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커피를 매일 마시다 보니 이가 노랗게 되는 게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커피를 마신 직후에 꼭 물을 마셔서 씻어 내기로 했다. 입 안을 헹구는 것이다. 앞으로 모든 사람들이 이가 노란 사람을 보면 이를 닦지 않아서 그렇다고 생각하지 말고 ‘커피광이구나’ 이렇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창피할 것도, 보기 싫을 것도 없지 않겠는가.

 

 

 

 

 

2. 살아 있는 게 몇 마리를 사서 곤혹스러운 적이 있다. 집에 가져왔는데 게가 죽지 않아서다. 내가 죽여야 하는데 그걸 할 수가 없었다. 한 친구에게 전화했더니 끓는 물에 넣었다가 빼란다. 게에게 미안했지만 친구가 시키는 대로 했다. 그 다음엔 칫솔로 여기저기를 닦아야 하는데, 아무리 게가 죽었어도 게가 아플 것 같아서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또 그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어떻게 손질하면 게가 고통 받지 않고 깨끗이 닦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아, 다시는 게를 사지 않을 거야.’

 

 

 

 

 

3. 나만 좋으면 그만일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죄를 짓고 사는 존재들이라서 조심해서 살아야 할 것 같다. 예를 들면 내가 별 뜻 없이 한 말에 누군가는 상처를 받을 수 있고, 개를 산책시키기 위해 끌고 나와 개똥을 치웠는데 그걸 보고 누군가는 비위가 상할 수 있으며, 자동차를 끌고 나와 공해를 만들어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나만 좋으면 그만이다’라는 생각을 해도 되는 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경우여야 할 것 같다. 그럴 때 ‘누가 뭐라고 하든지 나만 좋으면 그만이다’라고 생각해도 되는 것이다.

 

 

 

 

 

4. 주관적이면서도 객관적이고, 객관적이면서도 주관적인 글을 쓰고 싶다. 그런데 이게 참 어려운 일이다. 주관적인 글이란 필자의 개성이 있는 글을 말하고, 객관적인 글이란 독자의 공감을 얻어내는 글을 말한다. 그러니까 개성이 있으면서도 독자의 공감을 얻어내는 글이 좋은 글이 된다. 나는 글을 쓰고 나서 글에 주관성과 객관성이 있는지 검토할 때가 있는데 한 가지만 있을 때가 많다. 그러니까 부족한 글이 되고 마는 것이다.

 

 

 

 

 

5. 좋은 책이란 ‘문제 제시’와 ‘해결 방안’까지 담은 것이겠지만, 해결 방안은 없더라도 문제 제시만 해도 좋은 책으로 생각한다. 독자들이 잘 모르는 중요한 문제를 제시한 경우에 그렇다. 해결 방안은 독자들이 고민해도 되는 거니까. 또 어떤 이는 그 해결 방안을 연구하여 책으로 내기도 할 것이니까. 그러니까 ‘문제 제시’를 해서 다양한 해결 방안이 나오도록 유도하는 책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좋다고 여긴다.

 

문학으로 말하면 저자가 세상의 문제를 찾아내어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작품이 되는 것이다. 독자로 하여금 그 문제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게 작가의 임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해결 방안을 담을 경우에 그 해결 방안이 최선이 아닐 경우가 많을 것 같다. 저자 한 사람이 모든 걸 알 순 없으니까. 제일 똑똑할 순 없으니까. (그래서 문학에선 해결 방안을 쓰지 않는가 보다.) 

 

 

 

 

 

6. 나도 나이가 들었나 보다. 동화가 좋아진다. 루이스의 말처럼 되는가 보다.

 

“언젠가 나이가 들면 다시 동화를 읽게 될 것이다.”(C. S. 루이스)

 

언제 기회 있으면 동화를 몇 권 소개하는 글을 올려야겠다.

 

 

 

 

 

7. 서재에서 나하고 댓글을 주고받는 이웃 블로거들의 서재에 가 보면 모두 나의 서재보다 방문자 수가 많다. 내가 꼴찌라는 얘기다. 그래서 글을 많이 올려서 분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가 금방 그 생각을 지워 버렸다. ‘꼴찌면 어떠냐. 무조건 남보다 앞서야 한다는 생각이 잘못된 거야. 나는 내 속도대로 살면 되는 거야. 뱁새가 황새 따라가자면 가랑이가 찢어지는 법이야.’ 뭐 이런 생각을 했다.

 

‘짧고 굵게’가 아니라 건강을 챙기면서 ‘가늘고 길게’ 살자고 마음먹는다. 건강이 제일이니까. 건강을 잃으면 다 잃는 것이므로.  

 

 

 

 

 

8. 거실에 있는 화초에 물을 줄 때에 물을 늦게 줘서 미안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남들이 들으면 웃을 일이겠지만 화초가 내 말을 알아듣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떤 실험에서 음악을 들려 준 화초가 그렇지 않은 화초보다 더 잘 자라더라는 결과가 나왔는데, 그 결과를 알고부터 식물도 사람 말을 알아들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 같다.

 

내가 화초에 물을 주던 중, 물을 흡수한 어떤 화초가 기운이 났는지 오므렸던 잎을 활짝 펼쳐서 그 움직임에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잎이 물을 먹고 나서 강한 생명력을 보여 준 것만 같았다. 이럴 때 식물이 무섭다고 느껴지기도 하는데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니얼 샤모비츠 저, <식물은 알고 있다>

 

 

이 책을 찜해 놓았는데 아직 구입하지 못했다. 이 책을 읽은 사람은 나처럼 식물에게 말을 건네게 될 것 같다.

 

 

 

 

 

 

 

 

 

9. 개츠비가 파티를 자주 연 까닭은 자신이 사랑했던, 보고 싶은 데이지가 파티에 참석할 거라는 가능성 때문이었다. 이것에 공감할 수 있다면 이 책을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짝사랑을 경험한 사람은 이 책을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절실한 사랑을 공감하지 못한다면 이 책은 재미없는 책이 될 것이다. 중요한 건 공감이다.

 

 

 

 

 

 

 

 

F. 스콧 피츠제럴드 저, <위대한 개츠비>

 

 

 

 

 

 

 

 

 

 

10. 이 글에서 가장 하고 싶은 말은 이 말이다.

 

“방문자 여러분! 내일부터 시작되는 추석 연휴를 잘 보내세요. 만약 스트레스가 생기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또는 수다를 떨면서 기분 전환을 하세요.”

 

나도 많이 먹어야겠다. 수다도 많이 떨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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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3-09-17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마지막 10번이 압권이란 생각이 듭니다. 또 그것이 압권이기 위해서
1번부터 9번까지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러니까 오늘 언니의 글은 주관적이면서
객관적이고, 객관적이면서 주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7번은 뭐 은근히 조장하는 게 있기도 하지요.
블로그에 글을 쓴다는 건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듭니다.
나의 욕망을 보게 만들고, 또 아닌 것처럼 부정하게 만들고.
그래서 의도적으로 이런 저런 생각을 차단하느라 부산을 떨게 만들지요.
아, 정말 블로그에 글을 쓴다는 건, 참...정말이지...흐~! 입니다.ㅋㅋ
언니도 추석 잘 지내십시오.^^

페크pek0501 2013-09-17 23:44   좋아요 0 | URL
7번처럼 나는 꼴찌다, 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져요. 느긋해지죠.
조장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함인지 모르겠다는...ㅋ
블로그... 글을 올리곤 하지만 쉬운 일을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비밀이 숨겨 있는 일기장을 공개하는 느낌이 들 때도 있고 말이죠.
왜 블로그를 가져서, 사서 고생을 하나 싶을 때도 있어요. ㅋ

애티커스 님도 추석 연휴 잘 보내세요. ^^

oren 2013-09-18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아있는 게' 이야기가 참 재미있네요. 저는 이틀 전에 '봄철에 잡아 얼려놓았던 게'를 먹었답니다. 마침 요맘때가 '전어'가 제철인 때라, 평소에 자주 뵙는 선배분께서 느닷없이 '가을 전어'를 맛보러 강화도로 가자고 하시더라구요. 그 분과는 '강화도 후포항'에 있는 '아산호'라는 단골집을 함께 드나든지 여러 해 되었는데, 그날따라 부부동반으로 여섯명이서 맛본 전어가 그리 구수할 수가 없더군요. '전어회 → 전어구이 → 꽃게탕' 순으로 술을 곁들여 먹었는데, 강화도의 코스모스 하늘거리는 초가을 풍경과 시원한 바닷바람까지 한데 어우러져 더욱 좋았다 싶고, 지금 되짚어보니 '게의 아픔'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어요. ㅎㅎ

* * *

식인 풍습과 동물 해방

우리에게 식인 풍습은 아주 불쾌한 것이어서 오랫동안 인류학자들 조차도 그것이 선사 시대에 일반적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우리는 쉽게, 어떻게 사람들이 그렇게 끔찍한 행동을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운동가들도 육식을 하는 사람들을 그런 식으로 생각한다. 육식을 하는 사람들은 무수한 생명을 죽음으로 몰 뿐 아니라 그렇게 하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소를 마취도 시키지 않은 채 거세시키거나 낙인을 찍고, 낚싯바늘로 물고기의 입을 꿰뚫어 잡아 올린 다음 보트 바닥에 내동댕이쳐 헐떡거리게 하고, 바다 가재를 산 채로 삶는다. 내 요점은 채식주의를 도덕적으로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폭력과 잔인성에 대한 사고 방식을 조명해 보자는 것이다. 역사학과 민족지학에서는 마치 우리가 바다 가재를 취급하듯이 사람들이 타인을 취급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런 행동에 대한 우리의 몰이해는 우리의 행동에 대한 동물 권리 운동가들의 몰이해와 비교될 수 있다. 『확대되는 원』의 저자 피터 싱어가 『동물 해방』의 저자인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 스티븐 핑커, 『빈 서판』 중에서

페크pek0501 2013-09-21 10:44   좋아요 0 | URL
오렌 님, 추석 연휴를 잘 보내셨나요?
저는 지금 추석 연휴가 끝나서 속시원하답니다. 이렇게 속시원하려면 명절 음식 만들 때 꾀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답니다.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이런 속시원함을 느낄 수 없고 찜찜하거든요. 이건 경험에서 터득한 것임.ㅋㅋ

이렇게 일상으로 돌아오면 행복해요. 히히~~
좋은 글 옮겨 주신 것 감사해요.
그거 모르시죠? 님이 옮겨 주신 글 중에서 꼭 기억하고 싶은 글은 제가 복사해 둔다는 것... 책이 있으면 찾아보고 표시를 해 둔다는 것... 어떤 것은 여러 번 읽는다는 것...

고맙습니다. 행복한 가을 보내세요. ^^

세실 2013-09-22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페크님 왠지 저랑 친구같은 느낌? 아 공감 백개 누르고 싶다^^
추석 연휴 잘 보내고 있답니다. ㅎㅎ
저도 커피를 매일 마시면서 같은 고민하고 있어요. 이를 닦을 수 없을땐 입에 물 한가득 넣고서는 헹구는 느낌으로 우물우물한뒤 꿀꺽합니다.
살아있는 게는 아직도 요리를 못해요. 꽃게탕을 좋아하면서도......
위대한 개츠비. 누군가를 절실히 사랑해본 느낌! 제가 할게요. 느낌 아니까~~~~~
남은 연휴도 행복하시길요^^

페크pek0501 2013-09-22 11:34   좋아요 0 | URL
공감 백 개... 어머 호호호~~~
살아 있는 게를 손질하지 못하는 것, 저랑 똑같다니...
반가워요, 느낌 아니까~~~~~

추석 연휴도 오늘로 끝이네요. 저는 오늘 친정에 간답니다.
역시 엄마가 해 주는 음식을 먹는 게 명절엔 최고예요.
우리, 친정이 있는 것에 감사합시다. 요즘 느끼는 것이랍니다.

yamoo 2013-09-25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커피를 너무나 좋아라 해서 하루에 2-3잔을 마십니다. 무조건 하루에 아메리카토 한 잔은 마셔줘야 직성이 풀리지요. 그래서 커피머신도 들여 놨다는^^;;
이가 누렇게 되서, 전 항상 치솔을 갖고 다녀요. 먹고 바로 이를 닦아서 그나마 전 나아요^^ 언젠가 치과에 갔더니, 의사선생이 밥먹구 5분 내로 무조건 이를 닦아야 한다고 엄포를 놓아 그리 한답니다.

전 서재방문자 수 신경을 안쓴지 넘 오래되서요. 네이버에서 블로그질 할 때도 신경을 안썼습니다~ㅎ 근데, 페크님 은근히 서재 많이 신경쓰시는 듯해요^^

개츠비 소설을 아직 못봐서 함 봐야지...하고 있었는데, 영화 나온 게 있어 봤는데, 디게 재미없는거에요..중간까지 봤다가 그만뒀다는...그래서 소설 읽을 엄두가 안나요~

페크pek0501 2013-09-25 14:24   좋아요 0 | URL
밥 먹고 5분 내로 이를 닦으시다니... 바른생활 하는 분이시군요.

"근데, 페크님 은근히 서재 많이 신경쓰시는 듯해요^^"
- 예 은근히 많이 신경 씁니다. 저는 저의 일에 대해선 관심 집중하고 삽니다.
제가 제일 관심 있는 건 '나'라서요, '나의 일'에 관심 많아요.
관심만 많고 열심히 하지 않는 게 문제지만요.(몸을 아낍니다.ㅋㅋ)

개츠비 영화는 참 재밌게 봤어요. 책으로 먼저 읽어서인지 흥미로웠죠.
남자들에겐 그리 흥미 있는 영화, 흥미 있는 소설책은 아니죠.
티브이 드라마가 남자보단 여자에게 더 인기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일 듯해요.