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X일
내가 좋아하는 건 산책인가 음악 듣기인가?
해질 무렵에 운동할 겸 산책하길 좋아해서 한 시간 이상 걷다가 들어오는 날이 많다. 마트에 갈 때도 있고 공원에 갈 때도 있다. 걸을 땐 폰에 연결한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며 걷는 게 습관이 되었다. 음악을 들으며 걸으면 한 시간 정도는 금방 가 버린다. 그런데 오늘은 이어폰을 챙기지 못하고 나가서 음악을 듣지 못했다. 그랬더니 산책이 재미없었다. 재미없는 정도가 아니라 지루해서 혼났다. 나는 내가 걷기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진실이 아니었다. 내가 그동안 좋아한 건 ‘걷기’가 아니라 ‘음악 들으며 걷기’였던 것이다. 내가 나를 이렇게 모른다. 나에 대해서 오늘 한 가지 알았네. 인간은 착각의 왕이라고 생각하는데, 자기 자신에 대해서 가장 착각을 많이 한다고 본다.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있다고 믿지만 사실은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나는 누구인가? 어떤 사람인가? 이것을 알아가는 과정이 인생이라고 생각해 보는 이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