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은 장례식 뒤에 오는 것.’이란 말을 어느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이 말은 유가족이 장례식에선 슬퍼하지 않다가 장례식이 끝나고 나면 그제야 슬픔을 느끼게 된다는 말이겠다. 친척의 장례식장에 갈 때마다 그 말이 맞는 것 같이 생각되었다. 장례식장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가운데 웃고 떠드는 소리에 도무지 고인의 죽음을 슬퍼할 여유가 없는 곳처럼 되어버리기 일쑤다. 내 사촌들과 모여 앉아 있으면 오랜만에 만나는 사촌들의 모임인 양, 웃음꽃이 만발하는 잔치인 양 시끌벅적하다. 그곳엔 슬픔은 없고 즐거움이 파도처럼 춤춘다. 헤어지면서 누군가가 “우리 또 언제 만나지?” 하고 물었을 때 나는 맘속으로 이렇게 응수했다. ‘또 누가 죽어야 만나지.’
오늘 생각한 것. 친척 중 누군가가 죽게 되어야만 사촌들이 만나게 되는 이 불편한 진실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