이 많이 쳐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그 내용을 읽은 적이 없는 걸로 생각하고 구입하겠다고 마음먹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책은 긴 시간의 간격을 두고 반복해 읽어야겠다고 나는 또 다짐한다. 읽었던 책을 마치 처음 읽는 것처럼 다음의 글을 읽었으니.

 

 

....................
모파상의 시대에도 여론의 침해가 작가들에게 심했던 모양으로 모파상은 그의 어느 단편 서문에 이런 뜻의 말을 써놓았다.

 

...... 독자는 여러 가지 사람들이다. 따라서 가지가지로 요구한다.
나를 즐겁게 해달라
나를 슬프게 해달라
나를 감동시켜 달라
나에게 공상을 일으켜 달라
나를 포복절도케 하여 달라
나를 전율케 하여 달라
나를 사색하게 하여 달라
나를 위로해 달라
그리고 소수의 독자만이 당신 자신의 기질에 맞는 최선의 형식으로 무어든지 아름다운 것을 지어 달라 할 것이다.
우리 예술가는 최후의 요구, 이 독자의 요구를 들어 시험하기에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비평가는 이 시험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평가해야 한다. 사상적 경향에 관해서는 용훼容喙할 권리가 없다. 혹은 시적 작품을, 혹은 사실적 작품을, 이렇게 자기의 기질에 맞는 대로 씀에 간섭을 못할 것이다. 간섭을 한다면 그것은 작가의 기질을 무리로 변조시키는 짓이요 그의 독창을 막는 짓이요 자연이 그에게만 준 그의 눈과 그의 재질의 사용을 금하는 짓이 된다.

 

모파상의 이 말은 오늘 우리에게도 그대로 독본적讀本的인 어구이다. 물론 소수의 그 독자, “당신 자신의 기질에 맞는 최선의 형식으로 무어든지 아름다운 것을 지어달라”는 그 독자를 향하여 우리는 붓을 들 것이다. (‘누구를 위해 쓸 것인가’라는 글에서 뽑음.)

 

-이태준 저, <이태준>, 76~78쪽.
....................

 

 


나는 내 기질에 맞는 글을, 페크만이 쓸 수 있는 글을 써야 할 것이다.

 

 

괜히 흠모하는 작가들의 글을 흉내 내려 하지 말고.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16-01-17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신영복 교수의 별세 소식을 듣고 예전에 읽었던 <더불어 숲>을 다시
펼쳐들고 싶어졌습니다. 참 안타깝더라구요.ㅠ

어떤 사람의 글은 그저 좋다고 감탄하게도 되지만 어떤 사람의 글은
나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도 있더라구요. 그게 비록 착각일지라도.`
전 그런 사람의 글도 좋다고 생각해요. 글은 그저 보고 감탄만 하게 만들면
발전이 없는 것 같아요. 너도 써 보라고 부추기는(물론 그 저자는 한 번도
그럴 의도가 없겠지만) 글은 비록 미문은 아닐지라도 뭔가를 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죠. 그게 더 좋을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적어도 저는 그런 것 같아요.ㅋ

참, 알라딘에서 선물은 도착했나요?

페크pek0501 2016-01-18 19:41   좋아요 0 | URL
글쎄말이에요. 마음이 찡하더라고요.

나도 쓰고 싶게 만드는 글이 좋은 것, 공감합니다. 저의 경우에도, 잘 쓴 글을 보면
나도 그렇게 쓰고 싶단 생각에 열심히 햐려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알라딘 선물... 잘 받았어요. ㅋㅋ 선물은 역시 기분이 좋더라고요.

서니데이 2016-01-22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ek0501님, 따뜻하고 행복한 주말 되세요.^^

페크pek0501 2016-01-24 13:30   좋아요 1 | URL
반갑습니다.
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날씨가 많이 춥네요. 감기 조심 하세요.

yamoo 2016-01-26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저도 오래 전에 <무서록>을 읽었는데, `누구를 위해 쓸 것인가`에 대한 내용은 정말 하나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우와~ 참....다시 한번 저도 확인차 펼처보아야 겠어요. 근데, 책이 어디 있는지 찾으려면 한나절은 글릴꺼 같다는..--;;

페크pek0501 2016-01-30 12:56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하하~~ 님도 그렇군요. 그러니까 읽었어도 읽은 게 아니랍니다.
학습은 반복 학습이 제일이듯이, 독서 또한 반복 독서가 제일이란 생각을 했어요.

책을 찾기 어려운 건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작가 가나다 순으로 정리해 두면 찾을 때 편리할 텐데, 일을 벌리는 게 싫어서 말이죠.

댓글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