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은 장례식 뒤에 오는 것.’이란 말을 어느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이 말은 유가족이 장례식에선 슬퍼하지 않다가 장례식이 끝나고 나면 그제야 슬픔을 느끼게 된다는 말이겠다. 친척의 장례식장에 갈 때마다 그 말이 맞는 것 같이 생각되었다. 장례식장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가운데 웃고 떠드는 소리에 도무지 고인의 죽음을 슬퍼할 여유가 없는 곳처럼 되어버리기 일쑤다. 내 사촌들과 모여 앉아 있으면 오랜만에 만나는 사촌들의 모임인 양, 웃음꽃이 만발하는 잔치인 양 시끌벅적하다. 그곳엔 슬픔은 없고 즐거움이 파도처럼 춤춘다. 헤어지면서 누군가가 “우리 또 언제 만나지?” 하고 물었을 때 나는 맘속으로 이렇게 응수했다. ‘또 누가 죽어야 만나지.’

 

 

오늘 생각한 것. 친척 중 누군가가 죽게 되어야만 사촌들이 만나게 되는 이 불편한 진실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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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3-11-20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이어요. 하지만 더 씁쓸한 건 수면 밑에 가라앉은 인관관계들이
다시 헤집고 올라 오기도 하죠.
왜 명절이나 집안 잔치 등 좋은 날 끝에 깽판치는 친척 꼭 하나씩 있잖아요.
그거에 비하면 그렇게 누가 죽어서라도 만날 수 있는 건 차라리 나은 것은 아닐까 싶어요.
인생 참 씁쓸해요. 그죠? 흐흐.

페크pek0501 2013-11-21 00:05   좋아요 0 | URL
깽판치는 친척 ㅋㅋㅋㅋㅋ 맞아요.
저의 사촌들 중엔 사업하다가 실패한 경우, 이혼한 경우, 아직도 50대노총각 등
위로해야 할 사람들이 있답니다. 아버지 형제가 칠남매이다 보니
사촌들도 많아서 다양하답니다.
오랜만에 만나도 핏줄이라 그런지 전혀 어색하지 않게 대하게 되더라고요.
어릴 적부터 봐 와서 그런 것 같아요.

인생... 씁쓸해요... 맞습니다.
다만 씁쓸하지 않은 척하고 살다 보면 괜찮아지죠. ^^

마녀고양이 2013-11-21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래도 시끌벅적한 장례식장이 좋더라구요.
삶이 한바탕 축제인 것처럼 죽음으로 가는 길도 축제 같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끔 외국 영화의 장례식처럼 고인을 보내는 길에 웃음과 눈물이 어우러진 진정한 애도가 깃들이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구요...... 그렇게해도 누군가를 보낸다는 것은 너무 슬퍼요. ㅠㅠ

페크pek0501 2013-11-22 16:00   좋아요 0 | URL
따지고 보면 죽음을 슬퍼할 필요는 없는 건데 말이죠.
제자리로 돌아가는 거니까요. 하지만 고인을 다시 볼 수 없다는 건 슬픈 일이죠.
그래서 장례식이 축제가 되지 못하는 거겠죠.
제 생각에도 장례식이 울음바다가 되는 것보단 웃음이 넘치는 곳인 게 보기 좋은 것 같아요. 요즘 장수시대라서 호상이 많아서인지 장례식장이 예전에 비해 많이 밝아진 느낌이에요.

마고님. 깻잎 조리려고 씻는데 깻잎의 향이 좋네요.
좋은 겨울 보내세요.

이 시시한 글에 댓글을 써 주신 님의 우정에 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