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3일

 

오늘 어느 님의 서재에 이런 댓글을 남기고 왔다.

 

“아, 어쩌면 이렇게 글을 맛나게 쓰십니까? 읽어 내려오면서 기분 좋네요. 잘 쓴 글은 원래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분 좋아지게 하는 뭔가가 있는 거죠. 글을 읽으면 님이 어떤 분인지 알 수 있어요. 님을 알고 지내는 것을 기쁘게 생각하는 페크입니다. ^^”

 

상대가 기분 좋을 말을 내가 했다는 얘기다.

 

그리고 며칠 전에 초중고 방과후학교 영어 강사로 일하는 지인을 만났는데, 내가 축하해 줄 일이 있어서 마음껏 축하해 주었다.

 

“저, 어느 고등학교 1학년 담임을 1년 동안 맡게 됐어요. 그래서 방과후 강사는 1년간 안 하기로 했어요.”

 

“어머, 잘 됐어요. 축하해요. 요즘 경기도 안 좋고 해서 나쁜 소식만 접했는데 선생님처럼 좋은 소식을 전해 주는 사람을 만나니 기분 좋네요.”

 

상대가 기분 좋을 말을 내가 했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렇게 상대 기분을 좋게 만드는 말을 하는 내게 누군가가 이런 말을 할지 모르겠다.

 

“이봐! 돈 안 드는 말이라고 그렇게 막 해도 되는 거야?”

 

이에 대한 나의 답변.

 

“돈 안 드는 말인데 좀 막 하면 안 돼? 왜 그렇게 사람들은 돈도 안 드는 좋은 말을 아끼는 거야?”

 

난 돈도 들지 않는 데다 진심을 말했을 뿐인데 뭐 잘못 됐나?

 

 

 

 

 

 

 

2015년 3월 4일

 

글을 쓰고 며칠 지나서 읽어 보면 수정할 곳이 생긴다. 어떤 때는 생각하려고 했던 것도 아닌데 걷다가 또는 딴 일을 하다가 갑자기 생각나기도 한다. ‘아, 그게 아닌데, 잘못 썼구나. 고쳐야겠네.’

 

예전에 어느 일간지의 리포터로 일하면서 기고한 적이 있는데 나중에 인터넷으로 보니 틀린 데가 있었다. 문단 구성을 잘못했고 띄어쓰기가 틀렸다. 그것도 ‘글쓰기’에 관한 글을 쓴 것이었는데 말이다. 어쩌나...

 

완벽주의자로 사는 일이 자신도 없지만 삶이 피곤해질 것 같아 대충 살고 싶은데, 글쓰기는 완벽주의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글쓰기는 쉽지 않은 작업이다. 글쓰기와 독서를 다 좋아하지만 둘 중 하나만 고르라면 독서다. ‘어렵게’ 글을 쓰는 것보단 ‘쉽게’ 책을 읽는 게 더 좋다.

 

내가 최근에 쓴 글에서 틀리게 썼던 것들을 정리해서 <싱거운 후기>라는 제목으로 오늘 서재에 올렸다. 창피한 일이기도 하지만 뭐 어떤가? ‘어제보다 나은 오늘’에 가치를 두면 되는 거지.

 

 

 

 

 

 

 

2015년 3월 5일

 

상대가 기분 좋을 말을 하고 다녔더니, 다시 말해 좋은 일을 하고 다녔더니, 다시 말해 덕을 쌓았더니 내게도 좋은 일이 생겼다.

 

학교 두 군데에 논술 강사로 나가고 있는데 그중 한 초등학교에서 내 수업의 수강 신청자가 많아 정원을 초과하여 대기자만 10명이라는 걸 학교 홈피에서 확인했다. 한마디로 내 수업이 대박이 났다는 것. 학교란 곳이 잡무가 많아 그만둘까 생각도 했는데, 이렇게 되면 생각이 달라지네. 학생 수가 많아지면 강사료가 많아지기 때문이지. 

 

오늘도 학교로부터 이런 문자를 받았다. ‘외부 강사님들은 운영계획서와 학습지도안을 작성해서 학교 홈피에 올려 주세요.’

 

아, 싫다 싫어. 출석부 명단과 수납요구서도 작성해야 하는데...

 

학생들만 가르치라면 얼마든지 하겠다. 그런데 컴퓨터 작업을 해야 하는 잡무가 많은 건 싫다.

 

이런 내게 ‘또 다른 나’가 이런 말을 한다.

 

“건방을 떨지 말고 일자리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일해. 나중에 나이 많아지면 학교 강사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수가 있어.”

 

이에 대한 나의 답변.

 

“아, 예 예 예. 그렇고 말고요.”

 

 

 

 

 

 


...............................................
예전에 써 놓았던 걸 이제야 올린다.
쑥스러워서 올리지 못한 모양이다.
오늘, 뻔뻔해지기로 했다.
뻔뻔해지지 않으면 한 편도 올리지 못할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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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5-03-13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축하해요!
일이라는 게 또 그렇긴 하죠. 좋은 일이 있으면 귀찮은 일도 있어요.
그래도 좋은 거 생각하면 그런 일쯤은 그냥 가쁜하게 이기세요.
언니는 수퍼 울트라 긍정 액션왕이시잖아요.ㅎㅎ

저도 요즘 예전에 하는 일을 다시 준비중인데 정말 더 나이 먹으면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생각을 고쳐먹었더니 신이 나더군요. 현실은 아무 것도 되어 있는 것이 없는대도
말입니다. ㅋㅋ
옛날엔 겁도 많고 귀찮고 그랬거든요. 마음 한 번 고쳐 먹는다는 게 이렇게
어렵고도 간단한 문제였을까? 제가 생각해도 제가 좀 웃기는 것 같더라구요.ㅎㅎㅎ

페크pek0501 2015-03-13 13:44   좋아요 0 | URL
하하~~

나이 먹으면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아주 중요한 것 같아요.
예전엔 일을 할 때 튕기면서? 했는데 요즘은 겸허하게 낮은 자세로 일하려고 해요.
나이 생각하고 말이죠. 이삼십대의 젊은 강사들과 비교하면 경쟁력이 없다는 생각에 열심히 하게 돼요.

이 후진 글에 달린 댓글을 우정의 표시로 접수합니다. 랄라 ~~

세실 2015-03-13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님의 칭찬엔 진정성이 느껴져서 좋아요~~~~
올바른 피드백도 격려와 칭찬이라고 합니다.

오홋 아이들이 싫어하는 논술을 얼마나 재미있게 하시면 대기자까지 있을까요?
역쉬~~~ 아이들에게도 인기쟁이 페크님^^

페크pek0501 2015-03-13 13:47   좋아요 0 | URL
하하~~

논술은 학부모들이 열광한답니다. 독서를 하고 글을 잘 써야 공부도 잘한다는 생각을 하니까요.
아이들은 지루해 할 수도 있어서 낱말 게임, 문장 게임 같은 것을 합니다.
종이 울리는 데도 더하자는 학생도 있답니다. ㅋㅋ
프로그램 연구를 많이 한답니다.

이 후진 글에 달린 댓글을 우정의 표시로 접수합니다. 랄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